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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민한 부모가 아토피 키운다”
[Life] 알아두면 유용한 아토피 최신 연구
[96호] 2018년 04월 01일 (일) 율리아 코흐 economyinsight@hani.co.kr

아토피 자녀 돌보는 부모의 스트레스, 무의식중에 부메랑처럼 자녀 증상에 악영향

독일 페마른섬의 소아과 의사가 아토피 치료법을 개발했다. 그의 치료법은 정신의학적 접근 방식을 취한다. 만일 그가 옳다면 아토피의 근본 원인은 부모의 심리 상태다. 이 주장은 최근의 면역체계 연구 결과와 일치하는 점이 있다.
 
율리아 코흐 Julia Koch <슈피겔> 기자
 
   
▲ 자녀가 아토피를 앓으면 가족 모두가 정신적·물리적으로 고통을 겪는다. 얼굴에 피부염 증상을 보이는 아기가 부모에게 안겨 있다. REUTERS
파울은 진찰을 받으려고 생애 가장 긴 여행을 했다. 부모와 함께 차를 타고 오스트리아 빈에서 무려 1천km 이상을 달려왔다. 425km 떨어진 독일 텔크테에서 온 리암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장거리 여행을 해야 했다. 독일 슐레스비히홀스타인주 겔토르프에서 온 틸은 진료소가 있는 발틱해의 페마른섬까지 그나마 139km만 이동했다.
 
18개월에서 60개월 사이인 이 세 아이는 같은 운명이다. 아주 어릴 때부터 피부는 거칠고, 갈라지며, 짓물렀다. 얼굴, 팔 다리에 습진이 생기기 시작해 나중에는 거의 전신으로 번졌다. 질환 부위는 짓무르다가 덧났다. 아이들은 피가 나게 긁었다. 밤에도 마찬가지였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소풍을 가거나 친구들과 만나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해졌다. 아이들은 심각한 아토피 피부염을 앓고 있다.
 
부모들은 페터 리플러(77)에게 희망을 걸고 여기 모였다. 리플러는 페마른섬 페터스도르프 마을에 있는 벨뷰(Bellevue) 어린이병원 운영자다. 이 병원은 환자 4명과 그들의 부모를 위한 숙소가 있는 작은 집이다. 병원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리플러의 진찰실은 밝은색 원목 가구로 꾸몄고, 아이들이 처음 진찰받을 때 눕는 기저귀교환대 위에는 환한 색상의 꼭두각시 인형이 걸려 있다.
리플러는 직업 인생 대부분을 페마른섬에서 아토피성 질환에 시달리는 어린이 치료에 바쳤다. 파울, 리암, 틸이 앓고 있는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 아토피 같은 질병이다. 그는 은퇴 뒤 아내, 반려견과 함께 지금보다 더 자주 카누를 타고 스웨덴 바다 위에서 노를 저으며 떠다닐 수도 있다.
하지만 리플러가 해야 할 일이 아직 남아 있다. 그는 2019년 초로 예정된 병원 리모델링을 계속 진행할 후계자를 키워야 한다. 부지는 이미 샀다. 그는 자신의 치료 방법이 과학적 근거가 있음을 입증하려 한다.
 
아토피는 어린이에게 가장 흔한 만성질환이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같은 선진국에서는 전체 유아 중 최대 15%가 아토피를 앓는다. 물론 이들 대부분은 리플러의 환자들보다 증세가 훨씬 약하지만, 가벼운 아토피도 일생 동안 계속되는 피부 질환, 알레르기성 비염, 천식을 예고하는 증상인 경우가 많다.
의료계는 오랫동안 아토피가 소아질환이고 자라면서 저절로 사라진다고 판단했지만, 새로운 역학조사 결과 전체 성인 인구의 5~15%가 아토피를 앓고 있다.
 
최근 30년 동안 아토피 환자가 지속적으로 늘어났고, 이는 보건 시스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쳤다. “심각한 아토피는 확실히 수명을 단축할 수 있다”고 피부과 의사 에바 페터스는 말한다. 기센 대학병원 정신신경면역학연구소 책임자인 페터스는 동시에 베를린 자선병원에서 피부와 심리를 주제로 연구하고 있다. “환자는 지속적으로 염증과 싸워야 한다.”
 
리플러의 관찰에 따르면, 최근 심각한 사례가 더 빈번하게 나타나는 것 같다. “지금 환자들에게서 주기적으로 보이는 증상을 20년 전에는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를 찾아오는 환자들은 건강한 피부가 거의 없는 아이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우유, 달걀, 곡물 같은 일반적인 식품에 심각한 알레르기 반응을 보인다.
 
어린이 환자의 부모들은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파울의 엄마 페트라 인디르바우어는 자신이 한계에 이르러 더 이상 이성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가장 힘든 것은 아이를 도울 방법이 없다는 점이다. 오스트리아에서 이 병원 저 병원을 옮겨다니며 치료 방법을 바꿔봤지만, 코티손크림 등을 사용한 치료를 한 뒤에는 매번 상태가 예전보다 더 심해졌다. 파울의 피부 상태를 나빠지게 하는 식료품이 많기 때문에 이 가족은 고립된다. “부모님 집에서 가족이 모여 식사할 때면, 우리 셋이서만 2층에서 우리가 만들어 온 음식을 먹었다”고 엄마는 말했다. “파울은 거의 모든 음식을 견디지 못했다.”
 
한번은 여름에 아빠가 파울과 함께 지하철을 타고 빈을 가로질러 의사를 방문했다. 파울은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지하철을 타고 가는 내내 주변에서 질책하는 눈초리가 쏟아졌다. 파울은 정말 뜨거운 물속에 빠진 듯 보였다.”
 
리암의 부모를 괴롭히는 문제는 무엇보다 리암이 피부를 심하게 긁어대는 것이다. “아이가 밤에는 1시간에 한 번꼴로 울며 깼다. 낮에는 졸리거나, 배가 고프거나, 원하는 것이 있으면 피부를 긁었다.” 리암의 엄마 신티아 헤니히가 말했다. 그녀의 모든 신경이 아이가 긁지 못하도록 하는 데 집중됐다. “한 의사가 5살이 되면 리암의 피부염이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당장 밤에 전혀 잠을 못 자는 1살 아이가 있는데 그게 무슨 소용인가?”
 
부모의 정신 건강
겔토르프에서 온 틸의 부모는 아이가 7개월이 됐을 때 이대로 계속 있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틸의 엄마 도렌 쉬르만이 말했다. “아이 옷이 환부에 달라붙었다. 밤에는 항상 엄마와 아빠 중 한 사람이 침대 옆에 앉아 아기가 잠이 들 때까지 환부를 긁지 않도록 작은 손을 잡고 있어야 했다.” 오래 걸릴 때는 거의 2시간을 그렇게 해야 했다. 하지만 이 부부에게는 각각 7살, 4살 딸이 2명 더 있다. 소아과 의사는 틸과 엄마를 페마른섬의 벨뷰 어린이병원으로 보냈다.
 
도움을 구하려 이 병원을 찾는 사람은 페터 리플러의 치료 개념을 받아들여야 한다. 몇 주에 걸쳐 진행되는 리플러의 치료는 항상 자세한 알레르기 진단으로 시작한다. 어린이 환자 대부분이 특정 물질에 과민하게 반응한다. 전문의가 알레르기 수준에 따라 점차 아이들을 음식에 익숙하게 하는 특수 식단을 짠다. 아주 심한 경우에는 식품 성분을 희석해 한 방울 단위로 몇 달에 걸쳐 섭취하게 한다. 이를 통해 면역계는 우유 단백질이나 곡물을 흡수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피부 치료에는 연고와 바다 공기, 붕대를 이용한다. 때로는 어린이들을 머리에서 발끝까지 붕대로 감는다. 이럴 때면 아이가 약용 크림과 젖은 거즈로 감싼 작은 미라처럼 보인다. “틸의 누나는 처음 그 모습을 보자 울었다.” 틸의 엄마가 말했다. 6시간마다 붕대를 갈아줘야 한다. 이런 식으로 치료하는 피부에는 코티손크림이나 항생제가 필요치 않다고 리플러는 말했다.
 
리플러가 집중하는 부분은 피부만이 아니다. 그에게 아토피의 원인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정신적 균형이다. 리플러의 가설에서 놀라운 점은, 정신적 균형이 환자 자신이 아닌 부모의 문제라는 사실이다.
 
수년간의 심리학적 설문조사를 통해, 리플러는 어린이 환자의 엄마나 아빠가 굉장히 민감한 경우가 많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의 주장은 이렇다. 이런 사람들은 생활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다른 이보다 예민하게 지각한다. 이는 면역계의 변화를 초래하는 지속적인 부담으로 작용한다. 부모가 아토피, 즉 알레르기 반응 체질을 발생시켜 아이들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리플러의 이론에 따르면 스트레스와 산만함, 실적 압박에 시달리고, 그로 인해 외부 자극이 늘어난 현대사회에서는 과민 반응이 질병의 형태로 터져나올 위험성이 커진다. 리플러는 이것이 바로 심각한 아토피성 질환 증가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에 그는 이 주장을 여러 환자의 자료로 뒷받침하는 논문을 준비하고 있다.
 
리플러의 치료법 역시 이 주장을 기초로 한다. “나는 모든 부분에서 민감도를 완화한다.” 어린이 환자의 부모는 자신의 걱정으로 아이를 짓누르지 않는 방법을 배운다. “많은 엄마가 처음에는 아이에게서 절대 떨어지지 않으려 한다. 그들은 아이가 아프면 반드시 엄마가 옆에서 재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엄마의 절망을 느낀다. 이렇게 주고받은 스트레스가 아이를 더욱 병들게 한다.
 
리플러는 부모를 자녀의 질병 관리자로 육성한다. “우리는 부모에게 올바르게 피부를 관리하고 아이의 상태를 진단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부모들이 안전하게 느낄수록 아이들도 평온해진다.” 리플러의 최종 목표는, 아이가 아무것도 피하지 않는 일상생활을 하는 것이다.
 
처음에 이것이 아토피 환자 가족에게 의미하는 바는 규칙, 규칙, 규칙이다. “리암을 항상 같은 시간에 잠자리에 들게 하고,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게 해야 했다.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리암의 엄마 헤니히가 말했다.
 
민감한 부모와 병든 아이. 아토피 질환은 정말 그렇게 단순한 문제일까? 리플러의 관찰 결과가 더 많은 사례로 입증될 수 있을지는 두고 봐야 한다. 그의 치료 개념은 주류 의학과 다르다. 심리학 분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그럴 정도로 민감한 사람이 실제 있는지, 그저 한때 유행하고 말 이론인지를 놓고 논란이 있다.
 
   
▲ 피부과 전문의가 컴퓨터 모니터에 기록된 환자의 피부염 증상을 살펴보고 있다. 아토피의 주요 원인은 유적 요인과 식습관 외에 스트레스 등이 있다. DPA 연합뉴스
스트레스는 독약
리플러의 주장은 최근 활기를 띠는 ‘정신적 측면과 면역체계의 연관성’ 연구 분야에서 발견된 사실과 일치한다. 현재 피부과는 르네상스 시대를 맞고 있다. 의사들은 이미 1970년대에 심리적 요인과 피부 질환 발병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고 믿었지만, 당시에는 그들이 예상한 ‘아토피 피부염 성격’으로 의심되는 사람들을 발견하지 못했다.
 
얼마 전 에바 페터스 같은 전문가가 다시 발견하기까지 이 가설은 잊혔다. 페터스가 말했다. “오늘날 우리는 심한 정신 스트레스와 피부 질환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사실을 안다. 이를 치료에 반영한다면 환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피부 질환 환자의 심리적 치료 필요성이 매우 크다.”
 
이 가설은 놀랍지 않다. 피부는 육체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차지하는 기관이다. 배아 발달단계에, 피부는 신경계통과 동일한 세포층에서 발생한다. 피부와 점막은 병원성 유기체에 대항하는 최초의 방어선이다. 피부에는 수많은 면역세포가 정착해 언제라도 혈류에 강력한 항체를 이입할 준비를 한다. 어떻게 이 세포들이 신경전달물질 군단을 이용해 정보를 주고받는지는 아직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피부의 면역 기능이 중요한 만큼, 이 기능이 흐트러질 경우 나타나는 결과도 치명적이다. “우리는 정신적 스트레스가 면역체계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페터스는 설명했다.
 
예를 들어 아토피와 비슷한 알레르기성 질환에 걸린 적 있는 실험용 쥐에게 불쾌하고 시끄러운 소음을 사용해 지속적으로 스트레스를 주면, 동물 피부에서 특정 신경섬유가 증가하는 것을 발견했다. 이 섬유는 히스타민 방출을 유도하는 신경전달물질을 생산한다. 그 결과 가려움, 발적(피부가 빨간색을 띠는 증상 -편집자), 두드러기가 피부에 나타난다.
 
이제 페터스는 증거를 찾아냈다. 병원성 세균이 아니라 순수한 불쾌감이 쥐의 피부에서 방어 시스템을 작동시켰다. 페터스는 기센과 베를린에 있는 자신의 실험실에서 아토피뿐 아니라 건선(만성 염증성 피부병 -편집자)이나 피부암에도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 시스템의 다른 분자 물질들을 연구하려 한다.
 
정신적 긴장감은 세대를 이어 전이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임신·태아 전문 연구원들은 최근 몇 년 동안 이 사실을 반복적으로 관찰했다. 임신 기간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산모에게서 태어난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태어난 아이들보다 천식·아토피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출산 이후에도 엄마의 스트레스가 아기에게 전이될 수 있다”고 페터스는 말했다. 그는 아토피를 앓는 아이의 부모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라고 권한다. 프로그램에서 부모들은 의사, 심리학자, 영양사로부터 일상생활에서 더 잘 지내는 방법을 배운다. 페마른섬의 어린이병원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리플러 박사가 부모에게 관련 전문 지식을 습득하고 침착함을 키우도록 독려한다.
 
파울, 리암, 틸은 치료의 성공 여부를 점검하기 위해 두 번째로 페마른섬을 방문했다. 아이들의 상태는 좋았다. 그들은 아토피를 앓은 적 없는 것처럼 보일 만큼 건강했다. 축제 주간에 파울은 부모와 함께 생애 처음으로 스키를 타러 갔다. “근사했다! 발밑에 눈이 있고, 드디어 머리를 비우고 즐길 수 있었다.” 파울의 엄마는 꿈꾸는 듯한 얼굴로 말했다. 
 
*2018년 4월호 종이 잡지 30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8호
Heile, Haut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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