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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 상품화 벗어나 통합적 보살핌
[ Business]네덜란드 재가서비스 시장 혁신한 뷔르트조르흐
[96호] 2018년 04월 01일 (일) 셀린 무종 economyinsight@hani.co.kr

합리·효율화 내건 기계적 서비스 대신 간호사·환자 자율 존중한 사람 중심 접근으로 성과

네덜란드의 뷔르트조르흐는 재가서비스 시장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합리화와 효율화를 내걸고 수직적 조직구조와 비용절감에 주력하던 업계의 관행을 깨고 환자를 중심에 둔 보살핌이라는 간호의 근본정신으로 돌아갔다. 주어진 업무의 기계적 수행이 아니라 간호사와 환자의 자율을 존중하는 수평적 운영 방식이 주효했다. 그 결과 돌봄의 질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었다.

셀린 무종 Céline Mouzon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네덜란드 헤이그의 요양시설에서 간호사가 환자를 돌보고 있다. 뷔르트조르흐는 수직적 조직구조와 비용절감에 주력하던 업계의 관행을 깨고 환자 중심 보살핌으로 재가 간호서비스 시장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REUTERS
압박붕대 교환 2분30초, 주사 처치 3분, 다음 환자 집으로 이동 10분.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재가 환자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네덜란드 간호사들의 업무 방식은 기계적이었다. 정해진 시간 안에 처치를 끝냈다. 그런데 2006년 뷔르트 조르흐(Buurtzorg)가 판도를 바꿔놓았다. 뷔르트조르흐는 간호사 출신으로 당시 대형 재가서비스 회사에서 관리자까지 지낸 요스 더블록이 설립한 회사다. 그는 말 그대로 ‘간호’가 간호사 업무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되살려 기존 재가서비스의 문제점을 해결했다.
 
네덜란드어 뷔르트조르흐는 ‘근린지역+ 간호’를 뜻한다. 직원은 1만 명이 넘고, 대부분이 간호사다. 지원 부서에서 일하는 50명 남짓과 코치 21명, 그리고 대표인 요 스 더블록이 뷔르트조르흐를 구성하는 인력이다. 이들과 함께 뷔르트조르흐는 2017년 4억유로(약 535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뷔르트조르흐는 재가서비스가 과업 중 심으로 바뀌기 전인 1980년대까지 있던 조직 운영 방식을 부활시켰다. 바로 이 시기부터 합리화 논리가 대세를 타며 재가 서비스 간호사 조직이 커지고 수직적인 위계 구조로 재편됐다. 규모의 경제를 겨냥한 것이다. 콜센터와 매니저가 생겼다. 뷔르트조르흐 국제협력팀장 헤르티어 판 루설의 표현을 빌리면, 간호 업무가 돌봄에서 상품으로 바뀐 것이다. 환자를 씻기 고 붕대를 교체하는 업무 등이 가격과 시간이 정해진 상품이 됐다. 간호 업무의 가격과 이용 시간에 따라 요금이 부과된다. 노련한 간호사들은 높은 숙련도가 필요한 처치만 담당했다.
 
간호 서비스의 합리화는 비용 절감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반작용도 컸다. 고객의 불만족이 커진 것이다. 고객은 간 호사들이 끊임없이 오가는 것을 지켜볼 따름이다. 매번 처음 보는 얼굴들이다. 단순히 주어진 업무를 처리하는 사람으로 전락한 간호사들의 불만도 커졌다. 이는 오늘날 프랑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간호사들에게 자율성을
뷔르트조르흐는 네 가지 원칙에 근거 해 새로운 경영 방식을 주창했다. 첫째, 모든 유형의 처치를 통합해 전체적으로 접근한다는 원칙이다. 따라서 모든 간호 사는 특정 처치만 담당하는 스페셜리스 트가 아니라 다양한 처치를 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둘째, 지역 단위에서 소규모 팀으로 일하는 간호사들의 자율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8~12명 규모의 팀이 인구 1만5천~2만 명인 지역을 맡는다. 이들에게 관할 구역 결정권이 있다. 각 팀은 보통 대여섯 명의 환자를 하루 두 번씩 방문한다. 하루에 환자 40~60명을 돌보는데, 환자의 17%는 65살 이상이다. 다시 말해, 뷔르트조르흐 는 직원을 중간관리와 총괄관리의 두 범주로 나누는 것을 선택했다. 중간관리를 맡은 지역팀은 업무 시간이나 인원 배치도 자율적으로 결정한다. 세 번째 원칙은, 정보통신기술의 활용 극대화다. 헤르티어 판 루설 팀장은 “간호사들의 행정 업무 처리 부담을 없애는 것이 그 목적”이라고 했다.
 
마지막은, 환자들의 자립과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원칙이다. 간호사들은 고객을 중심으로 일종의 네트워크를 구축한다. 이들은 지역 사정을 잘 안다. 해당 지역의 물리치료사, 약사, 의사, 병원 관계자 등 관련 직업 종사자들과 친분이 있다. 간호사들이 구축하는 네트워크는 관련 직업군에 그치지 않는다. 환자의 친· 인척과 지인들이 환자를 중심으로 관계를 맺도록 돕는 것도 이들의 일이다. 예를 들어, 나이 든 환자가 미용실을 예약 할 때는 환자의 손자가 돕도록 한다. 프랑스 국립보건고등교육학교(EHESP) 의료 조직관리연구소 연구원 오데사 프티 디 다리엘은 “초기에 많은 시간을 투자해 환자를 잘 알게 되면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고 예측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 일본 후쿠오카의 뷔르트조르흐 재가서비스 센터. 일본, 프랑스, 독일 등 주요 선진국에서도 뷔르트조르흐 방식을 도입해 재가 의료서비스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뷔르트조르흐 홈페이지
전체적이고 예방적인 접근
네덜란드 동부 알멜로에 있는 뷔르트 조르흐 본사의 역할은 각 팀의 지역 사 무실을 확보하고 물류·재정을 지원하는 것이다. 본사는 신규 채용 계획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승인하지만, 결정 자체는 각 지역 단위 팀이 내린다. 팀 간 교류는 인터넷 게시판을 통한다. 문제가 일어나면 각 지역을 담당하는 코치들이 지원 에 나선다. 조직 구조가 위계적이지 않은 다른 기업들처럼 뷔르트조르흐에도 분쟁 해결 절차가 있다. 회사는 직원 교육에서 비폭력적 의사소통 방식을 권장한다.
 
국가특별의료보험(AWBZ) 적용 항목이던 재가서비스는 2015년 이후 일반의료서비스로 분류돼 일반의료보험의 적용을 받는다. 일반의료보험은 민간 사업자가 운영하는 보험이지만, 모든 네덜란드 국민이 가입돼 있다. 물론 민간 사업자는 표준계약 적용, 환자 선별 금지 같은 몇 가지 법적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 이용자가 처방전에 명시되지 않은 특별한 요구를 한 게 아니라면 재가서비스 비용은 환급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변화를 주도해온 뷔르 트조르흐는 경쟁업체들보다 더 효율적일까? KPMG컨설팅의 조사에 따르면, 뷔 르트조르흐에서 다양한 유형의 통합 처치, 만성질환 관리 등 환자 1명을 1년간 돌 보는 데 드는 평균비용이 1만5400유로 (약 2060만원)다. 경쟁업체들의 1만5900 유로보다 조금 낮다. 뷔르트조르흐는 간호 외에 보육, 청년 상담, 가사도우미 등 다른 서비스 사업도 시작해 4천 명을 추가 고용했다. 새 사업 중에는 수익이 목적인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요 스 더블록 대표는 요즘 보건부 장관과 협의할 정도로 유명인사가 되었다.
 
뷔르트조르흐는 간호 서비스의 요금 부과 방식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 이용자는 더 이상 개별 간호 행위(혹은 상품)에 돈을 내지 않는다. 2015년 이후 서비스 받은 시간만큼 돈을 내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요금 종류는 주사맞기·붕대교 체 등 의료서비스와 목욕 같은 개인돌봄 두 가지로 나뉜다. 이런 요금 체계 덕분에 전체적이고 예방적인 접근이 가능해졌다. 간호서비스 요금은 시간당 57유로 (약 7만6천원)다. 뷔르트조르흐에 고용된 간호사들의 월급은 1865~2373유로 (약 250만~318만원)다. 시급 기준으로 11.92~15.17유로(약 1만5천~2만원)다. 이들은 보통 파트타임(주당 28시간)으로 일한다. 이에 비해, 프랑스에서 프리랜서 간호사들이 제공하는 재가서비스는 처치 행위에 따라 요금이 부과되고, 국민건강 보험이 적용된다.
 
   
▲ 독일의 뷔르트조르흐 재가서비스센터에서 세미나를 하는 직원들. 뷔르트조르흐 홈페이지
의료시스템 전환이 성공 토양
뷔르트조르흐는 네덜란드 의료서비스 개혁 분위기를 타고 성장했다. 네덜란드의 의료서비스 지출은 국내총생산(GDP)의 10.5% 수준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평균은 9%, 프랑스는 10.9%다. 1인당 지출로 환산하면, OECD 평균이 4003유로, 프랑스가 4600유로인 데 비해 네덜란드는 5385유로(약 720만원)다. 네덜란드처럼 의료비 비중이 큰 나라에서의 료시스템 개혁은 늘 논쟁을 유발하는 주제다. 뷔르트조르흐는 2005년 장기요양 서비스 부문의 혁신을 이끈 의료시스템 전환 프로그램 덕분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시범사업을 통해 내부 시스템을 바꾸는 게 목표였다. 당시 네덜란드 보건 당국은 모두 8천만유로 (약 1067억원)의 예산을 들여 소규모 시범 사업 26개를 선정했다. 뷔르트조르흐는 그 가운데 100만유로를 지원받았다.
 
네덜란드 사회학자 마리 비링크는 뷔르 트조르흐 모델이 어떻게 진화할지, 보험사들이 새 유형의 재가서비스에 맞춰 보험료 체계를 어떻게 바꿔나갈지 알 수 없 다고 했다. 최근까지만 해도 재가서비스는 국가특별의료보험의 몫이어서 보험사들이 방향을 잡기 어렵다는 것이다. 보험료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로테르담 전환연구소의 프랑수아즈 요한선은 “뷔르트조르흐가 최근 10년 동안 급격한 성장을 한 것은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해법을 들고나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뷔르트조르흐는 재가 의료서비스를 단순히 질환을 치료하는 것에서 적응과 복원력에 기초한 것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기여했다. 뷔르트조르흐가 오늘날 미국과 프랑스 등 많은 나라의 관심을 끄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프랑스 보건 당국은 2018년 1월 말 요스 더블록 대표를 만나기까지 했다. 그렇다고 프랑스 의료체계가 바뀌리라고 결론짓는 것은 시기상조다. 
 

프랑스의 뷔르트조르흐 따라 배우기
“물론 프랑스와 네덜란드의 재가 의료서비스에는 차이가 있다.” 프랑스에 뷔르트조르흐 방식을 도입하는 게 목표인 시민단체 ‘인간 돌봄’(Soignons Humain)의 대표이자 엔지니어인 기욤 알사크의 말이다. 그럼에도 뷔르트조르흐는 프랑스에 유용할 것이라고 그는 단언했다. 방문 간호사와 간병인이 대부분인 프랑스 재가서비스 부문 종사자는 약 100만 명이다. 이 가운데 12만 명이 간호사인데 대부분 여성이다. 재가서비스 시장의 매출액은 50억유로(약 6조6600억원)이며, 보건 당국이 해마다 50억유로를 따로 지원한다.
“방문 간호사들은 짝을 지어 일할 때조차 혼자나 마찬가지다. 그러다보니 직업적으로 지친다. 방문 간호사의 62%가 혼자 일하는 어려움을 호소한다. 간병인의 상황은 최악이다. 이들의 월급은 1천유로(약 133만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전일제로 일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뷔르트조르흐의 간호사들은 팀으로 일한다. 팀별 미팅이 많고, 환자와 보내는 시간도 길다. 그러면서도 고객에게 연중무휴 24시간 돌봄을 제공한다.” 기욤 알사크의 설명이다.
2017년 9월 이 단체는 뷔르트조르흐 모델을 벤치마킹해 간호사 2~4명으로 프랑스 북부 지역 서비스를 담당할 팀 3개를 만들었다. 간호사를 직접 고용했고, 간호사 4명으로 구성된 팀 하나에 월 2만유로를 책정했다. ‘인간 돌봄’은 연간 24만유로의 사업비가 들 것으로 예상한다. 현재 마시프(Macif) 재단, 프랑스 북부 도시 릴, 정부·지자체 합동 고용지원단체 ‘노르 악티프’(Nord Actif), 사회보장기업 AG2R 라몽디알, 유럽 의료체계 개혁(TICC) 프로그램을 비롯한 유럽기금, 그리고 개별 후원자들이 이 단체를 후원한다.
 
*2018년 4월호 종이 잡지 48쪽에 실렸습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2월호(제376호)
Buurtzorg transforme les soins à domic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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