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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M 글로벌 전략에 치인 서글픈 운명
[국내이슈] 한국지엠(GM) 공장 폐쇄 진단과 전망
[96호] 2018년 04월 01일 (일) 권순우 progres9@naver.com

GM 본사, 미래 유망 사업인 로봇택시 투자 위해 한국GM 등 전세계 자원 구조조정

한국GM의 군산 공장 폐쇄로 지역경제가 휘청대고 있다. 정부·여당은 2018년 6월 지방 선거를 의식해 한국GM의 군산 공장 폐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론은 갈린다. 한 편에선 어떻게든 한국 정부의 돈을 뜯겠다는 GM 본사의 장삿속을 질책하는 반면, 다른 쪽에선 불황에도 제 밥그릇만 챙기는 노조의 이기심을 따지기도 한다. 하지만 한국GM 군산 공장 폐쇄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이도 저도 아니다. 바로 GM 본사의 글로벌 사업 재편에 따른 자연스러운 결과다. GM은 자율주행과 차량공유 서비스가 결합된 로봇택시 사업에 기업의 명운을 걸고 있다. 바로 여기에 투자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수익성이 낮은 전세계 사업장을 정리하고 있다. 자본은 국경에도 이념에도 진영에도 별 관심이 없다. 옳고 그름도 중요하지 않다. 돈 되는 곳을 좇을 뿐이다.
 
권순우 <머니투데이방송> 기자  
 
   
▲ 2018년 2월27일 오후 전북 군산시청 앞에서 열린 ‘한국지엠(GM) 군산 공장 폐쇄 철회 노조 결의대회’에서노동자들이 공장 폐쇄 반대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북 군산이 울고 있다.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가 휴업을 하더니 한국지엠(GM) 군산 공장마저 폐쇄가 예정돼 있다. 군산 경제를 지탱하던 대기업 두 곳이 연이어 공장 문을 닫으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일자리도 사라졌다. 도대체 뭘 잘못했기에 그들이 고통받아야 하는가. 몇몇 사람은 ‘귀족 노조’가 높은 임금을 받아가다보니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라 하고, 몇몇 사람은 GM 본사가 이자놀이를 하며 한국GM을 착취해 이렇게 됐다고 했다. 최근 GM의 국제 행보를 보면 한국GM 사태가 누구의 잘못도 아니라는 데서 더 큰 좌절을 느끼게 된다. GM의 도약을 위한 전략적 판단이 태평양 건너 한국에서 대량 실직 사태로 현실화하고 있다.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세계의 정보기술(IT), 자동차회사들이 자신들의 기술력을 뽐내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가 열렸다. 그런데 정작 미국을 대표하는 자동차회사 GM은 CES에 참가하지 않았다. 대신 CES가 열리는 기간에 어떤 자동차회사보다 파격적인 뉴스를 전 했다. 2019년 상용화할 로봇택시 ‘크루즈 AV’의 내부 인테리어를 공개한 것이다. 크루즈 AV의 내부에는 운전대가 없었다. 그러면서 GM은 미국 도로교통안전국에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부 검증을 받을 만큼 충분한 실험을 거쳤고, 허가만 받으면 곧장 로봇택시를 운행할 수 있게 된다. GM은 CES에서 자율주행차의 청사진을 보여주는 자동차회사들에 ‘우리는 이미 자율주행차를 완성했다’고 선언한 것이다. GM의 목표는 2019년, 바로 내년이다.
 
GM은 왜 로봇택시를 만들었을까? 운송서비스(Transportation as a Service) 를 뜻하는 타스(TaaS)의 개념을 보면, 로 봇택시의 필요성을 느끼기 쉽다. 타스1.0은 ‘무허가 택시’다. 허가받은 택시가 아니라 일반 자동차가 택시 역할을 하며 요금을 받는다. 일반인 운전자와 탑승객을 연 결해주는 것이 ‘우버엑스’(우버에 등록한 개인 차량을 공유하는 서비스 -편집자) 같은 차량공유 서비스다. 택시로 1만원 정도 거리를 6천원으로 갈 수 있다. 타스 1.5는 ‘합승’이다. 가는 방향이 비슷한 탑 승객을 탐색하고 각 탑승객을 목적지로 안내하는 최적의 경로를 찾아내는 기술 이 필요하다. 요금은 1명이 6천원이니 2명이면 3천원, 3명이면 2천원이다. 타스2.0은 완전자율주행차지만 운전사가 있는, 규제에 따른 과도기적 개념이다. 타스3.0은 드디어 요금을 내지 않는 사람, 운전사를 ‘하차시킨’ 완전자율주행차다. 4명이 요금을 나눠내면 1500원으로 떨어진다. 또 택시 운행에 가장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운전사의 인건비가 들지 않기에 요금이 대폭 낮아진다.
 
버스보다 저렴한 요금으로 언제 어디 든 갈 수 있다면 굳이 자동차를 소유해야 하는지 사람들은 고민하게 된다. 자동차를 만들어 파는 완성차 업체들은 근본적인 위기를 맞는다. 자동차회사들은 차라리 자신들이 만든 로봇자동차로 운수업을 하겠다는 답을 찾았다. 자동차를 팔아 돈을 버는 방식이 아니라 공장에서 출고된 자동차가 스스로 돌아다니며 요금을 받아 오는 수익모델이다.
 
대세는 차량공유 플랫폼
2017년 11월 메리 배라 GM 회장은 로봇 택시의 이익률을 추산했다. 타스1.0 수준 에서는 적자가 불가피하지만 운전사의 인건비를 제하면 자동차회사의 수익은 급격하게 늘어난다. 배라 회장은 로봇택시의 이익률이 20~30%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자동차회사의 이익률이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30% 이익률은 투자자를 열광케 하기에 충분했다.
 
GM이 그리는 이 사업모델에 가장 큰 장애물은 우버 같은 차량공유 플랫폼의 존재다. 탑승자를 탐색해주는 차량공유 서비스가 없다면 로봇택시는 무용지물이다. 문제는 우버 같은 차량공유 플랫폼이 20% 이상 수수료를 받는다는 점이다. 로 봇택시의 이익률이 20%인데,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가 그만큼을 가져가면 자동 차회사에 떨어지는 돈이 한 푼도 없다.
우버는 한발 더 나아가, 아예 스스로 자율주행차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우버는 자율주행차 연구를 위해 고등기술연구센터(ATC·Advanced Technologies Center)를 만들었다. 우버의 ATC는 왕성한 식욕으로 인재를 끌어들였다. 미국 카 네기멜론대학 국립로봇공학센터에서는 연봉을 두 배로 주고 센터장을 포함한 인재 40여 명을 싹쓸이해갔다. 또 우버는 볼보로부터 2021년까지 XC90 2만4천 대
를 납품받기로 했다. 볼보의 XC90은 우버 ATC를 거쳐 우버의 로봇택시가 될 것이다.
 
차량공유 플랫폼으로 인해 자동차회사의 운명은 로봇택시를 운행하며 번 돈을 모조리 차량공유 플랫폼에 갖다 바치거나,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의 하청업체로 전락하거나, 아니면 이용자를 한 명도 제대로 잡을 수 없는 깡통 로봇이 될 수밖에 없다.
 
위기감을 느낀 GM은 미국 시장에서 우버에 이은 2위 업체 리프트에 5800억원 을 투자하며 주요 주주로 등극했다. 아예 차량공유 플랫폼을 소유하는 길을 택한 것이다. 미래 자동차의 지배자가 되려는 우버에 대항해 리프트 진영에는 포드, 재규어랜드로버도 참여했다. 자동차회사가 차량공유 서비스에 투자하는 것은 미국에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베엠베(BMW), 벤츠도 유럽에 수백만 가입자를 보유한 카셰어링 업체를 갖고 있다. 현대자동차도 싱가포르의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그 랩’에 투자했다.
 
GM은 차량공유 서비스를 위해 리프트·메이븐에 투자했고, 자율주행차의 눈 이 될 센서 ‘라이다’를 연구하는 기업 스 트로브, 자율주행 솔루션 회사 ‘크루즈 오토메이션’을 인수했다. GM의 이런 행보에 주주들은 열광했고, 주가는 2~3년 전 보다 두 배 가까이 올랐다. 반면 포드는 미래 자동차 개발에 미진했고, 결국 포드의 주주들은 경영진을 쫓아냈다. 새로 선임된 포드 경영진이 GM을 추종했음은 당연한 일이다. GM 경영진은 자신들의 목을 걸고 미래차를 개발하고 있다.
 
자율주행과 차량공유 서비스가 결합 된 로봇택시 사업을 위해서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다. GM은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국제 자원을 재배분하는 전략을 취했다. 큰 틀은, 돈 안 되는 곳의 사업은 정리하고, 돈 되는 곳을 중심으로 운영하며 그렇게 번 돈을 과감하게 미래차에 투자하는 것이다. 2017년 1월 도이체방크 자동차산업 콘퍼런스에서 메리 배라 회장은 투자를 강화할 부분과 비용을 절감할 부분을 지목했다. 한국GM과 관련된 곳은 비용을 절감할 부분이다. GM은 저 수익 시장에서 철수하고, 안 팔리는 차를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저수익 시장으로 지목된 곳은 유럽과 러시아, 오스트레일리아, 브라질, 타이 등이다. GM은 이 시장에서 철수하거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했다. 이 국가들은 한국GM의 주요 수출처였다. 수출처가 사라지다보니 한국GM의 매출은 2013년 18조원에서 2017년 10조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매출이 단기간에 급감했고, 인건비 등 고정비는 그대로다보니 적자는 불가피했다. 한국GM의 적자는 내부에서 비롯 된 게 아니라 GM 본사가 저수익 시장을 구조조정하며 발생한 결과라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잘 안 팔리는 차로 지목된 것은 세단이다. 3~4년 전만 하더라도 세단과 스포츠 실용차(SUV)의 판매 비중은 6 대 4 정도로 세단이 많았다. 그런데 2017년에는 7 대 3 정도로 SUV가 거꾸로 세단을 압도했다. 한국GM은 크루즈와 아베오, 스파크 등 중소형 세단에 경쟁력이 있는 기업이다. 한국GM의 생산 차종 변경이 불가피하다.
 
한국GM의 향후 운명은 명확하다. 일단 목표가 되는 시장 자체가 축소된 만큼 인력과 설비 등 생산능력을 감축해 수익성을 개선해야 한다. 한국GM은 연간 91만 대를 생산할 설비와 인력을 갖추고 있다. GM 본사는 2018년 2월 26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군산 공장을 전면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희망퇴직을 받고 임금 교섭으로 연간 7천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 배리 엥글 GM 총괄 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가운데)이 2018년 2월20일 오전 국회를 방문해 한국GM대책 태스크포스 위원장 등과 면담하기 전에 통역사와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글로벌 사업 재편의 귀결
생산 차종 변경에 대해서는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이 한국 국회를 방문해 ‘신차 2종’을 한국GM에 배정할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신차 2종은 개발하고 있는 소형 SUV 트랙스의 후속 모델 ‘9BUX’와 신형 CUV(세단과 SUV 중 간 세그먼트)다. 신차가 한국에 배정되면 2022년께 인천 부평과 경남 창원 공장에 각각 배정될 전망이다. GM은 이를 위해 약 3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최근 국내에서 벌어진 ‘한국GM 사태’ 는 GM 본사가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조정 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일이다. 한국으로서는 15만 개의 일자리가 달린 숨 막히는 문제지만, GM으로서는 신차 개발에 투자하기에 앞서 비용을 절감하고 이왕이면 추가로 한국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내 려는 과정일 뿐이다. 정부의 지원과 노조의 인건비 절감이 없으면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겠다고 협박하지만 이 역시 하나의 과정일 뿐이다.
 
미래 자동차 시대를 준비하는 GM의 발걸음은 경쾌한데, 발걸음에 치인 한국 사람들은 서로를 비난하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차입금 이자와 업무 지원비, 연구 개발비 등의 명목으로 매년 수천억원씩 돈을 받아가는 GM 본사를 비난의 대상으로 지목했다. 또 서울 한남동에서 1천 만원짜리 월세에 사는 한국GM 외국인 임원을 다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GM 경영진과 보수적인 여론은 적자가 나는데도 1천만원 넘는 성과급을 받아가 고 회사를 살릴 생각은 안 하며 망하기 전에 한 푼이라도 더 받아가겠다고 덤비는 노조를 비난했다.
 
양비론을 펼치자면 GM 본사가 한국 GM에서 받아간 차입금 이자율은 높은 수준이 아니며 업무지원비, 연구개발비 등 역시 전세계 모든 GM 자회사들이 공 통 분담하는 비용이다. 노조를 향한 비난 역시 불합리하긴 마찬가지다. 노조가 받아간 임금은 경영진으로부터 빼앗은 것이 아니라, 협상으로 정당하게 수령한 것이다. 적자 상황에서도 성과급을 준 것은, 앞서 설명했듯 적자가 한국GM 생산직 노동자들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큰 흐름은 도도히 흘러간다. GM은 한국 일자리와 무관하게 미래 투자를 확대하고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사업구조를 재편할 것이다. GM뿐 아니라 수많은 기업이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흐름에서 체질을 변경해야 한다. 이 현실은 미국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기업도 마찬가 지다. 몸을 가볍게 하지 않으면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한때 전세계 최고 호황을 누렸던 미국의 ‘러스트벨트’(미국 제조업의 사양화 등으로 불황을 맞은 오하이오와 펜실베이니아 등 북부와 중서부 지역 -편집자)가 죽음의 도시가 돼, 지난 미국 대선에서 비이성적인 고립주의를 외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대 지지자가 됐다. 직장을 잃은 영국의 공장 노동자들이 이성적으로는 전혀 설명할 수 없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이끌어낸 원동력이 됐다. 한국은 어떤 부문에서 어떤 형태로 일자리를 유지하게 될까. 우리는 더 큰 고민을 해야 한다. 안타깝지만 한국 GM 군산 공장 폐쇄에만 시선을 너무 오래 고정하고 있을 시간이 없다.
 
*2018년 4월호 종이 잡지 60쪽에 실렸습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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