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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살아보세, 나만 잘살아보세
[Issue] 트럼프의 위험한 도박 ‘화폐 냉전’
[96호] 2018년 04월 01일 (일) 팀 바르츠 economyinsight@hani.co.kr
미국 달러 약세와 보호무역주의 공세에 유럽 대응 전략 고심… 미국과 유럽의 ‘화폐 전쟁’ 조짐 
 
미국 경제가 호황을 맞고 있다. 그런데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추가 경기 진작을 위해 가뜩이나 낮은 달러의 약세를 옹호하고 있다. 트럼프는 달러 약세로 유럽 호황과 독 일 수출에 직격탄을 날리며 유럽중앙은행의 반발을 사고 있다. 
 
팀 바르츠 Tim Bartz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슈피겔> 기자 
 
   
▲ 5달러짜리 미국 지페에 펜으로 쓰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서명. 트럼프의 달러 약세 정책으로 미국 기업은 웃지만 유럽 등 무역 상대국 기업들은 직격탄을 맞고 있다.REUTERS
롤프 필리프는 독일 남부 킴제에서 ‘항공기 뼈대’를 15년째 생산하고 있다. 에어 크래프트 필리프(Aircraft Philipp) 설립자이자 최고경영자인 그가 ‘항공기 뼈대’라고 하는 것은 알루미늄과 타이타늄 소재의 항공기 부품이다. 직원 250명의 이 회사는 킴제와 카를스루에에 있는 공장에서 항공기 뼈대를 생산한다. 연매출액 6천만유로(약 796억원) 이상을 기록한 가 족기업 에어크래프트 필리프의 사업은 ‘이상 없다’.
 
하지만 지금은 급변하는 세계경제 동향 때문에 어려워지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미국 달러 가치가 8개월 사이 10% 이상 하락했다. 최근 1유로는 1.23달러인데, 1년 전만 해도 에어크래프트 필리프가 1유로에 1.10달러 수준의 환율 덕을 톡 톡히 본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에어크래프트 필리프가 납품하는 핵심 고객인 에어버스와 보잉은 자신들이 생산한 항공기 대부분을 미국 달러로 판매하고 하청업체와도 미국 달러로 결제해 환율 위험을 줄이고 있다. 에어버스와 보잉에 시장권력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에어크래프트 필리프의 수익도 같이 하락한다. 달러 가치 하 락에 따른 비용이 주로 유로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독일은 기술에서 경쟁력이 있지만, 달러 가치가 마치 망치처럼 독일 기업을 찍어 내리면 기술 경쟁력은 아무짝에 소용없다.” 필리프 CEO가 호소했다. 1유로에 1.35달러 이상으로 환율이 유지되면 달러 통용 경제권에서 부품을 조달하는 편 이 고객회사에 더 유리하다. 유로 가치가 오를수록 에어크래프트 필리프 등 유럽 수출업체는 달러 경제권에 제품을 팔기 힘들어진다.
 
약 1년 전부터 유로 가치가 오른 것은 원론적으로 반가운 소식이다. 몇 년째 침체를 면치 못하던 유럽 경기가 상당 부분 회복했다는 걸 반영하기 때문이다.
 
영국이 국민투표로 유럽연합 탈퇴(브렉시트)를 결정한 뒤 주요 유럽 국가 간 협력 의지가 강화된 것도 유럽 경기회복에 일조했다. “프랑스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이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유로에 대한 회의적 분위기가 사라졌다. 유럽에 다시 생기가 도는 것을 보고 대형 투자자들이 유럽으로 회귀했다.” 도이체방크 수석이코노미스트 다비트 폴케르츠란다우의 설명이다.
 
하지만 유럽 스스로 이뤄낸 유로 강세는 동전의 긍정적인 면에 불과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은 동전의 부정적인 면에 해당한다. 트럼프의 달러 약세에 대한 깊은 관심과 감세, 규제 철폐, 해외 도피 자산의 국내 유입 등이 이 정책의 대표 사례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엄청난 위험을 안고 있다.
 
미국 경제가 몇 년째 호황을 누리고 실업률은 4.1%로 완전고용에 가깝지만, 트럼프는 계속 경기 부양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세계경제를 위협하는 경기과열을 부를 위험이 있다. 겉으로는 모든 것이 좋아 보인다. 미국·유럽·아시아 등 전역에서 생산, 소비, 투자 지표가 고르게 긍정적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전세계 경제성장률 예측치를 2018년과 2019년 각각 3.9%로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2018년 1월 마지막 주 주식시장에서 과도한 국가부채와 인플레이션, 금리 인상의 두려움이 갑작스레 퍼지며 월 가 역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하자 환호의 분위기는 순식간에 공포로 바뀌었다. 증시 폭락이 하락률로는 심각한 정도가 아 니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분노하기에는 충분했다. 반면 달러 약세는 트럼프 정부가 전폭적으로 옹호하는 사안이다. 트럼프 정부는 달러 약세로 자국 기업의 수출을 촉진하고 수입을 억제해 경상수지 적자를 줄이려 한다. 이는 트럼프의 핵심 대선 공약이었다.
 
   
▲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3월 백악관에서 철강·알루미늄 수입에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뒤 해당 업종 노동자들과 기념사진을 찍었다.REUTERS
근린궁핍화정책
트럼프 대통령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에게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달러 약 세가 미국 경제의 이해에 부합한다고 발언하도록 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약세를 옹호하는 태도에서 잠시 발을 빼는 듯했지만, ‘환율 전쟁’의 유령은 이미 병에서 빠져나온 뒤였다. 달러 가치가 급 속히 떨어졌고, ‘화폐 전쟁’이라는 과격한 단어가 다보스에서 스멀스멀 퍼졌다.
 
“미국 정부가 그저 ‘화폐 냉전’을 치르는 게 아니라, 이 싸움을 승리로 이끌려 한다는 점을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다.” 펀드 운용사 핌코의 요아힘 펠스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상황을 이렇게 정리했다.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유럽의 경기회복을 저해한다는 것이다. 유럽중앙은행 관계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달러 약세 발언에 분노했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상대국을 일절 고려하지 않는 정책, 곧 경제학자들이 남을 희생시켜 나만 잘살겠다는 뜻으로 쓰 는 ‘근린궁핍화정책’을 펼치며 자국의 오랜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1970년대 초반 존 코널리 재무장관은 당시로선 엄청 난 규모인 400억달러의 재정 적자에 직면해 국가적 부양 정책을 역설했다. 그는 달러 약세를 우려하는 유럽 각국의 재무장관들에게 이제는 전설이 된 발언을 했다. “달러는 미국 화폐지만 당신들 문제다.” 빌 클린턴 정부의 로이드 벤슨 재무장관은 1993년 미국의 대일 무역 적자 해소에 ‘엔화 강세’가 시급하다고 일본 쪽에 촉구했다. 그리고 트럼프 대통령은 근린궁핍화정책이라는 자국의 전통을 미국 우선주의 원칙을 통해 체계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 항목에는 감세와 공공투자를 통한 경기 부양이 포함돼 있다. 이는 미국 대기업들에 도움이 되 는데, 미국 경제가 성장하고 유럽이나 아시아 기업들의 주문 물량이 늘어나면 전 세계가 그 혜택을 톡톡히 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을 구성하는 또 다른 축은 공격 방향이 어딘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므누신 재무장관이 달러 약세를 주장한 주간에, 미국 정부는 세탁기와 태양광 패널에 긴급수입제한 조처를 취했다. 달러 약세와 보호무역주의 쌍끌이 정책은 전세계와의 경쟁에서 미국 기업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이다.
 
“인플레이션이 안정적 수준이고 달러 약세가 제조업 성장에 도움이 되기 때문 에 미국 정부는 현재 분명하게 달러 약세를 원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 캠퍼스의 배리 아이컨그린 경제학 교수가 말했다.
 
미국의 지출 위주 통화정책도 달러 약 세에 일조하고 있다. 정부가 감세와 더불 어 지출을 확대하면 일반 가계의 가처분 소득이 늘어난다. 그러면 수입품 수요가 늘고 이를 위해 외환을 매입하면서 달러 가치가 떨어진다. 미국 내에서는 수요 증 대가 가격을 올리고, 저렴한 수입품에 관세가 부과되면 달러 구매력이 낮아져 가격은 더욱 올라가게 된다.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으로 제동을 걸지 않으면 그렇다는 말이다. 금리 인상은 더 높은 수익률을 호시탐탐 노리는 해외 투자자를 끌어들이겠지만 동시에 달러 가치를 상승시켜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다. 경제와 금융시장의 여러 조건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화약고에 불을 붙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정책은 미국과 유럽 중앙은행들이 오랫동안 조심스럽게 운용해온 위기관리를 헌신짝처럼 내버리고 중앙은행들에 급격한 정책 변화를 강요할 수도 있다. 한 영향력 있는 중앙은행장은 이와 관련해 지금은 그런 통화정책 프로그램을 운용할 시점이 아니라고 했다.
 
미국 경제가 현재 누리는 호황은 금융 위기 뒤 10년 동안 펼친 양적완화 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양적완화 정책은 미국 경기를 다시 일으켰을 뿐 아니라, 주가와 부동산 가격 급등에도 기여했다. 요즘은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인 2007년처럼 기업 인수에 터무니없이 많은 금액을 내야 한다.
 
   
▲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2018년 3월 의회에 출석했다. 파월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휘둘릴지 소신을 지킬지에 관심이 쏠린다. REUTERS
주목받는 ‘파월의 입’
2018년 2월12일 증시 폭락은 금융시장에서 은행과 헤지펀드들이 고위험 금융상품 거래를 다시 시작했음을 여지없이 드러냈다. 증시 분위기가 돌변하면 고위험 금융상품은 낙폭이라는 화염에 기름을 끼얹을 수도 있다. 특정 지수의 등 락으로 수익이 결정되는 상장지수증권 (Exchange-Traded Notes)은 2018년 2월 둘쨋주 초반 증시 급락으로 순식간에 휴지 조각이 돼버렸고
, 주가 낙폭은 걷잡을 수 없어졌다.
이와 함께 0% 금리 덕분에 부채는 거의 문제 되지 않고, 투자는 거의 비용이 들지 않으며, 모든 종류의 재테크는 위험이 전혀 없어 보이는 세상, 곧 기업과 정부, 투기꾼들에게 꿈같은 세상이 끝날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퍼지고 있다.
 
이런 민감한 상황 때문에 미국 연방준비 제도이사회(연준)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워싱턴 정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사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겉으로는 칭찬하면서 호시탐탐 자리에서 끌어내릴 기회만 엿보던 재닛 옐런 전 연준 의장은 후임 파월 의장에게 풀기 어려운 과제를 남겼다.
 
파월 의장은 자신의 과제가 뭔지 백악관에서 불과 네 블록 떨어진 컨스티튜션 거리에 있는 거대한 연준 본부에서 취임 첫날 바로 느꼈을 것이다. 그날 전세계 증시가 폭락했다. 파월 의장에게는 전임자 앨런 그린스펀, 벤 버냉키와 유사한 상황 이 닥칠 수도 있다. 그린스펀은 1987년 취임 두 달도 채 되지 않아 1929년 이후 최악의 주가 폭락에 대응해야 했고, 버냉키는 2007년 이후 부동산 위기와 경기 불황의 후폭풍을 막아내야 했다.
 
연준이 파월 의장 체제에서 금리를 처음 결정하는 2018년 3월20~21일(이 글은 연준 회의 이전에 쓰였다 -편집자) 파월 의장은 지금까지 예고한 세 차례보다 더 자주 금리를 올릴지에 대해 시장에 신호를 보내야 할 수도 있다.
 
파월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끌려다니지 않을 독립적인 영혼이라고 판단하는 다비트 폴케르츠란다우 도이체방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서 인플레이션 위험이 커지고, 채권 금리는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제롬 파월 신임 의장은 아주 실용적인 사람이다. 다른 사람들이 말한다고 무작정 실행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안고 있는 막 대한 국가부채 때문에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에 거의 관심을 두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의 조세개혁은 국가재정 적자를 10년 이내에 무려 1조5천억달러(약 1606조 원)나 늘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추산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의견을 관철할지, 파월 의장이 트럼프의 주장을 힘껏 막아낼지 여부는 유럽으로서도 중요하다. 미국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고 트럼프가 달러 약세 정책을 고수한다면 유럽은 심각한 문제에 직면할 것이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 본부에는 종전에 감지하기 어렵던 긴 장감이 감돈다. 유럽중앙은행에서 막강한 권력을 쥔 집행이사회 이사들은 인플레이션을 2% 수준으로 유지하는 목표를 거의 이뤘다고 한때 착각했지만, 이젠 자신들의 정책이 부메랑으로 돌아오지 않을까 전전긍긍한다.
“우리는 낙관하면서도 동시에 조심스럽다.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효력을 발휘하고 경제의 기초가 튼튼해지면서 목표에 점점 다가가리라고 본다.” 유럽 중앙은행의 페터 프라트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말했다. “하지만 국제적 위험이 많아 면밀히 관찰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 집행이사회는 달러화의 초약세를 상당한 위험으로 간주한다. 유럽의 중앙은행들은 수년간 기준금리를 마이너스로 유지했고, 국채와 기업채를 대량 매입해 경기를 부양했다. 유럽중앙은행은 환율정책을 펴지 않겠다고 줄곧 강조하면서도 화폐를 경제적 무기로 활용했다. 유로 약세는 이런 환율정책의 (기대했던) 부수적 현상인데, 1년 전만 해도 1유로는 거의 1달러 수준이었다.
 
이후 가파르게 오른 유로의 가치는 유럽중앙은행 관계자들이 원치 않은 현상이었다. 그래서 미국 달러 약세를 선호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유럽중앙은행이 유독 까칠하게 반응한 것이다. 유럽중앙은행 집행이사회 브누아 쾨레 이사는 “전세계 그 누구도 통화 전쟁을 원치 않는다”며 다보스 세계경제포럼에서 미국에 직격탄을 날렸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2018년 2월 셋쨋주 초 스트라스부르에 있는 유럽 의회에서 유로의 급격한 부침으로 새로운 역풍이 불고 있다고 경고했다.
 
환율 위험 방어에 ‘사활’
“화폐 전쟁에서 미국의 돌발 행동에 반응하지 않으면 미국은 지속적으로 공격할 것”이라고 울리히 카터 데카방크(DekaBank) 수석이코노미스트가 말했다. “이 때문에 유럽중앙은행은 신속하고도 정확하게 반응해야 하고, 또 그렇게 했다.” 아직은 말로 하는 전쟁에 불과하지만 앞으로도 말의 전쟁에만 머물 거라고 보장할 수 없다. “유로 강세는 주변국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도이체방크 폴케르츠란다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말했다. “달러 가치가 계속 떨어지면 유럽중앙은행은 현재의 아주 느슨한 통화정책을 연장해야 할 수도 있다.”
 
배리 아이컨그린 교수는 트럼프 정부의 환율 게임을 다른 이유에서 위험하다고 본다. 투자자들이 미국 정부가 신용도를 높이 유지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을 품는 순간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 순간이 오면 투자자들은 달러를 시장에 대규모로 던질 것이고, 달러 가치는 기대보다 더 빨리 하락할 수 있다. 이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는 특히 유럽 기업들의 이해에 부합하지 않는다. 달러 약세가 아직은 유럽 경제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1유로에 1.24∼1.30달러 수준이 적정한 환율이라고 본다. 하지만 달러 가치가 계속 떨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유럽 수출은 1유로에 1.35∼1.40달러가 되면 어려워질 것이다. 달러 환율이 이 방향으로 갈 개연성이 충분히 있다.” 폴케르츠란다우 수석이코노미스트의 지적이다. 달러 약세는 닥스(독일 증권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의 종합주가지수 -편집자)에 편입된 대기업으로선 큰 문제가 아니지만, 수익률이 높지 않은 중소기업과 고부가가치 제품을 수출 못해 치열한 가격경쟁을 벌이는 이탈리아와 스페인 기업들에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닥스에 편입된 독일 대기업들은 매출액의 20~50%를 미국에서 벌지만 세계화 이전처럼 환율의 부침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우리는 지난 10년 동안 가치 창출을 상당히 국제화했고, 달러와 다른 화폐의 환율 변동 위험을 큰 폭으로 줄였다”고 베엠베(BMW)그룹 파이낸싱부문 노르베르트 마이어 총괄담당이 말했다. 마이어는 지난 금융위기 직전에 유레카를 체험했다. 당시 1유로가 1.50달러까지 오르면서 BMW의 미국 사업에 악영향을 미쳤다. 이후 BMW와 많은 대기업은 환율 위험에 대비했다.
 
BMW는 2017년 미국에서 35만3천 대를 판매했지만 사우스캐롤라이나주 스파튼버그 공장의 생산량은 약 40만 대다. 달러 위험을 숫자로 환산하면 수십억달러에 이른다. BMW가 미국에 차량 외에 엔진도 판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BMW가 원자재와 다른 반제품을 미국 달러로 조달하고 환율 변동 대비책을 마련했기 때문에 위험은 크지 않다.
 
에어버스 납품업자인 롤프 필리프 같은 중소기업인들에게 국외 생산기지는 대체로 수지가 맞지 않는다. 납품 체계에서 아래에 있을수록 반제품 등을 미국 달러로 조달하는 것이 더 힘들다고 롤프 필리프 CEO는 설명했다. 납품 주문의 최대치를 환율변동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필리프 CEO를 비롯한 중소기업인에게는 유일한 리스크 감소 방법이다. 하지만 환율변동보험이 워낙 고가이고, 달러 가치가 떨어질수록 보험료는 더 비싸진다.
 
그러나 여러 중소기업인과 대기업, 그리고 세계경제에 달러 약세보다 더 심각한 것이 있다.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위험천만한 경제정책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경제 호황의 갑작스러운 종료를 불러오리라는 점이다. 이는 오로지 패자만 있는 화폐 냉전의 끝이다. 
 
*2018년 4월호 종이 잡지 73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7호
Kalter Währungskrieg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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