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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안경을 벗어던져라!”
[Focus]‘욕망의 분화구’ 독일 부동산시장- ② 냉정한 현실
[96호] 2018년 04월 01일 (일) 마르틴 헤세 economyinsight@hani.co.kr
투기 바람에 섣부른 부동산 매입은 금물… 장기적 소득과 원리금 상환 등 검토 필수 
 
내 집 마련은 평생의 꿈이다. 꿈을 실현하려다보면 이성보다 감성에 빠지기 쉽다. 부동산 거래는 이성적으로 해야 한다. 부동산을 살 때는 자신의 상환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대출 상환과 소득이 균형을 이루는지, 주택 소유에 따른 비용을 감당할 능력이 있는지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매매업자와의 계약서 작성도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 빈틈없이 해야 한 다. 옆에서 바람을 넣는 부동산중개업자의 감언이설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야 한다. 부동산 거래는 한번 결정하면 다시 되돌리기 어렵다.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알렉산더 융 Alexander Jung 
지모네 잘덴 Simone Salden 
아네 자이트 Anne Seith <슈피겔> 기자 
 
   
▲ 독일 베를린 동쪽 강변에 있는 고급 아파트. 부동산 투자의 적기는 ‘지금’이라는 말이 있지만, 금융상품 등 다른 투자 수단을 포기하는 기회비용도 고려해야 한다. REUTERS
“자기 집을 짓는 사람은 향후 10년, 15년, 20년 동안 자신이 매월 주택에 얼마나 돈을 치러야 하는지 비교적 확실히 안다. 하지만 향후 몇 년간 임대료가 얼마나 오를지 아는 사람은 없다.” 이는 수많은 내 집 마련자가 자신의 결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나열하는 근거 중 하나다. 임대료에 돈을 써버리느니 보유 주택에 매월 2 천유로(약 263만원)를 지출하는 편이 훨씬 의미 있다는 것도 내 집 마련의 근거로 자주 언급된다.
 
부동산 컨설턴트 토마스 폴코머는 이런 판단이 모두 잘못됐다고 단호히 말한다. “많은 사람이 이런 계산을 하며 유지관리비와 토지세, 부대비용을 잊고 내 집 마련에 상당한 자기자본을 투입해야 한다는 사실을 도외시한다. 이 돈은 다른 곳에 재테크하지 못한 기회비용이기도 하다.”
 
폴코머는 이를 48만3천유로(약 6억 3600만원) 상당의 115m² 주택 사례를 통해 설명한다. “이 주택을 산 사람이 다른 재테크 수단에 투자했다면 돈을 더 벌었을 것이다. 물론 집을 사지 않으면 월세를 계속 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말이다.” 월세와 집값이 똑같이 연평균 1% 오른다고 가정하면 대안 재테크 수익률은 3.7%일 것이라고 그는 계산한다. 주택 매매가와 임대료가 2% 오르면 수익률은 5.3%가 될 것이다.
 
국제 지수를 토대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하고 특정 주가지수의 움직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펀드 -편집자)에 투자하면 충분히 이 정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폴코머 는 설명한다. 이런 재테크 수단의 표본으로 일컫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MSCI) 세계지수는 지난 30년 동안 온갖 경제위기와 증시 하락 속에서도 매년 평균 수익률 8%를 기록했다.
 
하지만 폴코머의 계산법에도 맹점은 있다. 바로 ‘ 사람’이라는 요인을 소홀히 한 것이다. 어떻게 해야 재테크를 가장 잘할지는 이성적 논거로만 도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을 기본적으로 카지노와 동급으로 보고 주식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모두 믿지 못하는 사람에게 재산 대부분을 주식에 투자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다. 소비자보호단체들이 폭넓게 분산 투자된 유가증권 포트폴리오가 장기적으로 수지가 맞다고 아무리 강조해도, 몇 년간 손해를 감수하며 수익 을 얻기까지 기다리려면 신경이 튼튼해야 한다. 현재 독일인 수백만 명이 이자를 전 혀 기대할 수 없는 보통예금에 자산을 넣어두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여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주택 보유자는 퇴직 시점까지 세입자보다 자산을 더 많이 모은다고 한다. 그 이유는 심리적인 것일 때가 많다. 자가주택의 대출을 갚는 사람은 근검절약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빚이 있는 주택 보유자는 대출을 하루빨리 상환하고 싶어 비싼 레스토랑을 가지 않거나 해외여행을 가지 않는 식이라는 이야기다.
 
금융컨설턴트 폴코머가 말했다. “부동산 매입 결정은 머리가 아니라 감정에 달렸다. 많은 사람이 무언가 소유하길 원한다. 주택시장에 시설이나 크기 등 자신에 게 꼭 맞는 임대주택이 있어도 임대를 선택하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폴코머는 한 의사 부부에게 매입대금을 100% 대출해서 부동산을 사라고 조언한 적도 있다. 의사 부부는 해당 지역에서 적합한 임대주택을 찾는 데 끝내 실패한 뒤였다. “의사 부부의 세후 수입은 매달 6 천유로(약 790만원)였다. 그 정도 수입이 면 100% 대출을 받더라도 충분히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그래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대다수 사람에게 부동산은 인생 최대의 투자로 서, 독일 금융시장 표현에 따르면 ‘상관성 위험’을 안고 있다. 부동산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거나 예상치 않게 높은 비용이 발생하면 한 가정의 금융계획이 완전히 망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 평생 꿈인 보금자리를 마련할 때는 현재 자산과 향후 수입의 안정성, 노후 재테크 등을 장기적 관점에서 계산해야 한다. 독일 베를린 강가에 대형 거주 단지가 건설 중이다. REUTERS
부동산 매매자의 속임수
리하르트 캄은 내 집 마련의 꿈이 순식간에 악몽이 될 수 있음을 잘 안다. 정보 기술(IT) 전문가인 캄은 2016년 대다수 베를린 시민들처럼 여자친구, 아들과 함께 살 집을 찾고 있었다. 주택 매물은 별로 없고, 매매 가격은 이미 그가 감당하기에 터무니없을 정도로 오른 상태였다. 그는 베를린 동부의 신축 연립주택단지 홍 보물을 봤을 때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연립주택단지는 교통이 번잡한 도로 바로 옆에 있었지만, 1m² 가격이 3500유로 (약 460만원)도 채 되지 않았고 거대한 공동 정원이 있는 단지 구조는 교통 소음을 상쇄할 만큼 고즈넉한 마을 분위기를 풍겼다.
 
해당 매물은 믿음이 갔고, 부동산업자도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다며 서두르라고 은근히 재촉했다. 캄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약 5천유로(약 658만원)의 계약금을 걸어 매매계약서에 서명했다. 그는 계약한 주택에 입주하는 기대를 아직 버리지 않고 있다. 그는 해당 연립주택단지에 나쁜 영향을 더는 끼치기 싫다며 기사에 익명을 요구했다.
 
하지만 직접 가본 연립주택단지 현장은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공사가 채 끝나지 않아, 현장은 혼란스러웠다. 공사 계획은 지켜지지 않았고, 전자우편으로 문의를 해도 답장이 없었다. 캄은 지금까지도 공사 일정을 전해듣지 못했다. 게다가 그는 주택 소유주로 아직 등기부에 등록도 돼 있지 않다.
 
그는 해당 연립주택단지에 대해 불안한 소식도 들었다. 공사 과정에서 건설시행 사의 대리인 구실을 했던 공증인이 수년째 감옥살이를 한다는 것이다. 고객들의 돈 수백만유로를 횡령한 혐의 때문이다. 다른 책임자는 몇 년 전 악질적인 투자 사기 사건에 연루돼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캄은 건설시행사의 실체를 진작에 파악 했어야 한다고 자책했다. 그는 건설시행 사 대표를 만나던 때를 아직 생생히 기억한다. 만남 뒤돌아서면서 건설시행사 대표는 붉은색 컨버터블(차 지붕을 접었다 펼 수 있는 차 -편집자)에 올라타며 “건설 회사가 정보기술보다 낫다니까요!”라며 거들먹거렸다고 한다.
 
“내가 당시 얼마나 절박했으면 그런 사람과 거래했는지 나 자신도 이해되지 않을 정도다.” 캄의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연립주택의 입주 예정일은 2017년 7월15일이다. 그런데 입주 예정일 8주 전에 입주가 예정보다 늦어진다는 전자우편 통보를 갑작스레 받았다. 연립주택단지는 아직 골격도 완성되지 않은 상태다. 캄의 변호사가 건설시행사를 압박하자, 건설시 행사는 매매계약 해지를 기꺼이 논의할 수 있다고 짧게 답했다. “입주 예정자의 개별 요청에 대한 추가 협의는 향후 불가 능하다”고도 했다.
 
캄의 변호사 랄프페터 로제는 “건설시 행사가 이렇게 뻔뻔하게 나올 경우 대응책이 별로 없다”고 말했다. 매매계약서에 합의된 입주 날짜를 지키지 못할 경우 구 체적인 제재 조항이 명시돼 있지 않았다. 로제 변호사가 현재 할 수 있는 방안은 임대 피해액과 은행이 요구할지 모르는 대출 약정 이자의 배상을 주장하는 것이 고작이다. “그러면 건설시행사는 숨이 넘어갈 정도로 웃는다”고 로제 변호사는 자조적으로 말했다.
 
로제 변호사에 따르면, 주택 매입자는 현재 시장에서 철저히 을의 위치에 있다. “많은 공증인이 작성하는 매매계약서는 점점 주택 매입자에게 불리하고, 부동산 판매자들은 추가 협상에 아예 응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로제 변호사는 주택시장 상황을 잘 안다. 주택매입자보호연맹의 변호인이기도 한 그는 매달 베를린 주택의 매매계약서 10여 개 이상을 검토한다. 그가 매매계약서 텍스트에 분홍색이나 파란색으로 적어넣은 메모는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들이 주택거래의 잠재적 위험성을 인지하도록 도와준다.
 
로제 변호사는 자신이 최근 검토한 매매계약서 하나를 내밀어 보여줬다. 계약서에는 그의 자필 메모가 빼곡했다. 로제 변호사에 따르면 공사 시작일과 완료일이 불분명하거나, 위약금이 명시되지 않은 매매계약서도 많다. 그리고 적지 않은 건 설시행사들과 부동산 판매자들은 매매 계약서에서 법적 임대인 보호 장치를 빼 는 데 혈안이 돼 있다.
 
집값 분할 납부를 예로 들어보자. 주택 매입자가 건축물의 흠을 발견했을 때 압박 할 수 있도록 거래 대금은 보통 몇 차례로 나눠 지급한다. 총매매가의 얼마를 언제 지불할지 법적 상한선이 있다. 지난 2년간 로제 변호사의 손을 거친 매매계약서는 법적 상한선을 어긴 경우가 꽤 많았다.
 
또 적지 않은 건설시행사가 보증 의무의 예외조항을 계약서에 넣으려 했다고 로제 변호사가 말했다. “법적 조항은 오해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분명하다. 주택 공사와 관련한 모든 보증 의무는 단 하루도 모자라지 않는 정확히 5년이다.” 물론 이렇게 명명백백한 위법에 대해서는 분쟁이 일어날 경우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몇 년을 끌지 모르는 법적 분쟁을 이겨낼 인내와 돈이 필요하다.
 
신축 건물 매입자들에게는 그럴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다. 이들은 새집에 입주하기 원하고, 그러려면 시공사와 어떻게 든 소통해야 한다. “주택 매입자들의 운명은 전적으로 시공사 손에 달렸다”고 로제 변호사는 지적했다. 이 때문에 많은 시공사들이 주택 매입자의 처지를 무자비하게 악용한다.
 
로제 변호사는 신축 주택 판매자가 준 공도 되지 않은 주택을 인수받으라고 요구하는 경우를 수없이 겪었다. “발코니나 베란다가 다 만들어지 않은 적도 있었다. 한쪽 방구석에 타일이 깔리지 않거나 잠금장치가 없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린 자녀들을 데리고 입주할 수는 없지 않은가?”
 
내 집 마련의 미련
21세기 대도시에 사는 현대인의 삶은 부모 세대의 삶과 비교할 수 없다. 대도시 현대인들은 미래의 삶을 계획하기 어려워졌다. 수십 년 동안 한 직장에서 일하던 시대는 오래전 끝났다. 구인광고에서 근 무지에 대한 유연성은 빠지지 않는 요건 이다.
 
또한 적잖은 부부가 이혼하며, 질병과 사망은 제아무리 꼼꼼하게 준비한 노후 대책조차 며칠 만에 휴지 조각으로 만들어버릴 수 있다. 이혼한 부부가 부동산을 분할하거나 주택대출을 바로 상환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명한 금융전략가라면 안전한 재테크 수단이라는 내 집 마련이 ‘ 상관성 위험’이라는 사실을 바로 이 순간 분명하게 깨닫는다.
 
함부르크에서 변호사로 일하는 페트라 노르트호프는 직업 때문에 부동산 매입의 끝부터 생각한다. 파산법 전문가인 노 르트호프 변호사는 내 집 마련이라는 부푼 꿈이 막대한 부채로 끝나버린 경우를 수없이 접했다. “장밋빛 안경을 벗어던지 세요!”라는 그의 첫 도움말은 평범하면서도 아주 중요하다.
 
이 말은 재정적 여건이 영원히 봄날처럼 좋을 것으로 가정해 무모한 대출을 받지 말라는 뜻이다. 즉, 자기자본 전체를 부대비용에 써버리고 집값은 100% 대출로 충당하는 무모한 행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대출은 언젠가 갚아야할 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현재 금리가 낮다고 10년 고정이율로 대출을 받아 매년 대출액의 1.5~2%만을 상환하는 짓은 미쳤다는 것이다. 이렇게 장기간에 상환하려면 전체 대출금 상환에 족히 30~40년이 걸린다.
 
늦어도 연금 개시 전에 부동산 대출액을 상환하는 것이 좋다. 물론 그보다 10년 전에 대출을 전액 상환하고 노후 대책을 세우는 것이 최상이다. 토마스 폴코머는 이자와 원금을 포함해 전체 대출액의 약 6%를 매년 상환해야 한다는 점도 고객에게 끊임없이 주지시킨다. 이자가 2%라면 원금 4%를, 이자가 3%면 원금 3%를 상환하라는 말이다. 대출액이 30만유로(약 3억9500만원)일 경우 토지세, 유지관리비, 행정비를 포함해 매달 1500유로(약 197만원)를 상환해야 한다. 장밋빛 안경을 벗어던진 이 계산법이 인터넷에 퍼져 있는 대출 상환 계산액보다 훨씬 객관적이다.
 
꿈의 궁전을 사려고, 자신의 재정적 여력에 맞는 대출 조건을 찾으려 애써본들 소용없다. 10년 고정이율은 매력적 조건으로 보이지만 위험부담도 있다. 대출금리가 오르는 10년 뒤, 소득은 늘지 않고 상환 기간이 아직 10~20년 남았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금리가 두 배로 뛰거나, 현재 금리 기조로 봤을 때 심지어 세 배로 뛴다면 무슨 일이 벌어질지 냉정하게 계산해보라”고 노르트호프 변호사는 충고한다.
 
재정적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험 요인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정말 감수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것이다. 이는 부동산, 주식, 보통예금 모두에 해당한다.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점도 있는데, 부동산 매입은 한번 결정하면 철회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동산 매입의 부대비용을 회수하기까지 몇 년이 걸린다. 그것도 가격이 오를 때만 가능하다.
 
대다수 사람은 내 집 마련 결정을 일생에 단 한 번 한다. 유리한 구매라고 홍보하거나 10여 명이 서로 계약하려는 상황이라고 떠드는 열성적인 부동산중개업자나 집주인의 압박에도 초연해야 한다. 그리고 주택 매입에 50만유로(약 6억5800만원)를 투자할 계획이라면 계약서에 서명하기 전 전문가에게 자문료 수백유로를 주더라도 전체 계약 서류의 검토를 맡길 필요가 있다. 전문가가 계약서에서 허점을 발견해 결국 내 집 마련의 꿈이 깨지더라도 말이다.

*2018년 4월호 종이 잡지 92쪽에 실렸습니다.
ⓒ Der Spiegel 2018년 6호
Der Wohnungswahn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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