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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사냥꾼’ 동원, 중 ‘철강 자존심’ 살리기
[권말 특집]격랑에 휩싸인 세계 철강산업- ③ 중국 충칭강철 구조조정기 1
[96호] 2018년 04월 01일 (일) 판뤄훙 economyinsight@hani.co.kr

미국 WL로스앤드컴퍼니와 중국 최대 철강업체 손잡고 펀드 설립… 5개월 만에 회생 절차 마무리

중국 철강산업이 2015년부터 침체기에 들어선 뒤 부채가 심각한 철강기업들이 잇달아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산시 지역에서 가장 부유한 기업이던 하이신강철그룹과 오랜 역사를 지닌 동북특수 강, 충칭강철 등이다. 이들은 부채가 자산을 넘어선 상태로, 지원을 받을수록 부채가 늘어나는 지방 국유기업의 고질병도 앓고 있었다. 다른 업체들과 달리, 충칭강철은 최초로 시장 규칙에 따라 운영하는 사모펀드의 손에 넘어갔다. 미국 상무장관 윌버 로스가 설립한 기업사냥 전문업체인 WL로스앤드컴퍼니가 중국 최대 철강기업 바오우그룹과 손잡고 펀드를 설립해 충칭강철을 인수했다. 1890년 극동 지역 최초로 설립된 철강기업을 모태로 한 중국 철강의 ‘역사’를 살리는 데 미국 금융자본과 중국 철강업계가 손잡은 셈이다.

판뤄훙 范若虹 <차이신주간> 기자 
 
   
▲ 중국 허베이성 우한의 철강제품 생산공장. 중국 철강산업이 과잉생산으로 침체기에 접어든 2015년부터 철강업체들의 파산이 잇따르고 있다. REUTERS
5개월 넘게 주식거래가 중지됐던 충칭강철주식유한공사(重慶鋼鐵)가 기업회생 절차를 마무리하고 2018년부터 주식거래를 시작했다. 2017년 9월 말 충칭강철의 부채는 376억7천만 위안(약 6조3415억원), 자산은 366억9천만위안으로 부채비율이 103%였다. 충칭강철의 회생을 맡은 창서우(長壽)강철유한공사는 2017년 10월 충칭강철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됐다. 창서우강철은 쓰위안허(四源合)강철산업지분투자기금중심과 충칭전략신흥 산업지분투자기금파트너기업이 출자했다. 양쪽은 창서우강철의 지분을 각각 75%, 25% 보유하고 있다.
 
쓰위안허기금은 참여업체의 면모가 화려하다. 중국바오 우(寶武)강철그룹유한공사가 미국 WL로스앤드컴퍼니(WL Ross&Co), 중미(中美)녹색동방투자관리유한공사, 차이나머천 트(招商局)그룹과 공동으로 조성한 중국 최초의 철강산업 구조 조정 지원 펀드다. 충칭전략기금은 충칭산업인도지분투자기금 과 충칭시 국유기업이 조성한 투자펀드다.
 
창서우강철은 충칭강철이 구조조정을 완료한 뒤 세후이익이 2018년 10억3천만위안(약 1738억원), 2019년 17억위안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 또 2022년부터는 23억위안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 목표를 달성한다면, 충칭강철의 과거 실적과는 선명 한 대조를 이룰 것이다. 충칭강철은 2015년과 2016년에 연속 적자였다. 적자 규모는 각각 59억8700만위안과 46억8700만위안 이다. 이어 2017년 3월 ‘관리종목’으로 분류됐고, 1~3분기 8억8 천만위안의 적자를 기록했다.
 
‘신의 속도’로 구조조정 
충칭강철은 2017년 7월 충칭시 제1중급인민법원이 기업회생 개시를 결정한 뒤 5개월 만에 구조조정을 끝냈다. 다른 철강회사들이 전략적 투자자를 물색하고 기업 실사 등 복잡한 과정을 거치느라 구조조정 마무리까지 1년 넘는 시간을 보낸 데 비하면 ‘신의 속도’다. 회생 절차를 시작하기 전에 주도면밀한 계획을 세운 것도 아니었다.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시작했고, 심지어 2017년 10월 설립된 신생 회사가 인수자로 나섰다. 창서우강철 의 지배주주인 쓰위안허기금은 9월, 실제 지배주주인 쓰위안허 지분투자관리유한공사(쓰위안허투자)는 7월 설립됐다. 충칭강 철이 회생 절차에 들어간 뒤 인수 주체들이 설립된 것이다.
 
다른 철강회사들의 구조조정 과정에 비하면 ‘순풍에 돛 단 듯’ 진행됐다. 하지만 충칭시 정부에 주어진 시간이 얼마 없었고 모든 것이 긴박하게 진행됐다. 시기를 놓치면 상장사가 보유한 거래 자격이라는 ‘껍데기’도 지킬 수 없었다. 회생 계획이 전적으로 악성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債轉股)에 의존하는 방식이어서 ‘껍데기’를 잃으면 회생 자체가 불가능했다. 상장이 폐지될 때 17만 주주들에게 끼칠 피해도 상상하기 힘들었다.
 
충칭강철은 2018년 1월3일 회생 절차를 끝내고 주식거래를 재개했다. 구조조정으로 얻은 수익 21억위안은 2017년 순이익으로 계상했다. 충칭강철은 2017년 영업외 손익을 공제한 뒤 17억7 천만위안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구조조정 수익과 합산하면 약 3 억3천만위안의 흑자라고 설명했다. 충칭강철이 2017년 흑자경영으로 전환해 ‘껍데기’를 지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인수업체 둘러싼 오해 
위훙 쓰위안허기금 이사 겸 창서우강철 이사회 비서는 “충칭시 정부의 전폭적 지원 덕분에 구조조정을 순조롭게 마쳤다”고 말했다. 인수자인 창서우강철이 출자한 40억위안에는 충칭시 정부가 충칭전략신흥기금으로 출자한 10억위안이 포함돼 있다. 충칭시 정부는 충칭강철의 전 지배주주였던 충칭강철그룹을 통해서도 30억위안을 출자했다. 충칭강철그룹은 충칭강철의 전체 지분을 창서우강철에 양도했고, 창서우강철은 지분 23.51%를 보유해 지배주주가 됐다.
 
충칭시 정부는 퇴직 직원의 정착 비용도 일부 지원했다. 충칭 강철 직원은 약 8천 명이다. 시 정부는 인수자가 퇴직 직원의 수당을 부담하지 않고 재직 직원만 책임지도록 함으로써 인수자의 퇴직 직원 복리후생 부담을 덜어줬다.
 
구조조정의 핵심 문제는 자금이다. 쓰위안허투자와 쓰위안허 기금, 창서우강철은 출자 구조가 복잡하다. 쓰위안허기금은 창 서우강철의 지분 75%를 확보한 지배주주다. 쓰위안허투자는 쓰 위안허기금의 매니징 파트너이자 운용사(GP)이며, 창서우강철 의 실질적인 지배주주다.
 
충칭강철은 쓰위안허기금의 리드투자자가 바오우그룹이라고 밝혔다. 2017년 9월 충칭강철이 처음 인수자를 발표했을 때 시장에서는 인수자가 바오우그룹이라고 단정했다. 그 뒤 발표된 회생 계획에도 “인수자는 회생 계획 실행을 완료한 뒤 5년 동안 바오우 그룹 또는 그룹이 지배하는 자회사를 제외한 제3자에 상장사 지배권을 양도하지 않을 것을 약속한다”고 명시했다. 이 정보로 인해 사람들은 바오우그룹이 충칭강철을 인수할 것이라고 믿었다.
 
바오우그룹은 중국 최대, 세계 2위의 철강회사다. 2016년 12월 중국의 양대 국유 철강회사인 바오산강철(寶山鋼鐵)과 우한 강철(武漢鋼鐵)이 합병해 탄생했다. 연간 철강 6500만t을 생산 하고, 자산총액이 7천억위안이다. 시장의 추측대로 바오우그룹 이 인수한다면 충칭강철에 고무적인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 미국 상무장관 윌버 로스(왼쪽)가 2017년 9월 중난하이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로스가 설립한 기업사냥 전문업체 WL로스앤드컴퍼니가 주도하는 사모펀드가 충칭강철을 인수했다. REUTERS
 
인수단의 구성 
하지만 위훙 쓰위안허기금 이사는 시장의 방식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한다며, 바오우그룹이 회생을 보증한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바오우그룹이 쓰위안허기금의 재무적 투자자일 뿐 지배주주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물론 쓰위안허기금과 쓰 위안허투자, 창서우강철의 직원 대부분이 바오우그룹 출신이지 만, 그들은 입사 전 바오우그룹에서 이직해 바오우그룹과 관련이 없다고 했다. 시장의 오해가 즉각 풀리진 않았다. 2017년 9월 쓰위안허기금이 충칭강철과 구조조정 논의를 위해 접촉했을 때 충칭시 정부 관계자는 공문을 바오우그룹으로 보냈고, 바오우그 룹이 기금 쪽으로 공문을 전달했다. 충칭시 정부도 ‘ 오해’했던 것으로 보인다.
 
충칭시 정부가 출자한 40억위안과 ‘쓰위안허 계열’에서 모은 30억위안으로는 회생 계획에서 확정한 채무 변제 목표를 맞출 수 없었다. 창서우강철과 충칭강철은 국가개발은행에서 35억위 안을 대출받았다. 국가개발은행은 충칭강철의 최대 채권자로 충 칭강철의 담보채권 87억위안을 갖고 있었다.
 
쓰위안허기금의 창립은 미국 WL로스앤드컴퍼니에서 시작됐다. 현재 미국 상무장관인 윌버 로스가 2000년 창립한 이 회사는 주로 중화학공업 분야 부실 자산에 투자해온 펀드로, ‘대머리 독수리 회사’로 불렸다. 당시 미국 철강업계는 과잉생산 문제가 심각해 파산 위기에 직면한 업체가 많았다. 로스는 2002년 파산한 철강회사 몇 곳을 낮은 가격으로 인수해 미국 최대 철강 그룹인 인터내셔널스틸그룹(ISG)으로 합병했다. 이후 미국 정부가 수입 강재에 고액의 관세를 징수하면서 미국 철강업계는 침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 3년 뒤 WL로스앤드컴퍼니는 세계 2위였던 인도의 미탈스틸(Mittal Steel)에 ISG를 매각해 두 배 넘 는 수익을 챙겼다.
 
2015년 중국 철강업계가 침체에 빠지자 중국 정부는 과잉생산 해소와 합병·구조조정을 독려했다. WL로스앤드컴퍼니는 중국 철강업계가 미국이 겪었던 전환기를 맞은 것으로 판단하고 투자를 희망했다. 그들은 중국 최대 철강회사 바오우그룹을 찾았다. 바오우그룹으로선 국유기업인 바오산강철과 우한강철이 합병한 직후여서 대규모 인수 건을 앞장서 추진하기에 역부족이었다. 미국의 성공 사례를 참고해, 투자자를 더 모집하고 시장경제식 펀드를 운용하는 방식으로 부실자산에 투자하길 원했다. 그 결과, 2017년 4월 중국 최초의 철강산업 구조조정 펀드를 조성하기 위한 계약이 상하이에서 체결됐다.
 
펀드 이름을 ‘쓰위안허’로 하고, 펀드운용사로 쓰위안허투자 를 선정했다. 출자총액은 10억위안(약 1687억원)이며, WL로스 앤드컴퍼니와 바오우그룹, 중미녹색펀드, 차이나머천트그룹이 각각 지분 26%, 25%, 25%, 24%를 보유했다. 중미녹색펀드는 시진핑 주석이 방미 기간에 체결한 협력사업으로, 녹색성장을 지원하는 정부 주도의 상업 펀드다. 철강산업을 환경보호를 위한 투자 기회로 간주하고 합류했다. 차이나머천트그룹은 수송과 토지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재무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한 관계자는 바오우그룹과 차이나머천트그룹이 대형 국유기업이기 때문에 이들이 펀드의 지배주주가 되면 국유자산관리위원회의 제한을 받는다며, 이 때문에 차이나머천트의 지분 1%를 WL로 스앤드컴퍼니에 양도해 비국유기업이 지배하는 혼합소유제 펀드로 설립됐다고 말했다. 위훙 이사는 “쓰위안허기금의 규모를 400억~800억위안으로 키워, 4천만~5천만t 규모의 철강 생산 능력을 갖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2018년 4월호 종이 잡지 104쪽에 실렸습니다.
ⓒ 財新週刊 2018년 제6호 
重鋼重組記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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