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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충칭시, 전폭 지원 앞세워 ‘구애’
[권말 특집]격랑에 휩싸인 세계 철강산업- ④ 중국 충칭강철 구조조정기 2
[96호] 2018년 04월 01일 (일) 판뤄훙 economyinsight@hani.co.kr
퇴출 미루다 부실 키워 민간 매각 실패… 값싼 철강기업 찾던 사모펀드와 이해 맞물려 
 
2009~2016년 충칭강철은 흑자와 적자를 되풀이했다. 해마다 정부 보조금과 모회사 충칭강철그룹의 지원을 받았다. 이 기간 외부에서 수혈한 금액이 101억위안을 넘었지만, 144억위안(약 2 조4246억원) 이상의 적자를 기록했다. 2016년 말 자산총액 364 억위안에 부채비율 100%를 넘긴 이 기업은 누가 봐도 가망이 없었다. 충칭시는 민영 철강기업들이 충칭강철을 인수하기를 바랐으나 협상은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기댈 곳이 사모펀드였다. 기업 실사에서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결론도 나 왔다. 하지만 중국 국유기업의 고질병이 만만치 않아 기업회생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판뤄훙 范若虹 <차이신주간> 기자 
 
   
▲ 중국 충칭시 윈양의 하적장에서 노동자가 건축용 강재 절단 작업을 하고 있다. 충칭지역에선 건축용 강재의 수요가 많지만, 충칭강철은 조선용 중후판을 주력제품으로 해 판매 부진과 공장 가동률 하락에 시달리고 있다. REUTERS
“충칭강철은 전국 30여 개 철강 분야 상장사 가운데 순위가 가장 밀리는 기업이다. 경영 상태가 열악해 인수자를 찾기 힘들다.” 2017년 초 철강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충칭강철이 회생 절차에 들어가기 6개월 전인 2017년 1월, 리싱창 충칭시 국유자산위원회 부주임과 류자차이 충칭강철그룹 회장이 중국 최대 민영 철강기업인 사강그룹(沙鋼集團)을 찾아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사강그룹이 충칭강철을 인수하길 바랐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사강그룹은 충칭강철의 부채가 많고 구조가 합리적이지 않아 부담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 충칭시 국유자산위원회는 다른 철강기업도 찾아갔지만 소득이 없었다.
 
충칭강철의 취약점 
충칭강철은 1997년 8월 설립됐다. 충칭시 국유자산위원회 소속 충칭강철그룹유한공사가 지분47.27%를 소유했다. 충칭강철 그룹의 전신은 1890년 후광(후베이성과 후난성 -편집자) 총독 장즈둥이 설립한 한양제철공장(漢陽鐵廠)이다. 당시 극동 지역 에서 처음 설립된 최대 규모, 최고 기술을 보유한 철강기업이었다. 항일전쟁 때 충칭으로 이전했다. 1949년 이후 마오쩌둥과 덩 샤오핑, 장쩌민 등 정부 지도자가 충칭강철을 방문할 정도다.
 
2011년 9월 충칭강철은 충칭시 정부의 요구대로 환경보호를 위해 도심 지역에서 외곽으로 공장을 이전했다. 충칭강철그룹 관계자는 충칭강철이 오늘날 이 지경이 된 데는 공장 이전에 따른 채무의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철강기업이 공장을 이전하는 것은 다시 짓는 것을 뜻한다. 국유자본경영회사 위푸그룹(?富集團)이 충칭강철의 다두커우구 공장 부지 8천 묘(약 5300㎡)를 수용하는 대가로 토지보상금 140억위안(약 2조3660억원)을 지급했다. 이 관계자는 “4년 동안 이주하면서 360억위안(약 6조 1천억원)을 지출했다”며 “140억위안 이외의 자금은 은행 대출로 충당해 부채비율이 크게 오르고 많은 재무비용이 발생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설상가상으로 충칭강철은 주력 제품이 중후판이며, 조선용 강재가 대표 상품이다. 충칭강철이 생산한 조선용 강재는 중국 기업으로는 처음 9개국 선급사의 인증을 받았다. 두께 70mm 이상의 E40/E47 고강도 선박용 강판을 독자 개발해 국내시장의 공백을 메웠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조선용 강재의 수요와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2000년 t당 5천위안(약 84만 원)이 넘던 조선용 강판 가격이 t당 3천위안이 됐다.
 
충칭시 정부 요직에 있던 공무원은 회사가 내륙지역 깊숙한 곳에 있는 것도 치명적 단점이라고 지적했다.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수입한 철광석을 상하이항에서 충칭강철 부두까지 운반하려면 창장강을 약 2천km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해마다 철광석 약 1천만t이 필요한데 운반비용을 t당 200위안으로 계산할 때 내륙 수운 비용만 20억위안(약 3400억원)이 든다. 하지만 충칭시 정부는 자금 수혈을 멈추지 않았다. 충칭강철은 역사가 유구하고 너무 많은 명예를 짊어지고 있어 시 지도부가 자신들의 재임 기간 중에 문 닫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이 공무원은 말했다.
 
   
▲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필바라 지역 헤드랜드 항구 남쪽의 철광석 광산. 충칭강철은 내륙에 위치해 철광석 운반비용이 경쟁업체들보다 더 드는 약점이 있다. REUTERS
희망적인 기업 실사 결과 
2015년 중국 철강업계는 침체기에 빠졌고, 그해 12월 말에 열린 중앙경제공작회의는 공급구조 개혁을 추진하도록 확정했다. ‘과잉생산 해소’의 핵심은 ‘좀비기업’ 퇴출이었다. 2015년과 2016년 충칭강철의 생산량은 각각 329만t과 230만t으로, 830만t인 생산능력의 28~40%에 불과했다. 충칭강철은 정부의 짐이 되었을 뿐 아니라 모회사 충칭강철그룹의 성장 발목을 잡았다. 앞에서 소개한 충칭시 공무원은 당시 충칭시가 과잉생산 해소 대상에 충칭강철을 포함하려 했지만, 그 화려한 역사 때문에 끝내 포기했다고 말했다.
 
업계 통계에 따르면, 충칭강철의 2017년 생산량은 약 410만t으로 2016년보다 56% 늘었다. 강재 가격이 올랐기 때문이다. 적 자폭을 줄였고 철강업계 분위기가 반전됐지만, 공장가동률이 49%에 그치는 등 충칭강철의 상황은 여전히 암담했다. 철강협회 통계를 보면, 2017년 1~9월 철강산업의 수익은 전년 동기 대 비 118.5% 늘어난 2413억4천만위안(약 40조7천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주요 철강기업의 이익은 1138억위안으로, 증가폭이 3.68배에 이른다.
 
2017년 6월 후지취안 충칭시 국유자산위원회 주임은 충칭강 철의 은행 채권단과 중소 주주들이 채무의 출자 전환을 통해 부 채비율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쓰촨성 더양시에 있는 중국제2중형기계그룹공사(중국2중)의 사례를 들면서 “몇 년 뒤 이익이 발생하면 주식을 팔 수 있지만, 지금 회사가 파산하면 채권단과 주주 모두 한 푼도 가져가지 못한다”고 말했다.
 
2014년 말 중국2중의 자산부채비율은 133.7%, 유이자부채가 162억위안에 이르렀다. 중국기계공업그룹과 중국2중은 1년 동 안 20개 채권단 은행과 40차례 이상 협상해 금융 채무 134억위 안을 처리했다. 1년 이자비용을 6억위안 이상 절감했고, 부채비 율도 90% 수준으로 내려갔다. 증권시장 안정과 중소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중국기계공업그룹은 공개매수 뒤 주주총회 의결을 거쳐 자발적으로 상장을 폐지했다.
 
충칭강철도 중국2중의 전례를 따르려 했으나 구체적 경영개선 방안을 내놓지 못했고 현금 유입도 없었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쓰위안허기금이 조성된 뒤 충칭강철의 경영진이 상하이로 찾아갔고, 쓰위안허기금도 첫 번째 투자처를 찾는 중이었다.
 
위훙 쓰위안허펀드 이사는 “처음에는 확신이 없고 사람들이 충칭강철은 문제가 심각하다며 말렸지만 기회를 포기하지 않았다”며 “충칭강철은 시장은 있는데 제품과 시장이 일치하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국유기업의 고질병
기업 실사 결과, 쓰촨성과 충칭시 지역은 강재를 순수 수입하는 시장이다. 해마다 약 6천만t의 강재가 필요한데 현지 생산량은 3천만t 수준이다. 현지 수요가 가장 많은 제품이 건축용 강재인데 충칭강철의 주력 제품은 조선용 강재였고 다른 철강회사보다 운반비용이 더 많이 들었다. 철광석 제련 대신 현지의 폐철강 자원을 활용하는 공법으로 변경하면 운반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최종 제품라인을 건축용으로 바꾸면 흑자 전환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이런 기업 실사를 바탕으로 쓰위안허기금은 충칭강철의 구조조정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쓰위안허기금은 창서우강철을 기반으로 충칭강철처럼 파산 절차에 들어간 기업들을 인수해 흑자로 전환시킨 뒤 매각해 수익을 얻을 계획이다.
 
그러나 충칭강철의 미래를 낙관하지 않는 의견도 있다. 2016 년 4월 충칭강철은 민영기업인 판화그룹(攀華集團)과 위탁가공 계약을 체결한 적이 있다. 이때 충칭강철은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협력사와 채권자들의 빚 독촉에 시달렸고, 원자재 매입 자금이 없어 정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태였다. 해당 계약은, 판화그룹이 원료와 가공비용을 대고 충칭강철이 철강을 생산해 발생한 수익을 절반씩 나누는 것이었다.
 
판화그룹 업무 인수 뒤 t당 130위안(약 2만2천원) 정도이던 상 하이~충칭강철 부두의 철광석 운반비용이 35위안으로 내려갔 다고 판화그룹 쪽과 가까운 관계자가 말했다. 해마다 운반비용 만 10억위안(약 1700억원)을 절감할 수 있는 셈이다. 이 사례는 충칭강철의 비용 집행이 원자재 구매 단계부터 투명하지 않았고 불필요한 비용을 썼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런 눈에 보이는 문제점과 달리 국유기업 고유의 ‘고질병’은 단기간에 고치기 힘들다. 충칭강철 자회사 책임자들은 누구 하 나 개혁 방안을 결정하거나 책임지려 하지 않았고 어려움만 호소했다고 이 관계자는 전했다. 게다가 설비 고장이 잦았다. 같은 설비를 운영하는 민영 사강그룹은 한 달에 40t을 생산한 반면, 충칭강철의 생산량은 25t에도 못 미쳤다. 판화그룹이 구입 한 원자재가 5천t이라면 충칭강철 부두에서 하역을 마친 뒤에는 700~800t이 줄어들기 일쑤였다.
 
2017년 6월 2년 넘게 중단됐던 봉선재 생산라인이 다시 가동됐다. 해당 생산라인에서 근무하던 직원 100여 명이 다른 부서로 옮겨 1월 말까지만 해도 5명밖에 없었다. 재가동을 위해 3월부터 다른 부서에서 직원을 모았다. 직원의 90%가 이 생산라인 에서 일한 경험이 없어 처음부터 다시 교육을 받아야 했다. 보통 7~8가지 강재를 동시에 생산해야 수익성을 높일 수 있지만, 신규 직원은 숙련도가 떨어져 3가지 규격 제품만 생산했다. 그래서 당시 시장가격이 좋고 수요가 많았음에도 충칭강철은 시장가 격보다 낮게 제품을 판매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은 충칭강 철 내부의 문제점을 보여준다. 때로 이런 세부적 문제가 쌓여 기업의 성패를 좌우하기도 한다.
 
*2018년 4월호 종이 잡지 106쪽에 실렸습니다.

ⓒ 財新週刊 2018년 제6호 
重鋼重組記
번역 유인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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