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내 > 이슈
     
정부·여당 ‘훈풍이냐 역풍이냐’
[윤희웅의 선거와 경제] 남북 화해 분위기와 지방선거의 함수
[96호] 2018년 04월 01일 (일) 윤희웅 waymaker@opinionlive.co.kr
2018년 4월과 5월 예정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이 6월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과거 남북 정상회담은 선거에서 진보정당에 프리미엄을 얹어주지 못했지만, 이번 남북관계 개선 국면은 다소 상황이 다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 2018년 3월5일 문재인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을 방문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에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한 뒤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북 해빙 분위기가 전개되고 있다. 2017년만 해도 북한의 미사일 도발과 핵실험으로 한국 국민의 북한에 대한 반감이 극대화됐다. 미국은 대북 경제 제재를 넘어 군사옵션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왔다. 무력 충돌 외에 별 해법이 없 다는 전망이 지배적일 정도로 한반도 긴장이 최고 수준에 이르렀던 상황과 비교하면 지금은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정치권의 시선은 긴장에서 대화협력 분위기로 전환된 남북관계가 2018년 6월 지방선거에 어떤 영향을 줄지로 모아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실시되는 전국단위 선거인데 초대형 남북 이슈가 선거를 목전에 두고 떠올랐기 때문에 여야는 저마다 유불리를 체크하고 있다.
 
과거에는 어땠을까. 남북관계 개선 시도는 주로 진보 정권에서 진행됐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에서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성과를 냈고, 우리 국민뿐 아니라 전세계인의 주목을 끌었다. 남북 정상회담이 선거에서 여당에 선물을 안겨주지는 않았다.
 
제1차 남북 정상회담은 2000년 6월15일에 이뤄졌고, 발표는 그해 4월 총선을 나흘 앞두고 발표됐다. 당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원내 제1당을 차지하는 선거 결과가 나왔다. 2007년 제17대 대선을 두 달 앞둔 10월4일 제2차 남북 정상회담이 열렸다. 대선 결과는 당시 야당 소속이던 이명박 후보의 압승이었다. 여당 후보의 득표율은 초라한 수준이었다. 남북 정상회담이라는 남북관계의 훈풍이 당시 진보 성향 집권당 선거에 별 도움을 주지 못한 것이다.
 
선거를 바로 앞두고 대형 이슈를 선거에 유리하게 활용하려 한다는 인상을 심었고, 이것이 남북관계의 급격한 개선에 거부감을 가진 보수 성향 유권자를 자극하는 바람에 보수정당으로의 결집을 가져왔다. 훈풍이 역풍이 된 것이다.
 
보수야당 일각에서는 과거 사례처럼 현재 남북 관계 개선이 보수야당에 오히려 도움을 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국제 공조 제재에 부닥친 북한이 친북좌파 정권을 통해 활로를 찾으려는 데 현 정권이 이용되는 것이다. 남북 정상회담은 지방선거용 위장 평화쇼”라고 했다. 이런 발언들은 남북관계 급진전에 대한 보수층의 거부감이 지방선거에서 표출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기반하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과거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의문이다. 이번엔 과거 남북관계 훈풍이 역풍이 된 때와 는 조건과 상황이 크게 다르다. 동일한 조건이 아니라면 동일한 결과가 나타나기 쉽지 않다.
 
첫 번째 주목할 대목은, 북-미 정상회담도 2018년 5월 열린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대북특사단으로부터 북-미 대화를 하고 싶다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의중을 듣고 바로 그 자리에서 수락하며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금까지 진보 정권이 대북관계 개선을 시도하며 불었던 역풍은 남북관계보다 한-미 동맹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상당수 보수층이 가졌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미국의 적극적인 동조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의 독자적 대북 접근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선거에서 경계심을 표출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엔 보수층이 한-미 동맹 훼손을 우려하며 반감을 가질 가능성이 적다. 미국도 북한과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나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남북 긴장이 대화 국면으로 전환되는 것에 보수층이 불만을 제기할 가장 강력한 근거와 배경이 사라진 셈이다. 흩어진 보수 성향 유권자를 끌어모아야 하는 보수정당으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라 할 수 있다.
 
트럼프와 김정은의 만남
또 하나 눈여겨볼 점은, 2018년 6월13 일 지방선거 이전인 4월 남북 정상회담, 5 월북-미 정상회담이 선거에 버금가는 초대형 이슈라는 사실이다. 최근 북한 특사단이 방남했을 때도 이미 며칠 전부터 누가 오는지, 교통편은 어떻게 되는지에 관심이 쏠렸고, 도착했을 때는 일거수일투족이 미디어에 보도됐다. 사람들은 신기한 듯 몰입해 텔레비전을 보았다. 특사단이 아니라 정상들이 만날 때는 관심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선거 직전인 5월로 예정된 북한 김정은과 미국 트럼프의 만남이 성사될 경우 사람들의 주목도는 가히 폭발적일 것이다.
 
지방선거 집중도는 그만큼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선거는 통상 ‘야당의 정부·여 당 공세와 여당의 방어’ 구도로 진행된다. 선거 외의 다른 사안에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쏠릴경우 정부·여당을 공격하는 야당의 목소리가 유권자에게 전달되기 쉽지 않다. 마치 선거 중 월드컵 경기가 열리는 상황과 비슷하다.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 구도를 만들어야 하는 야당으로서는 답답한 상황이다.
 
의심과 불신으로 북한을 바라보던 한국 국민의 시선에도 다른 모습이 감지된다. 2018년 3월13~15일 실시된 한 조사 에서는 정부 특사단이 북한과 미국을 차 례로 방문한 뒤 북한의 태도가 변했다고 보는지 질문했는데, 응답자의 53%가 ‘변했다’고 했다. ‘변하지 않았다’는 응답 (34%)에 비해 19%포인트 높았다.
 
2014년 2월 남북 고위급 접촉 직후 실시된 조사에서는 25%만이 북한이 ‘변했다’고 답했다. 또 2014년 10월 북한 최고 위급 대표단의 인천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 직후 조사에서는 28%만이 ‘변했다’ 고 했다. 2018년 1월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직후 동일한 조사에서 도 28%만 북한이 ‘변했다’고 응답했다. 최근 53% 수치보다 현저히 낮았다.
 
이는 최근 북한의 남북, 북-미 간 관계 개선 시도를 상당히 진정성 있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뜻한다. 심지어 본인의 이념 성향이 보수라고 한 응답자 41%가 북한이 변했다고 인식한다. 북한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 변화는 남북관계 개선 시도가 역풍으로 전환되기 어렵다는 전망을 강화한다.
 
물론 정상회담 일정이 지연되거나 기대만큼 성과를 내지 못할 수 있지만, 현재 정전 협정이 종전 선언과 평화 협정까지 이어지고 북한의 핵폐기 프로그램이 가동된다면 한국 국민의 이념 성향도 크게 재편될 가능성이 있다. 북한에 대한 인식을 기반으로 본인을 보수라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북한이 더 이상 우리를 위협하는 대상이 아니라면 보수층을 견고히 묶는 축이 사라진다. 서구처럼 시장에 대한 정부의 관여 정도, 세금과 복지에 대한 인식, 환경 보존과 개발에 대한 인식 등 이념을 가르는 본연의 가치 논쟁이 강화되면서 새롭게 재조정될 수 있다. 그러면 안보 이슈를 중심으로 지지층을 유지하는 전략만으로는 보수정당의 미래가 어두울 수밖에 없다.
 
* 윤희웅은 오피니언라이브(OPINIONLIVE)에서 여론분석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과 민(MIN) 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을 거쳤다. 대중심리의 형성과 표출 과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4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