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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에 얽힌 인간의 심리
[경제와 책]
[96호] 2018년 04월 01일 (일) 이코노미 인사이트 economyinsight@hani.co.kr
<기후변화의 심리학> 
조지 마셜 지음 | 이은경 옮김 | 갈마바람 펴냄 | 1만8천원  
 
이은경 번역자 rafanadal@naver.com
 
지난겨울은 추웠다. 지독하게 추웠다. ‘삼한사온’ 현상은 온데간데없고 서울에서는 최저기온이 영하 10℃를 밑도는 날이 일주일 넘게 이어졌다. ‘20년 넘게 서울에 살았지만 이런 겨울이 있었나? 지구온난화라니 다 헛소리 아냐?’
 
   
 
<기후변화의 심리학>을 쓴 조지 마셜 이 이 말을 들었다면 ‘가용성 편향’이라 고 지적할 것이다. 가용성 편향이란 머릿속에 잘 떠오르는 일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경향이다. 무더웠던 2017년 여름은 먼 옛날이고 당장 추워 죽겠으니 나오는 말이었다. 하지만 한파의 원인 역시 지구 온난화다. 급격한 온난화의 영향으로 북극이 따뜻해지면서 찬 공기를 가둬두는 극 소용돌이 ‘폴라 보텍스’에 균열이 생겼다. 이로 인해 북극의 차디찬 공기가 내려와 북반구에 한파가 몰아쳤다. 미국 기상예측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2월 북극 기온은 영상 2℃까지 치솟기도 했다. 이는 평년보다 30℃나 높은 수준이라고 한다.
 
이 설명은 기후과학자들이 밝힌 사실이다. 과학자들은 기후변화가 ‘과학적 사실’이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확신한다. 기후과학에 회의적이던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버클리캠퍼스 리처드 뮬러 교수는 온실가스 수준과 온도의 관계를 직접 검증한 뒤 “지구온난화는 현실이며 그 원인은 인간”이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이는 ‘인간 활동의 결과로 지구 대기 구성이 바뀌고 기후가 자연적 변동의 범위를 넘어 변하는 현상’이라는 국제법상 기후변화의 정의를 뒷받침하는 연구다. 기후과 학자들은 지구 평균 기온이 섭씨 4℃ 올 라가면 ‘인류 사회와 생태계에 재앙이 일어날 것’이라고 예측한다.
 
하지만 평소 기후변화를 의식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기후변화를 믿는 사람 중에도 이를 절박한 위협으로 느끼는 이는 많지 않다. 인간의 정보처리 시스템은 이성적 뇌와 감정적 뇌로 나뉜다. 이성적 뇌는 과학적 사실과 데이터를 처리한다. 증거를 평가해 중대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만 행동에 박차를 가하지는 않는다. 감정적 뇌는 위험을 인식한다. 하지만 장기간에 걸친 불분명한 위협에는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한다. 따라서 기후변화가 위협임을 ‘알면서’도 위 협으로 ‘느끼지’는 않는다.
 
기후변화는 사실이지만 인간은 애써 기후변화를 부정하려 한다. 심각한 기상이변도 일상으로 받아들인다. 왜 그럴까? ‘전망이 론’으로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대니 얼 카너먼은 기후변화 대처법이 인간이 특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합이라고 말한다. 기후변화에 대처하려면 먼 미래에 일어날, 크지만 불확실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확실한 단기 비용과 생활수준 하락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래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이미 간파했듯 “인간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생물이다. 당장 눈앞의 불편은 모면하고 장 기적으로 더 큰 손실을 초래할 가능성은 운에 맡기려 한다.
 
더 큰 문제는, 기후변화를 언급조차 하지 않는 분위기다. 기후변화에 관한 대중의 관심은 2007년에 정점을 찍고 이후 하락 추세로 들어섰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로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언론 보도가 전멸하면서 사소하게나마 있던 관심도 ‘먹고사니즘’에 급급해진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기후변화의 심리학>에서 특히 흥미로운 부분은, 기후변화가 ‘본질적으로’ 인간 이 죽음에 대해 느끼는 두려움을 촉발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언급하기 꺼리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문화인류학자 어니스트 베커는 “인간의 모든 신념의 핵심에 죽음의 공포가 있다” 고 주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공포 관리 이론’이 나왔다. 공포 관리 이론은 인간이 자신의 죽음을 상기시키는 대상을 만나면 자기가 속한 집단의 가치와 문화를 옹호하는 방향으로 반응한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은 기후변화를 지나치게 합리화하거나 부정하거나 먼 미래 일로 치부하곤 한다. 이는 죽음의 공포와 만날 때 나타나는 반응과 똑같다. 기후변화가 결국 인류 멸종 담론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생각하면 당연한 반응일 것이다. 이런 이유로 기후변화는 마치 <해리 포터> 시리즈에 나오는 볼드모트처럼 ‘언급조차 해서는 안 되는 위협’이 됐다.
 
기후변화는 외부의 적이 일으킨 문제가 아니다. 우리 모두가 온실가스를 배출해 기후변화에 직접적 원인을 주고 있으므로 개개인에게 책임이 있다. 이런 도덕적 난관에 개인의 무력감이 더해져 기후 변화 문제를 외면하는 방어기제가 작동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행동에 나서야한다. 인류는 감정적 뇌에 호소할 담론과 문화 양식을 만들고 지속적 대응이 가능하도록 사회제도를 정비해 위협에 대처하는 능력을 갖추었다. 집단행동에 나서는 강력한 추진력이 있으며, 죽음의 공포에도 같은 방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지구온난화가 진행되고 있다면 온실가스 배출 규제로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조지 마셜은 기후변화를 단순한 현상 유지 차원이 아니라 더 공정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어가는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쟁적 가치가 아니라 협력적 가치를 모색하고 기후변화를 위한 행동에 자부심을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 어쩌면 기후변화를 해결할 열쇠는 소속감과 인류애일지도 모르겠다.
 

●인사이트 책꽂이

   
 
나라는 부유한데 왜 국민은 불행할까? 
오건호 외 4명 지음 | 철수와영희 펴냄 | 1만6천원 
풀뿌리 복지국가 운동조직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가 진행한 강연을 묶은 책이다. 2010년 무상 급식 논쟁 이후의 한국 복지제도를 평가하고, 현행 복지제도의 성과와 한계를 진단한다. 복지 관련 논쟁의 쟁점도 자세히 살핀다. 책이 다루는 문제는, 보편 복지 대선별 복지의 대립 구도가 바람직한지, 기본소득제가 한국의 복지 문제를 해결할 대안인지, 복지에 ‘무상’이란 표현을 붙이는 게 적합한지, 증세 없는 복지가 가능한지 등이다.

 
 
   
 
경제 규칙 다시 쓰기 
조지프 스티글리츠 지음 | 김홍식 옮김 
열린책들 펴냄 | 1만5천원 
책의 기본 전제는 “미국 경제는 자연적인 경제학 법칙 때문에 균형을 잃은 것이 아니다. 오늘날의 불평등은 자본주의의 불가피한 진화가 초래한 결과가 아니다”라는 것이다. 이는 저자가 그동안 꾸준히 주장한 바다. 책은 먼저 불평등을 키운 ‘현재의 규칙’을 다룬다. 이어 불평 등을 해소할 방안을 제시한다. 저자가 제시하는 방안은 크게 둘로 나뉜다. 첫째는 최상위층의 과도한 힘을 억제하는 것이다. 둘째는 중산층을 키우는 것이다.
 
 
 
   
 
히트 리프레시 
사티아 나델라 지음 | 최윤희 옮김 
흐름출판 펴냄 | 1만6천원 
빌 게이츠, 스티브 발머에 이어 미국의 거대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 역사상 세 번째 최고경영자(CEO)가 된 저자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전략에 대해 쓴 책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뉜다. 먼저 인도를 떠나 미국에 정착하기까지 자신이 겪은 변화를 이야기한다. 이어 CEO로 지명된 뒤 진행한 기업 쇄신 작업을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과 경쟁할 것이라는 주장을 다룬다.

 
   
 
신중국책략 
황순택 지음 | 틔움 펴냄 | 1만5천원 
20년 동안 한-중 경제 통상 분야에서 일한 외교관이 쓴 책이다. 이 책은 먼저 세계 최고를 향해 나아가는 중국 기업들과 중국 정부의 노력을 분석한다. 또 ‘중국 붕괴론’을 주장한 이들이 제기한 문제들, 곧 불량 채권, 부동산 거품, 빈부 격차와 사회불안 등을 극복하기 위해 중국인들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중국 진출 전략을 문화산업, 부품·소재 산업, 건강·의료 산업 등 산업별로 논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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