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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대중 선동 시대
{Editor’s Letter}
[96호] 2018년 04월 01일 (일) 신기섭 marishin@hani.co.kr
 
신기섭 편집장
 
요즘 유럽과 미국에서 페이스북 이용자 정보 유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습니다. 유권자 성향을 파악해 개인별 공략 기법을 개발하는 기업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 이용자 5천만 명 이상의 정보를 몰래 수집했다는 고발이 사건의 시작입니다. 이 회사에서 일했던 크리스토퍼 와일리가 2018년 3월17일 언론에 이 사실을 폭로했습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2016년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승리하는 데 크게 기여한 회사로 알려져 있습니다. 2016년 6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 때는 탈퇴 운동세력을 지원했습니다. 그동안 이 회사가 어떤 방법으로 유권자 성향을 파악하고 선거 전술을 짜는지는 비밀이었습니다.

이 회사의 자금줄인 로버트 머서는 트럼프 대통령 배후의 실력자로 꼽히는 극우 성향 헤지펀드 투자자입니다. 좀처럼 자신을 외부에 드러내지 않는 머서가 어떤 인물이고 트럼프 대통령과 어떤 관계인지 <이코노미 인사이트>가 2017년 5월호 140쪽 ‘포커스’ 기사에서 상세히 소개한 바 있습니다.

이 사건이 특히 폭발력을 갖는 것은 ‘가짜뉴스’의 온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페이스북이 관련돼 있기 때문일 겁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페이스북 이용자 정보를 수집한 과정을 보면, 페이스북을 과연 신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정보를 수집한 이는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 알렉산드르 코간입니다. 코간은 페이스북 사용자 대상 퀴즈를 만들어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퀴즈에 응하면 자신의 정보뿐 아니라 ‘친구’ 정보까지 코간에게 넘어갔다고 합니다. 코간은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에 넘겼습니다. 이런 정보 수집 방식이 불법 아니냐는 지적이 일자, 페이스북의 최고 보안책임자 앨릭스 스태머스는 트위터에 썼다가 삭제한 글에서 “코간이 정보를 수집한 2014년에는 이 방식이 페이스북 규정 위반이 아니었다”며 “2015년 사용자의 친구 정보 수집 기능을 없앴다”고 밝혔습니다. 코간이 이용자에게 거짓말을 했고 수집한 정보를 제3자에게 넘긴 것이 잘못이라는 게 스태머스의 주장입니다. 그의 말대로라면, 페이스북은 정보 유출 대책 없이 정보 수집자의 선의만 믿고 민감한 정보를 넘겨준 셈입니다.

고발자 크리스토퍼 와일리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각 유권자의 성향을 파악한 뒤 개인의 생각을 바꾸기에 적합한 정보를 노출시키는 기법을 썼다며, 이는 설득이 아니라 심리 조작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런 조작이 손쉬웠던 것은 페이스북의 특성 때문입니다. 페이스북 이용자 수는 20억 명이 넘지만, 그들이 접하는 정보는 모두 제각각입니다. 이른바 ‘맞춤형 정보’가 페이스북의 장점이자 동시에 취약점인 것입니다.
 
그동안은 거대 언론의 일방적인 ‘대중 선동’이 주로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맞춤형 대중 선동’까지 걱정해야 할 것 같습니다. “기존 언론이 다양한 여론을 제대로 반영했어도 이렇게 됐을까”, 언론 종사자로서 자책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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