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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식 자본주의 시스템은 통제 불능”
[Interview] ‘독점법 전문가’ 루이지 칭갈레스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
[95호] 2018년 03월 01일 (목) 토마스 슐츠 economyinsight@hani.co.kr
구글과 페이스북, 아마존 등 미국 정보기술(IT) 공룡들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이들 기업이 선물해준 도구로 세상을 더 빠르고 넓고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그 사이, 공룡 기업들은 자본과 정보를 독점해 민주주의 위에 군림하는 데까지 세를 키웠다. 공룡 기업들이 견고하게 쌓은 성역을 깨뜨리려면 일반 시민의 지속적인 견제와 감시가 필수다. 또한 경쟁 기업이 시장에 쉽게 진입해 ‘메기 효과’를 일으키고, 공룡 기업들이 힘없는 중소기업들을 착취하지 못하도록 법과 제도를 재정비하는 작업을 병행해야 한다. 학자와 기업인 인터뷰를 통해 해법을 모색해본다.
 
IT 공룡들 긴장시킬 경쟁업체 등장 절실... 고장난 미국 시스템보다 여론 모니터링이 효과적
 
미국 시카고대학 스티글러센터 소장인 루이지 칭갈레스(Luigi Zingales·54) 교수는 대표적인 독점법 전문가다. 그는 독점의 폐해가 부각되는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거대 정보기술(IT) 업체들의 분할에 반대한다. 칭갈레스 교수는 과거의 반독점 정책 적용은 곤란하다며 IT 공룡들의 권력을 다른 수단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토마스 슐츠 Thomas Schulz <슈피겔> 기자
 
 
루이지 칭갈레스 미국 시카고대학 교수는 정보기술대기업들의 문제를 정확히 진단한 뒤 여론이 지속적으로 이들을 감시해야 한다고 말한다. REUTERS
구글과 페이스북 등 미국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비난을 받고 있다. 워싱턴 정가는 진영을 불문하고 미국 IT 대기업의 권력이 너무 세졌다고 본다. IT 대기업들을 분할할 때가 왔다고 보나.
페이스북과 아마존 등 IT 공룡들이 지금처럼 공공의 적이 되겠느냐고 1년 전에 물었더라면 나는 불가능하다고 답했을 것이다. IT 대기업을 분할하는 건 너무 공격적인 대응이라고 생각한다. 그 여파를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들의 문제가 정확히 뭔지 의견 일치가 이뤄져야 한다.
 
워싱턴 정가와 여러 경제학자는 IT 대기업의 영향력이 너무 커졌다는 데 의견이 일치한다. 아마존은 미국 전자책 시장의 75% 넘는 지분을 갖고 있다. 페이스북은 자회사 인스타그램, 와츠앱과 함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메신저 시장을 지배한다. 구글은 검색어 사업을 거의 홀로 하고 있다. 전통적 의미에서 독점이다.
당연하다. 하지만 IT 공룡들은 전통적이지않다. IT 대기업은 무언가 다르고 새롭다. IT 대기업을 정의하기 힘들다. 단순히 시장점유율로 판단하기 어렵다. 이들은 적잖은 상품을 무료 배포하고, 소비자는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소비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정보를 제공하며 유료로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이는 속임수에 불과하다.
 
그 문제는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국 정치권은 IT 대기업의 소비자 개인정보 사용과 관련해 실질적 규제 움직임을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개인정보 사용을 새로 정의해야 한다. 시급한 문제다. 구글, 페이스북과 관련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뉴스 시장이다. 개별 대기업이 전체 미국인 중 39% 이상을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텔레비전과 라디오 시장에 적용되고 있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통한 뉴스 소비의 경우, 39%라는 상한을 넘은 지 한참 됐다. 과거라면 절대 허용되지 않았을 시장 권력이 생긴 것이다. 페이스북은 아무도 모르는 알고리즘으로 엄청난 시장 권력을 쥐었다.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페이스북 알고리즘이 뉴스를 어떻게 거를지, 그 방식을 미국 정부가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지 않는다.
 
간접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어떤 간접 규제가 있나.
경쟁업체들이 다시 시장에 매력을 느끼게 해야 한다. 진정한 경쟁 관계가 생겨날 수 있도록 말이다. 페이스북에 진정한 위협이 되지 않더라도, 강력한 경쟁업체에 대한 두려움은 우리가 현재 보는 시장 권력의 악용을 제한할 것이다.
 
도대체 어떤 기업이 페이스북처럼 지배적 권력을 가진 대기업에 도전장을 내밀겠나.
소비자 누구나 손쉽게 정보를 이전하고, 자신의 개인 정보를 다시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정확히 어떻게 되어야 한다는 말인가.
예를 들면, 휴대전화를 바꾸거나 은행 계좌를 변경할 때 미국보다 유럽이 훨씬 소비자 친화적이다. 미국의 경우 당신이 페이스북 로그인 정보를 내게 줘 내가 당신의 페이스북을 이용하면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 이런 것이 바뀌어야 한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이는 페이스북이 입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분명한 신호다. 달라져야 한다. 소비자가 SNS를 이용하며 생긴 친구 목록 등의 정보를 가리키는 ‘소셜 그래프’(social graph)는 소비자의 소유가 돼야 한다.
 
자세히 설명해달라.
소셜 그래프는 서비스 이용자가 입력하는 모든 디지털 네트워크 정보다. 이 정보가 소비자 소유라면 소비자는 페이스북 경쟁업체에 계정을 신설해 페이스북 친구들이 보낸 메시지에 답할 수 있다. 전자우편이나 전화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처럼 말이다. 페이스북 친구들과 다른 SNS를 통해서도 연락할 수 있다면 나는 새로운 SNS를 사용해볼 것이다. 그렇게 되면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경쟁관계가 형성될 것이다. 신규 IT 기업이 페이스북 고객을 유인할 수 있다면 이는 새로운 기회를 뜻한다. 법적으로는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소유권을 정의하는 문제다. 이는 우리가 최소한 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훨씬 근본적인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독점법을 의미하나.
 
그렇다. 독점법은 시급히 개정돼야 한다. 1950~60년대 미국 독점 규제 기관은 극단적으로 공격적이었다. 특정 지역의 지방은행 시장점유율이 20%만 돼도 지역은행 간 합병이 금지된 시기다. 당시 극단적 상황을 경험한 경제학에서 지금 주류학파에 속하는 시카고학파가 파생됐다. 규모가 크고 지배적인 사업자가 시장과 소비자에게 효율과 장점을 안겨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대규모 지배적 기업은 기대한 목표 달성을 한참 넘어섰다는 것을 IT 공룡들을 보면 알 수 있다. 아마존을 한번 보라. 아마존은 정말 효율적이다.
 
국가 경제와 소비자에게 해를 끼칠 만큼 효율적이라는 말인가.
현재 경쟁법은 비용에만 초점을 맞춘다. 아마존은 소비자를 위해 비용을 절감한다. 좋다. 하지만 비용 절감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아마존이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아마존은 상품 가격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과 하청업체에 주는 비용도 줄이고 있다. 이것이 전세계에 좋은 일인가. 소비자 관점에서는 좋지만 시민 관점에선 그렇지 않다.
 
디지털 산업에서 시장지배력의 집중은 사회문제라고 보나.
우리는 소비자이자 노동자, 생산자다. 따라서 경쟁법은 우리가 소비하는 세상과 우리가 살기 원하는 세상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IT 기업들의 시장지배력 증대는 시장 권력 못지않게 경제정책 문제에서도 우려할 대목이다.
 
막강한 경제권력이 정치권력으로 옮겨가기 때문인가.
내가 한 도시의 유일한 은행을 소유하고 있다면 나는 은행법을 함께 만들 것이다. 마찬가지로 유일한 디지털 플랫폼이라면 디지털 플랫폼 관련 규정을 함께 만들 것이다. 하나의 관점만 존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쟁과 대립이 정말 중요하다. 그런 측면에서 독점은 상당히 정치적인 문제다.
 
미국 정치인들은 전력업체나 수도공사처럼 IT 대기업에 공공서비스 제공업체와 같은 지위를 부여하자고 제안한다. 그렇게 하면 복잡한 경쟁법 관련 문제를 피해갈 수 있고, 국가가 규정을 정하면 된다.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하나.
아니다. 나는 이탈리아에서 태어났는데, 정부가 그런 일을 해내리라고 믿지 않는다. 스웨덴에서 태어났다면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다. 국가에 너무 많은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에는 우려를 표한다. 특히 디지털 언론 규제 재량권은 사실상 검열 도구와 같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 버니 샌더스 의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극우 지지 세력인 스티브 배넌 등 양대 진영의 극단 세력이 디지털 산업에 무제한적 규제를 찬성하는 것은 놀라운 대목이다.
극우와 극좌의 생각이 유사한 현상은 드문 일이 아니다. 무솔리니는 파시스트가 되기 전 사회주의자로 첫발을 내디뎠다. 트럼프와 샌더스는 기존 시스템을 무시하고 전통적 유권자 집단과 정당조직에 충성심이 없다는 공통점이 있다. 내가 우려하는 대목은 오히려 중도층이 공중분해되는 것이다.
 
당신은 지난 미국 대선 전 트럼프가 선거에 승리할 경우를 경고했다. <뉴욕타임스> 칼럼에서 트럼프를 ‘족벌 자본주의자’라고 지칭했다. 트럼프는 시스템의 문제인가.
그렇다. 하지만 트럼프는 원인이나 결과가 아니다. 시스템이 얼마나 통제 불능 상태인지를 보여주는 현상에 불과하다.
 
시장 지배력의 집중, 로비, 족벌경제 등 미국 내 문제가 날로 늘어나는 것 같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굳건하던 미국식 정경유착 자본주의가 무너지는 건가.
그렇게 보인다. 이 모든 문제는 시스템이 점점 기능을 못하는 것을 뜻한다. 어느 정치 진영도 들으려 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를 경고하는 것은 좌절스럽기까지 하다.
 
이렇게 철저히 분열된 정치권에서 IT 공룡들을 제어할 대책을 세울 수 있나.
IT 공룡들을 어떻게 규제할지 논의라도 하길 바랄 뿐이다. 더 엄격한 규제와 반독점 대책이 세워지지 않더라도 여론이 주시하면 IT 공룡들의 극단적 행태를 감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 Der Spiegel 2018년 1호
“Das System ist aus dem Ruder gelaufen”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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