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 비즈니스
     
IT기업·병원 손잡고 투자·개발 활발
[Business] 중국의 스마트병원 구축 열풍- ① 의료 인공지능 경쟁적 도입
[95호] 2018년 03월 01일 (목) 리옌 economyinsight@hani.co.kr
진단보조·영상인식에서 의료 플랫폼으로… 기술력보다 의료 이해 부족이 걸림돌
 
2017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 인공지능(AI)의 상업화가 폭발적으로 이뤄졌다. 의료 분야는 인공지능 적용에 적합한 분야로 인식돼왔다. 의료와 인공지능의 결합은 다양한 기업을 끌어들였다. ‘빅3’인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는 물론 아이플라이텍과 뉴소프트도 전국 각지에서 기반을 다졌다. 의료 인공지능과 스마트병원에 기대치가 높다. 의료서비스 개선을 넘어 전체 의료체계를 새롭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의료 인공 지능이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지, 스마트병원이 무엇을 실현할지, 성숙한 사업모델로 자리잡을지 등을 둘러싸고 논란이 적지 않다.
 
리옌 李妍 <차이신주간> 기자
 
   
중국 인공지능(AI) 업체 아이플라이텍과 칭화대학이 공동 개발한 ‘스마트의료비서’ 로봇. 2017년 11월 중국 의사 국가고시 필기시험에 응시해 합격선보다 훨씬 높은 점수를 받았다. 아이플라이텍 페이스북 페이지
 
2017년 11월6일 음성인식 전문업체 아이플라이텍(科大訊飛)과 칭화대학이 공동 개발한 ‘스마트의료비서’ 로봇이 의사 국가고시 필기시험에 응시했다. 합격선인 360점(600점 만점)보다 96점이나 높은 점수를 받아 세계 최초로 의사 국가고시 필기시험에 합격한 로봇이 됐다. 한 달 뒤 아이플라이텍은 산시성인민병원과 계약하고 의료 인공지능(AI)에 기반한 스마트병원을 설립하기로 했다.
 
2017년 10월 알리헬스(阿里健康)는 저장대학 의대 병원들과 공동으로 인공지능 비서와 의료진 대상 교육 상품인 ‘가상환자’를 개발했다. 비슷한 시기에 의료 분야에 관심을 갖고 투자한 텐센트는 푸단대학 부속 산부인과병원, 암병원과 공동으로 스마트병원을 설립했다.
 
진단보조는 인공지능이 가장 깊숙이 적용된 의학 분야로 사업성이 높다. 아이플라이텍이 스마트의료비서, 알리바바가 ‘ET 의료대뇌’, 바이두가 ‘의료대뇌’를 각각 내놨다. 업계에서는 의사 국가고시 필기시험에 합격한 스마트의료비서에 관심이 집중됐다. 세계 최초의 국가고시 합격 기록인데다, 응시자 53만 명 가운데 높은 성적을 올렸다.
 
국가고시 합격한 ‘로봇 의사’
그렇다면 로봇이 임상의사의 능력을 갖추고 임상실기기능시험을 통과하면 의사가 될 수 있다는 뜻일까? 머잖아 의료 인공지능이 기존 의료체계를 뒤집고 의사를 대체할 수 있을까? 물론 회의적 답변이 많다. 비판적 견해를 가진 사람들은 스마트의료비서가 시험에 최적화된 로봇이라고 평가했다. 문제은행을 만들고 예상 문제를 검색해 시험에 통과한 것에 불과해, 기술적 가치가 높지 않다는 것이다.
 
“시험을 통과했다고 의사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문제를 푸는 것도 단순하진 않다.” 타오샤오둥 아이플라이텍 스마트의료사업부 총경리는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고 신호가 없는 상태에서 시험을 치렀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출문제가 전혀 외부로 유출되지 않고 다시 출제되지 않는 점도 지적했다. “구체적인 임상 사례를 출제하기 때문에 다양한 지식을 동원해 판단한 뒤 최종 답안을 작성해야 한다. 표준 답안도 없다. 시험 자체가 아니라 아이플라이텍이 구축한 의학지식 시스템이 공식적으로 인증받는 게 목적이었다.”
 
“인공지능은 알아도 의학은 모른다.” 현재 의료 인공지능 업계가 보편적으로 직면한 문제다. 관련 기업들은 대부분 정보기술(IT)에서 출발해 인공지능을 의료 분야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한계에 부딪혔다. 아이플라이텍의 설명에 따르면, 스마트의료비서는 단순한 기계적 암기로 문제를 푼 게 아니다. 시험을 겨냥해 다중의미 딥러닝 방법으로 개념을 정립하고 관계도를 만들었다. 이어 인민위생출판사에서 발행한 5년제 의과대학 본과 과정의 교재와 임상지침, 대표적 임상사례 등 자료를 학습해 의학지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의미를 이해하는 방식과 추론 알고리즘을 결합해 로봇이 단어와 구, 단락 사이의 다층적인 추론 능력을 갖도록 했다.
 
업계 내부에서는 스마트의료비서가 의사고시를 통과한 것은 인간-컴퓨터 상호작용(HMI)의 진보이자 인공지능 기술의 자연어 이해 능력의 발전이지, 의학적 발전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스마트의료비서와 실제 의사는 중요한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창의적인 문제 발굴이다.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스마트의료비서가 실현한 것은 이미 아는 지식의 대응이다. 시험에서는 증상을 명확히 설명하기 때문에 지식관계도를 연결하고 대입하면 정확한 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진료 과정에서 의사는 주도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정보를 얻어야 한다. 이렇게 병을 발견하는 과정을 기계는 수행할 수 없다. 스마트의료비서는 의사를 보조할 뿐이고, 실제 의사와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아이플라이텍의 구상과 거의 일치하는 바이두의 의료대뇌도 제품 기능을 ‘1차 의료 의사의 문진 보조’로 설정했다. 의사의 문진 과정을 본뜬 반복적 교류로 환자의 증상을 수집, 종합, 분류, 정리하고 환자의 상태를 설정한다.
 
선발 주자 바이두의 시련
바이두는 사실상 인공지능을 의료 분야에 적용한 첫 기업이다. 2016년 10월 ‘의료대뇌’를 발표했다. 인공지능 개방형 플랫폼인 ‘바이두 대뇌’에서 가장 먼저 내놓은 개별 제품이다. 하지만 2017년 2월 바이두 의료사업부가 사업을 중단하고 인공지능 체계를 조정하면서 의료대뇌의 기술 개발과 사업화 속도는 둔화됐다. 바이두 경영진은 그동안 의료 분야 검색 서비스의 민감성과 ‘푸톈계’(푸젠성 톈둥좡전 출신 의료사업자들로, 전체 민영의료기관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편집자)와의 갈등, ‘웨이쩌시 사건’(활약육종이란 희귀암에 걸린 대학생 웨이쩌시가 바이두 티에바의 검색광고를 보고 병원을 찾아가 비싼 비용을 내고 치료를 받았으나 결국 숨진 사건 -편집자)으로 촉발된 여론의 비판으로 의료사업을 신중하게 추진했다고 밝혔다.
 
2017년 4월과 5월 바이두 의료대뇌는 두 건의 사업협력을 확정했다. 의료대뇌의 스마트문진을 활용해 환자에게 적합한 의료기관을 안내하고, 가정의의 환자 자료 수집과 업무효율 개선을 돕는 사업이다. 1차 의료기관 종사자 인터넷 커뮤니티 ‘서취580’, 모바일의료 업체 충칭중캉윈과학기술(重慶眾康雲科技)과 협력한다.
 
아이플라이텍과 바이두가 일반의와 1차 의료기관에 주안점을 둔 것과 달리, 알리바바의 인공지능은 중증질환에 초점을 맞췄다. 2017년 3월 알리클라우드(阿里雲)는 다양한 기능을 갖춘 ET 의료대뇌를 출시했다. 질병의 특정 영상인식, 의사의 음성인식 비서, 병원 내 중증응급환자 경보 등 3개 기능을 갖고 있다.
 
   
로봇 ‘AI-매스(MATHS)’가 2017년 6월 중국 대학입시 수학 문제를 풀고 있다. 중국에선 문제해결 능력을 지닌 인공지능 시스템을 의료에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REUTERS
 
알리헬스의 가상환자
알리클라우드와 별도로 알리헬스는 저장대학 부속 제1병원과 협력해 중환자실 임상보조 의사결정 시스템을 개발했다. 왕웨이린 병원장은 양쪽이 사망위험평가 모형, 농독증 조기경보모형, 영양지원·체액용량관리모형 등을 구축해 데이터모형의 검증과 최적화를 실현했다고 밝혔다.
 
알리헬스는 또 ‘인공지능에 기반한 의학교육환경 모의 플랫폼’, 이른바 ‘가상환자’를 개발했다. 2017년 10월 알리헬스는 저장대학 부속 제2병원, 중국의약위생사업발전재단, 중국의학고시센터와 함께 임상진료기록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임상사례 설계 방법을 선보였다. 빅데이터 알고리즘과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술을 이용해, 의사에게 빠르고 편리하고 조작하기 쉬운 교육 방법을 제공한다. 시스템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통합된 모의 상황을 만들고,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으로 온라인 토론을 진행하고, 종합 평가해 의사의 실전 기능을 훈련하고 평가한다.
 
판이 알리헬스 인공지능 실험실 주임에 따르면, 의사가 각 단계를 조작할 때마다 시스템이 다른 의사들이 사용한 방안을 참고로 제시해 학습을 돕는다. 특히 각 진료과 주임 의사 등 전문가급 의사의 선택이 제시되며, 기술과 비용 차원에서 다른 치료 방안과 큰 차이가 있는지 점검한다.
 
의사의 영상판독을 돕는 영상인식 서비스는 인공지능 활용에 가장 적합한 분야다. 의료업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터의 90%가 의료영상이다. 의학영상을 객관화·정량화할 수 있고 데이터의 양이 방대하기 때문에 딥러닝 수요에 부합한다.
 
2017년 11월 과학기술부가 개최한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계획 및 중대과학기술 사업’ 발대식에서 바이두와 알리클라우드, 텐센트, 아이플라이텍이 ‘국가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 가운데 의료 인공지능 분야는 “텐센트가 구축한 의료 영상 국가 차세대 인공지능 개방형 혁신 플랫폼에 기반한다”고 규정해 텐센트가 경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했다.
 
‘국가급 플랫폼’을 맡은 주인공은 2017년 8월 텐센트가 출시한 ‘텐센트미잉’(騰訊覓影)이다. 텐센트가 처음 의료 분야에 적용한 인공지능 제품으로, 텐센트 내부 인공지능랩, 딥러닝연구팀 유투실험실(優圖實驗室), 아키텍처플랫폼사업부 등 인공지능 관련 부서가 공동 개발한 작품이다. 텐센트미잉의 의학영상 분석 능력은 4개 의료 인공지능 시스템을 포함한다. 조기 식도암, 조기 폐암, 당뇨병성망막병증, 유선암 스마트 선별검사 시스템이 그것이다. 선별검사의 정확도와 효율을 제고하고, 1차 의료기관에 3차 의료기관(三甲醫院) 수준의 전문적 진단 능력을 부여하는 것이 목표다.
 
이 시스템은 병원의 실질적 수요에 부합한다. 3차 의료기관의 영상보조진단 시스템은 수많은 영상검사와 의사의 과중한 업무의 부담을 덜어준다. 인공지능 검사로 판독 효율을 높이고 진단 누락과 오진을 줄일 수도 있다. 1차 의료기관에서도 의료진 부족 해소와 영상진단의 정확도 향상에 도움이 된다.
 
텐센트는 연구·개발과 공익사업 형태로 광둥성, 쓰촨성, 저장성에서 여러 3차 의료기관과 연합 실험실을 만들고, 100여 개 병원과 업무협력 계약을 맺어 텐센트미잉의 응용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텐센트미잉의 상업화는 대략적인 윤곽을 잡았다. 2017년 12월 텐센트는 독일계 다국적 의료기기 제조업체 지멘스와 손을 잡았다. 지멘스가 5월 출시한 영상 빅데이터 플랫폼 팀플레이와 텐센트미잉의 응용과 연계를 위해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의료산업 정보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텐센트미잉이 지멘스의 힘을 빌려 의료기기 시장에 진출할 길을 연 것이다.
 
텐센트는 내부적으로 사업부를 육성하는 한편, 의료 인공지능 업체인 복셀클라우드(體素科技)에 투자해 영상인식 분야에 진출했다. 2017년 9월 복셀클라우드는 텐센트로부터 1억위안(약 173억원) 규모의 라운드A+ 투자를 받았다. 복셀클라우드는 앞서 에인절투자 550만달러와 세쿼이아캐피털로부터 라운드A 투자 1천만달러(약 109억원)를 받았다. 영상스캔이 주력 분야인 복셀클라우드는 폐암 진단, 안과 질병 검사, 관상동맥 조영증강 CT 분석 등 3개 제품군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외 50여 개 병원에서 이 제품들을 사용한다.
 
   
텐센트와 독일 지멘스가 2017년 12월 업무 협약을 맺고 있다. 두 회사는 인공지능 의학영상 서비스와 영상 빅데이터 플랫폼의 연계를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텐센트미잉 홈페이지
 
양보 없는 의료영상 경쟁
의료 분야에 처음 발을 내디딘 아이플라이텍은 필립스 의료방사선솔루션의 최고경영자를 지낸 타오샤오둥을 영입해 스마트의료사업부 총경리로 임명했다. 아이플라이텍이 안후이성립병원과 협력해 2017년 8월 개발한 의학영상 보조진단 시스템은 국제적 의학영상 분야 평가 프로젝트인 LUNA에서 평균재현율 94.1%로 세계 신기록을 세웠다.
 
아이플라이텍은 2016년 6월 의학영상 보조진단 시스템을 도입한 뒤 약 1만1천 명의 CT영상 자료 진단을 돕고, 보완의견 500여 건을 냈으며, 진단의 정확도는 94%에 이른다고 밝혔다. 폐 CT, 유방 엑스레이, 심전도 영상에 이어 2017년 말에는 자기공명영상(MRI)과 안저검사(망막 등 안구의 안쪽 면 검사 -편집자), 엑스레이 병리영상으로 검사 범위를 확대했다. 현재 아이플라이텍의 영상 제품은 베이징협화병원(北京協和醫院) 등 10여 개 병원에서 이용한다.
 
알리헬스는 국산 영상장비 선두 업체인 완둥의료(萬東醫療)와 손잡고 의학영상 진단 분야에 진출했다. 2016년 3월 완둥의료의 의학영상 진단 서비스 플랫폼 완리클라우드(萬里云)에 2억2500만위안(약 390억원)을 투자해 지분 25%를 확보했다. 의학영상과 클라우드 병원 플랫폼 분야에서 전면적으로 협력해, 제3자 의학 영상센터의 인터넷 운영 모델을 세워 완리클라우드의 의학영상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다.
 
IT 대기업들은 서로 다른 경로로 의료 영상 분야에 진출해, 기술과 알고리즘 분야에서 각자 강점을 확보했다. 그러나 세부 분야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의료산업 이해가 부족했다. 판이 알리헬스 인공지능 실험실 주임은 “이전에는 주로 기술을 이야기했는데 지금은 의료 이야기를 좋아한다”며 “의료 인공지능의 핵심은 의료로 인공지능을 보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의료영상 인식 분야에서 기업들의 절대적인 기술 격차는 크지 않지만 적용 단계에서 차이가 벌어진다고 그는 덧붙였다. 데이터의 수량과 품질, 적용 환경의 좋고 나쁜 정도가 제품의 차이를 결정하는 것이다.
 
의료영상 인식은 이미 ‘규모의 경쟁’ 단계에 진입했다. 의료 인공지능에서 가장 성숙한 제품으로 누가 더 많은 질병을 처리하고 더 많은 병원을 차지하느냐를 두고 경쟁이 치열하다.
 
ⓒ 財新週刊 2018년 제3호
智慧醫院還有多遠
번역 유인영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리옌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권태호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장철규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