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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업자는 웃고 은행원은 울고
[Special Report] ‘브렉시트 후폭풍’ 프랑크푸르트- ② 얻는 자와 잃는 자
[95호] 2018년 03월 01일 (목) 팀 바르츠 등 economyinsight@hani.co.kr
런던 금융기관 이전으로 고가 주택 수요 급증 전망… 완전 이주 꺼리는 분위기도 확산
 
런던 금융기관의 프랑크푸르트 이전은 부동산업자에겐 호재다. 연봉이 높은 금융권의 특성상 임대수입이 쏠쏠하고 연체될 걱정도 없다. 반면 런던의 금융권 종사자들은 딱히 프랑크푸르트 이전이 달갑지 않다. 따분한 프랑크푸르트 생활이 못마땅한 탓이다. 가장 걱정하는 건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이다. 프랑크푸르트에선 가뜩이나 빈부 격차가 커지고 사회적 긴장관계가 늘고 있다. 권력도 비전도 없는 페터 펠트만 프랑크푸르트 시장은 이를 바라볼 뿐이다.
 
팀 바르츠 Tim Bartz
마르틴 헤세 Martin Hesse <슈피겔> 기자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이전이 예정된 영국 런던 금융기관 직원들은 프랑크푸르트 정착에 부정적이다. 중년 남성이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앞을 걸어가고 있다. REUTERS
 
수혜자와 장기 통근자들
프랑크푸르트의 대형 부동산개발 업체인 독일자산그룹 울리히 횔러 대표는 팔츠 지방 사투리를 구사하는 탄탄한 몸매의 소유자다. 그가 추진하는 새 프로젝트는 리버파크타워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흉측한 사무용 건물이었지만, 마인강과 작센 하우젠 지구를 내려다보는 전경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횔러 대표는 2억2천만유로(약 2685억원)를 투입해 리버파크 타워를 95m 높이의 주거용 빌딩으로 새로 짓고 있다. 건물 설계는 아시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건축가 올레 셰렌이 맡았다. 각 층은 비대칭으로 엇갈려 있고 앞면이 없는 투명한 건물로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마치 무너지기 직전의 ‘젠가’(나무블록)처럼 말이다.
 
횔러 대표는 아직 런던 금융권의 문의가 없음을 인정했다. “앞으로 상황이 달라질 것이다.” 향후 몇 년간 프랑크푸르트 전역에 새 고층 빌딩 10곳이 입주 채비를 마친다. 1m2에 최소 5천유로(약 675만원)에서 최대 1만8천유로(약 2435만원)인 고가의 아파트 수천 가구가 부동산 시장에 쏟아져 나올 것이다. 런던에 비하면 저렴하지만 서민들에게는 여전히 비싼 가격이다.
 
횔러 대표 같은 투자자들이 사력을 다해 공들이는 대상은 이주 의향이 있는 런던 금융권 인사만이 아니다. 어차피 브렉시트가 아니더라도 프랑크푸르트는 붐을 타고 있었고, 독일 금융권 연봉도 다른 업계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프랑크푸르트에는 전세계에서 온 고연봉 기업인들이 살고 있다. 이들은 연봉 수준에 걸맞게 거주하려 한다.” 수만 명의 서민이 자신의 경제력에 맞는 주택을 찾는 것도 그는 잘 안다. 하지만 이는 정치권이 해결할 과제라는 태도다. 주택을 지을 땅과 공간은 충분히 있으니 프랑크푸르트와 인근 지자체들이 긴밀히 협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횔러 대표가 리버파크타워 바로 인근에 짓고 있는 리버파크 스위트는 주거 공간의 30%를 사회취약층 주택으로 지정해놨다. “당연히 내 수익률이 낮아진다”고 횔러 대표는 솔직히 말했다. 그는 분명 다른 주택단지도 지을 테니 프랑크푸르트시와 우호관계를 맺는 건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휠러 대표는 개인적으로도 주택을 지어 돈을 벌고 있다. 고급 주거지인 베스트엔트의 렌트하우스를 공동 소유하고 있다. 그 역시 가구가 완비된 아파트에 거주한다. 이 아파트의 임대인은 프라이빗뱅크(고액 자산가에게 맞춤형 종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 -편집자) 하우크&아우프호이저의 전 최고경영자(CEO)인 미하엘 슈람이다. 슈람은 2016년 은행업에서 부동산업으로 갈아탔다. 현재 그는 프랑크푸르트에 아파트 550가구와 렌트하우스 15채, 호텔 3개를 소유하고 있다. 사업 파트너는 독일 분데스리가 축구팀 FC 바이에른 단장으로 잘 알려진 하산 살리하미지치다.
 
미하엘 슈람은 2012년 하우크&아우프호이저 지분을 매각해 주택 4채를 처음 매입한 뒤 자신의 운전기사를 주택관리인으로 채용했다. 슈람은 2014년 유럽중앙은행 입찰에 낙찰하며 돌파구를 마련했다. 당시 유럽중앙은행은 본부 건물을 새로 지었고, 신입사원 수백 명의 거주지를 프랑크푸르트에 구해줘야 했다. 현재 슈람과 살리하미지치는 유럽중앙은행에만 아파트 150가구를 임대하고 있다. “현재 유럽에서 가장 신용이 높은 임차인에게서 매달 25만유로(약 3억3천만원)를 받고 있다.”
 
슈람은 조만간 아파트 수백 채를 더 갖게 된다. 한 중국 투자자가 이미 투자 가능성을 문의했다. “투자자들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어떻게 하면 브렉시트로부터 많은 이익을 볼지 철저히 계산을 마친 상태다. 렌트하우스가 답이라는 계산이 분명히 나온 셈이다.”
 
슈람은 브렉시트로 인한 인구 유입으로 불어닥칠 엄청난 주거 수요를 아직 느끼지 못하지만 이는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많은 은행업계 인재가 머잖아 한시적으로 프랑크푸르트 발령을 받아올 것이다. 이들은 가족을 전부 데려오지 않고 주말이면 런던으로 돌아갈 것이다.”
 
주말 부부가 어떻게 가능한지는 도이체방크 사례가 보여준다. 도이체방크 최초의 프랑스 여성 임원으로 규제 자문을 하는 실비 마테라트는 한 금융 콘퍼런스에서 브렉시트가 도이체방크에 의미하는 바를 들려줬다.
 
도이체방크는 런던에서 프랑크푸르트로 회계 전문가와 정보기술(IT) 전문가, 리스크 매니저 등 직원 4천여 명을 보내야 한다. 마테라트 같은 프랑스 출신인 다니엘 누이 유럽중앙은행 감사회 의장은 런던에서 처리하는 유럽 업무 가운데 리스크 관리 등 핵심 기능을 유로존 지역으로 이전하라고 각 은행에 요구하고 있다. 마테라트의 부서 역시 프랑크푸르트에서 직원이 충원돼야 한다.
 
런던에서 몇 년을 보낸 은행원이 가족과 함께 프랑크푸르트에 정착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도이체방크 임원들 사례가 이를 대표적으로 보여준다. 일부 임원은 프랑크푸르트에 주요 거처를 두지 않고 있다. 2014년부터 도이체방크에서 일한 마테라트는 일주일에 평균 이틀 정도 프랑크푸르트에 거주한다. 나머지 기간에는 전세계로 출장을 다니거나 고향인 파리에서 시간을 보낸다. 유행에 민감한 그는 프랑스 엘리트층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화려함과 거리가 먼 프랑크푸르트에는 관심이 없다.
 
마테라트보다 직급이 낮은 도이체방크 직원들은 대체로 프랑크푸르트에 임시 거처를 마련할 것이다. 도이체방크는 근로계약서에 가구가 딸린 아파트 제공을 명시해야 한다.
 
   
건설노동자들이 프랑크푸르트 인근에 빌라형 아파트를 짓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부동산개발 업체들은 런던 금융계 종사자들을 맞이할 준비에 한창이다. REUTERS
 
금융권 종사자
스벤 바우만은 이미 런던에서 프랑크푸르트로 이주했다. 2015년 48년간의 런던 생활을 끝낸 그는 메릴린치에서 경쟁업체 시티그룹으로 이직했다. 현재 독일 고객사 컨설팅을 맡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영국 투자은행가들을 대표하는 1인 정찰대와 같다. 그는 직접적으로 프랑크푸르트 도심의 주택시장에 부담을 끼치지 않는다. 아내, 자녀 셋과 함께 사는 그는 프랑크푸르트보다 고소득자가 많이 모여 사는 인근 지자체 크론베르크에 산다.
 
바우만의 런던 동료들은 프랑크푸르트로 이주할 생각을 할까? “프랑크푸르트 이주는 피하려 할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사람은 교대근무제로 프랑크푸르트에 올 것이다. 아직은 프랑크푸르트에 빈자리가 더 많다.” 바우만은 런던에 고연봉의 훌륭한 대안 일자리가 훨씬 많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바우만은 동료들로부터 “프랑크푸르트가 황량하지 않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는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지 못한다. “레스토랑과 문화공연 인프라 등에서 프랑크푸르트는 런던보다 뒤떨어진다. 런던만큼 다문화적이지도 않다. 나는 런던에서 세계 시민이라고 느끼는 반면, 프랑크푸르트에서는 독일인이라는 느낌이 든다.” 런던과 비교해 프랑크푸르트는 시골 같은 분위기지만 가족에게는 더 편안하다. 프랑크푸르트 삶의 수준이 더 높고, 런던 사립학교보다 자녀가 체감하는 성적의 압박이 덜하다. “프랑크푸르트는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는 타협점이다.”
 
딜레마는 있다. 페터 펠트만 프랑크푸르트 시장은 상충하는 이해관계를 하나로 모아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재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주거지를 찾는 프랑크푸르트 시민의 희망이 그의 어깨에 고스란히 놓여 있다. 동시에 브렉시트에서 최대한 이익을 뽑아내려는 금융권 로비의 기대치도 어깨를 짓누른다.
 
펠트만 시장은 2018년 2월25일(이 글은 선거 전에 쓰였다 -편집자) 재선 성공뿐 아니라 더 큰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재선에 성공하더라도 마음껏 시장직을 수행할 수 없다. 법에 따르면 직선으로 선출된 시장은 다수파와 연정을 이뤄야 한다. 현재 검정-빨강-초록의 케냐 국기색과 동일한 연정(기독기민연합/사회민주당/녹색당)이 꾸려진 프랑크푸르트시 행정부 3분의 2가 펠트만 시장의 정치적 반대파로 구성돼 있다.
 
펠트만 시장은 독일 정부에도 기대할 수 없는 형편이다. 투자은행 편을 들어서는 어떤 정치인도 유권자 마음을 얻을 수 없다. 펠트만 시장이 런던에 있는 유럽은행감독청을 프랑크푸르트에 유치하려 하자, 베를린 정계의 연정 구성 관계자들은 그를 본체만체했다. 프랑크푸르트는 유럽은행감독청 최종 후보지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프랑크푸르트는 역사적으로 유일무이한 상황에 있고, 펠트만 시장은 기로에 서 있다. 하지만 모두를 화해시켜야 하는 펠트만 시장은 국가 없는 왕이나 다름없다.
 

프랑크푸르트 출신 좌파 활동가 조니 클린케 인터뷰
조니 클린케(67)는 프랑크푸르트 좌파 활동가 사이에서 전설적 인물로 통한다. 거리의 투쟁가, 주택 점유 활동가로 불렸던 그는 요슈카 피셔 전 독일 외무장관의 좌파운동 동지다. 그는 30년 전 사업가로 변신했다. 그가 운영하는 ‘티거팔라스트 바리에테’ 극장은 세계적으로 유명하며, 카페 시스마이어는 금융권 종사자들이 즐겨 찾는 브런치 레스토랑이다. 베를린 출신인 그는 1960년부터 프랑크푸르트에 살고 있다. 그는 이 도시를 사랑하지만, 성공한 사람을 너무 편하게 만든다고도 털어놓았다.
 
브렉시트로 금융권 종사자 수천 명이 런던에서 프랑크푸르트로 이주하고 있다. 새로 계급투쟁을 벌여야 하나.
계급투쟁 시대는 지났다. 프랑크푸르트는 국제적이고 통합된 도시다. 제2차 세계대전 뒤 미국인부터 시작해 현재 프랑크푸르트에는 190개국 출신이 산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있음에도 ‘게토’(격리지역)를 형성한 사례가 없다. 이는 독일에서 전례가 없다. 프랑크푸르트는 무너지지 않는다. 브렉시트로 달라질 것은 없다. 런던에서 언제든 프랑크푸르트로 오라고 해라.
 
놀랍다. 프랑크푸르트는 1970년대 반자본주의 저항의 중심지였다. 옛 영웅들은 이제 투쟁에 질렸나.
프랑크푸르트는 1968년부터 현대 민주주의와 유럽 대도시의 실험실이었다. 프랑크푸르트 시민들은 감당할 수 있는 방식으로 대립하는 능력을 갖게 됐다. 당시 저항가들은 현재 변호사와 간호사, 의사, 기업인, 사회복지사, 교사, 공무원, 언론인이 됐다. 이들은 프랑크푸르트에서 중추 역할을 한다. 프랑크푸르트에 런던 은행원 몇 명이 온다고 도시가 새로 출발하거나 부서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런던 금융인으로선 작은 마을에 오는 셈이다.
말도 안 된다. 라인·마인 지역에 550만 명이 살고, 프랑크푸르트는 그중 도심에 불과하다. 박물관과 강변, 오페라하우스, 티거팔라스트 극장은 유럽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문화는 전세계인을 내적으로 결합시킨다. 여름이면 마인강변은 마치 프랑스 파리의 센강변 같은 느낌을 준다. 그런데도 프랑크푸르트 시민은 왜 그렇게 자주 저기압인지 친구가 설명해줬다. 지중해와 연결돼 있지 않아 그렇다고 하더라.
 
과장이 심하다.
프랑크푸르트에는 사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있다. 다만 한가지 마음에 걸린다.
 
뭔가.
프랑크푸르트는 경제가 번성하고 사람들도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다. 하지만 화려하고 위대한 순간에도 무언가 그리움을 찾기 마련이다. 스페인 빌바오의 구겐하임박물관과 독일 함부르크의 엘프필하모니처럼 우리에게는 일종의 랜드마크가 필요하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누가 랜드마크를 만들 수 있나.
미래 구상은 시민사회에서 나와야 한다. 경제와 문화가 새로 결합해야 한다.
 
구상하는 게 있나.
마인강 한복판에서 유럽 문화 페스티벌을 여는 것이다. 수중 무대와 강변 야외 관람석, 식당, 최상급 클래식 음악, 발레, 버라이어티쇼 등으로 꾸미는 거다. 프랑크푸르트의 스카이라인이 배경으로 펼쳐진 사진이 전세계로 퍼져나갈 것이다. 나는 오래전에 구상을 끝냈다. 이제 시기가 중요하다. 우리에게 의지만 있으면 된다.
 
ⓒ Der Spiegel 2018년 3호
Stadt unter Strom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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