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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의 친분이 명함?
[윤희웅의 선거와 경제] 선거와 후광효과
[95호] 2018년 03월 01일 (목) 윤희웅 waymaker@opinionlive.co.kr
지방선거는 정당 경선과 선거일 사이 기간이 짧은 탓에 현역 단체장들에게 절대 유리하다. 이 때문에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대통령, 유력 정치인과의 친분을 과시하거나 청와대 등 잘나가는 기관 근무를 후광으로 내세우곤 한다. 정치 신인이 현역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선거제도 개편과 후광효과에 속지 않는 유권자들의 냉정한 판단이 요구된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2018년 2월12일 부산 유라리광장에서 부산시 선관위 관계자들이 지방선거가 참여·축제·화합의 장이 되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그라피티 아트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연합뉴스
 
선거 출마자들의 첫 번째 고민은 유권자에게 자신을 어떻게 쉽게 알릴지다. 대선도 아닌 지방선거에 나서는 정치인들은 유권자들의 더 큰 무관심에 직면한다. 그나마 시도지사 출마자들은 중앙 언론의 조명을 이따금 받기 때문에 상황이 낫지만, 시장·군수·구청장 등 기초자치단체장이나 시도의원, 시군구의원 도전자들은 자신을 알리기 쉽지 않다.
 
각 정당 경선은 선거일보다 훨씬 전에 치러지는데 이 역시 도전자들을 힘겹게 한다. 2018년 지방선거는 6월13일 열리지만 정당 경선은 1개월 전 끝난다. 대중은 선거일이 임박해야 후보 정보를 알게 되니 현역 자치단체장이 신진보다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 선거 열기가 없는 상황에서 대중의 선택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마치 한여름에 온풍기를 팔아야 하는 일처럼 고역이다.
 
선거운동에도 제약이 많다. 예비후보 등록을 해야 비교적 자유로운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시·도지사 및 교육감의 예비후보 등록은 선거일 120일 전인 2월13일에 가능하다. 또 광역시·도의원, 기초시·구의원, 구청장·시장은 선거기간 개시일(5월31일) 90일 전인 3월2일, 군의원·군수는 60일 전인 4월1일에 가능하다.
 
자신을 알리는 데 온갖 제약이 있다보니 출마자들은 다소 비정상적인 전략을 구사한다. 바로 대중에게 먹히는 경력을 찾는 것이다. 경선이 당원과 일반인 여론조사로 진행되고, 후보 소개에 2개 정도의 경력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다. 해당 출마자를 전혀 알지 못해도 당원이나 일반인이 시선을 줄 만한 라벨을 달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경력 관리가 가장 중요한 곳이 여의도’라는 농담이 있다. 괜찮은 경력 하나면 10년 국회의원 경력 부럽지 않다고 한다. 가장 인기있는 인물과 관련된 경력이나 가장 신뢰가 가는 기관 출신이면 여론조사에서 적게는 5%, 많게는 15%까지 긍정적 영향을 가져온다. 이로 인해 열세 후보가 갑자기 우세 후보로 변하기도 한다.
 
사회심리학에서 말하는 일종의 ‘후광효과’에 기대는 것이다. 출마자가 자신의 정체성과 공약을 드러낼 기회가 막힌 상황에서 외부 권위를 빌려 대중에게 자신을 보여주는 셈이다. 후보의 정책과 능력 등 본질적인 것으로 승부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지만 활용할 선거운동 수단이 별로 없는 상황에서 가장 효과가 높은 도구를 찾는 것은 ‘합리적 전략’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준비하는 출마자들에게 단연 인기 있는 후광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최근 다소 낮아졌지만 여전히 높은 국정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의 관계가 증명되면 해당 후보는 당내 경선에서 상당히 유리한 고지에 오른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역시 후광효과가 강하게 나타난다. 청와대는 가장 힘 있는 기관인데다 문재인 대통령과 연관 있다고 대중이 받아들이면 해당 후보의 지지율이 실제 지지 기반보다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이성의 마비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을 발전시킬 힘이 있는 후보를 선호하기 때문에 대통령과 인연이 있으면 아무래도 후한 점수를 받는다. 2000년 4월 실시된 16대 총선에서는 무명의 후보가 ‘김대중 대통령의 30년 친구’라는 슬로건으로 거물급 현역의원을 꺾은 사례도 있다. 그만큼 현직 대통령의 후광은 상당하다.
 
꼭 현직 대통령이 아닌 경우도 후광은 존재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중 실시된 선거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 더 큰 후광효과를 발휘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하고 1년 뒤 치러진 선거였기 때문에 노무현재단이나 노무현 정부 경력 등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여론조사에서 위력을 발휘했다.
 
특정 정책으로 후광효과를 대신 얻으려는 경우도 있다. 2008년 총선에서는 뉴타운 정책이 그 역할을 했다.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2007년 대선 공약 중 하나가 뉴타운 개발이었기에 여당 후보들은 뉴타운 정책을 전면에 내세워 대통령과의 연계성을 확보하려고 했다.
 
2016년 총선에서는 특정 세력이 직접 후광효과를 심어주려고 했다. 이른바 톱다운 방식이었다. ‘진박’ 후보를 가려내는 감별사까지 등장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얼마간 효과가 있었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반발을 사며 무리수를 둔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후광효과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마케팅에서 후광효과는 다양한 심리조작술로 사용된다. 이미지가 좋은 유명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는 일이 대표적이다. 해당 연예인에 대한 믿음이 높으면 광고 제품의 신뢰도 얻을 수 있다. 가장 많이 쓰이는 곳은 출판계다. 책 광고에 전문가들의 추천글을 사용하거나, 책 한쪽에 유명 인사들의 추천글을 채워 넣는다. 꼼꼼히 책을 읽고 추천사를 직접 쓰는 사람도 없지 않지만, 추천글을 의뢰하는 저자나 출판사가 유명인의 추천글을 대신 써서 확인과 동의만 받는 경우도 있다.
 
사실 이런 후광효과는 사람들의 이성을 마비시킨다. 본질이 아닌 비본질에 정신이 빼앗긴다. 후광효과를 ‘현혹효과’로 부르기도 한다. 비용을 직접 지불하는 영역에서도 현혹현상이 빈번하게 나타난다. 선거처럼 유권자가 직접 비용을 지출하지 않고 그저 여러 후보 중 한 명을 선택하는 경우에는 후광효과가 더 쉽게 나타날 소지가 크다.
 
누군가와 인연이 있거나 어느 기관에 잠시 몸담았다고 그 사람의 인격과 역량이 탁월하다고 단정할 수 없다. 과거에 어떤 일을 했는지가 중요하다. 후광효과를 의도하는 것과 후광효과에 휘둘리는 것 모두 경계해야 한다. 후보자와 유권자가 서로 의사소통을 하지 않고, 후보가 준비한 정책이 무엇인지 평가받으려고도, 평가하려고도 하지 않는 것은 공직자가 되려는 자와 공직자를 선출하려는 유권자의 자세가 아니다.
 
하지만 이를 후보와 유권자의 탓으로만 돌릴 순 없다. 짧은 선거운동 기간, 출마자와 유권자가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기회의 제약, 신진 도전자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선거제도 등이 개선돼야 한다. 후보들이 유권자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자신의 입장과 정책을 자유롭게 전달할 수 있는 환경이 제공되지 않으면 후광효과에 기대는 일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 윤희웅은 오피니언라이브(OPINIONLIVE)에서 여론분석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과 민(MIN) 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을 거쳤다. 대중심리의 형성과 표출 과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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