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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여, 로봇에 자비를 베푸소서!
[Trend] 인간과 자율주행차의 어정쩡한 공존
[94호] 2018년 02월 01일 (목) 만프레트 드보르샤크 economyinsight@hani.co.kr
복잡한 도심 주행에 여전히 기술적 한계 노출… ‘고속도로만 자율주행’ 절충론까지 대두
 
자율주행차가 다른 차량의 운전자와 자전거 운전자, 보행자와 도로 주행시 의사소통하는 방식은 무엇일까?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되어선 안 되는 이들의 기술적 소통은 믿을 만할까? 자율주행차 개발자들이 고난도 시험 주행에 이상적인 장소를 네덜란드에서 발견했다. 바로 델프트의 분주한 구도심 지역이다.
 
만프레트 드보르샤크 Manfred Dworschak <슈피겔> 기자
 
   
운전자가 볼보 자율주행차를 몰며 운전대 아래 손을 놓고 있다. 자율주행차 시험 운행은 대부분 사람과 차량이 드문 사막 한가운데 고속도로에서 이뤄진다. REUTERS
 
‘로봇 택시’가 곧 미국의 대도시 피닉스를 누빌지 모른다. 구글 자회사 웨이모(Waymo)는 몇 달 내에 최종 시험을 할 계획이다. 그러면 사상 최초로 운전자 없이 승객만 탄 자동차가 도로를 달리게 된다.
 
이는 기술적 승리지만 상대적으로 쉽게 일군 성과다. 미국 애리조나주 사막 한가운데 있는 대도시의 넓고 곧게 뻗은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는 철로를 달리는 것과 비슷하게 빠르게 질주할 수 있다. 보행자와 자전거가 도로 교통을 방해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웨이모가 자율주행차 기술을 네덜란드 델프트의 좁은 골목에서가 아니라 미국 피닉스 광역권에서 시험하려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델프트는 운하와 다리, 좁은 도로 등 전형적인 네덜란드 지방 도시의 조건을 모두 갖춘 장소다. 행인이 이리저리 걸어다니고, 자전거들은 군중을 헤치며 지나간다. 이곳에선 웨이모의 당당한 로봇 함대도 멀리 갈 수 없을 것이다. 짧은 시간 내에 미국에서 온 자율주행차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멈춰 설 것이다.
 
하지만 정보기술(IT) 전문가인 다리우 가브릴라에게 델프트는 적당한 장소다. “이곳에서 자율주행차는 가장 어려운 문제에 부닥친다.” 가브릴라는 이 지역 공과대학의 새로운 연구 프로젝트 그룹 ‘지능형 차량’ 책임자다. 그의 목표는 혼잡한 델프트 거리를 달릴 수 있는 자율주행차를 만드는 것이다. 델프트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차라면 다른 지역에서도 두려워 할 일이 없을 것이다. 이탈리아 로마와 팔레르모 같은 곳은 예외로 하자.
 
“도심을 운행하는 자율주행차는 우선 주변 사람들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가브릴라는 말했다. 전방 오른쪽에 있는 여성은 정말 도로를 건너려는 건가? 자전거는 곧 우회전할 것인가? 도로의 튀어나온 부분은 무조건 피해가야 하는가?
 
자율주행차는 주변에 있는 모든 교통 참가자들의 행동을 예상해 제때 주행 방식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자동차 운전 시스템이 너무 늦지도, 너무 빠르거나 갑작스럽지도 않게 브레이크를 작동시키는 것이다. 많은 것이 걸린 문제다. “어쨌든 처음으로 대규모 로봇 집단을 인간들 속에 풀어놓는 것이니, 이들은 사회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행동해야 한다”고 가브릴라는 말했다.
 
가브릴라는 도전의 성공 여부를 언급하지 않았다. 자율주행차가 도심 교통에 합류하려면 둔감한 행동으로 사람들을 짜증나게 하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인도 가장자리로 접근하는 행인을 감지할 때마다 깜짝 놀라 멈춰 서는 행동이다. 안전 문제는 오히려 크게 걱정되지 않는다. “현재의 보조 시스템도 이미 누군가가 엔진 후드 앞에 나타나면 상당히 그럴 듯 하게 반응한다.” 가브릴라는 초기부터 자율주행차 개발에 참여했다. 델프트대학으로 오기 전 거의 20년 동안 벤츠에서 일했다.
 
현재 자율주행차의 제어컴퓨터는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 다른 자동차 같은 장애물을 기계적으로 감지한다. 자율주행차는 주행 중 감지한 물체가 어떻게 행동할지 알아낼 수 있어야 한다. 인도 가장자리에 선 사람이라면 시선 방향이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다. 접근하는 자동차 방향으로 머리를 돌렸다면? 아마 그는 자동차를 보고 차가 지나가길 기다릴 것이다.
 
   
시험 운행 중인 웨이모의 자율주행차가 교차로에 정차한 가운데 자전거 운전자와 보행자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자율주행차는 궁극적으로 인간 수준의 소통능력을 갖춰야 한다. AP 연합뉴스
 
어려운 숙제 ‘도심 주행’
움직이는 보행자도 이런 식으로 진로를 더 잘 예측할 수 있다. 보행자가 뒤로 돌려면, 대부분 먼저 머리를 돌리고 나서 몸통을 따라 움직인다. 신체 축의 기울기 역시 행인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다. 몸을 살짝 뒤로 젖히는 사람은 아마도 멈춰 서려 할 것이다. 자전거 운전자가 왼쪽으로 몸을 기울이면 곧 커브를 돌 것이란 신호다. “이렇게 자율주행차는 1초, 어쩌면 2초 정도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고 가브릴라는 말했다. 이 정도면 예측 주행이 어느 정도 가능할 것이다.
 
가브릴라의 희망은 언젠가 로봇 자동차가 사람의 팔과 다리의 움직임까지 인식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동차가 간단한 동작을 배울 수 있다. 행인이 자동차에 지나가라고 손짓하는가? 경찰이 멈추라고 지시하는가?
 
도로 교통에 관여하는 사람들은 자율주행차보다 훨씬 쉽게 이 일을 해낸다. 도로 교통에서 인간은 대부분 상대의 의도를 쉽게 파악한다. 이성 없는 기계가 이 능력을 비슷하게나마 흉내낼 수 있을까? 독일 뮌헨의 철학자 율리안 니다뤼멜린은 회의적이다. “왼쪽으로 돌기 전 팔을 드는 대신, 손을 가볍게 핸들 위에 둔 채 손가락만 살짝 벌리는 사이클 선수들을 생각해보라. 이 몸짓을 제대로 판독하는 센서가 있다면 한번 보고 싶다.”
 
도심 교통은 끊임없는 신호 교환이 있어야 제대로 작동한다. “사람들은 빠르게, 그리고 비공식적으로 의사를 교환한다.” 니다뤼멜린은 차를 타고 사무실로 오는 길에 교차로에 진입하는 차량 운전자들의 자비로움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혼잡한 구역을 지나야 한다. 서로 고개를 끄덕이면 누가 누구에게 양보해야 하는지 명확해진다. “그 신호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율주행차라면 그 지점에서 오래 기다려야 한다.”
 
미래 로봇 자동차는 자신의 의도를 상대에게 이해시키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보행자가, 다가오는 자동차가 자신을 인식하고 속도를 줄이려 하는지 아닌지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벤츠의 한 시험 차량은 행인에게 ‘정지할 예정이니 건너가라’는 뜻으로 레이저 광선으로 차량 앞 도로 바닥에 줄무늬를 그린다. 경쟁업체 포드는 자동차 앞유리에 깜빡이는 라이트 밴드를 달아 정지 의사를 전달하는 방법을 실험하고 있다. 다른 업체들은 발광다이오드(LED) 램프로 형상화한 자동차의 눈, 신호음, 음성 안내 등의 방식을 개발하고 있다.
 
모든 자율주행차가 조명이나 음향효과 등 각기 다른 방법으로 의사를 알리는 건 장기적으로 해결책이 되지 못할 것이다.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공통 신호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때로 단순한 행동만으로 충분한 경우가 있다. 많은 사람이 즐겨 하는 상상이 있다. 오른쪽 도로에서 들어온 차가 왼쪽 도로에서 진입한 차보다 우선인 교차로에 4대의 로봇 자동차가 동시에 진입하는 상황이다. 이 경우 어떤 자율주행차도 우선순위를 판단하지 못해 4대 모두 계속 서 있을 것이다.
 
자기주장 능력이 없다면 자율주행은 불가능하다. 이런 로봇은 희생양이 되기 십상이다. 어린애들이 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줄줄이 멈춰 세우는 장난을 즐길 수도 있고, 보행자가 운전자 없는 자동차 앞에서 언제라도 빨간불에 교차로를 건널 수 있다.
 
그렇다고 대안이 간편한 것은 아니다. 자율주행차가 방해와 악의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도록 분리 차선을 만드는 것이다. “우리 도시가 그렇게 비인간적이 되길 바라나?” 니다뤼멜린은 고속도로와 장거리주행 도로에서만 자율주행차 이용을 허가하고 도심에서는 사람만 운전하는 제한된 자동화 도입을 주장한다. 그 방안이 훨씬 쉬울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반면 교통 전문가 가브릴라는 자신감을 보인다. “기술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 필요한 만큼 우수하면 된다. 자율주행차가 스스로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면 길가에 멈추면 된다. 그 뒤 중앙교통통제센터에서 일시적으로 자동차를 조종할 수 있다.”
 
델프트 도심을 통과하는 자율주행차 시험 주행에서는 이런 상황이 금방 일어났다. 가브릴라의 시험 차량은 주행 중 모든 보행자와 자전거를 완벽하게 인지했지만 위험하게 주차된 트럭은 도움 없이 통과하지 못했다. 폐쇄된 차선 앞에서 손짓 하는 공사장 인부도 결국은 중앙교통통제센터가 해결해야 할 상황일 것이다.
 
가상현실로 자율주행 훈련
컴퓨터가 도심 교통 상황까지 혼자 처리할 수 있을 때는 언제일까? 가브릴라는 2030년 전에는 불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2030년은 너무 늦다고 생각하는 웨이모 개발자들은 컴퓨터 시뮬레이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시뮬레이션을 위해 웨이모는 가상현실 교통 시스템 ‘카크래프트’(Carcraft)를 만들었다. 이 시스템에선 항상 약 2만5천 대의 가상 자동차들이 도로를 달린다. 자동차들은 날마다 약 1300만km를 주행한다. 컴퓨터 운전자가 같은 도로 구간을 약간씩 변경하며 수천 번 주행하곤 한다. 개발자들은 최상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제어장치로 다양한 시도를 한다. 자동차 스스로 어떻게 해야 2차선 원형 교차로를 가장 잘 통과할 수 있을지도 학습한다.
 
델프트의 가브릴라가 가장 중점을 두는 방식은 자율주행차가 실제 교통 상황에서 도시를 스스로 탐색하는 것이다. “주행 중 센서와 카메라가 센티미터 단위로 정확하게 인식한 사항을 기록한다.” 데이터를 수집하고 병합하면 교차로별 기록 수천 개를 바탕으로 움직임 프로파일을 생성할 수 있다. 여기에서 자전거 운전자는 어떤 경로를 선택하는가? 보행자의 위험 행동이 예상되는 지점은 어디인가?
 
자율주행차들은 서로 배울 수도 있다. 하지만 “개인정보 보호 측면에서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가브릴라는 말했다.
 
ⓒ Der Spiegel 2017년 49호
Erbarmen mit den Robotern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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