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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한 빈부 격차 ‘정치적 통제’ 절실
[Analysis] <2018년 세계불평등보고서>- ① 주요 내용
[94호] 2018년 02월 01일 (목)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국가 간 불평등 감소, 국가 내 격차는 악화일로… 최저임금·공공서비스가 부 집중 완화
 
‘불평등 연구’의 대표 주자인 프랑스 경제학자 토마 피케티를 비롯해 전세계 연구자 100여 명이 집필에 참여한 <2018년 세계불평등보고서>가 2017년 말 공개됐다. 보고서는 세계 도처에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면서도 불평등 악화가 불가피한 것이 아님을 시사했다. 보고서 발간의 의미, 주요 내용, 미래 전망, 그리고 불평등을 줄이는 정책적 도구를 살펴본다.
 
크리스티앙 샤바뇌 Chri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코파카바나 해변 고급 아파트 단지 뒤로 보이는 파바오 파바오지뉴 슬럼가. 개도국의 경제성장으로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의 불평등은 줄었으나 개도국 내부의 빈부 격차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REUTERS
 
일찍이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는 경제학의 고전인 1936년 저서 <고용, 이자, 화폐에 대한 일반이론>에서 자본주의의 최대 실패는 실업이고 두 번째 실패는 부와 소득의 분배가 임의적이고 공정치 못한 것이라고 썼다. 그로부터 80년이 지난 오늘날, 안타깝게도 케인스의 현실 진단은 여전히 유효하다. 그동안은 불평등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파악하는 일조차 어려웠다.
 
최근 공개된 <2018년 세계불평등보고서>는 수많은 통계자료에 기초해 지난 30년 동안 전세계 불평등의 지형과 동학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보여준다. 보고서의 주요 집필자인 경제학자 뤼카 샹슬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교수는 세계 소득 상위 1%가 하위 50%보다 두 배나 많은 성장의 과실을 차지했다며 “이는 엄청난 수치”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소득 불평등 자료는 주로 선진국들과 관련된 것이었다. 2013년 출판 뒤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은 개도국에서 수많은 논쟁을 불러일으킨 도화선이 되었고, 각국 정부가 연구자에게 조세 자료를 개방하는 유인이 되었다. 이번 보고서 집필진의 한 사람으로 참여한 피케티 교수도 “우리는 지나치게 선진국의 상황에만 집중했다는 비판을 받았고, 이 비판을 받아들여 보고서를 준비했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보고서는 소득분배 피라미드의 가장 아래에 있는 소득계층의 변화에 주목한다.
 
결과적으로 전세계 100명이 넘는 연구자들의 노력 덕분에 1억7500만 개의 수치가 담긴 무료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됐다. 데이터베이스는 세계 불평등에 대한 일종의 파노라마를 제공한다. 2017년 12월14일 파리경제대학원(PSE)에서 열린 보고서 발표회에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에스테르 뒤플로 경제학 교수는 “엄청난 노고에 감사드린다”며 보고서 집필진에게 인사를 전했다.
 
1970~80년대 이후 개도국의 성장은 이들 국가의 소득을 늘렸고, 이는 국가 간 불평등 감소로 이어졌다. 하지만 동시에 개도국 내부의 불평등은 훨씬 심해졌다. 모두가 개발의 성과를 같은 정도로 누린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인도를 비롯한 몇몇 나라에서는 빈부 격차가 매우 심하다. 선진국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국내 소득 불평등이 늘어난 것이다. 보고서는 국제 자본주의가 심각한 불평등의 확대를 기반으로 발전했다는 걱정스러운 현실을 보여준다.
 
지역별로 좀더 자세히 들어가보면, 이런 변화를 단순하게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세계 나라들이 불평등의 심화를 겪고 있지만 그 정도는 지역별로 다르다. 유럽은 상대적으로 불평등 정도가 덜하다. 반대로 미국에서는 불평등의 심화가 뚜렷하다. 중동은 석유라는 하늘이 내린 선물을 독점한 일부와 이들을 위해 일하는 가난한 외국인들 사이의 빈부 격차가 극단적으로 심한 지역이다.
 
대조적 상황이 있다는 것은 그나마 안심이 되는 요소다. 이는 국내 정치제도가 불평등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을 함축하기 때문이다. 누진세, 취약계층 복지제도, 최저임금, 공공서비스 등은 소수에게 부를 집중시키는 자본주의의 구조적 경향을 상쇄할 수 있는 정책 도구다.
 
보고서 집필진은 여러 미래 전망을 내놓고 있다. 첫째는 지난 수십 년의 추세가 계속될 것으로 본다. 다음은 미국 모델로, 지금보다 불평등 정도가 더 심해지는 상황을 가정한다. 셋째는 유럽 모델에 따라 빈부 격차가 완화되는 상황을 예상한다. 하지만 각국 경제가 어떤 사회적 경로를 밟을지는 알 수 없다. 어디에도 정해진 규칙은 없기 때문이다. 영국처럼 소득 불평등이 심한 나라도 최근에 최저임금을 올렸다. 반대로,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부자들에게 유리하게끔 세법을 개정했다. 프랑스처럼 빈부 격차가 다른 선진국보다 덜한 나라도 부유층의 소득에 대한 과세를 완화했으며, 이제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평균 소득 변화와 분리해 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따라서 누구도 미래의 모습이 어떠할지 말하기 어렵다. 그러나 보고서 발표회에서 미국 뉴욕대의 브랑코 밀라노비치 연구원은 우려스러운 변화가 여럿 존재한다고 했다. 우선 ‘중국 효과’가 둔화될 것이다. 세계 불평등 감소에 기여한 중국의 놀라운 소득 증가가 미래에는 지금보다 줄어들 것이다. 아프리카의 지지부진한 개발도 문제다. 아프리카는 불평등이 계속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앞으로 수십 년 동안 아프리카의 인구는 세계 다른 지역보다 더 빠르게 늘어날 것이다. 세계 인구에서 아프리카의 비중이 현재의 17%에서 2050년 26%로 급증할 전망이다.
 
마지막 시나리오는, 전세계 빈민들이 부자가 되는 상황을 가정한다. 사회적으론 좋은 소식이다. 하지만 현재의 생산과 소비 양식이 유지된다면 환경적 차원에선 대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 샹슬 교수는 인도네시아를 예로 들며 ‘환경보호’와 ‘빈곤 퇴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화석 에너지 소비 보조금을 폐지하는 대신, 그렇게 절약한 돈을 해당 조처로 가장 타격을 입은 사람들을 위해 사용했다.
 
결국 소득 불평등을 없애려면 각국의 상황에 대한 깊이 있는 연구와 성찰이 선행돼야 한다. 경제학자들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에서 10년이 지났지만 소득 불평등 문제는 여전히 진정한 의미에서 주류 경제학의 연구 분야로 편입되지 못했다고 밀라노비치 연구원은 개탄했다. <2018년 세계불평등보고서>로 불평등 문제가 민주적 논쟁의 핵심 주제로 자리잡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보고서는 목표를 달성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하겠다.
 
   
 
주목되는 현상
1. 중산층 붕괴
1980년대 이후, 중국과 인도를 필두로 여러 개도국이 급격히 경제성장을 하면서 선진국과 소득 격차를 줄여나갔다. 세계 전체로 볼 때, 국가 간 불평등은 줄었다. 하지만 성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성장이 빈곤 퇴치에 기여한다고 해도 덜 불평등한 세계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실은 그 반대였다. 국가 내 불평등의 심화로 빈부 격차가 커진 것이다.
 
개도국의 성장은 소득 하위 50% 계층의 소득도 늘렸다. 그러나 이들의 소득증가율은 상위 1% 부유층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중산층은 소득 증가 정도가 가장 미미한 계층이다.
 
2. 미국과 유럽의 뚜렷한 대조
소득 불평등은 미국뿐 아니라 유럽에서도 늘어났다. 불평등 증가 정도에선 두 지역이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미국 국민총소득에서 상위 1%가 차지하는 비중은 20%인 반면, 유럽 상위 1%의 소득 비중은 12%였다. 미국에선 1990년대 이후 부자가 더 부유해질수록, 빈민은 더 가난해졌다. 유럽의 부유층도 약진했지만, 미국 부자들에는 한참 못 미친다.
 
미국과 유럽의 비교는 서유럽 국가들의 자료를 근거로 했다. 동유럽 국가들까지 고려하면 이 결과는 달라질까? 전혀 그렇지 않다. 서유럽에서 상위 10%가 총소득의 37%를 차지하는데, 동유럽까지 포함하면 그 수치는 38%로 약간 늘어날 뿐이다.
 
3. 공공자본의 걱정스러운 감소
1970년대 초, 민간이 보유한 자산은 국가에 따라 국민소득의 2~3.5배 수준이었다. 오늘날 이 수치는 4배(독일)에서 7배(스페인)에 이른다. 동시에 학교·병원 등 공공자본에서 공공부채를 뺀 순공공자본은 지속적으로 줄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순공공자본이 마이너스인 상황까지 이르고 말았다. 이는 교육·보건 등 공공서비스 개발에 사용하는 각국의 재원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을 뜻한다. 공공서비스 개발이야말로 불평등 해소의 핵심 요소다. 하나 강조할 점은, 중국이 현 수준의 공공서비스를 유지하려는 듯 보인다는 것이다. 중국의 공공자본 감소는 수년 전부터 안정화된 상황이다.
 
4. 자산 불평등의 재출현
20세기 초만 해도 자산 불평등이 매우 심했다. 하지만 두 차례의 세계대전과 1930년대 대공황이 부유층의 자산에 큰 타격을 입혔다. 그런데 1980년대부터 다시 추세가 역전됐다. 민영화와 1990년대 인터넷기업 거품이 프랑스 부유층의 자산에 끼친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부동산 가격은 프랑스 중산층보다 영국 중산층에 더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 결과, 영국의 부유층은 프랑스 부유층보다 중산층 이하와 비교해 자산 집중도가 낮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1월호(제375호)
Un monde d’inégalités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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