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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급과 2등급 누텔라의 차이
[Business] ‘식료품 인종차별’ 홍역 앓는 유럽
[94호] 2018년 02월 01일 (목) 닐스 클라비터 economyinsight@hani.co.kr
일부 대기업, 동유럽 판매용에만 주요 성분 함량 낮춰… ‘식성 차이’ 엉터리 해명 일관
 
서유럽에서 판매되는 콜라는 동유럽 콜라보다 정말 맛있을까? 체코 프라하에서 먹는 생선튀김은 독일 베를린 생선튀김보다 생선 함량이 적을까? 소비자가 설마 했던 우려가 사실로 드러났다. 주요 대기업들이 동유럽 국가에 판매하는 식료품의 품질을 떨어뜨려 유럽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닐스 클라비터 Nils Klawitter <슈피겔> 기자
 
   
헤이즐넛 맛 누텔라 잼이 담긴 통들이 프랑스 니스의 슈퍼마켓에 진열돼 있다. 같은 누텔라지만 서유럽보다 동유럽에서 판매되는 제품의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 REUTERS
 
그는 재킷을 벗고 열을 내어 말을 이어가더니 제재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가 말하는 제재 대상은 냉동식품 브랜드 ‘이글루’와 세제 브랜드 ‘레노’다. 이글루와 레노가 계속 동유럽에 품질 차이가 나는 제품을 공급하면 소비자의 불매운동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오해할 여지 없는 분명한 의사표시다.
 
2017년 12월 둘쨋주, 이렇게 명확한 의견을 낸 사람은 다름 아닌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다. 법률가 출신인 피초 총리는 개인 소비자로서 말한 것이 아니다. 그는 동유럽에서 판매되는 초콜릿 제품 ‘누텔라’가 독일에서보다 초콜릿 맛이 덜하고, 콜라 맛도 떨어지며, 세탁세제의 약한 세정력을 몇 년 전부터 의아해 하는 중동부 유럽인들을 대표해 지적한 것이다. 그는 확연히 품질 차이가 나는 대기업 제품을 써야 했고, ‘동유럽인들은 품질이 떨어지는 식료품을 더 좋아한다’는 이상한 연구 결과를 강요받은 1억300만 명에 이르는 유럽연합(EU) 시민을 대표해 분노를 표명했다. 폴란드 일간지 <가제타 프라브나>(Gazeta Prawna)는 이를 ‘식료품 인종차별’이라고 했다.
 
2017년 7월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서 열린 피초 총리의 분노에 찬 연설은 ‘1, 2등 소비자에 대한 식료품 품질 차별’이라는 논란의 한복판에 엄청난 폭발력을 일으키며 정점을 찍었다. 식료품 대기업들이 품질이 떨어지는 식료품을 동유럽에 판매한 것은, 가브리엘라 마테치나 슬로바키아 농업부 장관의 표현에 따르면 수백만 명의 소비자를 기만한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유럽연합이 유럽 통합을 얼마나 진지하게 여기는지 엿볼 수 있고, 유럽 통합 문제가 실제 누텔라 품질 차이로 끝날지에 대한 것이기도 하다.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동일한 식료품의 재료 함량이 국가별로 다른 ‘식료품의 이중 기준’ 문제에 거듭 직면해왔지만, 동유럽의 대표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공개적으로 언급한 뒤에야 겨우 반응을 보였다. 오르반 빅토르(헝가리에선 성이 이름 앞에 온다 -편집자) 헝가리 총리는 비서실장을 통해 “국가별 식료품 품질 차이는 최근 가장 심각한 스캔들 중 하나”라고 발표했다. 체코 농업부 장관은 “유럽의 쓰레기통 취급을 받은 기분”이라고 울분을 터뜨렸다. 이제 분노한 동유럽의 민심을 달래는 대응만으로는 문제의 진정한 해결이 요원해 보인다.
 
이제껏 아무 행동을 취하지 않던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최소한의 구제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베라 요로바 소비자 보호 집행위원은 우선 동유럽 국가에서 판매되는 대기업 제품을 비교해 실험했다. 그 결과 피초 총리가 2017년 여름 울분을 터뜨렸던 레노 세탁세제와 이글루 생선튀김의 품질 차이가 사실로 드러났다. 품질 차이가 나는 제품의 범위와 규모가 엄청나다.
 
슬로바키아에서 판매되는 생선튀김의 생선 함량은 58%로 오스트리아의 65%보다 낮았고, 피초 총리가 구입한 레노 세탁세제는 오스트리아보다 슬로바키아에서 60mℓ나 적은데도 30유로센트 더 비쌌다. 이외에 적잖은 식료품에서 값비싼 동물성기름 대신 저렴한 식물성기름(팜유 등)이 사용됐다. 과일향은 아로마로 대체됐고, 코라콜라 등에는 설탕 대신 글루코스 시럽 같은 저렴한 감미료가 쓰였다.
 
동유럽의 민주화 이후 첫 몇 년간은 저렴한 재료 사용이 그나마 이해되는 지점이 있었다. 동유럽인들의 구매력이 낮았고, 대다수 식료품은 서유럽에서 생산되는 까닭에 유통에 시간이 더 걸렸다. 대기업들은 점차 동유럽 식료품 가격을 서유럽과 비슷한 수준으로 올렸지만 품질 차별 문제에는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독일 함부르크 소비자센터 식료품 전문가 아르민 발레트는 식료품 대기업들이 이런 방식으로 수백만유로를 절감했으리라 추정한다.
 
   
 
비리 폭로하는 이단아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베라 요로바 집행위원은 소비자보호단체, 업계와 공동으로 제품 차별 문제로 유럽이 분열되지 않도록 규정을 마련하기 위해 연구팀을 출범시켰다. 연구팀 출범이 업계를 압박하는 수단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업계는 엄격한 대응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지난 몇 주간 기업들과 로비단체가 하루가 멀다 하고 요로바 연구팀 문을 두드린 것이 그 증거다.
 
기업과 로비단체의 수고가 결실을 맺을지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기업들의 요구에 얼마나 응하는지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요로바 연구팀은 지역별 선호 식료품의 연구조사에서 향후 식료품 품질 차이의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는 기업은 불공정 관행을 책임져야 한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식료품 기업들은 지금까지 국가별 재료 구매와 다양한 식습관, 취향 차이를 조사한 결과를 들먹이며 국가별 품질 차이를 문화적 관용으로 포장해왔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향후 서유럽인과 동유럽인의 취향 차이를 입증할 증거를 요구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식료품 업계가 제출한 자료는 없다.
 
대다수 식료품 기업들은 틀에 박힌 설명 뒤에 숨어 ‘각종 의혹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하는 데 그치고 있다. 로비단체를 내세워 동유럽의 비교 연구조사를 형해화했고, 많은 식료품을 비교 불가하다는 변명으로 일관했다. 비난받을 짓을 하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마케팅 전문가 크리스티안 발만은 “식료품 업체들이 비난받을 짓을 했다”고 정면으로 반박한다. 발만이 소속된 비스킷 제조업체 발젠(Bahlsen)은 서유럽과 동유럽에 납품하는 제품 재료를 동일하게 조정했고 지금까지의 불공정 관행을 바로잡았다. 그는 2016년 여름 발젠에 불어닥칠 소비자들의 불만을 감지했다. “처음에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비교적 조용하게 시작됐다.” 당시 소비자들은 폴란드 공장에서 생산된 라이프니츠 버터스낵에 버터 함량이 더 적고 버터 대신 팜유가 사용된 이유를 물었다. 발젠은 이에 만족할 만한 답변을 주지 못했다.
 
발만은 발젠의 브랜드 이미지가 손상될 수 있음을 감지했다. 1891년부터 생산된 라이프니츠 버터스낵에 여지껏 팜유가 사용된 적은 없다. 2017년 7월 발젠은 라이프니츠 버터스낵의 생산 방식을 바꿨고, 이후 폴란드 공장에서도 라이프니츠 버터스낵에는 버터만 사용한다.
 
펠릭스 알러스 역시 식료품 업계의 단일대오를 흩트리는 일종의 나병환자 취급을 받는다. 알러스 일가는 냉동식품 회사 프로스타(Frosta)를 운영한다. 경쟁업체 이글루처럼 ‘비용 절감은 국가별 선호 재료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변명하는 대신, 알러스는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털어놓는다. “생선 함량이 적은 이유는 오로지 하나밖에 없다. 생산비용 절감이다.”
 
폴란드에서 생산된 프로스타의 생선튀김에는 몇 년간 다소 많은 양의 튀김 반죽이 사용됐지만, 알러스는 1년6개월 전 동유럽에서 판매되는 생선튀김의 생선 함량을 서유럽 수준으로 올렸다. 독일·오스트리아와 달리 동유럽에는 식료품 가이드라인이 전무했는데, 알러스는 자신을 신뢰할 수 없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국가별 선호 재료가 다르다는 말은 말장난이다.”
 
물론 아이들이 맛있는 튀김 반죽 맛에 익숙해지도록 할 수는 있지만 누구나 생선튀김에 생선이 더 들어 있기를 바란다. 생선 함량이 더 많은 생선튀김이 폴란드인의 입맛에도 더 맞다는 것이 프로스타의 자체 실험 결과이기도 했다.
 
모든 대기업의 견해가 이들과 같지는 않다. 오스트리아 식품업체 슈파그룹(SPAR Gruppe) 대변인은 “지역을 불문한 식료품의 품질 통일은 크게 의미가 없다”며 식료품의 하향 평준화를 경계했다. 슈파그룹은 유럽 전역에서 같은 라벨이 붙은 요구르트를 파는데, 동유럽 요구르트의 과일 함량이 오스트리아 것보다 적다. 이는 슬로베니아 소비자보호단체 제페에스(ZPS)가 실시한 실험 결과 드러났다. 슈파그룹이 동유럽에서 파는 생선튀김은 기름이 더 많고 더 비싸다.
 
슈파그룹 대변인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사라졌다고 믿었던 클리셰에 불과한 국가별 식성 차이를 근거로 내세웠다. 헝가리에서는 기름기 많은 생선 수요가 많다는 것을 식료품 전문가라면 누구나 상식적으로 알고 이를 파악하려는 연구조사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슈파그룹은 기본 원칙에서도 일관성이 없다. 2013년부터 남획하지 않은 생선만 사용한다는 슈파그룹의 내부 목표는 동유럽에는 해당 사항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슈파그룹의 대다수 제품에는 해양관리협의회(MSC)가 인증하는 지속가능성 마크가 없다. 슬로베니아 소비자에게 지속가능성은 중요한 주제가 아니라고 대변인은 말한다.
 
   
동유럽에 품질이 낮은 제품을 파는 주요 업체들은 동유럽 소비자가 품질에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며 대놓고 차별적 발언을 한다. 프랑스 다논그룹의 요구르트 제품. REUTERS
 
다논그룹의 위선
미국의 생활용품 대기업 피앤드지(Procter&Gamble)는 오스트리아 슈파그룹보다 소비자에게 훨씬 친절하게 정보를 전달한다. 피앤드지 대변인은 연간 2만 건에 달하는 검사와 연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고 발표했다. 폴란드인들은 주방세정제를 수세미에 직접 뿌려 사용하는 반면, 독일인들은 싱크대에 물을 담아 주방세정제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피앤드지 연구 프로젝트로 밝혀지기도 했다.
 
피앤드지가 세정제를 아껴 쓰는 독일 시장과 달리 세정제를 마구 쓰는 폴란드 시장에 함량을 다르게 차별화한 것은 선제적 대응책일까, 아니면 단순한 눈속임에 불과할까.
 
국가별 관습을 뒷받침하는 실험은 독일 본대학에서 자주 진행된다. 이 가운데 ‘유럽의 설거지’란 주제의 연구조사에서 폴란드와 체코의 실험 대상자 11명에게 전화 조사를 했다. 11명의 조사 결과를 신뢰하기엔 무리가 있다.
 
다국적 초콜릿 제조업체 페레로에 ‘누텔라가 국가별로 품질 차이가 나는 이유’를 묻자 아주 이상한 답변이 돌아왔다. 페레로는 독일에서보다 헝가리에서 카카오 가루를 적게 사용했다. 페레로는 “가용 원료가 각각 달라 국가별 카카오 가루의 함량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독일부터 카카오 가루를 공급하고, 헝가리에는 남은 카카오 가루를 공급한다는 투였다. 페레로는 국가별 규정을 언급했지만 누텔라의 카카오 함량을 임의로 적게 해도 된다는 규정이 동유럽에 있는 것은 아니다.
 
페레로 경영진은 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베라 요로바 소비자보호 집행위원에게 좀 더 흥미로운 이유도 제시했다. 독일 누텔라의 카카오 함량이 더 많은 것은, 누텔라의 점도를 높이기 위한 조처라는 것이다. 독일인들이 그만큼 거친 흑밀빵을 먹기 때문이라고 한다. 페레로가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제출했다는 말은 요로바 집행위원 쪽으로부터 들을 수 없었다.
 
기업들은 스스로를 웃음거리로 만들고 있는 것일까. 업계는 수익 지상주의에 매몰돼 브랜드 신뢰도를 포기한 것일까.
 
“다국적기업들이 얼마나 저질스러운 수준으로 대응하는지 보면 놀라울 따름이다.” 식료품 브랜드 전략 기업컨설팅 업체 브랜드트러스트(BrandTrust)의 아힘 파이게가 지적했다. 각각의 브랜드 충성도가 약해지고 대중적 브랜드가 부상하는 시기가 오면, 친구처럼 신뢰감을 주고, 의미를 부여하고, 욕구를 채워주고, 투명성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해야 브랜드 파워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검증도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식료품 업계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식료품 업계는 브랜드를 내부로부터 망가뜨리고 있다. 수익을 위해 부정을 저지르고 유럽 공동의 가치를 팔아넘기고 있다.”
 
식료품 업계의 대재앙은 다국적 식음료 공룡 다논(Danone)에서 극적으로 드러난다. 다논그룹은 몇 년 전부터 제품에 상당한 설탕을 함유해 비판을 받고 있다. 외부적으로 현대적 기업 행세를 하는 다논그룹은 자기 비판과 혁신의 코스프레도 서슴지 않는다. 에마뉘엘 파버 다논그룹 최고경영자(CEO)는 2017년 6월 동종 업계 모임에서 식료품 업계 전체를 대대적으로 변화시킬 ‘음식 혁명’을 선포해 소비자의 신뢰를 붙잡으려 했다.
 
다논그룹이 대대적 변화를 위해 무엇을 할지는 명확하지 않다. 파버 CEO는 사회적 공정성을 주창하며 ‘하나의 지구, 같은 건강’(One Planet, One Health)이라는 기업의 새 로고를 소개했다.
 
하지만 사회적 공정성은 동유럽의 문턱 앞에서 그친 것으로 보인다. 다논의 베스트셀러이자 2016년부터 전세계에서 동일한 포장으로 판매되는 액티비아는 서유럽에서 파는 제품보다 동유럽에서 파는 제품의 맛이 훨씬 떨어진다. 리투아니아의 실험에 따르면, 동유럽 제품의 과일 함량이 서유럽 제품보다 훨씬 적다. 동유럽에서 판매되는 딸기요구르트에는 점성을 높이는 첨가물도 함유돼 있다.
 
ⓒ Der Spiegel 2017년 50호
Nutella, zweite Wahl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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