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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화한 후원, 제약사-의대 경계 흐릿
[Business] 프랑스 제약업계의 의과대학 로비 실태
[94호] 2018년 02월 01일 (목) 로젠 르생 economyinsight@hani.co.kr
의대생 학위 취득비 대납부터 학장 숙소 제공까지… 의대생들 자성 움직임도
 
프랑스에서 제약회사들은 의대 교수와 학생들에게 강력한 로비를 해왔다. 제약회사 관계자들이 의대 강의실이나 연단에 서는 것은 무엇보다 미래 의사들의 처방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서다. 제약회사는 의대 교수진, 특히 학장들을 노리고 맞춤형 로비를 한다. 이런 제약회사들의 행태는 점점 더 많은 비난을 받으며, 의학계에서도 제약회사의 영향력을 제한해야 한다는 인식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다.
 
로젠 르생 Rozenn Le Sain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프랑스 병원에서 어린이의 심장수술을 하고 있다. 프랑스에선 처방약 결정권을 가진 의사들은 물론 전공의와 의대생을 상대로 제약회사들의 로비가 치열하다. REUTERS
 
리옹 쉬드샤를 메리외 의과대학의 강당 가운데 하나에는 ‘부아롱’(Boiron)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다. 강당을 지어준 제약회사의 이름을 딴 것이다. 사장인 크리스티앙 부아롱은 이 대학 이사회의 일원이며, 동종요법(인체에 질병과 유사한 증상을 일으켜 치료하는 방법 -편집자) 강의도 맡고 있다. 프랑스 의·약학계에선 제약회사, 의대 교수, 의사들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교류나 겸임이 흔하다. 그러다보니 아무도 빈번한 교류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됐고, 의료인들과 밀접한 접촉은 제약업계 로비 전략의 중요한 구성 요소로 작용한다.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편집진이 보건복지부 투명성 촉진 사이트(transparence.sante.gouv.fr)에서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2012~2016년 대부분의 의대 학장들이 제약업계와 한 차례 이상 관련을 맺었다. 관련 정도는 제각각이며 기자재 기부, 식사 접대, 교통 편의, 숙소 등 제약회사들이 제공한 특혜도 다양하다. 각종 특혜를 돈으로 환산하면 대상에 따라 20유로(약 2만5천원)에서 7만9330유로(약 1억1천만원)까지 편차가 컸다.
 
학장 맞춤형 로비
디디에 카리에 툴루즈퓌르팡 폴사바티에 3대학 의대 학장은 제약업계로부터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학장 가운데 한 사람이다. 2013년 제약회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주최한 심포지엄에 초대된 그의 참석 경비 1만509유로(약 1300만원) 전액을 주최 쪽이 부담했다. 편집진의 취재에 응한 학장 5명 가운데 한 명인 카리에 학장이 말했다. “제약회사들이 나를 초대할 때 얼마나 지출하는지 모른다. 내가 5성급 호텔을 따로 요구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동료들과 같은 곳에 묵게 해달라고 할뿐이다. 언제나 그런 식으로 진행했다. 나는 교수다. 교수로서 내 목표는 최상의 학술 성과를 내는 것이다. 관리·감독에는 관심 없다.” 카리에 학장은 2013년 아스트라제네카 주최 심포지엄을 기억하지 못했다. 보건부 사이트에는 돈으로 환산한 특혜의 총액만 나와 있다. 세부 사항이 없어 카리에 학장이 구체적으로 어떤 특혜를 받았는지 알 수 없다. 그는 “제약회사가 어떤 의사와 아무 관계도 맺지 않다는 건 그가 관심을 둘 만한 의사가 아니라는 뜻”이라며 “중요한 건 합리적 수준을 지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보르도 의대의 제약홍보분석과 교수이자 일반의인 파블로 로메로는 “보건의료계 종사자가 대부분 그렇듯이, 의대 교수들도 부패했다기보다는 제약회사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이 방식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했다. 영향을 받는 당사자들이 그 사실을 잘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자기과신의 환상’(Illusion of invulnerability·자신은 남과 달리 나쁜 영향이나 해를 입지 않는다고 막연히 믿는 심리 -편집자)이다.
 
이는 어떤 식으로든 미래 의사들의 교육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교수들은 강의 때 특정 약이 아니라 활성물질의 명칭을 사용하도록 돼 있다. 즉, 이러이러한 때는 ‘해열진통제로 아세트아미노펜을 처방한다’라는 식으로 말해야 한다. ‘사노피의 돌리프란을 처방한다’와 같이 특정 회사, 특정 약품을 언급하면 안 된다. 하지만 “어떤 교수들은 항상 브랜드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 머릿속에 해당 브랜드가 알게 모르게 박히게 된다”며 프랑스 전국의대생연합(ANEMF) 부의장 클레르 코르비예는 유감을 나타냈다.
 
의대 교수들의 관행은 프랑스에서 일반의약품 보급을 더디게 하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일반의약품 사용이 꾸준히 늘지만, 2016년 프랑스에서 판매된 의약품 가운데 일반의약품은 36%에 지나지 않았다. 독일, 영국, 네덜란드의 일반의약품 판매 비중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예를 들어 해열진통 작용을 하는 아세트아미노펜을 주성분으로 하는 여러 종류의 일반의약품이 시판되고 있다. 이들은 돌리프란보다 훨씬 저렴하다. 하지만 2016년 돌리프란 처방에 따른 의료보험 지급액이 2억2500만유로(약 2900억원)에 이른다. 프랑스 보험 당국이 8번째로 비용을 많이 부담한 의약품이다.
 
   
 
학생 공략도 치열
제약회사의 로비 전략은 교수뿐 아니라 앞으로 약을 처방할 의사가 될 의대생에게도 적용된다. 300유로(약 38만원) 정도에 이르는 학위 취득 비용이나 선택과목 비용 대납부터 논문 발표 때 샴페인 제공까지 후원 내용도 다양하다. 프랑스 업체 사노피는 2011년 의약품 안전법이 제정되기 직전에야 의대 선발시험 후원을 폐지했다. 의료단체 ‘포르맹데프’(Formindep)의 폴 셰페르는 “사노피가 관련 대학의 모든 미래 인턴 리스트를 확보하는 수단”이었다고 설명한다.
 
본과생이 인턴이 되면, 제약회사의 로비는 더 치열해진다. 인턴은 병원에서 의약품을 처방할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제약회사의 ‘마케팅’ 방법도 종류와 범위가 훨씬 다양해진다. 회사명을 새긴 의료용 펜과 자, 당뇨병 처치를 위한 인슐린 주사기를 제공하거나, 산부인과 인턴의 피임 기구 삽입 실습을 위한 마네킹을 기부하기도 한다. 제약회사 직원들의 병원 방문도 잦다. 물론 빈손으로 가는 법이 없다. 인턴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크루아상 등 가벼운 간식거리를 항상 들고 간다. “진짜 시도 때도 없어요. 회진을 돌 때도 막 들이닥친다니까요. 이쯤 되면 민폐죠.” 몽드마르상 병원 당뇨학과 2년차 인턴 마리 코르프의 증언이다.
 
2016년 회계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제약회사들의 집중 로비 대상은 특정 분야 전문의다. 내분비과, 당뇨, 소화기·간·담도계, 흉부외과, 정형외과, 류머티즘 전문의 등이 제약회사들이 특히 공들이는 대상이다. 보르도대학 인턴들은 편집진에게 한 제약회사가 류머티즘 전공 학생들을 보르도의 유명 성으로 자주 초대했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넓은 수영장이 있는 성에서 시가와 샴페인을 마음껏 즐겼다. 파블로 로메로 교수는 “제약회사들은 베르트랑법에 따라, 의료계 종사자에게 제공하는 10유로(약 1만3천원) 이상의 선물을 공개할 의무가 있지만, 교육이라는 명목으로 법망을 교묘히 피해간다”고 말했다.
 
자기성찰의 목소리
이런 관행에 맞서, 의료단체 포르맹데프는 2017년 1월 프랑스 대학들이 제약업계로부터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취한 조처들을 조사해 그 정도에 따라 모든 의대를 줄 세운 순위표를 처음 발표했다. 이 단체는 ‘오직 환자와 의료계 종사자들의 안녕을 위해 제약회사의 어떤 영향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의료 교육’을 추구하는 의사들이 만든 조직이다. 조사 결과, 제약회사의 영향을 받지 않도록 2개 이상 조처를 한 곳은 전체 37개 의대 가운데 2곳에 지나지 않았다. 한 가지 조처를 취한 대학도 7곳에 그쳤다. 제약회사의 학생 활동 후원을 금지한 리옹에스트 의대가 1위였고, 2위와 3위는 리옹쉬드 의대와 앙제 의대가 각각 차지했다. 나머지 28개 대학은 현재까지 아무 조처도 하지 않고 있다.
 
이 단체는 미국에서 추진된 다양한 실험에서 영감을 얻었다. 미국은 제약업계가 의사와 의대생들의 처방에 끼치는 영향의 연구가 많이 진행된, 이 분야의 선도국이다. 폴 셰페르에 따르면, 미국에서 제약회사에 대한 독립성 정도에 따른 의대 순위가 처음 발표된 2007년만 해도 독립성 보장 조처를 도입한 의대는 거의 없었다. 가장 최근인 2015년 순위가 발표된 시점에는 미국 의대의 3분의 2가 거의 최고 점수를 받았다.
 
셰페르는 “순위를 발표하는 목적은 의료계 종사자들이 제약업계와 이해관계를 갖지 않도록 예방하고 인식을 높이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노력이 천천히 열매를 맺고 있다. 포르맹데프의 독립성 순위 발표에 이어 최근 의과대학장 콘퍼런스에선 참석자들이 ‘직업윤리선언’을 채택했다. 이 선언은 독립성 관련 교육 의무화를 촉구했다. 하지만 교육 기간은 명시하지 않았다. 클레르 코르비예 의대생연합 부의장은 “구속력이 없는 한 모두가 직업윤리선언을 지킬지 알 수 없지만, 이 선언은 의료계가 가야 할 올바른 방향을 담고 있다”고 말했다. 다음에 발표될 포르맹데프 순위는 의대 직업윤리선언이 얼마나 잘 지켜지는지를 평가하게 될 것이다. 순위 발표는 2019년 1월로 예정돼 있다.
 

제약회사의 영향력을 차단하라
프랑스 전국의대생연합(ADEMF)과 의대생 단체 ‘라 트루페 뒤 리르’(La troupe du Rire)는 의대생들에게 인턴 기간에 제약회사가 제공하는 교육에 참여하지 말 것을 권장한다. 만약 교육 불참으로 피해를 입을 처지라면 미국에서 시작된 ‘공짜 점심 사절’ 운동을 따르도록 조언한다. 교육에 참석하되, 음식에는 손대지 말고 제약회사 방명록에도 서명하지 않는 것이다. “어떤 학생들은 방명록이 출석부나 되는 것처럼 꼬박꼬박 서명하는데, 방명록은 제약회사가 학생들에게 돈을 지출했음을 증명하는 데 이용된다. 그리고 서명한 학생 명단이 보건부 투명성 촉진 사이트에 올라간다.” 의대생연합 부의장 클레르 코르비예의 설명이다. 의대생연합은 제약회사의 마케팅 상품을 대체하기 위해 의료용 자를 자체 제작했다. 또 제약회사의 후원을 받는 것을 예방할 교육 프로그램의 참여를 의대생들에게 권장하고 있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1월호(제375호)
Comment les labos s’immiscent dans les facs de médecin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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