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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兆)단위 주식 부호는 나야, 나!
[국내이슈] 돈방석 앉은 게임업계 슈퍼리치
[94호] 2018년 02월 01일 (목) 이천종 skylee@segye.com
‘흙수저’부터 ‘엄친아’까지 게임시장 신흥 주식 부자들 우후죽순… 게임업계 양극화 우려
 
한국 게임시장의 성장세는 놀랍다. 6조원가량의 수출 실적을 올린 2017년은 뜨거운 한 해였다. 주요 게임업체 대표들은 게임산업 규모가 커지고 증시가 호황을 보이면서 부자 반열에 대거 이름을 올렸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대표, 김정주 NXC 대표이사,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게임 산업 초기에 뛰어든 개척자고 어려운 사업환경에서도 과감히 정면 돌파한 승부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한국 게임산업이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이들이 만든 짙은 그늘에선 대다수 영세한 게임업체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경쟁력을 갖춘 중국 게임업체의 공격적인 시장 공략도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
 
이천종 <세계일보> 기자
 
   
주요 게임업체 대표들이 신흥 주식 부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왼쪽)와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의장이 2015년 2월 공동사업 및 전략적 제휴식에서 협약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연합뉴스
 
‘게임산업’ 하면 단순히 영세한 동네 오락실과 PC방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이들이 천문학적 규모로 성장한 게임시장의 실체를 보면 혀를 내두를 것이다.
 
한국 게임시장 규모는 11조원을 넘어섰다. <배틀그라운드> <리니지M> 등 세계적 히트작을 잇달아 배출한 한국 게임업체들은 2017년 6조원 가까운 수출 성과를 냈다. ‘한류’ 원조격인 화장품 수출액(5조3천억원 추정)을 뛰어넘는 사상 최대 성적표다.
 
시장이 커지면서 공들여 키운 게임 하나로 ‘슈퍼리치’로 거듭나는 샛별 부호가 적잖다. 2017년 4월 미국 경제지 <포브스>(Forbes)가 공개한 한국의 50대 부자 순위를 살펴보면 이들의 급부상이 눈에 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168억달러, 약 19조원)과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67억달러, 약 7조6천억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62억달러, 약 7조500억원)까지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순위다. 반전은 4위다. 권혁빈 스마일게이트홀딩스 대표가 61억달러(약 6조9천억원)로 ‘빅4’의 반열에 올랐다. 순위에는 김정주 NXC 대표이사(6위),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28위),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29위) 등 게임업계의 스타가 즐비하다.
 
잭팟을 터뜨린 이들 중에는 서울대-카이스트 라인의 ‘엄친아’가 많지만 고졸이나 대학 중퇴 등 ‘스펙 파괴자’도 적잖다. 이들은 ‘헬조선’에서 버티는 ‘흙수저’ 청년들의 로망이다.
 
요즘 가장 뜨는 인물은 김대일(38) 펄어비스 이사회 의장이다. 한국 게임업계를 대표해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순방길에 동행했다. 대학을 중퇴하고 게임에 인생을 건 입지전적 성공 스토리가 청년들을 열광시켰다. 전남 완도 출신인 그는 중학교 때부터 게임 개발에 푹 빠졌고, 한양대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갔다. 대학에서는 PC통신 동호회에서 게임을 개발했다. 2000년 게임사 가마소프트에 스카우트 되자, 학교를 그만뒀다. 입사 뒤 PC 온라인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게임 속 등장인물의 역할을 수행하는 게임인 롤플레잉게임의 일종으로, 온라인으로 연결된 여러 플레이어가 같은 공간에서 동시에 즐기는 게임 -편집자) <릴>을 개발해 업계에서 주목받았다. NHN으로 옮긴 뒤 만든 <R2>와 <C9> 등도 잇따라 대박이 났다.
 
‘한국판 잡스’ 방준혁
NHN을 나온 그는 2010년 9월 경기도 안양에 있는 오피스텔 원룸에서 직원 7명과 함께 펄어비스를 차렸다. 4년 동안 MMORPG <검은 사막> 개발에 전념했다. 자체 개발 게임엔진과 화려한 그래픽,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한 <검은 사막>은 한국은 물론 북미와 유럽, 대만 등지에서 1위를 하며 맹위를 떨쳤다. 펄어비스는 2017년 코스닥 입성 뒤 공모가 대비 주가가 2배 이상 올랐다. 2018년 1월15일 기준 시가총액이 2조9961억원이었고 코스닥 9위 자리를 꿰찼다.
 
자수성가 스토리의 원조격 인물은 방준혁(50)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이다. 방탄소년단을 세계적 아이돌 그룹으로 만든 작곡가 방시혁의 사촌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가난한 도시노동자들의 거주지 쪽방촌이던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서 자랐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자퇴하고, 중소기업을 전전하다 창업에 뛰어들었다. 2000년 10월 인천의 허름한 30평 공간에서 자본금 1억원으로 게임 포털 넷마블을 열었다.
 
당시는 벤처 붐이 끝물로 치달을 때라 모든 것을 날릴 수 있는 위험한 선택이었지만 결과적으로 벼랑 끝 절묘한 승부수가 됐다. PC 온라인게임 시장에서 한국 최초로 부분 유료화 모델을 도입한 <캐치마인드>의 반응이 좋았다. 사업자금을 마련하려고 상장기업이던 플래너스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로 편입됐다가 모회사가 자금난을 겪자 되레 그 지분을 흡수하는 승부수로 덩치를 키웠다. 대기업 CJ에 지분 18.8%(800억원)를 넘기며 한국판 벤처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건강 악화로 현장을 떠났다가 CJ인터넷이 흔들리자 2011년 구원투수로 다시 등판했다. 복귀한 그는 회사 구조를 모바일게임 중심으로 뜯어고쳤다. ‘신의 한 수’였다. 2013년 발매한 <모두의 마블>은 넷마블 회생의 신호탄이 됐다. 2015년 모바일 RPG(롤플레잉게임) <레이븐>을 히트시켰다. 2016년에는 스마트폰으로는 구현하기 복잡해 시장성이 부족하다는 한계를 지적받는 MMORPG로 승부수를 띄웠다. <리니지2: 레볼루션>은 2060억원의 월매출을 올리며 한국 최대의 모바일 흥행작으로 등극했다. 방 의장을 두고 애플로 복귀해 아이폰을 터뜨린 스티브 잡스를 떠올리는 까닭이다.
 
넷마블게임즈는 2017년 5월12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했고, 상장 첫날 시가총액 13조7263억원을 기록하며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게임업계 새로운 대장주로 등극했다. 2018년 1월15일 기준 시가총액이 13조9018억원으로 코스피 종목 중 26위다.
 
<포브스>에 한국의 부자 4위로 이름을 올린 권혁빈(44) 스마일게이트 회장은 총싸움 게임(FPS) <크로스파이어>의 흥행으로 우뚝 섰다. 그는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 6월 게임 개발사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했다. 2009년 중국 기업 텐센트를 통해 중국에 내놓은 <크로스파이어>가 대박을 터뜨렸다.
 
<크로스파이어>는 철저한 현지화로 중국에서 글로벌 동시 접속자 수 800만 명이라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현재는 중국을 비롯해 세계 80개국, 회원 6억5천만 명을 보유한 글로벌 인기 게임으로 떠올랐다. 2018년에는 스마일게이트가 선보이는 PC 온라인 MMORPG <로스트아크>의 흥행 여부가 관심거리다. <크로스파이어>로 급성장한 스마일게이트가 전사 역량을 걸고 MMORPG 시장에 도전한다.
 
더블유게임즈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먼저 인정받았다. 페이스북 기반의 소셜 카지노 게임 <더블유카지노>로 세계시장에서 잭팟을 터뜨렸다. 김가람(40) 대표는 더블유게임즈 주식 740만 주(42.36%)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는 강원과학고 생활을 2년 만에 마치고, 카이스트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수재형 인재다. 가온아이와 시스앤코드, 이노그리드 등 유망 벤처 기업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2012년 자본금 8천만원으로 더블유게임즈의 전신 ‘어퓨굿소프트’를 창업했다. 더블유게임즈의 주력 게임인 <더블유카지노>는 출시 6개월 만에 100만 다운로드, 1년 만에 500만 다운로드 등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13년에는 ‘페이스북 올해의 게임’에도 선정됐다. 북미와 유럽 등지에서 큰 인기를 끌며 회사 규모가 급성장했다.
 
김 대표는 2017년 6월에는 한국 게임업체 중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으로 시장의 관심을 한껏 받았다. 더블유게임즈는 8억2560만달러(약 9425억원)에 글로벌 게임사인 인터내셔널게임테크놀로지(IGT·뉴욕 증시에 상장된 세계 1위의 게임 및 복권 회사 -편집자)로부터 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를 사들였다. 넷마블게임즈가 카밤 인수에 사용한 7억1천만달러 기록을 갈아치웠다. 더블유게임즈는 이 인수로 3.5%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10%대로 끌어올렸다. 더블유게임즈는 2018년 1월15일 기준 시가총액이 9378억원으로 코스닥 44위를 기록 중이다.
 
   
중국 게임산업 규모는 2018년 33조여원에 이를 정도로 막강한 힘을 자랑한다. 중국 텐센트의 직원이 전세계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모바일게임 <영광의 왕>을 스마트폰으로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엄친아 벤처사업가’ 김택진
게임업계 주식 부호의 원조는 김택진(51) 엔씨소프트 대표와 김정주(50) NXC 회장이다.
 
김택진 대표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 전자공학과 석사과정까지 마치고 컴퓨터공학과 박사과정을 중퇴했다. 박사과정 시절 현대전자 미국 보스턴 연구개발센터에 파견근무를 하다, 1996년 한국 최초의 인터넷 기반 PC통신 ‘아미넷’(지금의 신비로)을 개발했다. 1997년 개발자들과 함께 자본금 1억원으로 서울 강남구 역삼동에서 엔씨소프트를 세웠다. 전형적인 ‘엄친아’ 스타일의 벤처사업가 1세대인 셈이다.
 
김 대표는 곧 <리니지>로 통한다. 엔씨소프트는 <리니지> 시리즈로 지금까지 5조원가량을 벌었다. 2017년 6월 <리니지M>도 출시 첫날 매출 107억원을 기록했고, 출시 12일 만에 1천억원에 육박하는 매출을 올렸다. 2017년 12월 대만에 출시된 뒤 양대 모바일 마켓 매출 1위를 기록했다.
 
김정주 회장은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카이스트 대학원 전산학 석사과정을 마치고 1994년 넥슨을 세웠다. 넥슨은 ‘세계 최초의 그래픽 게임’인 <바람의 나라>를 시작으로 수많은 히트작을 만들었다. 넥슨은 현재 PC와 모바일 100개 이상의 타이틀을 190개 이상 국가에서 서비스하고 있다. 2011년 일본 도쿄증권시장에 상장한 넥슨(옛 넥슨재팬)은 6년 만인 2017년 6월20일 사상 최고가(종가 기준)인 2300엔을 기록해, 시가총액 1조엔(약 10조원)을 돌파했다. 최근 진경준 전 검사장의 ‘공짜 주식’ 논란에 휘말려 이미지를 구겼지만 게임업계 주식 부호의 원조인 것만은 분명하다.
 
게임업계 신흥 갑부들의 등장은 다시 살아나는 게임산업에 호재다. 투자와 인재를 끌어들여 성장동력으로 삼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게임산업은 2017년 르네상스를 맞았다. PC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 분야에서 두루 좋은 성적을 거뒀다. 2017년 3월 출시 뒤 세계적으로 인기를 끈 블루홀의 온라인 총싸움 게임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는 연말까지 3천만 장 이상 팔렸다. 한국에서 개발한 게임 가운데 최초로 미국 매체들이 꼽은 ‘올해의 게임’에 이름을 올렸다. 모바일게임 분야에서는 넷마블게임즈의 <리니지2: 레볼루션>이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게임산업의 고질적인 양극화 문제는 개선되지 못했다. 2017년 넥슨, 넷마블게임즈, 엔씨소프트 등 ‘빅3’는 조 단위 매출을 나타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3분기 누적 매출 기준으로 넥슨 1조8559억원, 넷마블게임즈 1조8090억원, 엔씨소프트는 1조2254억원을 올렸다. 4분기도 성장세가 이어지며 넥슨과 넷마블게임즈는 연매출 2조원 달성이 확실시된다. 엔씨소프트는 3분기 누적 기준으로 1997년 창립 이후 처음 연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이에 반해 대부분의 중견·중소 업체들은 신작을 내놓지 못하거나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7년 한국 게임시장 규모는 전년보다 6.2% 늘어난 11조5703억원이 될 것이다. 이 중 ‘빅3’의 연매출 총합(약 6조원)이 전체 게임시장 규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산됐다.
 
급성장하는 중국 기업의 추격은 잠재적 위협 요인이다. 중국은 전세계 게임산업의 최강자다. 중국음향디지털협회 게임공작위원회, 시장조사기관 IDC 등이 발표한 ‘2017 중국 게임산업 보고서’를 보면 2018년 중국의 게임산업 규모는 총 2036억1천만위안(약 33조3693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 이(e)스포츠의 성장은 폭발적이다. 2017년 중국 모바일 이스포츠 분야에서 거둬들인 총수입은 450억위안(약 7조3894억원), 성장률은 250%를 넘어섰다. 이 기세에 힘입어 중국산 모바일게임이 2017년 한국 시장에 깊숙이 침투했다. <반지> <여명> <권력> <음양사> <클랜즈> <열혈강호 for Kakao> <대항해의 길> 등 중국산 모바일게임이 한국 매출 순위 상위권에 속속 이름을 올렸다. 그러다보니 한국의 중소 게임업체들은 한국 메이저사와 중국산 사이에 낀 샌드위치 신세로 전락해 공멸하는 것 아니냐는 위기감이 적잖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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