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내 > 이슈 | 비즈니스
     
재주는 곰이 부리고 재미는 미국이 보고
[국내이슈] 2018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탐방기
[94호] 2018년 02월 01일 (목) 최현준 haojune@hani.co.kr
인공지능 활용 최첨단 로봇과 모빌리티 기술 한눈에… 미국 기술력이 모든 제품의 밑바탕
 
미국가전협회가 주관해 매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는 독일 베를린의 국제가전박람회(IFA),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와 더불어 세계 3대 IT 전시회로 꼽힌다. 2018년 CES에선 한층 발전한 인공지능 로봇과 미래 자동차 산업의 트렌드가 단연 주목을 끌었다.
 
라스베이거스(미국)=최현준 <한겨레> 기자
 
   
201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메르세데스벤츠 AMG 프로젝트 원이 전시돼 있다. 이 차량은 포뮬러원(F1)의 모든 기술력을 동원해 생산됐다. REUTERS
 
2018년 1월9일부터 12일(현지시각)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 다녀왔다. ‘전자 까막눈’ 기자가 개안하는 계기였지만 더불어 문제점도 눈에 들어왔다. 일상의 편리 이면에, 이를 누릴 수 있게 하는 일자리는 어떻게 될까? 이에 대한 해답을 인공지능(AI)이 내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부지런히 라스베이거스 곳곳을 돌았다.
 
4~5년 전만 해도 CES의 주인공은 텔레비전이었다. 이 얘기는 곧 삼성전자와 엘지전자가 중심 무대를 장식했다는 뜻이다. 몇 차례 없는 기조연설도 이들 차지였다. ‘소비자가전전시회’라 불러도 손색이 없던 시절이다.
 
지금은 더 이상 CES를 가전전시회, 가전박람회라 부르지 않는다. 전자쇼, 정보기술 전시회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2018년 주인공은 특정 제품이 아닌 인공지능이었다. 삼성전자와 엘지전자는 물론 바이두, 티시엘(TCL), 알리바바 등 중국 회사와 일본의 소니, 파나소닉 등 웬만한 회사는 모두 인공지능을 들고나왔다. 자사 텔레비전과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로봇, 자동차 등이 인공지능으로 얼마나 똑똑해졌고, 사물인터넷(IoT)으로 얼마나 촘촘하게 엮여 있는지 소개했다. 미래의 거실과 부엌, 자동차 운전석을 꾸며놓고 사람이 얼마나 편하게 살 수 있을지 설명하고 시연했다.
 
그리고 또 한 곳, 구글이 있었다. 세계 최대 IT 업체 구글은 작심한 듯 이번 전시회에서 자신들의 인공지능 플랫폼 ‘구글 어시스턴트’를 홍보했다. 구글 최초로 CES에 자체 부스를 열었고, 각 전자회사에는 하얀 작업복을 입은 구글 어시스턴트를 파견했다. 라스베이거스 곳곳의 대형 광고판과 전시장 주변을 도는 모노레일도 구글 어시스턴트 홍보 문구로 가득했다. “아마존의 알렉사가 선점한 인공지능 플랫폼 시장을 어떻게든 흔들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이 전시회를 다섯 번 넘게 찾았다는 임정욱 스타트업 얼라이언스 센터장의 말이다.
 
아마존은 2017년 CES에 출격하지 않았지만 인공지능 플랫폼 ‘알렉사’로 CES를 놀라게 했다. 아마존이 출시한 알렉사를 탑재한 제품들이 전시장을 점령했다. 2017년 3분기 조사를 보면 인공지능 스피커 시장에서 아마존의 에코와 구글의 구글홈 점유율은 67% 대 25%다. 엉덩이가 무거운 구글이 가만히 있을 수 없는 격차다.
 
인공지능 싸움에 세계 최대 전자회사 삼성전자도 ‘자체 생태계’ 전략으로 뛰어들었다. 자체 개발한 인공지능 플랫폼 ‘빅스비’로 삼성이 1년에 판매하는 5억 대가량의 디바이스를 연결한다는 전략이다. 엘지전자는 자체 플랫폼 대신 ‘개방형 플랫폼’ 전략으로 대응했다. 제품이나 지역 특성에 맞는 플랫폼이라면 아마존이든 구글이든 가리지 않고 갖다 쓰겠다는 것이다.
 
‘중국의 구글’로 불리는 바이두와 세계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 아마존과 경쟁하는 알리바바 역시 자체 인공지능 플랫폼 개발에 각각 수조원씩 투자하고 있다.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학이 주최한 인공지능 독해력 평가 대회에서 중국 알리바바의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뛰어난 성적으로 1위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14위였고, 엘지전자는 출전하지 않았다. 앞으로 2~3년, 경쟁 결과에 따라 세계 전자회사의 순위가 바뀔 수 있다.
 
‘대변혁 시대’ 자동차산업
최근 2~3년 CES의 주요 화두였던 자동차는 2018년에도 기세가 대단했다. 자동차 업체들이 모인 자동차관에는 포드, 메르세데스벤츠, 도요타, 닛산, 현대, 기아 등 자동차기업뿐 아니라 소니와 퀄컴, 엔비디아, 인텔, 파나소닉, 바이두 등 전자회사와 반도체회사 등이 대형 부스를 차렸다. 한 해 걸러 번갈아 CES에 참여했던 현대차와 기아차는 2018년 나란히 참가했다.
 
미국 그래픽 반도체(GPU) 업체로 자율주행차 탑재형 칩셋 기술을 선도하는 엔비디아는 이번 전시회에서도 폴크스바겐, 벤츠, 바이두 등과 협업을 발표하는 등 자율주행 분야의 핵심 열쇠를 쥐고 있음을 다시 증명했다. 전시장 밖에서는 공유차 업체 리프트가 자율주행차량을 시범 운행했다. 비록 100% 자율주행은 아니었지만(주차장에서 차를 뺄 때 등은 수동 운전) 비가 오는 라스베이거스 도로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여전히 돌발 상황 대처나 혼잡한 도로에서의 운행은 어렵지만 자동차 업체와 정보통신 업체는 완전한 자율주행을 위해 이합집산을 거듭하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은 급변하는 시대에 맞는 미래 비전을 찾느라 분주했다. 포드는 더 이상 차량 제조사가 아닌 ‘모빌리티’(이동성) 회사임을 선언했고, 도요타도 ‘이(e)-팔레트’라는 콘셉트카로 차량이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보여주는 데 주력했다. 도요타의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자동차산업은 100년에 한 번 있는 대변혁의 시대를 맞고 있다. 도요타가 내 세대에서 자동차 업체에서 모빌리티 업체로 바뀌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짐 해킷 포드 최고경영자(CEO)는 “자율주행차를 활용한 수익 모델을 만들기 위해 도미노피자 등과 함께 운송 수단이 필요한 사람이나 배달 등 물류 이동이 필요한 곳은 어디든 찾아갈 수 있는 사업 영역을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각국 기자들이 2018년 1월8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전시장에서 열린 소니 기자회견에서 반려견 로봇 ‘아이보’를 촬영하고 있다. 소니는 12년 만에 로봇사업을 재개했다. REUTERS
 
인공지능을 장착한 로봇은 더 똑똑해지고, 더 친근해졌다. 안내 로봇과 짐꾼 로봇은 물론이고, 인간과 탁구를 치는 로봇, 빨래를 개는 로봇, 정서적 교감을 나누는 반려 로봇 등 다양한 로봇이 등장했다. 특히 로봇 강국 일본이 돋보였다. 소니는 12년 만에 부활시킨 반려견 로봇 ‘아이보’로 눈길을 끌었다. 과거 인공지능과 22개 관절로 단순했던 아이보에 비해 장족의 발전을 이뤘다는 평가가 나왔다. 소니는 실적 부진으로 2006년 로봇사업을 접었지만, 로봇사업 재도전 방침을 세우고 2017년 아이보를 부활시켰다.
 
혼다는 ‘사람의 가능성을 확대하고(Empower), 함께 성장하며(Experience), 공감한다(Empathy)’는 콘셉트로 공감 로봇, 짐꾼 로봇, 휠체어 로봇 등 4개의 로봇을 선보였다. 이들 로봇은 세련된 디자인과 실용성으로 눈길을 끌었다. 일본의 세븐드리머는 파나소닉과 손잡고 옷장 안에 빨래를 채우면 자동으로 빨래를 개어 정리하는 로봇을 내놨다. 2018년 하반기 출시 예정으로 1만6천달러(약 1700만원)로 책정된 가격만 낮출 수 있다면 가정 필수 아이템이 될 듯 하다.
 
엘지전자 역시 안내 로봇, 포터 로봇 등 기업간거래(B2B)용 로봇을 선보였지만, 소니와 혼다 등에 비해 기능이나 디자인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엘지전자는 최근 국내 로봇 개발 업체 로보티즈에 투자하는 등 로봇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만들려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2018년에도 CES에 인해전술을 폈다. 전체 전시장 3900여 곳 중 중국 부스만 1379곳에 달했다.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관문인 로스앤젤레스 공항은 아예 중국어 안내판을 내걸고 중국어로 안내방송을 할 정도였다. 중국 최초 개방 특구인 광둥성 선전에서는 400개 넘는 기업이 전시회에 참가했다. 전체 참가 기업의 10분의 1을 넘는 수준이다.
 
중국은 가전은 물론 전기차, 드론,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질적 성장을 보여줬다. 화웨이가 내놓은 인공지능 칩을 넣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메이트10 프로’는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8이나 애플의 아이폰X과 비슷하거나 능가하는 성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얻었다. 이 제품의 가격은 799달러(약 85만원)다. 드론 부문도 전체 부스의 60~70%가 중국 업체 차지였다. 창훙, 티시엘(TCL) 등 중국 가전회사는 대형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텔레비전을 내놓는 등 삼성과 엘지에 근접한 기술력을 선보였다. 다만 경험이 적어서인지 전시장의 짜임새나 세련미는 부족했다.
 
진짜 주인공은 미국 브레인
스타트업이 모인 유레카관에서는 프랑스가 돋보였다. CES 참가 스타트업 970곳 중 프랑스 업체가 270곳이나 됐다. 이들이 꾸린 부스는 붉은 수탉을 콘셉트로 작은 골목을 이뤄 마치 프랑스에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프랑스 스타트업은 CES 최고 혁신상 31개 중 2개를 가져갔다. 프랑스는 2013년부터 ‘라 프렌치 테크’라는 강력한 스타트업 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현 프랑스 대통령인 에마뉘엘 마크롱이 경제부 장관 시절 스타트업 육성에 공을 들였고 2015~2016년에는 스타트업을 이끌고 CES를 찾기도 했다.
 
‘몸통과 팔다리는 아시아, 머리는 여전히 미국.’ 전시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였다. 첨단 기술을 적용한 화려한 제품들은 삼성전자와 엘지전자, 소니와 혼다, 화웨이와 DJI, 현대·기아차와 도요타가 내놨지만, 이 제품의 바탕이 되는 기술의 상당 부분은 엔비디아, 인텔, 구글, 아마존,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회사들 차지였다. 생산은 양보해도 길목만은 절대 내놓지 않고 있다. 해마다 전세계 수천 개 회사가 라스베이거스에 모이는 것도 미국의 주도권 때문이다. 무엇이 미국의 혁신을 만드는 것일까? 택시보다 훨씬 보편화된 우버를 기다리면서 든 생각이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2월호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