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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빈자리’ 놓고 유럽 주요국 군침
[Issue] 브렉시트 이후 유럽 금융거래 판도 변화
[94호] 2018년 02월 01일 (목) 크리스티앙 샤바뇌 economyinsight@hani.co.kr
글로벌 은행들 금융 허브 런던 이탈은 불가피… ECB 청산거래 이전 요구로 시티 위상 ‘흔들’
 
과연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런던의 ‘시티’(City)가 세계 금융 1번가의 위상을 잃게 될 것인가. 금융 전문가들은 시티의 역할이 축소되리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렇다면 그 빈자리를 누가 메우게 될까. 프랑스, 독일 등이 출사표를 던진 상황이다. 여러 유럽 국가들은 금융 일자리 유치를 위해 세제 혜택 등 ‘레드카펫’을 깔고 시티의 금융회사들을 유혹하고 있다. 하지만 시티에 가장 치명적 타격을 주는 건 유럽중앙은행(ECB)일 것이다. ECB는 고수익을 보장하는 금융상품 거래 청산소를 런던에서 유럽 대륙으로 옮기고 싶어 한다. 이는 민간은행들의 이전보다 훨씬 더 큰 파장을 부를 것이다.
 
크리스티앙 샤바뇌 Chirstian Chavagneux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유럽중앙은행(ECB) 본부. ECB는 런던청산소의 유로 청산거래 서비스를 유럽 대륙으로 이전하도록 요구해 런던 금융계와 갈등을 빚고 있다. REUTERS
 
‘시티’(런던의 금융중심구역 -편집자)는 세계 최대의 금융시장이다. 시티에서 달러나 다른 외환으로 결제되는 금융거래는 엄청난 규모를 자랑한다. 물론 유로 거래 건수도 많고, 거래 종류도 다양하다. 고객 예금을 관리하든, 외환을 사고 팔든, 파생상품으로 투기하든, 영국은 유럽 금융에서 핵심 구실을 한다.
 
영국이 유럽의 금융 허브가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영국은 1950년대 말부터 국제화된 금융시장을 보유해 전세계 은행가들이 런던으로 모여들었다. 둘째, 유럽연합(EU) 회원국이 됨으로써 영국은 국내에 진출한 모든 금융회사에 유럽 대륙에서 금융서비스를 판매하는 권한인 ‘금융 패스포트’를 줄 수 있다. 한 회원국에서 금융회사를 설립하면 유럽연합 회원국 어디든 지점을 설립할 수 있다. 영국의 금융시장 감독기관인 금융행위감독청(FCA)에 따르면, 금융회사 5500곳이 약 33만6400개의 패스포트를 보유하고 있다.
 
영국이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어떻게 될까? 영국이 빠진 27개 회원국의 유럽연합은 영국 금융권에 기존 금융 패스포트와 유사한 ‘동등 거래허가권’을 줄 수도 있다. 영국에 있는 금융회사들을 유럽연합 회원국 회사들처럼 유럽연합 금융 당국의 관리·감독을 받는 회사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동등 거래허가권은 한 달의 사전 고지 기간만 두면 언제라도 철회할 수 있다. 동등 거래허가권을 계속 유지하려면 영국의 금융규제가 유럽연합의 규제와 토씨 하나까지 일치해야 한다. 더구나 영국은 더 이상 회원국이 아니어서 유럽연합의 금융 규제 제·개정 때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결국 다른 곳에서 만들어진 규제를 내부에 적용해야 한다. 런던에만 지점이 있는 금융회사들은 유로로 거래하는 사업을 유럽 대륙으로 이전하고, 다른 사업은 런던에 두는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영국에서 유럽 대륙으로 이전하려는 금융회사를 유치하려는 유럽 각국의 치열한 각축전이 시작되는 지점도 바로 여기다.
 
파리의 강점과 약점
영국의 금융권 종사자는 100만 명이 조금 넘는다. 여러 금융 업무, 이를테면 회계·법률 자문까지 포함하면 관련 부문 종사자가 200만 명이 넘을 것이다. 금융권 일자리 100만 개 가운데 3만~8만 개를 유럽 대륙으로 옮겨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어느 나라가 이 상황에서 이득을 보게 될까?
 
프랑스 경제분석위원회(CAE)는 2017년 12월, 금융회사가 지점의 해외 이전을 결정할 때 고려하는 요소를 평가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금융회사들은 다른 회사들이 이미 있는 곳, 즉 기술·정보·법률 등 기본 인프라를 갖춘 곳에 진출하려 한다. 또 적절한 노동시장이 형성된 곳이어야 한다. 프랑스에 진출한 금융회사의 지점 수는 전체의 1.9%에 불과하다. 독일(18%), 스위스(16.1%)와 비교하면 보잘것없는 수치다.
 
교통 인프라의 질도 중요한 고려 요소다. 고속철도(TGV) 덕분에 런던과 파리를 오가기는 쉽지만, 국제적 금융회사를 유치하려면 그에 걸맞은 공항 건설이 시급하다. 물론 샤를드골공항은 항공운송 분야에서 상위권을 유지하는 국제공항이다. 하지만 도심 접근성 측면에선 프랑크푸르트공항(10위)보다 한참 뒤인 32위를 기록할 정도로 단점이 명확하다.
 
경제분석위원회는 보고서에서 파리의 강점도 강조한다. 파리를 중심지로 한 수도권 곧 ‘일드프랑스’에는 고학력층이 몰려 있다. 이 지역 25~64살 인구의 47%가 고등교육 학위 소지자다. 참고로, 프랑크푸르트는 31%다. 노동비용에 해당하는 사회복지분담금은 프랑스 은행 종사자 1명이 받는 총임금의 53%에 이른다. 반면 독일과 아일랜드에서 이 수치는 28%에 불과하다. 최근 에두아르 필리프 내각은 런던 금융계에 파리의 매력을 호소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연봉 15만2천유로(약 2억원) 이상 고연봉자에게 물리던 20%의 고연봉세를 폐지했다. 또 부당해고 소송에 졌을 때 내야 하는 해고보상금 계산에서 보너스를 제외했다. 2018년 초부터 새로운 세제 혜택도 적용될 것이다. 사실상 프랑스의 기본임금이 더 낮기 때문에 파리가 유치할 잠재적인 새 일자리도 임금 비용 면에서 상당히 경쟁력이 있다.
 
골드만삭스와 UBS는 프랑크푸르트를 선택했다. 반면 시티그룹과 뱅크오브아메리카는 파리를 원한다. JP모건은 프랑크푸르트와 파리 모두를 선호한다. 세 은행의 파리 이전을 계기로, 프랑스 은행들의 신규 일자리를 포함해 모두 2천 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전망이다. 미국의 대형 투자펀드인 블랙스톤과 칼라일은 룩셈부르크 이전을 결정했다. 런던 금융회사들의 유럽 대륙 이전은 분명히 일자리에 영향을 주긴 하겠지만 제한적이다. 런던의 금융 지배력에 치명적 타격을 입힐 기관은 민간은행들이 아니라 아마 유럽중앙은행(ECB)이 될 것이다.
 
   
 
ECB의 공세
2008년 서브프라임모기지(비우량주택 담보대출) 사태 이전, 고위험 투기성 금융 상품은 장외에서 거래됐다. 누가, 어떤 위험을, 얼마나 감수하는지 명확히 알 수 없는 방식으로 금융인들 사이에 거래가 형성됐다는 뜻이다. 사태 이후 규제 당국은 더 많은 장외시장 정보를 알고자 했다. 사실 장외시장은 거의 모든 대규모 금융위기의 발원지였다.
 
이제 장외거래를 하려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장외거래를 하되 규제 당국이 볼 수 있는 일종의 전자책에 거래내역을 기록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금융기관과의 거래를 등록하고 날마다 거래 마감 시각에 각 기관의 거래를 청산하는 것이다. 일종의 공증인인 ‘청산소’가 매수 포지션(매도보다 매수가 많은 채무자 포지션)을 취하는 기관을 확인한다. 규제 당국은 이 방식을 선호한다. 위기가 생기면 청산소가 매도 포지션(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채권자 포지션)을 취하는 금융기관에 대금을 상환한다. 이를 위해 청산소는 일종의 구제기금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공짜는 아니다. 청산소는 매수 포지션 기관에 날마다 일정 금액의 거래증거금(Margin Requirements)을 예치하도록 요구한다.
 
이런 고위험 금융상품 거래는 수익성이 높다. 그야말로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구조다. 시티는 유로머니 시장의 4분의 3을 장악하고 있다. 특히 런던증권거래소의 자회사인 런던청산소(LCH Clearnet)가 주요 금융상품 거래의 90%를 청산하고, 거래증거금의 81%를 챙긴다. 청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는 것이다. 영국은 이 고수익 사업을 유럽 대륙에 뺏기는 걸 바라지 않을 것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유로 투기거래 시장의 역외 확대를 경계한다. 유럽연합 바깥에서는 ECB의 감독 권한이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런던청산소는 ‘시스템’을 뒤흔들 수 있는 행위자가 되었다. 청산소에 문제가 생기면 유로존까지 영향이 확산될 것이다. 심각한 위기가 발생한다면, 청산을 위해 막대한 금액의 유로가 필요하고 결국 ECB에 손을 벌릴 것이다. ECB는 2017년 6월 대형 청산소가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의 감독을 받기보다 유로존에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영란은행은 문제가 생길 경우 영국 은행들부터 구제하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ECB는 런던청산소에 유로 청산거래 서비스를 유럽 대륙으로 이전하라고 요구했다.
 
결국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는 프랑크푸르트, 룩셈부르크, 파리 등 여러 유럽 금융도시들이 시티의 유로거래 사업 일부를 유치하는 것이다. 하지만 청산소의 이전은 민간은행들의 연쇄 이전보다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 금융회사들이 흥미를 느끼는 런던의 강점을 약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회사들조차 사업을 자국으로 이전하려 할 수도 있다.
 
단, 중국이 모두가 동의하는 새로운 금융 중심지가 된다면 상황은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영국 컨설팅 회사 제트옌(Z/Yen)은 최근 어떤 도시가 미래의 금융 허브가 될지를 묻는 조사를 벌였다. 이 조사에서 1위와 2위를 차지한 상하이와 칭다오는 다른 도시들을 압도했다. 현재 런던 금융회사들 유치전을 치열하게 벌이는 유럽 각국은 쇠락해가는 금융제국의 부스러기를 두고 싸우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8년 1월호(제375호)
Qui va récupérer le business de la City?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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