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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스마트 건물’ 탄소 감축 ‘핵’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의 세계시장 동향] 제로에너지빌딩 동향
[94호] 2018년 02월 01일 (목) 신은경 eunkyung.shin@frost.com
건물 부문은 에너지 소비량과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단일 분야로는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세계건물건축연합이 발표한 ‘2017년 지구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주거용과 상업용 건물을 포함하는 건물 분야와 건물건축 분야가 글로벌 최종 에너지의 36%를 소비한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이산화탄소는 에너지 관련 온실가스 배출량의 39%를 차지한다. 건물과 건물건축은 동시에 효율적으로 온실가스를 줄이는 잠재력이 큰 분야이기도 하다. 건물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방안으로 주목받아온 ‘제로에너지빌딩’에 대한 각국의 정책과 기술 발전 상황을 알아본다.
 
신은경 프로스트앤드설리번 연구원
 
   
크리스타 로페스 미국 어바인 캘리포니아대학 컴퓨터공학 교수가 자신의 집에 설치한 태양열 온수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건물과 건축 분야는 전세계 에너지 사용량의 36%를 차지하는 만큼 에너지와 온실가스 감축의 여지가 크다. REUTERS
 
건물 분야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는 2010년 이후 해마다 1% 정도 늘었으며, 지난 7년간 배출한 양은 모두 76기가톤이산화탄소(GtCO2)에 이른다. 인구, 인당 건물 면적, 에너지 수요 증가 등의 요인이 합쳐져 에너지 소비량은 57엑사줄(EJ·1엑사줄은 10억줄의 10억 배) 늘었다. 이는 같은 기간 독일의 최종 에너지 소비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2017년 지구상황 보고서’(Global Status Report 2017)는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에서 인구 증가와 함께 건물 면적이 2050년까지 두 배 확대되고, 건물 부문 에너지 수요는 50%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모든 나라와 지역공동체가 기후변화로 인한 리스크에 취약해지고, 급속한 도시화가 이뤄지는 신흥국에선 타격이 더욱 커지는 것이다.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에서 유엔환경계획과 국제에너지기구의 주도로 출범한 세계건물건축연합(GABC)은 저탄소 발전과 에너지전환을 기반으로 건물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 활동 증진을 목표로 한다. 파리기후변화협약 나흘째인 2015년 12월3일에는 ‘건물의 날’을 처음 열어, 건물과 건물건축 분야가 온실가스 감축에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의 중요성을 상기시키고 기후변화 대응 방안을 논의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현재 500개 이상 도시에서 건설산업의 전체 공급사슬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줄이고 기후 중립을 이루도록 하고 있다. 300개 이상 도시에서는 건물 에너지효율 규제, 정보공개와 평가 등 다양한 정책 과제를 내놓았다. 더불어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 총량의 80% 안팎을 차지하는 92개 메가시티들의 협의체 ‘C40’은 정상회의에서 건물 효율성과 관련해 2천 개 이상의 실천 과제를 보고했다.
 
유럽 2020년 신축 건물 제로에너지화
건물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해결책으로 주목받은 제로에너지빌딩(ZEBs)이란 무엇일까. 그 정의는 ‘제로’(Zero)의 범위나 기준에 따라 국가별로 다르며 그 종류는 약 75개에 이른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기본 개념은 운영에 필요한 에너지를 전력망에 의존하지 않는 건물을 말한다. 에너지효율 향상과 신재생에너지 활용으로 기존 전력망에서 독립하는 것이다. 한국에너지공단은 단열 성능을 극대화해 건물 외부로 유출되는 에너지양을 최소화하고, 지열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해 건물 기능에 필요한 에너지를 자체 공급하는 것을 ‘에너지 자립 건축물’로 정의한다.
 
건물 에너지 감축 정책에서 가장 앞선 곳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다. 오래된 건물은 신축 건물보다 1m2 난방에 연간 5~12배 많은 연료를 소모한다. 50년 이상된 건물이 약 35%를 차지하는 유럽에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더 많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럽연합은 2020년까지 모든 신축 건물의 제로에너지화를 의무화하는 목표를 제시했다. 미국 등 다른 나라보다 제로에너지화 실행 기간이 짧다. 이어 에너지 절약과 탄소 배출 목표를 이루기 위해 건축물의 에너지성과지침(EPBD)을 도입하고, 모든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건물 에너지 성능 증명서를 제출하도록 규정했다. 에너지 성능 요건을 충족한 건물에는 인증서를 준다. 대표적으로 독일에서 처음 도입된 ‘패시브하우스’(Passivhaus)는 유럽을 넘어 세계적으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2015년까지 새로 지은 약 330개의 제로에너지빌딩 가운데 3분의 1 정도가 독일에 있다.
 
1998년 시작한 ‘에너지리더십과 환경디자인’(LEED)에서 2010년 ‘에너지스타’ 인증까지, 미국은 좀더 앞서 건물 에너지 정책을 추진했다. 전체 에너지 소비의 20%를 차지하는 상업용 건물을 대상으로 한 2011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베터 빌딩 이니셔티브’(Better Building Initiative)를 비롯해, 대도시를 중심으로 연방정부와 주정부 차원에서 건물 에너지효율 개선을 위해 다양한 재정정책을 적극 도입했다. 활발한 에너지 절감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평가받는 캘리포니아주는 2020년까지 주거 건물, 2030년까지 상업용 건물의 제로에너지화를 목표로 조세 혜택과 융자 지원, 보조금 제공 등을 시행하고 있다.
 
싱가포르와 중국 등 아시아 나라에서도 유사한 형태의 제로에너지빌딩 이니셔티브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원금이나 인센티브 등 강력한 유인책은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 한국은 2020년부터 공공 건축물에 제로에너지빌딩 구축을 의무화하고, 2025년부터 민간건물에도 보급할 예정이다. 이 흐름은 제로에너지빌딩을 ‘8대 에너지 신산업’의 하나로 선정하고 ‘녹색건축물 조성지원법’에 따라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제가 시행되면서 점점 본격화할 전망이다.
 
제로에너지빌딩 구현 기술과 기술성숙도(TRL), 참여 기업을 알아보자. 기술성숙도는 기초연구인 1단계부터 사업화인 9단계까지 나뉘는데, 언급되는 기술들의 준비도 평가는 프로스트앤드설리번 산업 전문가들의 분석을 따랐다. 한 건물을 화석연료나 화석연료 생산 에너지로부터 자립시키려면 재생에너지원, 에너지저장 시스템, 에너지관리 솔루션, 수요 반응(Demand Response)과 건물외피(Building Envelope) 등이 필요하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회장(맨 오른쪽)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양광 모듈과 함께 건물외피 구실을 하는 자사의 솔라루프 주택을 소개하고 있다. 건물 분야에선 신재생에너지 가운데 태양에너지가 가장 많이 활용된다. REUTERS
 
건물일체형 태양발전 본격 보급
가장 높은 성숙도인 9단계에 이른 분야로는 신재생에너지가 있다. 에너지 자립, 현장 에너지 생산, 클린에너지 활용 등의 장점이 있다. 신재생에너지원 가운데 태양에너지가 건물 분야에서 가장 많이 활용된다. 설치가 쉽고 성능이 비교적 일정해 주거용 건물에 적합하다. 가장 많이 도입되는 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BIPV)은 건물 옥상에 설치하는 것이 아니다. 양면 태양광 전지를 건물의 표면이나 창문, 천장, 커튼월 등에 통합해 설치할 수 있다. 가볍고 투명하며 추가 공간을 차지하지 않고 컬러 튜닝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 테슬라는 태양광 모듈 기능을 하면서 견고한 건물외피의 구실을 하는 솔라루프를 개발했다. 2017년 여름 미국에서 상용 판매를 시작했고 2018년부터 다른 나라에도 보급할 계획이다.
 
각국 정부는 BIPV 설치에 인센티브와 보조금을 제공한다. 집주인은 테슬라의 솔라루프를 설치할 때도 연방정부로부터 설치 비용의 약 30%에 이르는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BIPV를 생산하는 대표 업체로는 미국 퍼스트솔라(First Solar), 일본 솔라프런티어(Solar Frontier), 중국 잉리솔라(Yingli Solar), 벨기에 ISSOL이 있다. 지열에너지는 열펌프를 통해 난방과 급탕에 주로 활용된다. 미국 에너지부 산하 오크리지 국립연구소는 시연을 거친 결과 열펌프가 전통 방식보다 에너지를 47~67% 절약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에너지저장은 신재생에너지원 도입의 장애가 되는 ‘간헐성’ 문제의 해결책을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하다.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적을 때 건물의 에너지 수요를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밤이나 흐린 날에 사용할 수 있도록 낮에 태양광으로 생산한 에너지를 저장해야 한다. 현재 에너지저장 기술성숙도는 시제품 성능 평가인 6단계에 있다. 배터리 기반 에너지저장(BES), 열에너지저장(TES), 플라이휠저장, 압축공기에너지저장(CAES) 등 다양한 솔루션이 고려된다.
 
에너지저장 기술의 도입을 저해하는 주요인은 높은 비용이다. 아직 소규모 주거용 건물에서 도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시장의 경쟁 환경을 고려할 때 머잖아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테슬라는 솔라루프와 더불어 가정용 전기저장 장치 ‘파워월2’를 공개했다. 이 제품은 전작과 달리 인버터를 내장해 솔라루프와 연동해 사용함으로써 주거용 건물의 에너지 자립을 선도한다. 캐나다의 G배터리스(GBatteries)는 리튬이온배터리의 충전 속도를 대폭 향상시키는 배터리 관리 기술을 개발했다. 일반적으로 충전 속도가 빨라지면 배터리의 수명이 줄어드는데, G배터리스의 ‘액티브 BMS’는 배터리 수명을 유지하면서 충전 속도를 약 6배까지 높여 주목받고 있다.
 
배터리 충전 속도 6배 높여
에너지관리솔루션(EMS)은 건물 내 에너지 사용과 부하량을 감시·관리함으로써 낭비되는 에너지를 줄이고 최종 소비자가 이를 인지하도록 하는 기술이다. EMS의 기술성숙도는 실용화 단계인 7단계다. 하지만 중소 규모의 주거용 건물을 위한 통합 솔루션은 개발되지 않았다. 조명, 냉난방환기(HVAC) 등 용도별로 분리해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다.
 
EMS 기술은 센서, 제어, 이들을 연결하는 커뮤니케이션, 수집 정보를 추적하는 인터페이스/대시보드 솔루션으로 구성되는데, 각각의 기술을 다른 기업이 제공한다. 미국의 인사이클코퍼레이션(Encycle Corporation)과 젠에코시스템스(Zen Ecosystems)는 파트너십을 맺어 각각의 온도조절과 에너지최적화 기술을 통합했다. 2017년 6월 개발된 지능형 에너지관리 플랫폼을 캘리포니아 소재의 쇼핑체인 WSS와 내셔널스토어(National Store)에 설치해 15~20%의 비용을 줄였다.
 
단열과 공기정화 기술도 건물의 효율성을 향상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HVAC 시스템 가운데 가장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은 주거와 상업용 건물이다. 작동 시간이 길고 기기당 요구되는 에너지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 환경보호청에 따르면, 환풍통로(덕트)를 거치는 공기의 20~30%가 덕트의 연결 불량이나 누출 탓에 열과 에너지를 잃는다.
 
따라서 효율적인 HVAC 시스템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다. 건물 환기 때 열 손실이 가장 많이 생기다보니 HVAC 효율성에서 단열을 분리해 생각할 수 없다. 대표적 단열 기술인 스마트창문은 사용자가 빛과 열의 양을 제어할 수 있다. 외부 온도나 빛의 양에 따라 건물 내부가 지나치게 뜨거워지거나 차가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건물 에너지효율 논의는 그동안 제품, 기기 등의 에너지효율 향상에 치중돼 있었다. 그 개념이 점점 건물의 소재, 위치, 방향, 빛과 그늘 등을 고려해 설계하고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모든 기술이 유기적으로 통합돼 시너지를 낼 때 비로소 건물의 에너지 자립, 진정한 의미의 제로에너지빌딩이 가능할 것이다.
 
* 프로스트앤드설리번(Frost & Sullivan)은 고객 성장의 가속화를 위해 협력하는 ‘성장 파트너’로서 팀 리서치(TEAM Research), 그로스 컨설팅(Growth Consulting), 그로스 팀 멤버십(Growth Team Membership)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이 효과적인 성장 전략을 수립·평가·실행할 수 있는 성장 위주의 문화를 창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50년 이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6대륙 40개 이상 사무소에서 1천여 개 글로벌 기업,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 및 투자계와 협력하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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