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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 스타덤 오른 ‘코레아’ 화장품
[세계는 지금] 스페인 시장의 ‘K뷰티’ 신드롬
[94호] 2018년 02월 01일 (목) 이성한 spelee@kotra.or.kr
한국 화장품 브랜드가 젊은 스페인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한국 화장품은 디자인과 기능성을 두루 갖추고 가격까지 저렴하다. 스페인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소비자가 중저가 브랜드를 선호하게 된 경향도 한국 화장품의 인기에 한몫했다. ‘케이(K)뷰티’의 흥행을 스페인 시장에 안착시키려면 판매 활로를 넓히는 시장 공략법이 뒤따라야 한다.
 
이성한 KOTRA 스페인 마드리드무역관 과장
 
   
스페인 모델이 화장을 받고 있다. 한국 화장품은 저렴한 가격과 뛰어난 품질로 스페인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지만 시장점유율은 아직 낮다. REUTERS
 
돌아보면 감격스러운 일이다. 10년 전만 해도 한국 화장품 홍보차 현지 유통기업에 연락하면 모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한국이 화장품 만드는 나라인지조차 잘 모를 정도로 품질을 신뢰하지 않았다. 현지 소비자에게 인지도가 없는 한국 화장품을 굳이 취급할 이유가 없다는, 어쩌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경제위기 발생 전까지 스페인 소비자는 유럽이나 북미의 화장품 브랜드 충성도가 높았다. 화장품은 피부 건강과 직접 연관돼 있어 불필요한 모험을 하기보다 충분히 검증된 브랜드를 사용하고 싶어 했다.
 
요즘은 스페인에서 어느 백화점이나 화장품 전문매장에 가더라도 한국 화장품 브랜드를 쉽게 볼 수 있다. 스페인 최대 백화점그룹 엘코르테 잉글레스에 코코스타와 아미코스메틱 같은 국내 기업들이 입점에 성공했고, 스킨79와 미샤는 각각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에 단독 매장을 두었다. 세포라와 프리모르 같이 스페인 전국에서 수십 개의 매장을 운영하는 기업들도 2017년을 기점으로 한국 화장품을 본격 판매하고, 한국 브랜드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화장품 멀티숍도 대도시를 중심으로 나타났다.
 
한국 화장품이 언제부터 스페인 소비자에게 알려졌고, 왜 주목받는 것일까? 한국 화장품의 인지도가 한순간에 폭발하듯 늘어난 것은 아니다. 스페인에 한국 화장품이 알려지기 시작한 때는 대략 2010년으로 보고 있다. 당시에는 일부 온라인 뷰티 커뮤니티의 화장품에 관심 많은 얼리어답터 사이에 소문으로 떠도는 수준이었다. 가장 먼저 알려진 제품은 비비크림이다.
 
독일 과학자가 개발했지만 유럽에서는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한국 기업이 만든 비비크림은 잡티를 가려주고 피부톤 정돈 효과가 있으며 가격도 저렴해, 파운데이션 등의 대체재로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가 자리잡기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스페인에 정식 한국 화장품 유통경로가 구축되기 전부터 한국에서 화장품을 직접 사서 사용하는 마니아층이 형성됐다. 이들의 관심이 비비크림을 넘어 다른 피부미용 제품까지 확대된 것이 한국 화장품이 스페인 시장에 진출한 계기다.
 
합리적·글로벌 소비
스페인에 들이닥친 지독한 경제위기가 한국 화장품 업계의 현지 시장 진출 시기를 앞당기는 데 일조했다. 장기적인 경기 침체로 스페인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구매력평가 기준)이 2007년 3만4745달러에서 2013년 3만1072달러까지 무려 10% 넘게 줄었고, 실업률은 26%까지 치솟았다. 현지 소비자의 구매력은 크게 약화됐다. 스페인 소비자는 자연스럽게 중저가 브랜드로 눈길을 돌렸고, 기왕이면 신제품을 사용해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맞물려 한국 화장품에 관심이 커졌다.
 
스페인 화장품제조협회 시장분석 담당 오스카 마테오의 분석에 따르면, 장기적 경제위기가 기존 프리미엄 브랜드에 대한 현지 소비자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했다. 극심한 경기 침체로 매출이 급감한 기존 화장품 브랜드 기업들은 앞다퉈 할인 프로모션을 실시해 구멍난 영업 실적을 어느 정도 메웠다. 하지만 소비자가 ‘저렴하게 살 수 있는 화장품을 지금까지 비싸게 샀다’고 인식하는 계기도 됐다. 기존 프리미엄 화장품 브랜드에 배신감을 느낀 일부 소비자는 구매력이 회복된 뒤에도 다시 프리미엄 제품 소비군으로 회귀하지 않고 중저가 제품을 사용한다.
 
인터넷 인프라 확대 등도 스페인 소비자가 아시아 제품에 대한 경계를 느슨하게 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요즘 젊은 스페인 소비자는 각종 매체로 아시아를 간접 경험할 뿐 아니라 아시아 국가 여행도 잦아졌다. 이국적 브랜드와 제품의 거부감도 그만큼 줄었다. 젊은 여성 사이에선 아시아 여성이 젊음을 더 오래 유지한다는 인식이 많다. 그 비결을 둘러싼 궁금증이 아시아 여성이 쓰는 화장품으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 화장품은 다른 아시아 브랜드에 없는 장점이 있다. 무엇보다 ‘가성비’가 뛰어나다. 일본 브랜드는 품질이 좋지만 가격이 유럽 브랜드 못지않게 비싸고, 중국 브랜드는 저렴하지만 품질 검증이 아직 덜 돼 있다. 한국 브랜드는 이미 수년 전부터 화장품을 제법 안다는 소비자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한국 브랜드가 선보이는 제품은 유럽과 북미 제품에 비해 가격 대비 외관과 효능에서 분명한 차별성이 있다. 이런 점이 새롭게 무언가를 시도하고 싶은 젊은 여성 소비자에게 크게 와닿았고, 굳게 닫혀 있던 이들의 지갑을 열었다.
 
스페인 언론들도 열풍에 편승해 한국 화장품을 비중 있게 다룬다. 주요 일간지 <엘문도>(El Mundo)는 ‘한국 화장품의 성공 비결은?’ 기사에서 한국 화장품의 성공 비결이 가격 대비 우수한 효과와 혁신적 아이디어, 참신한 외관 디자인, 우수한 품질, 거대 아시아 시장에서 큰 성과를 거둔 경험에 있다고 전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한국 화장품이 주제인 콘텐츠가 우후죽순 늘고 있다. 주요 화장품 소비층인 젊은 여성들은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에서 유명 블로거 등이 전하는 한국 화장품의 사용 후기를 접한다.
 
한 예로, 약 2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스페인 뷰티 전문 유튜버가 제작한 한국 화장품에 대한 영상 리뷰의 조회 수가 28만 건을 기록했다. 한국 화장품 리뷰 동영상을 보면, 한국 제품은 외형이 예쁘고 귀여우며, 보습과 피부톤 개선 효과가 탁월한데도 가격이 비싸지 않아 구매할 가치가 있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꾸준히 믿고 구매할 수 있으며, 한국 브랜드가 내놓을 신제품을 다양하게 사용해보고 싶다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스페인 마드리드의 옷가게 앞을 사람들이 걸어가고 있다. 스페인의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중저가 제품에 눈을 돌리는 소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REUTERS
 
시장 안착의 조건
한국 화장품이 스페인 시장에서 ‘핫한’ 트렌드로 주목받는 제품이라는 건 분명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냉정하게 말해 스페인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며,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화장품을 사용해 보지 않았거나 들어본 바도 없다는 소비자가 압도적으로 많다. 중국과 대만, 인도의 화장품도 전세계적으로 조금씩 인지도를 얻고 있어 우물쭈물하다가는 한국 화장품이 스페인에 안착할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앞으로 1~2년 안에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한국 화장품은 한때 반짝했던 트렌드로 잊힐 수도 있다.
 
스페인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출하려면 무엇을 유념해야 할까? 유럽 시장 내 합법 유통을 위한 인증·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가장 먼저 ‘우수화장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CGMP) 규격에 맞춰 ISO22716 인증을 받아야 한다. 판매 제품을 유럽 화장품 신고 포털(CPNP)에 등록도 해야 한다. 이 절차를 모두 거치면 최소 6개월에서 12개월이 걸리며 상당한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 일부 업체는 확실한 구매처를 우선 발굴해 거래 상담을 진전시킨 다음 행정 절차를 밟으려 하는데, 스페인 바이어 대다수는 기본 조건을 모두 충족한 공급업체와의 상담만을 원하기 때문에 인증 및 신고 절차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만반의 준비가 끝났다면 최대한 다양한 판매처를 확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흔히 화장품은 백화점과 화장품 전문매장에서 가장 많이 취급할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 대다수 한국 기업은 이런 유형의 바이어에게 제품을 공급한다. 이 유형의 현지 바이어들은 이미 여러 한국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어 향후 이들과 거래 관계를 형성하기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다.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2016년 기준 스페인의 유통경로별 시장 비중은 슈퍼마켓(26.3%), 화장품전문점(20%), 대형마트(11%), 백화점(10.6%) 순이다. 화장품 취급 물량은 많으나 아직 한국 브랜드를 취급하지 않는 다양한 유통기업이 있다.
 
최근 브랜드 가치보다 제품 효능에 더욱 집중하는 트렌드도 주목해야 한다. ‘코스메슈티컬’(화장품과 의약품의 영어 합성어)이라는 기능성 화장품이 약국을 중심으로 점점 많이 팔리고 있다. 디자인보다 기능성에 강점이 있는 브랜드는 약국 유통경로를 충분히 고려해볼 만하다.
 
한국 화장품은 기로에 서 있다. 많은 관심을 등에 업은 채 스페인 화장품 시장의 주연배우로 거듭날 수도 있고, 이 모든 것이 마치 꿈인 듯 점차 잊히는 쓸쓸한 존재가 될 수도 있다. 여전히 보수적인 유럽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기업이 살아남으려면 단순히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 현지 소비자에게 널리 사랑받고 신뢰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지 소비자의 욕구를 심층적으로 파악해 충족할 수 있는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작업 역시 한국 기업의 중요한 과제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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