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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벽두부터 걷는 이유
[곽윤섭 기자의 포토 인]
[94호] 2018년 02월 01일 (목) 곽윤섭 kwak1027@hani.co.kr
   
 
글·사진 곽윤섭 <한겨레> 선임기자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열린 ‘알베르토 자코메티 한국특별전’에 다녀왔다. 1901년 태어난 자코메티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으며 시대와 무게, 인간의 실존을 고민했다. 사뮈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 무대미술도 담당했다. 불안과 고독 속에 부서질 듯 약한 인간을 표현한 자코메티의 조각은 뼈대만 남은 앙상한 형체가 특징이다. 피카소가 부러워했다는 천재적 재능의 스위스인 자코메티의 한국 전시엔 조각, 회화, 판화 등 120여 점이 소개됐다.
 
자코메티가 자신의 작품세계를 설파한 글귀가 전시장 곳곳에 있다. “마침내 나는 일어섰다. 그리고 한 발을 내디뎌 걷는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그리고 그 끝이 어딘지 알 수는 없지만, 그러나 나는 걷는다. 그렇다. 나는 걸어야만 한다.”
 
전시의 백미는 1960년작 <걸어가는 사람>이다. 조각은 판화와 마찬가지로 여러 에디션이 있다. <걸어가는 사람>은 6개의 청동 조각이 있는데 이 중 두 번째가 2010년 소더비경매에서 1억400만달러에 팔렸다. 청동 조각을 만들려면 먼저 석고상을 빚어야 한다. 석고상 원본도 한국에 왔고 전시장 ‘묵상의 방’에 홀로 서 있다. 방석이 있어 명상하거나, 탑돌이하듯 작품 주변을 돌며 감상할 수도 있다. 한 바퀴, 두 바퀴 돌고 나니 태곳적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공상과학(SF) 영화에서 우주선이 서서히 움직일 때 나는 ‘웅~’ 소리가 들려오며 아득해졌고 산다는 것이 하염없이 초라해졌다. 자코메티가 말했다.
 
“내가 작업하는 이유는 이처럼 고통스럽고 짧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보여주기 위해서다.” 새해를 맞이해 휴대전화에 만보기 앱을 깔았다. 일주일 평균을 내보니 하루에 7500보쯤 걸었다. 수명을 80살로 잡으면 평생 걷는 거리는 17만km 정도 된다. 지구를 네 바퀴 이상 도는 셈이다. 오늘도 걷는다. 다시 자코메티가 말한다.
 
“모든 것을 잃었을 때, 그 모든 걸 포기하는 대신에 계속 걸어나가야 한다.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는 계속 걸어나가야 한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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