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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선도·기업동참 쓰레기 절감 쌍끌이
[Trend] 덴마크의 ‘음식쓰레기와 전쟁’
[93호] 2018년 01월 01일 (월) 레오노르 뤼미노 economyinsight@hani.co.kr
기한 지난 ‘리퍼브’ 식료품 인기… 유통업체들도 새 수익사업 기회로 활용
 
덴마크는 전통적인 ‘쓰레기 대국’이다. 덴마크의 1인당 쓰레기 배출량은 유럽연합의 평균을 훨씬 웃돈다. 음식물쓰레기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최근 덴마크가 음식물쓰레기 절감 모범국으로 변했다. 덴마크가 쉽지 않은 음식물쓰레기 줄이기에 성공한 데는 한 개인의 노력이 결정적이었다. 한 사람이 세상을 바꾸기도 한다는 걸 보여주는 덴마크의 음식물쓰레기 감소 노력을 알아본다.
 
레오노르 뤼미노 Léonor Lumineau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덴마크에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를 전국적 운동으로 확산시킨 운동가 셀리나 율이 테드(TED)에서 강연하고 있다. 덴마크 환경단체 ‘음식 낭비 중단’ 제공
 
덴마크 코펜하겐 중심가 뇌레브로가데 58번지의 한 슈퍼마켓 유리창에 붙은 하얀 고딕체 문구가 행인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입시다.” 이 슈퍼마켓의 이름은 ‘위푸드’(Wefood)다. 리퍼브(Refurbished Products·상품의 흠집을 손질해 소비자에게 정품보다 싼값에 파는 상품 -편집자) 식품 전문 슈퍼마켓이다. 위푸드는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포장이 훼손된 식료품을 판다.
 
매장 내부에서 손님들은 저가 슈퍼마켓처럼 단출한 상품 진열대 사이를 돌아다니며 식료품을 고른다. 2대의 냉동고에 는 모닝빵 봉지가 가득하고 바로 옆 진열대에는 유통기한이 지난 잼, 포장이 벗겨진 샴푸, 약간 시든 샐러드가 놓여 있다. 이곳의 상품은 정상가에서 30~50% 할인된 가격에 판다. “자원봉사자들이 빵집, 일반 슈퍼마켓, 기타 식료품점을 돌며 폐기될 식료품 등을 받아 온다. 어차피 우리가 받지 않으면 버려질 것들이다. 공짜로 이런 식료품을 받는 대신 상품에 기증자의 이름을 붙여 판매한다.” 위푸드 직원이자 코디네이터인 소피 외스텐스고르의 설명이다.
 
2016년 3월 덴마크 복음주의 루터교회 산하 빈민구호단체 교회구호단이 세운 위푸드는 최근 코펜하겐에 2호점을 열었다. 6개월 안에 덴마크 제2의 도시 오르후스에 3호점을 낼 예정이다. 위푸드가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어서다. “지난 1년간 우리는 식료품 100t을 팔았다. 그만큼 쓰레기를 줄인 셈이다. 돈으로 환산하면 16만유로(약 2억580만원) 정도를 절약했다.” 외스텐스고르는 유통기한이 6개월 지난 토마토소스 캔을 진열하며 말했다.
 
덴마크는 청정에너지 분야를 선도하는 국가로 알려졌다. 덴마크에서는 최근 몇 년간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여러 시민단체가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그중 하나가 위푸드다. ‘푸드셰어링 코펜하겐’은 폐기 식료품 일일 장터를 운영하고 있다. ‘리푸드’(Refood)는 바이오연료용 유기물쓰레기 재활용, 남은 음식 포장, 1인분 양 줄이기 등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하는 레스토랑 800여 곳을 회원으로 두었다.
 
   
비영리단체 푸드뱅크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은퇴 기술자가 한 슈퍼마켓에서 자선단체에 보낼 식료품을 나르고 있다. REUTERS
 
‘쓰레기 대국’의 변모
2015년 9월 발표된 덴마크 농업·식료품 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덴마크의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은 2006년부터 5년 남짓 동안 25% 줄었다. 가정에서 소비할 수 있는데도 버리는 음식물쓰레기의 배출량이 2006년 1인당 연평균 64kg에서 2012년 47kg으로 감소했다. 절약 효과를 환산하면 거의 6억유로(약 7700억원)에 이른다. 같은 기간 유럽 국가 가운데 덴마크의 음식물쓰레기 배출량 감소폭이 가장 컸다. 물론 평가에 앞서 신중한 태도가 필요하다. 우선 25%라는 비율은 2006년 농업·식료품 위원회의 연구와 2012년 덴마크 정부의 연구를 단순 비교해 나온 수치다. 두 연구는 방식도 달랐다.
 
덴마크는 애초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많았다.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를 모범적으로 실천하는 국가가 아닌 프랑스만 해도 개인의 연간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이 덴마크보다 훨씬 적다. 프랑스 환경에너지관리청(ADEMD)은 가정에서 소비할 수 있는 음식물쓰레기의 배출량을 130만t으로 추정했다. 1인당 연평균 29kg이다. 이 가운데 7kg은 포장째 쓰레기통으로 직행한다.
 
또한 덴마크는 음식물을 포함한 전체 쓰레기 배출량이 유럽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덴마크의 1인당 연간 쓰레기 배출량은 789kg이다. 유럽연합(EU) 평균인 476kg과 프랑스의 501kg을 훌쩍 뛰어넘는다. 따라서 시민사회가 주도해 전방위로 이뤄진 다양한 시도 덕분에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이 신속하게 줄었다는 측면에서 덴마크의 경험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덴마크의 성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이는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를 실천할 때 우리가 도처에서 부딪히는 어려움과 관련 있다. 측정을 불규칙하게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다. 더구나 음식물쓰레기의 정의는 나라마다 기관마다 다르고, 계산 방식도 다르다. 어떻게 중량을 잴 것인가? 순수한 내용물인가, 아니면 액체까지 포함한 중량인가. 어떤 연구는 육류의 뼈와 달걀 껍데기도 포함해 중량을 재지만, 또 어떤 연구는 실제 소비될 수 있지만 버려지는 부분만 잰다. 우파인 유럽인민당(PPE)의 앙젤리크 드라아예 유럽의회 의원에 따르면, 이는 총중량과 순중량 개념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는 의회 논의 끝에 순중량 개념을 적용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중량 계산 방식은 여전히 국가마다 다르다. 따라서 줄어든 음식물쓰레기 배출량도 대략 계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유럽연합 집행위원회가 곧 답변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변화의 시발점
 
어쨌든 덴마크는 놀라운 속도로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줄여가고 있다. 여기에는 덴마크의 비교적 높은 식비도 한몫 했다. 시장조사 전문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Euromonitor International)에 따르면, 덴마크 국민은 소득의 11.5%를 식비로 사용한다. 이에 비해 미국 국민은 소득의 6.9%, 프랑스 국민은 13.6%를 식비로 지출한다.
 
덴마크에서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운동이 본격 시작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사람이 있다. 바로 셀리나 율(37)이다. 율은 2008년 페이스북에 ‘음식 낭비 중단’(Stop Spild af Mad)이라는 소그룹을 만들고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엔 그저 단순한 페이스북 페이지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잔반 처리 방법과 음식을 필요한 양만 구입하는 요령을 올렸다. 현재 이 페이지 구독자는 6만900명에 이른다. 덴마크 인구가 570만 명임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수다. 율은 음식물쓰레기만 줄여도 가구당 연간 900유로(약 115만원)를 아낄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또 덴마크 정부와 공동으로 다양한 음식물쓰레기 절감 캠페인을 시작했다. 냉장고에 처박아둔 각종 식재료를 처리하기 위한 ‘냉장고 파먹는 날’, 잔반을 요리해 먹는 ‘일요 타파스(tapas)’, 여름휴가를 가기 전 이웃에게 식재료 넘기기 등의 캠페인이 대표적이다.
 
덴마크 환경식품부 산하기관인 환경보호청의 아네엘리사베트 캄스트루프는 셀리나 율의 끈질긴 노력이 덴마크 국민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고 말한다. 그 덕분에 음식물쓰레기 줄이기가 언론과 정치권의 주목을 받게 돼 국민적 관심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캄스트루프는 이처럼 한 개인이나 단체의 의지가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고 단언한다.
 
쓰레기 줄여 비용 절감
음식물쓰레기 절감을 요구하는 소비자의 목소리가 커지자 기업들의 인식도 바뀌었다. 음식물 손실 합리화가 비용 절감의 원천이 되고, 나아가 그 자체로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2016년 5월 대규모 회의에서 에스벤 룬데 라르센 덴마크 환경식품부 장관은 덴마크의 대형 유통체인들에 음식물쓰레기 절감이 중요한 경쟁 전략으로 등장했다고 밝혔다. 그는 덴마크가 유럽에서 음식물쓰레기 절감 방침을 채택한 유통체인을 많이 보유한 국가에 들게 됐다고 기뻐했다.
 
실제 레마(Rema)1000, 쿱(Coop), 리들(Lidl) 등 주요 유통기업들은 ‘1+1’ ‘다다익선’ 등 식재료를 대량 구매할 때 할인해주는 행사를 폐지했다. 또 매장 내 포장용기나 비닐봉지 사용을 줄여 고객이 개인용 장바구니나 용기를 사용하도록 유도한다. 대부분의 매장에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코너를 두고 유통기한 임박 상품을 할인가로 판매한다. 코펜하겐 서부 주택가 발뷔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는 막스 스코우 한센은 이런 방침 덕분에 지난 5년간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60% 줄일 수 있었다. 돈으로 환산하면 연간 5만유로(약 6430만원)를 절약한 셈이다. 한센의 슈퍼마켓 연매출액이 1300만유로인 것을 고려하면, 5만유로는 적은 금액이 아니다.
 
회사 구내식당들도 음식물쓰레기 줄이기에 나섰다. 직원 2만3천여 명을 둔 덴마크 단스케(Danske)은행은 구내식당이 18곳에 이른다. 2015년 회사 차원에서 대대적인 음식물쓰레기 절감 캠페인을 시작했다. 단스케은행의 구내식당 관리 회사인 아이에스에스(ISS)의 혁신팀장 클라우스 크리스티안 니스테드에 따르면, 그동안 먹을 만한데도 버린 음식물의 양이 매달 1t에 이른다. 매주 금요일을 ‘잔반 요리의 날’로 정해 음식물쓰레기 줄이기를 적극 유도했다. 만들어만 놓고 직원들에게 제공하지 않았던 음식을 다른 방식으로 조리하거나, 뷔페 테이블에서 서비스되는 1인분 분량을 줄였다. 새로운 시스템도 도입했다. 뷔페 제공 시간이 끝나면 직원들이 3유로(약 4천원)에 음식 상자 1개를 채워갈 수 있도록 했다. 새 시스템의 도입 목표는 음식물 손실을 33% 이상 줄이는 것이었다. 니스테드는 이런 방식으로 연간 23만유로 이상 비용 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덴마크를 비롯한 유럽의 이용자 150만 명과 레스토랑 3250곳이 가입한 음식 애플리케이션 ‘투굿투고’(Too Good To Go). 이용자는 앱을 통해 재고 식료품을 파는 상점을 찾아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다. 투굿투고 제공
 
덴마크에서는 레스토랑 경영자의 재고 음식물 가치 평가를 도와주는 2개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도 등장했다. 유어 로컬(Your Local)과 투굿투고(Too Good To Go)가 그것이다. 투굿투고에는 현재 덴마크·프랑스·독일·영국·스위스에서 150만 명의 이용자가 등록돼 있고, 레스토랑 3250곳도 가입해 있다. 이용자는 앱의 위치 확인 서비스로 재고 식료품을 파는 근처 상점을 파악한 다음, 해당 상점에 원하는 만큼 주문할 수 있다. 상품가격은 정가의 50~80%이며, 앱을 통해 비용을 낸다. 투굿투고의 공동창업자인 클라우스 페데르센에 따르면, 앱에 가입한 대형 상점 중에는 월 1만유로의 추가 수입을 올리는 곳도 있다. 예전엔 그 돈을 그냥 날렸던 셈이다.
 
2016년 2월 프랑스는 음식물쓰레기 절감 차원에서 슈퍼마켓의 재고 식료품 폐기 금지법을 제정했다. 그러나 덴마크는 프랑스식 입법 과정을 밟지 않았다. 라르센 장관은 케냐에서 열린 회의에서 “덴마크의 성공은 정부 개입의 효율성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셀리나 율은 “기업을 설득할 수 있는 건 경쟁 원리”라며 “음식물쓰레기 절감이라는 신종 산업이 등장한 것”이라고 했다. “덴마크에서는 정부가 음식물쓰레기 절감 법률을 도입해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것이다. 일단 전국의 슈퍼마켓 체인을 돌며 재고 식료품을 회수할 단체가 부족하다. 그것은 덴마크 방식이 아니다. 우리는 자발적으로 하는 것을 선호한다.”
 
덴마크 정부의 접근법
덴마크에는 음식물쓰레기 절감을 위한 정부 차원의 특별한 계획이 없다. 일반적인 쓰레기 재활용과 배출량 감축 계획에 포함된 정도다. 하지만 덴마크 환경식품부는 2016년 음식물쓰레기 절감을 위한 13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했다. 민간과 공기업의 구내식당을 대상으로 ‘음식물쓰레기 컨설턴트’ 직위를 신설했다. 이 모든 사업에 110만유로(약 14억원)가 들었다.
 
정부는 29개 식료품 체인과 협약을 맺고, 음식물쓰레기 절감을 가로막는 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14년 마침내 관련법을 개정해 유통기한이 지난 상품의 판매를 허용했다. 세계 최초의 리퍼브 식품 슈퍼마켓 위푸드가 탄생할 수 있었던 것도 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경식품부는 2012년 연구의 후속 작업을 다시 진행할 예정이다. 이는 2012년 이후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이 얼마나 줄었는지 파악할 계기가 될 것이다.
 

유럽연합의 새로운 로드맵
2011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0년까지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는 로드맵을 내놓았다. 그리고 6년이 지났다. 유럽 회계감사원은 2017년 1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재까지 위원회의 정책은 산발적이고 부정기적이었다”고 비판했다.
 
2017년 5월, 유럽의회는 음식물쓰레기 배출량을 2025년까지 30%, 2030년까지 50% 절감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새로운 보고서를 의결했다. 이렇게 의결한 것은 목표치를 현실에 맞게 조정하려는 뜻도 있지만, 무엇보다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유럽의회 환경위원회 소속 앙젤리크 드라아예 의원은 “우선 나라마다 다른 음식물쓰레기 정의를 하나로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유럽의회를 통과한 보고서는 소비자가 상표에 쓰인 정보를 더 잘 알 수 있게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드라아예 의원에 따르면, 특히 최적소비기한과 단순소비기한을 혼동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전자는 식품을 적절히 보관할 경우 고유의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기한이다. 이 기한이 넘어도 해당 식품은 변질되지 않으며 먹어도 위험하지 않다. 물론 판매도 가능하다. 후자는 식품이 판매되고 소비될 수 있는 기한이다. 이 기한이 지난 음식을 먹는 건 위험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12월호(제374호)
Le Danemark s’attaque au gaspillage alimentair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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