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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 소득·정보 불평등 유독 심해
[Analysis] 소득 불평등과 정보 불평등의 관계
[93호] 2018년 01월 01일 (월) 패트릭 케네디 등 economyinsight@hani.co.kr
부유층은 빈곤층보다 더 많은 언론 이용… 빈곤층은 공영방송보다 상업방송 선호
 
진짜 뉴스는 가짜 뉴스의 해독제지만, 우리는 정치 관련 정보를 얼마나 접하며 그 정보의 출처는 어디일까? 18개 나라의 뉴스 소비를 분석한 이 글은 저소득·저학력 유권자들이 제한된 정보 출처만 이용한다는 걸 보여준다. 이는 모든 나라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소득 격차가 큰 나라에서는 정보 불평등도 컸다. 또 뉴스 출처가 시청자에게 끼치는 ‘미디어 권력’은 정보 빈곤층에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 게다가 공영방송이 정보 불평등 축소에 기여한다는 증거도 확인할 수 없었다. _VoxEU.org
 
패트릭 케네디 Patrick Kennedy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학 경제학 박사 후보
안드레아 프라트 Andrea Prat 미국 컬럼비아대학 경제학 교수
 
   
뉴스코퍼레이션 주총장 앞에서 회사 설립자 루퍼트 머독과 그의 아들의 해고를 주장하는 시위자들. <폭스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을 거느린 뉴스코퍼레이션은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기관으로 꼽힌다. REUTERS
 
언론 보도가 자주 편향되고, 이런 편향이 투표에 영향을 끼친다는 증거는 널려 있다. 이 문제는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가짜 뉴스’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 이후 더 중요하게 부각됐다. 편향된 뉴스나 가짜 뉴스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진짜 뉴스를 전달하는 것이다. 신뢰할 만한 출처에서 나온 공평한 정치 정보를 얻게 되면 아무래도 가짜 뉴스나 왜곡된 보도에 영향을 덜 받는다. 그러나 과연 우리 중 몇이나 공정한 정보를 얻고 있을까? ‘우리’는 고급 뉴스를 접하지만, ‘다른 이들’은 정보 빈곤에 시달리는 것인가?
 
언론의 뉴스 생산과 소비를 구별하는 것은 중요하다. 서구 민주주의국가에서 진실은 저 밖에 널렸다. 많은 언론이 고급 정치 정보를 생산하며, 이를 인터넷으로 무료 또는 싼값에 제공한다. 이 정보는 정말 소비될까? 다른 말로 표현하면, 사람들은 어떤 매체에서 뉴스를 접하는가?
 
우리는 최근 두 편의 논문에서 이 질문의 답을 찾으려 했다. 안드레아 프라트는 곧 출판할 논문에서 미국 사례에 집중했고, 패트릭 케네디가 프라트와 함께 쓴 논문은 유럽연합 회원국 중 13개국과 브라질, 터키,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미국 등 모두 18개국을 다뤘다. 미국의 경우 퓨리서치센터의 전화 설문 자료, 로이터통신의 온라인 설문 자료, 시먼스 전국 소비 조사를 분석했다. 시먼스 조사는 뉴스에 초점을 둔 것이 아니고 소비를 다룬 것이다. 나머지 17개 나라 분석은 로이터통신 자료를 바탕으로 했다.
 
이런 연구에서 유용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은 어렵다. 뉴스 소비 조사 자료의 대부분은 특정 미디어에 한정됐다. 텔레비전 시청률이나 신문 발행 부수, 온라인 사용 현황 등 일부만 조사한 것이 대부분이다. 이런 자료들은 불완전한 모습을 보여준다. 예컨대, 한 조사 결과에서 인구의 50%가 텔레비전으로 뉴스를 접한다고 하자. 그런데 다른 조사에서는 인구의 50%가 신문을 읽는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가정하자. 두 자료를 종합할 수 없다면, 인구 전체가 딱 한 가지 정보 출처, 곧 절반은 텔레비전만 보고 나머지 절반은 신문만 보는 상황인지 아닌지 구별할 수 없다. 게다가 인구의 절반은 아무 정보도 얻지 못하는지, 텔레비전을 보는 사람들만 신문을 본다는 것인지도 알 수 없다.
 
이런 난점을 극복하기 위해 우리는 특정 미디어 중심의 자료가 아니라 독자 중심의 자료를 활용했다. 우리의 목표는 무작위로 선정한 시민들이 이용하는 모든 뉴스 매체를 파악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뉴스 매체’는 신문과 방송 같은 전통 매체는 물론 전통 매체의 온라인판, 순수 온라인 매체, 포털 뉴스 사이트처럼 여러 매체를 모아서 보여주는 것들,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 모든 매체다.
 
뉴스 소비는 불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18개 나라 조사 자료를 보면, 응답자들이 이용한다고 밝힌 정보 출처 개수는 소득이 많을수록, 학력이 높을수록 더 많았다. 다른 특성이 모두 같을 경우, 소득 상위 33%에 속하는 대졸자가 소득 하위 33%에 속하는 고졸자보다 평균 2개 더 많은 뉴스 매체를 이용하는 걸로 분석됐다.
 
미국과 영국 유독 불평등 심해
응답자 개인별 정보 불평등은 국가별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1>은 조사 대상 중 소득 상위 16개국의 소득 불평등과 정보 불평등을 X축과 Y축으로 한 것이다.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것도 명백하다. 다시 말해, 소득 불평등이 큰 나라는 정보 불평등도 컸다.
 
   
 
뉴스 조작 논란이 가장 두드러진 두 나라, 즉 도널드 트럼프 당선 논란이 심했던 미국과 유럽연합 탈퇴 관련 국민투표로 논란이 있었던 영국이 유독 다른 나라들과 두드러진 차이를 보였다. 두 나라는 그래프의 오른쪽 상단의 소득 불평등과 정보 불평등이 모두 심한 경우에 해당한다. 이는 소득 불평등이 심한 나라에서는 특정 세력의 언론 장악이 더 심할 거라는 스페인 학자 마리아 페트로바의 2008년 예측과 일치하는 결과다(이 논문은 부유층은 소득 분배 정책을 저지하려고 많은 이들이 접하는 언론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가설을 세운다. 다시 말해 불평등이 심한 나라의 부유층은 언론 자유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논문 저자는 실제 자료로 검증한 결과,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편집자).
 
상당수의 인구가 몇몇 언론 매체만 접하는 상황이 뜻하는 바는, 언론 접촉이 제한된 이들에게 해당 매체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이다. 특정 언론 매체의 영향력을 대강 측정하는 방법은 그 매체의 ‘주목도 점유율’을 계산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점유율은 특정 매체를 이용하는 사람 수를 그들이 이용하는 매체 수로 나눈 것이다. 이렇게 계산했을 때 특정 매체의 점유율이 높다는 것은 그 매체 이용자가 많고, 그와 동시에 이용자 대부분이 다른 매체는 잘 보지 않음을 뜻한다.
 
<2>는 미국에서 주목도 점유율(또는 영향력 점유율)이 높은 15개 언론기관을 정리한 것이다. 이 기준으로 보면,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뉴스 매체 소유자는 <폭스뉴스>와 <월스트리트저널>의 모기업 뉴스코퍼레이션을 거느린 루퍼트 머독이다. 특히 <폭스뉴스>는 시청자가 가장 많고 정보 빈곤층의 비중도 가장 높다. 정리하자면 <폭스뉴스>를 보는 사람들 중 다른 뉴스를 이용하지 않는 비중이 높다(<폭스뉴스>의 주목도 점유율은 <NBC> <MSNBC> <CNBC> 방송 합계의 2배에 달한다. <CNN>도 <폭스뉴스>의 절반에 못 미친다. -편집자).
 
   
 
이 결과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상업 뉴스 매체가 텔레비전인 이유를 설명해 준다. 언론기관의 매체력을 간단히 측정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다. 시청자·독자 중에서 그 매체가 보도하는 걸 곧이곧대로 믿는 순진한 사람의 비중으로 전국 단위 선거 결과를 뒤집을 수 있는지 계산하는 것이다(선거 양상이 1%의 유권자가 마음을 바꾸면 결과가 뒤집히는 51 대 49의 박빙 상황이라고 가정하자. A매체는 자사 독자 5%의 표심만 바꾸면 1% 격차를 뒤집을 수 있고, B매체는 자사 독자 10%의 표심을 바꿔야 격차를 뒤집을 수 있다면, A의 매체력이 B보다 훨씬 강한 것이다. -편집자).
 
<3>은 조사 대상 나라의 상업 언론기관을 매체력에 따라 나열한 것이다. Y축은 1% 박빙 상황, 2% 박빙 상황(지지율 격차로는 4%포인트 -편집자), 5% 차이 상황(지지율 격차로는 10%포인트 -편집자)을 뒤집으려면 해당 매체가 자사 독자 중 몇 %를 설득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설득해야 하는 비율이 낮은 매체의 매체력이 더 크다 -편집자). 그래프를 보면, 매체력이 큰 언론기관들이 선거 결과를 뒤집는 데 필요한 ‘순진한 독자’의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는 걸 알 수 있다(1% 박빙 상황이라면, 이들 매체의 시청자·독자 가운데 10% 정도가 그 매체의 뉴스를 곧이곧대로 믿으면 결과를 뒤집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편집자).
 
   
 
방송 영향력 여전히 막강
온라인 매체도 점점 중요해지지만, 가장 강력한 매체는 여전히 텔레비전이다. 물론 이 자료만으로 방송사들이 민주적 절차를 조작하기 위해 실제 매체의 힘을 이용하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각국의 언론 규제 기관들은 그들이 여론을 조작할 잠재력이 있다는 걸 고려해야 한다.
 
텔레비전의 영향력이 여전히 큰 상황에서, 공영뉴스 매체의 역할은 무엇일까? 조사 대상 18개국 중 16개국에는 거대 공영 방송사가 있다.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 몇몇 나라에서는 정부가 통제하는 공영방송의 매체력이 가장 크다. 이런 공영 매체들은 정보 격차를 줄이는 데 기여할까? 불행하게도, 자료 분석 결과 공영방송은 정보 빈곤층이 즐겨 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영방송을 보는 이들은 상업방송 이용자보다 상대적으로 더 부유하고 학력 수준도 높았다.
 
정보 불평등은 여론 조작에 취약한 유권자 계층 문제와 관련이 깊다. 이는 특정 언론 매체가 상대적으로 더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상황을 조성한다. 정보 불평등이 특정 세력의 언론 장악을 촉발하고, 특정 세력의 언론 장악이 다시 정보 불평등을 심화하는 악순환이 이런 상황에서 만들어지는지 파악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 VoxEU.org
번역 신기섭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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