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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따라 투표·활동하는 ‘포스트잇 참여’
[Issue] 변화하는 프랑스 젊은 층 사회참여 양상
[93호] 2018년 01월 01일 (월) 쥐스탱 들레핀 economyinsight@hani.co.kr
투표율 하락했지만 자원봉사·시위참여 늘어… 의무감 아닌 관심사가 젊은 층 움직여
 
젊은 층의 낮은 투표율과 정치적 무관심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나타나는 모습이다. 하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주요 사회정치 현안에 관심이 줄었다기보다 관심 대상과 표현 방식이 크게 달라졌음을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의 젊은 층은 기존 정당이나 노조보다 소규모 단체를 선호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적극 활용한다.
 
쥐스탱 들레핀 Justin Delepine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프랑스의 한 자원봉사자가 파리의 노숙인에게 따뜻한 음식과 담요를 나눠주고 있다. 프랑스 젊은 층의 자원봉사 비율은 다른 유럽 국가들보다 높다. REUTERS
 
선거철마다 흔히 나오는 말이 “요즘 젊은이들은 정치엔 관심이 없다”일 것이다. 총선과 대선을 모두 치른 프랑스의 2017년도 예외가 아니었다. 선거 관련 통계 수치를 봐도 이런 생각이 틀린 게 아니다. 실제로 18~29살 프랑스 젊은이들 가운데 2017년 총선과 대선 1, 2차 투표를 모두 참여한 비율이 고작 20%에 불과했다. 이 연령층의 선거인 명부 등록률도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젊은 층의 투표율이 다른 연령층보다 낮은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안 그래도 낮은 투표율이 갈수록 더 떨어진다는 게 문제다. 가장 최근 사례만 살펴봐도 총선과 대선이 있던 2002년, 2007년, 2012년, 2017년에 18~24살 인구 중 투표에 모두 참여한 유권자 비율이 2002년 32.4%에서 2017년 18%로 급락했다. 반면 모두 투표하지 않은 유권자 비율은 13.9%에서 19.4%로 증가했다. 오늘날 18~24살 연령층에서 가장 일반적인 투표 양상은 선별적 참여다. 즉, 총선 때는 투표하지 않았지만 대선은 투표하거나 대선 1차 투표엔 참여했지만 2차는 기권하는 식이다. 실제로 이 연령층의 62.7%가 여기에 해당한다. 선별적 투표 참여가 가장 두드러졌던 해가 2017년이다. 그렇다고 이 통계가 젊은 층이 사회·정치 문제에 일반적으로 무관심하다는 건 아니다. 자료를 좀더 살펴보면 이들의 참여 형태가 바뀌었음을 알 수 있다.
 
“젊은 층의 투표율이 낮은 것은 이들이 스스로를 시민으로서 자각하기까지 일종의 정치활동 유예기간을 보내기 때문이다.” 보르도 국립정치학교 뱅상 티베르유 교수의 설명이다. 그러나 단순히 과도기에 있다는 사실로 모든 걸 설명할 수는 없다. 최근 수십 년 동안 투표 문화가 변했다. 이에 대해 티베르유 교수는 “기성세대에게 투표는 관심의 문제가 아니라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였지만 포스트-베이비붐 세대는 관심이 생겨야 투표한다”고 말했다. 젊은 층이 선거 때마다 꼭 투표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다.
 
노동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젊은 층의 노조 가입률은 극히 저조하다. 노동운동 전문가이자 세르주퐁투아즈대학 역사학과 교수인 스테판 시로에 따르면, 30살 미만의 노조 가입률은 1~2%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직장인 평균 노조 가입률의 6~7분의 1 수준이다. 프랑스 노동총연맹(CGT)을 예로 들면, 조합원 70만 명 중 35살 미만은 14.8%, 25살 미만은 1.2%다. 프랑스의 20살 이상 인구 중 20~35살 비율이 23.5%임을 고려하면 이 연령층의 노조 가입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시로 교수는 “비록 젊은 층의 낮은 노조 가입률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과거보다 심화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낡은 구조의 정당·노조에 대한 거부감
 
그 이유는 노동시장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보다 노동시장 진입 나이가 높아졌고, 취업 후 안정적 직업을 갖는 시기도 늦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로 교수에 따르면 노조 가입은 기존 노동시장 구성원들의 문제다. 게다가 젊은 층에서 확산되는 ‘1인 기업’ 같은 새로운 형태의 노동시장은 노조가 거의 필요 없다. 따라서 악순환이 시작된다. 젊은 층의 노조 가입이 저조해 노조 지도자들이 이들 요구를 제대로 듣고 반영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그렇지만 노조나 정당은 시민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여러 공간 중 하나일 뿐이다. 시민단체는 젊은 층의 사회·정치참여 기피 현상 영향을 비교적 덜 받았다. 프랑스 교육부 산하 사회교육청년국(DJEPVA)의 2017년 조사에 따르면, 18~30살 인구의 32%가 시민단체나 다른 조직에서 자원봉사를 한다. 프랑스 젊은이들의 자원봉사 참여율은 다른 유럽 국가보다 높은 편이다. 프랑스 경제사회환경자문위원회 부위원장이자 청년학생운동(OEMJ) 대표인 앙투안 뒤랭은 “젊은 층의 3분의 1이 자원봉사를 한다는 건 이들의 사회참여 의지가 없지 않다는 걸 방증한다”고 분석한다.
 
젊은 층의 참여 방식은 중대한 변화를 겪고 있다. 사회학자 자크 이옹은 1990년대부터 이들의 사회참여 방식을 ‘포스트잇 참여’라고 말했다. 젊은이들의 참여 방식에 이념적 색채는 과거보다 약해지고 실용적 측면이 뚜렷해졌다는 것이다. 마치 붙였다 뗄 수 있는 포스트잇처럼 이들의 사회참여는 단기적이고 산발적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참여 모습도 한 이슈에 특화된 단체에 가입하기보다 그때그때 이슈에 맞게 여러 단체에 가입하거나 힘을 보태는 다중 참여 방식을 택한다. 애초에 참여를 결정하게 만든 대의 자체도 과거보다 더 자주 바뀐다. 프랑스 국책연구기관인 사회관계망연구소(Cerlis)와 국립과학연구소(CNRS)에서 공동 사회학 박사과정 중인 마틸드 르노티나시는 “시민단체는 과거보다 회원들의 가입·탈퇴가 더 빈번해졌고 단체의 생애주기도 더 짧아졌다”고 평가한다. 이에 대해 앙투안 뒤랭은 “과거엔 어떤 대의에 일생을 바쳐 희생하는 일이 많았지만, 요새는 그런 경우가 드물다”고 설명한다.
 
시민단체 활동도 단기적, 산발적
이런 변화는 노조, 정치인 등 기성세대의 지배 구조에 대한 문제 제기이기도 하다. “젊은이들은 더 이상 교조주의적 담론의 영향을 받고 싶어하지 않는다. 어떤 이념을 가져야 한다는 강제를 거부한다. 그렇다고 젊은이들이 그만큼 탈정치화한 것도 아니다. 행동이 오래가지 않는다고 생각까지 짧은 것은 아니다.” 국립사회교육청년연구소(INJEP) 연구팀장인 사회학자 로랑 라르되의 설명이다. “젊은 세대는 노조, 정당, 시민단체 등 일반적인 조직에 매우 비판적인 사고방식을 가졌으며 동시에 기대하는 바도 크다. 또한 이들은 더 많은 정보에 근거해 좀더 수평적으로 결정을 내리고자 한다.” 마틸드 르노티나시는 “젊은 세대는 대규모 단체나 역사가 오래된 조직보다 작고 유연하며 지역에 기반을 둔 단체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그 결과 새로운 사회운동단체가 출현했다. 2016년 3월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의 노동개혁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에서 시작된 이른바 ‘뉘드부’(Nuit debout·‘밤을 새운다’는 뜻으로 시위 참가자들이 한 명씩 사안에 대해 말하고 듣는 밤샘 시위 -편집자) 운동이 하나의 사례다. 마틸드 르노티나시에 따르면, 이런 조직의 의사결정 구조는 모두가 의견을 말할 수 있는 직접민주주의 형식의 수평적 형태이며, 구성원들의 합의와 동의를 바탕으로 조직이 운영된다. 따라서 전통적인 사무국이나 이사회보다 총회나 공동대표 형식이 더 주목받는다. 그러다보니 사회운동 단체도 공동 단체나 네트워크 같은 덜 위계적인 조직 형태가 되었다. 이런 조직의 예로는 ‘부자를 구하자’(2009년 설립된 정치·환경운동단체 -편집자)나 ‘불안정세대’(2005년 출범한 노동운동단체 -편집자)를 들 수 있다.
 
   
2017년 6월18일 프랑스 마르세유의 한 투표소에서 유권자들이 총선 결선투표를 하고 있다. 젊은 층의 투표율이 날로 떨어지면서 투표소에선 중·장년이 훨씬 많이 눈에 띈다. REUTERS
 
디지털 기술이 낳은 새로운 시민참여
앙투안 뒤랭은 “그럼에도 거리시위는 여전히 중요한 참여 방식”이라고 말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 12개월 동안 18~30살 인구의 13%가 ‘시위에 참여한 적 있다’고 답변했다. 더구나 이 수치는 전반적으로 오르는 추세다. 1981년 이 연령층의 34%가 시위 참여 경험이 있었으나 2008년엔 48%로 늘었다. 젊은 층의 시위 참여가 확대된 것은 시위문화의 변화와도 관련 있다. 과거에는 시위가 좌파 운동가의 전유물로 인식됐다.
 
또 다른 중대한 변화는 디지털 혁명이다. 디지털 혁명은 시위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초래했다. 시민단체 ‘열린민주주의’의 공동설립자 아르멜 르코즈는 “디지털 혁명은 민주주의에 새로운 행동 수단을 제공했을 뿐 아니라 생각의 변화를 가져왔다”고 설명한다. 예전엔 시민들이 관객의 관점으로 한발 물러나 있었다면, 이젠 참여자로 직접 기여하려 한다는 것이다. 시민을 위한 기술, 즉 ‘시빅테크’(civic tech)가 발전하면서 온라인 청원 등 다양한 수단이 등장했다.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영역도 시민 합의, 의정활동 감시 등 다양한 부문으로 확대됐다. 그 결과 온라인 서명, 청원, 신고 등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 변혁 캠페인을 지원하는 ‘change.org’나 ‘avaaz.org’처럼 큰 성공을 거둔 시빅테크 사이트도 생겼다.
 
시빅테크 사이트의 사용자나 개발자 중 젊은 층의 비율에 대한 자료는 아직 없다. 그러나 아르멜 르코즈는 “젊은 세대라고 디지털 격차가 없는 건 아니지만, 시빅테크 이용률의 세대별 차이는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고 말한다. 프로그램 비교 사이트 ‘Voxe.org’의 공동창업자 레오노르 드로크페이유도 “일반적으로 시빅테크 사이트의 경영진은 젊은이들”이라고 단언한다. 18~24살 인구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가장 많이 이용하는 연령층이다. 이 연령층의 94%가 SNS 계정을 하나 이상 갖고 있다. 전체 연령 평균은 56%다.
 
사회교육청년국 조사에 따르면, 18~30살 인구의 41%가 한 번 이상 온라인 청원에 서명했거나 인터넷에서 특정 이슈를 옹호한 적이 있다. 최근 여성들이 차마 말하지 못했던 성희롱이나 성폭력을 SNS에 폭로하는 ‘미투 해시태그’(#MeToo) 운동은 이런 변화의 좋은 예이다. 미투 해시태그 운동은 사회적 관심과 청원 증가라는 즉각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공익근무 선호하는 젊은이들
공익근무 서비스의 성공은 젊은 층의 사회참여 의지를 잘 보여준다. 공익근무제도는 공공단체나 기관에서 수개월 동안 공익 업무를 담당하는 것이다. 2010년 도입돼 20만 명 넘는 젊은이들이 공익근무에 참여했으며, 그중 10만 명은 2016년에 공익근무를 시작했다. 정부는 2018년 목표를 15만 명으로 잡고 있다.
 
처음 공익근무 제도가 도입될 때는 공익근무가 고용을 대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 경제사회환경위원회의 한 보고서도 “몇몇 공익근무 직무 기술서는 직무의 내용이나 자격 조건 등에서 정식 일자리 직무 기술서와 유사하다”고 지적한다. 장차 정부의 보조를 받는 일자리가 크게 줄어들 상황을 고려하면 이런 경향이 점점 심화될 수 있다.
 
젊은 층의 사회참여는 계층에 따라 다르다. “교육, 학위 수준, 직업은 자원봉사 활동이나 시민단체 가입을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관리자나 대졸 출신이 다른 계층에 비해 정치적, 사회적 참여에 관심이 많다.” 2015년 6월 공개된 프랑스 총리실 산하 정책연구기관 ‘프랑스 전략’의 한 보고서에 담긴 내용이다. 실제로 2017년 취업 상태인 젊은이의 47%가 자발적 참여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난다. 반면 젊은 실업자 중 38%만 자발적으로 사회적, 정치적 참여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찬가지로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젊은이의 비율이 대학입학자격증 보유자가 50%인 반면, 비보유자는 38%에 그쳤다. 이와 함께 대도시 젊은이의 시민단체 참여율(47%)이 농촌 젊은이(42%)보다 조금 높았고, 젊은 남성(48%)이 젊은 여성(43%)보다 조금 높았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12월호(제374호)
L’engagement post-it est au goût des jeunes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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