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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국민투표는 정부·여당 편?
[윤희웅의 선거와 경제] 2018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전망
[93호] 2018년 01월 01일 (월) 윤희웅 waymaker@opinionlive.co.kr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2018년 6월13일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치를지 관심이 쏠린다. 개헌 논의가 선거판을 휩쓸면 정부·여당에 유리한 국면이 전개되기 때문에 자유한국당은 부정적이다. 개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는 어느 때보다 폭넓게 형성돼 있지만, 정치권의 동상이몽으로 실제 개헌 국민투표가 지방선거일에 치러질지는 미지수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2017년 11월23일 평등노동자회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노동자 휴식권을 헌법에 담자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들은 노동의 질을 넘어 삶의 질 향상이 시대가 요구하는 개헌 방향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2018년 6월13일 전국동시지방선거일에 개헌안 국민투표도 함께 실시될 수 있을까. 개헌 논의가 부쩍 많아졌지만 실제 추진될지는 불투명하다. 개헌안 국민투표가 지방선거와 함께 진행될 경우 여야의 지방선거 결과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2018년 6월 지방선거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2017년 11월1일 새해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개헌 의지를 재차 밝혔다. 문 대통령은 개헌과 관련해 “변화한 시대에 맞게 국민의 기본권을 확대해야 한다. 수도권과 지방이 함께 발전할 수 있도록 지방분권과 자치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회가 적극 추진해주기를 주문한 것이다.
 
또한 문 대통령은 “개헌은 내용에 있어서도, 과정에 있어서도 국민의 참여와 의사가 반영되는 국민개헌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국민적 거부감이 높을 수 있는 의회 중심의 권력구조 개편을 견제하는 뉘앙스가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기본권을 시대의 변화에 맞게 고치고 지방분권을 강화하는 개헌 방안을 생각하는 듯하다. 권력구조 개편과 관련해서는 현행 대통령제를 선호한다는 인상을 풍겼다. 야권의 주류 흐름인 이원집정부제에 대해서는 썩 내켜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대통령은 임기 초반에 개헌 논의가 이뤄지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개헌으로 국민의 관심이 이동하고, 정치적 이슈가 집중되면 현직 대통령은 그만큼 정국의 중심에서 밀려날 수 있다. 필연적으로 개헌은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는 흐름으로 진행되는 측면도 있다. 권력구조 개편이 논의되면 차기 정권의 실권자가 누가 될지로 급격히 시선이 모아지고 이는 권력 누수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까닭에 대통령들은 대체로 임기 후반에 개헌 카드를 꺼냈지만, 개헌이라는 거대 이슈를 주도할 권력 자원이 남아 있지 않은 시점이라 성공하기 어려웠다. 가장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가 ‘정략적 개헌’이라고 한마디만 하면 개헌 동력은 사라졌다.
 
이에 비하면 문 대통령의 개헌 제안은 대선 후보 시절 약속을 지키려는 것으로 역대 대통령들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내년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르는 것에 제1야당 대표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신속히 개헌해야 한다는 주장을 지난 대선 후보 시절부터 줄기차게 해왔지만 최근에는 부정적 견해를 표출하고 있다.
 
홍 대표는 2017년 12월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개헌에는 찬성하나 지방선거일 동시 실시는 반대한다는 뜻을 내비쳤다. 여야 개헌안 논의에도 적극적이지 않다. 왜일까? 개헌안 국민투표와 지방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면 자유한국당은 성과를 내기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당장 지방선거 승리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방어해야 하는데, 참패하면 당대표 자리를 내놔야 하고 본인의 정치적 미래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가 여당에 유리하고 야당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선거 과정에서 야당의 목소리가 작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선거일을 앞두고 여야 공방의 장이 열리는데 이 싸움판에서 야당은 정부·여당에 대한 집중 공세로 유권자의 마음을 돌리려 하고, 여당은 국정 안정을 위해 지지를 계속 유지해달라고 호소한다. 주로 야당이 공격하고, 여당은 방어하는 처지다.
 
2018년 6월 지방선거는 오히려 여당이 야당에 공세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여당은 ‘적폐 청산의 완성’ 프레임을 내세우며 보수를 심판해달라고 유권자를 설득하고, 야당을 압박할 것이다. 여야 공수가 뒤바뀐 형국이 나올 수 있다.
 
여야 셈법 복잡
제1야당으로서는 선거 여건이 이처럼 어두운 상황에서 개헌 이슈가 국민적 관심을 받으면 선거운동 기간에 국민은 야당의 주장에 별로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있고, 선거 패배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헌법은 지방선거와 국회의원선거처럼 임기 4년 동안만 영향을 주는 게 아니라 앞으로 언제일지 모르는 다음 개헌 때까지 국민의 생각과 생활에 실제 영향을 미친다. 개헌을 하면 하위법의 개정도 순차적으로 이뤄지고 현실에서 다양한 변화가 나타난다. 따라서 개헌 절차가 시작되면 개헌 자체가 가장 파급력 있는 이슈가 된다. 야당은 여당을 공격할 공간이 줄어든다. 유권자의 관심이 개헌으로 분산돼 야당의 정부·여당 공세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 야당의 공세가 잘 먹히지도 않을 것이다.
 
개헌안 국민투표 결과는 대체로 압도적 찬성으로 나온다. 이미 개헌안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진행되고, 국회 동의 절차도 거치기 때문에 국민적 반대 기류가 높아지기 어렵다. 개헌안의 높은 찬성률은 정부·여당에 대한 대중의 평가에도 우호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은 사실 권력구조 개편의 개헌보다는 선거구제 개편에 더 욕심이 있다. 선거구당 1위 후보만 당선되는 현행 소선거구제에서 선거구당 2명 이상을 선출하는 중대선거구제로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또 대선을 포함한 각종 선거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중대선거구제와 결선투표제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정당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제도다. 주로 제1·2당을 중심으로 후보를 선출하는데 2〜3명을 한 지역구에서 뽑을 경우 군소 정당 소속이지만 일정 수준의 지명도를 쌓으면 당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선투표제를 하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나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대선 주자의 위상을 계속 유지할 수도 있다.
 
선거구제 개편이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에 절실하다는 점을 의식한 듯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개헌과 함께 국민의 정치적 의사를 정확하게 반영하는 선거제도의 개편도 여야 합의로 이뤄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국정 협조를 위한 일종의 당근책이라고 할 수 있다.
 
현직 대통령이 개헌에 적극적이고 다수 정당에서도 우호적 흐름이 형성돼 있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개헌 기대감이 높지만 수월하게 진행될지는 의문이다. 여권 내에서도 대통령제와 이원집정부제에 의견 일치를 못 보고 있다. 또 개헌 국민투표를 위해서는 국회 재적 인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는데, 현재 116석을 지닌 자유한국당이 마냥 거부하면 방법이 없다.
 
* 윤희웅은 오피니언라이브(OPINIONLIVE)에서 여론분석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과 민(MIN) 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을 거쳤다. 대중심리의 형성과 표출 과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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