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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혁신의 엔진 ‘다양성과 포용력’
[세계는 지금] 미국 기업 경쟁력의 숨은 비결
[93호] 2018년 01월 01일 (월) 차성욱 wookycha@kotra.or.kr
미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다. 한국은 우방국이란 오랜 수식어 때문에 미국을 잘 안다고 여기지만 사실 미국을 제대로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국이 세계 최고 강대국으로 올라선 힘은 무엇일까? 미국인들은 다양성과 포용력을 꼽는다. 사회·문화의 용광로인 미국은 충돌하기 쉬운 개인의 다양성을 극대화한 뒤 하나의 힘으로 모아 국가 경쟁력으로 키워내는 능력이 탁월하다. 한국 기업들도 말로만 세계화를 외칠 것이 아니라, 해외 인력에 폐쇄적인 인적 자원 관리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차성욱 KOTRA 북미지역본부 차장
 
   
다양한 국적 출신의 한 광고회사 팀원들이 회의실에 모여 광고캠페인 아이디어를 나누고 있다. 미국 기업의 힘은 개인의 창의성을 최대한 살려주는 데서 나온다. AP 연합뉴스
 
미국 경쟁력의 원천은 무엇일까? 한마디로 답하면 다양성을 조화롭게 녹여내는 힘이다. 미국 뉴욕에서 만난 10명 중 9명은 바로 다양성이 뉴욕의 경쟁력, 나아가 미국의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로, 다양한 인종과 문화적 배경을 지닌 동료들과 생활하며 새로운 문화와 시각을 얻게 됨에 따라 자신도 발전한다는 설명이 많았다.
 
사실 다양성만으로 미국의 경쟁력을 설명하기에는 미흡하다. 다양성을 뛰어넘는, 미국만 가진 알파는 무엇일까? 힌트는 며칠 전 네트워킹 행사에서 만난 ‘브렛’이라는 퀸스 문화예술위원회에서 일하는 친구와의 대화에서 찾을 수 있었다.
 
뉴욕시는 5개의 버러(borough·한국의 자치구에 해당)로 이뤄졌는데, 퀸스 문화예술위원회는 이 중 한 곳인 퀸스 지역의 문화 발전과 예술가를 지원하는 비영리기관이다. 브렛에 따르면, 퀸스는 약 170개의 언어가 쓰이는 미국에서도 가장 다양한 이민자들로 구성된 자치구다. 그는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지닌 퀸스 출신 예술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해 뉴욕이 훨씬 더 흥미롭고 다채로운 도시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미국 경쟁력의 핵심을 한 단어로 표현하면 무엇이냐는 질문에 브렛은 ‘조화’를 꼽았다. 미국의 다양성에 대한 포용과 이를 자연스럽게 미국 문화로 융화시키는 능력이야말로 미국이 보유한 최고 경쟁력이라는 말로 들렸다.
 
브렛의 이야기는 사회적·문화적 다양성이 어떻게 미국을 강하게 만드는지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국 경제를 이끄는 기업들은 인적 구성의 다양성을 기업 경쟁력 향상으로 어떻게 결부해 활용하고 있을까?
 
기업의 다양성 관리
미국 기업들은 각 개인이 지닌 독특한 차이를 효과적으로 이용하고, 이를 경쟁 우위 역량으로 전환하기 위해 ‘다양성 관리’ 개념을 활용한다. 다양성 관리는 초기에 법규 준수(인종·성별 등에서 차별금지 등) 문제로 시작해 지금은 기업 경쟁력 강화 수단으로 이해된다. 다양한 인력이 각자의 차이에 기반한 잠재력을 발휘하게 함으로써 사업 성과를 제고한다는 것이다. 사업이 세계화돼 우수 인재의 유치와 유지가 가장 중요한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기업들은 적극적인 다양성 관리와 관련 정책을 펼쳐 우수한 인적 자원을 효과적으로 확보·유지하고 있다. ‘최고다양성책임자’(CDO·Chief Diversity Officer)라는 직위를 만들어 회사 전체의 다양성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임원을 두는 기업도 늘고 있다. 치열한 인재 경쟁 시대에 기업 평판과 브랜드 유지는 우수한 인재를 유인하는 필수 요소다. 다양성을 장려하고 이를 인정하는 기업문화는 우수 인재의 이탈을 방지해 글로벌 사업 환경에 꼭 필요한 인력 운영의 민첩성을 확보하게 한다.
 
이외에 여성과 소수인종의 사회참여가 늘고 구매력이 커짐에 따라 미국 기업들은 이들의 성향을 잘 이해하는 사회적 소수자의 채용을 늘리고 있다. 누구보다 고객을 잘 이해하는 이들을 현장에 투입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다. 이는 고객과 직원의 상호작용을 통한 정서적 연대 형성이 지속적 구매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여러 연구 결과와도 이어진다.
 
미국 기업들이 다양성 관리로 얻는 가장 큰 효과는 창의성과 혁신 촉진에 있다. 급변하는 대내외의 시장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다양하고 창의적인 생각과 혁신이 필수적이다. 여성 임원이 많거나 직원의 다양성 지수가 높을수록 기업의 생산성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2016년 이민 유입이 1% 늘어나면 해당 국가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장기적으로 2%가량 높아진다는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미국에서도 인종적·문화적 다양성이 높은 지역인 실리콘밸리가 스타트업과 혁신의 메카가 된 것은 우연이 아니다. 2015년 미국 인구조사국 추산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광역권 12개 카운티의 인구는 871만여 명으로 서울·인천·경기(2503만 명)의 3분의 1에 불과하지만, 지역내총생산(RGDP)은 8100억달러(약 938조원)로, 한국 수도권(725조4천억원)보다 30% 이상 높다. 샌프란시스코 광역권의 1인당 RGDP는 한국 수도권의 3.7배에 이른다. 국가로 따지면 세계 18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실제 실리콘밸리 구글에 다니는 지인에 따르면, 마주치는 사람의 10명 중 8명이 아시아인이라고 한다. 백인이 소수인 지역이 바로 실리콘밸리다. 그만큼 문화적·인종적 다양성이 실리콘밸리를 특징짓는 요인 중 하나다.
 
다양성이 늘어나면 사회 전체적으로도 부가 늘어난다. 경제전문지 <포천>이 선정한 2017년 미국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 기업가정신연구소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00대 기업의 43%를 이민 1세대나 2세대가 창업했다. 특히 정보기술(IT) 업종에선 46%의 대기업을 이민자가 창업했다. 이민자가 창업한 대기업들은 전세계에서 1300만 명을 고용하고, 2016년에만 5800조원의 수익을 창출했다.
 
이는 이민자를 적극 받아들여 자국 문화의 일부로 동화시키지 못했다면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에 앞장서 반대하는 기업인들 대다수가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구글과 페이스북, 테슬라 같은 IT 기업들의 이민자 출신 최고경영자(CEO)인 것도 반이민 정책이 궁극적으로 미국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다양성을 대하는 미국의 자세가 2018년을 맞이하는 한국에 던지는 시사점은 무엇일까? 사회문화적으로 다양성에 대한 한국의 시각을 돌아보고, 경제적으로 수출 전선에 서 있는 한국 기업들이 국외 사업장에서 현지 인력 관리를 재정비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미국 뉴욕에서 함께 우산을 쓴 남녀가 타임스스퀘어의 전광판에 나타난 미국 성조기를 휴대전화 사진으로 찍고 있다. 다양성을 존중하고 포용하는 문화는 미국의 보이지 않는 힘이다. REUTERS
 
문화 포용이 역량
최근 한국 사회는 늘어나는 혐오와 차별로 몸살을 앓고 있다. 근거 없는 혐오와 차별의 상당 부분은 한국의 민족이 단일하다는 착각, 다양성을 거부하는 데서 비롯된다. 한국 사회가 이런 혐오와 차별의 굴레를 벗어나야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혐오와 차별이 당사자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도 해롭기 때문이다. 혐오에 들어가는 소모적이고 파괴적인 에너지를 창의적 에너지로 바꾼다면 사회 전체의 부와 역량이 크게 늘어날 것이다.
 
글로벌 사업장을 운영하는 한국 기업들이 겪는 가장 큰 애로 사항 중 하나는 현지 인력 관리 문제다. 대기업은 절반 이상의 매출이 국외에서 발생하고, 절반 이상의 직원이 국외에서 채용되기 때문에 현지 인력 관리는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다. 대다수 한국 기업들은 현지에서 우수 인재를 유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채용해도 일을 할 만하면 이직해버려, 인력 관리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고 업무 성과에도 문제가 생긴다고 호소한다.
 
그 원인 중 하나는 한국인과 해외 인력을 따로 관리하는 인사 관행에서 찾을 수 있다. 직무 교육과 성과 관리, 관리자 교육, 관리자 승진과 역할 부여가 거의 한국인 중심으로 이뤄져 해외 인력에게는 기회를 주지 못하거나 매우 제한적으로 주기 때문에 한국 기업에서 경력 비전을 찾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 미국에서 많은 구직자가 애용하는 사이트 ‘글래스도어’에 들어가보면 대다수 한국 기업의 평이 그리 좋지 않다. 글래스도어는 해당 회사 직원의 익명글에 기반해 직장과 상사를 평가하는 사이트다. 전·현직 회사 직원들만이 회사 평가를 남길 수 있어 많은 구직자가 참고하는 사이트다. 한국 기업에 대한 많은 불만 중 하나가 바로 성장의 한계가 뚜렷하고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세계시장의 강자로 자리잡고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려면 이런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글로벌 차원의 인사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그 핵심 중 하나는 다양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접근이다.
 
미국 기업들은 중국, 한국, 일본 등 문화적 개성이 강한 아시아 국가에 인재를 파견할 때 반드시 문화 포용 역량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한다. 한국 기업도 CEO를 포함한 간부급 임원에게 같은 교육을 시행하고 이를 체화하게 한다면 기업의 세계화에 가장 중요한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다양성을 포용하는 능력을 하루아침에 갖추기는 불가능하지만, 선진 문물을 흡수하는 데 누구보다 빠른 한국인인 만큼 미국으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 있다면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지금 하지 않으면 늦기 때문이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8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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