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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교통망 구축과 관료주의 타파
[Cover Story] ‘약속의 땅’ 농촌- ② 인프라 확충 전략
[92호] 2017년 12월 01일 (금) 카트린 엘거 등 economyinsight@hani.co.kr
기업 경쟁력 제공할 저렴한 땅과 인프라 확충 절실… 지자체 시민의 자발적 참여도 관건
 
현재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는 농촌은 앞으로 대도시가 겪을 미래의 축소판이다. 농촌이 어떤 모델로 재탄생해 안착할지 주목을 끄는 이유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 인프라다. 대중교통을 충분히 확보하고 디지털 인프라도 갖춰야 한다. 농촌이 가진 아날로그 감수성도 잘 살리면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에 애착이 강한 구성원들의 봉사와 헌신이 요구된다.
 
카트린 엘거 Kathrin Elger 하우케 구스 Hauke Goos
이자벨 휠젠 Isabell Hülsen 닐스 클라비터 Nils Klawitter
마르틴 뮐러 Martin U. Müller 필리프 자입트 Philipp Seibt <슈피겔> 기자
 
[ 프라이웅그라페나우 ]
저렴한 부지는 좋다. 신속한 인터넷은 더 좋다
- 디지털 인프라의 가치에 대한 보고서
 
   
 
첫눈에 보아도 프라이웅그라페나우가 창업하기 좋은 입지는 아니다. 이곳에선 어디를 가더라도 자동차가 필요하다. 뮌헨은 체코 프라하만큼 멀리 떨어져 있다. 또 단 1km의 아우토반도, 주요 도시를 잇는 기차 노선도, 첨단 기술과 아이디어의 산실인 대학도 없다. 당연히 대학 졸업자가 없고, 젊은이들은 프라이웅그라페나우를 등진다.
 
그럼에도 프라이웅그라페나우는 경제적으로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갔다. 2000~2014년 1인당 경제 생산량이 연평균 3.4% 늘어났다. 같은 기간 독일 전체는 2.4% 증가에 그쳤다. 실업률은 2016년 기준 3.4%에 불과해 실질적으로 완전고용을 달성했다. 자영업자 수는 독일 전국 평균을 상회한다. 프라이웅그라페나우는 옛 서독 지역에서도 변두리였다. 체코 국경에서 너무 가까운 것이 오랫동안 문제였는데 독일 통일로 인한 국경 개방은 이곳에 기회가 됐다.
 
크리스티나 고츠미히와 다니엘 고츠미히도 대학 진학을 위해 베를린으로 이주했다. 그랬던 두 사람이 베를린 크로이츠베르크가 아닌, 인구 7400명에 불과한 프라이웅그라페나우에 돌아와 창업한 것은 깜짝 놀랄 일이다. 이들은 2011년 커뮤니케이션업체를 설립했고, 그로부터 5년 뒤 가구 브랜드 코모트(Kommod)를 다시 창업했다.
 
프라이웅그라페나우 경제 발전의 원동력은 중소기업인들이다. 이곳에는 특수기계 제조업체와 카메라렌즈 제조업체, 스티로폼 제조업체, 크리스티나와 다니엘 고츠미히의 가구회사가 있다. 이곳은 땅 3.3m2가 34유로(약 4만3천원)인데, 독일 전국 평균은 280유로(약 36만1천원)로 무려 8배에 이른다. 이는 기업들에는 가격경쟁력이 된다. 크리스티나와 다니엘은 회사 건물 임대료로 1m2당 3유로(약 3800원)를 내고 있다.
 
하지만 가격경쟁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곳의 인터넷 속도는 절망적으로 느렸다. 개인이라면 그냥 스트레스 받는 정도지만, 기업한테는 상황에 따라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가 될 수 있다. 바이에른 주정부가 광대역 통신망 확대를 전적으로 지원한 뒤 인터넷 속도가 급속히 빨라졌다. 이 때문에 베를린에서 대학을 다녔던 크리스티나와 다니엘도 이곳에서 창업할 생각을 하게 됐다.
 
농촌발전 전문가회의도 이와 유사하게 생각한다. 농촌발전 전문가회의는 농촌 지역을 주제로 한 보고서에서 ‘신속한 고성능의 광대역 연결망은 주요 입지 요인’이라는 딱딱한 관공서 용어로 표현했다. 전문가들은 느린 인터넷 속도가 독일 경제에 문제가 된다고 봤다. 농촌에도 고성능의 디지털 인프라가 대규모로 들어서야 독일이 디지털화의 기회를 움켜쥘 수 있고, 그렇지 못하면 농촌이 기가바이트 사회로의 전환에 동참하지 못할 위험성이 있다고 봤다.
 
프라이웅그라페나우에서 디지털 인터넷만큼 중요한 것은 농촌 특유의 아날로그 네트워크다. 여기서는 누구나 서로 잘 안다. “베를린의 구청에 가면 아는 사람이 없다. 하지만 여기서는 군청에 가면 아는 사람들을 만나 복도에서 수다를 떨어 볼일 처리에 최소 1시간은 걸린다.”
 
[ 베라마이스너 ]
주민들이 마을회관 화장실을 직접 수리한다면?
- 무보수 명예직 봉사자들의 힘에 대한 보고서
 
   
 
베라마이스너 군수인 슈테판 로이스의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 없어 보이는 일도 일단 만들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예산을 절감하는 동시에 지자체를 매력적으로 만들어 추가 인구 유출을 막고 외부인 유입을 꾀해야 한다. “우리에게는 인프라가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농촌은 죽는다.”
 
로이스 군수는 베라마이스너를 베드타운으로 특화할 생각이다. 인근 대도시 괴팅겐과 카셀은 임대료가 높고, 주거공간은 부족하며, 건축비가 비싸다.
 
“여기에 학교와 버스, 의사, 슈퍼마켓 등이 충분히 있어야 사람들이 이주를 결정한다.” 하지만 상황이 복잡하다. “헤센주가 보건 패키지의 일환으로 이주지원비 5만유로(약 6500만원)를 주지만 젊은 의사들은 주위에 자녀가 통학할 만한 학교가 없으면 이주를 꺼린다.” 로이스 군수가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곳에선 1995년 이후 초등학교 1학년생 수가 거의 절반으로 줄었다. 그럼에도 로이스 군수는 단 한 곳의 학교도 닫지 않았다.
 
베라마이스너는 유치원 오후반 수업과 초등학교 방과후 수업을 오후 4시까지 확대했고, 이를 위해 26만유로(약 3억3800만원)를 쏟아부었다. 아침에 전체 학생이 시간에 맞춰 등교하면서도 통학버스 수는 줄여서 예산을 절감할 수 있도록 등교 시각을 조정했다.
 
아직도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기에는 한계가 적지 않다. 베라마이스너에 소속된 일부 지자체에선 아침과 오후의 통학버스 외에 단 한 대의 버스도 운행하지 않는다. 그래서 베라마이스너의 최남단 지자체인 링가우에는 2011년부터 ‘시민밴’이 운행 중이다. 20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한 사단법인에서 사들인 승합차를 운행해 일주일에 이틀간 대중교통 수단이 없는 마을 주민들의 발이 돼준다. 승합차 운행 시간대는 주민들의 병원 일정에 맞춰졌다. 주민들이 병원에서 진료받고 귀가할 때도 시민밴을 이용할 수 있다.
 
“시민들의 봉사활동이 없다면 나는 조명 스위치도 끌 수 없다.” 헤를레스하우젠의 부르크하르트 셸트 시장이 말했다. 얼마 전 자원봉사자들이 마을회관 화장실을 수리하기 위해 1천유로(약 130만원)의 예산을 배정받을 수 있는지 셸트 시장에게 물었다. 타일과 변기 등을 교체해야 하는데 마을회관에 한 해 배정된 전체 예산이 300유로(약 39만원)에 불과하다. 이후 셸트 시장은 지자체 예산에서 가져다 쓸 수 있는 돈을 확보하기 위해 진땀깨나 흘려야 했다. “마을회관 화장실 수리에 최대 12명이 무보수로 일한다. 화장실 수리 업체에 맡기는 건 꿈도 꾸지 못했다.”
 
베를린인구개발연구소의 라이너 클링홀츠 소장은 여러 연구 보고서에서 독일의 미래 전망을 다뤘다. 클링홀츠 소장과 연구원들이 쇠락의 길에서 벗어난 지자체들의 성공 요인을 연구할 때마다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은, 해당 지자체에 주민 조직이 많았다는 점이다. “주민들이 봉사활동에 적극적이고 지자체장도 발을 맞추면 지자체가 제대로 굴러갔다.”
 
클링홀츠 소장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처럼 지자체의 재정적 독립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수많은 지자체나 민간 프로젝트에 유럽연합의 지원 프로그램보다 더 큰 도움이 되는 것은 관료주의가 일절 배제된 5천유로였다.” 스칸디나비아 국가에서 지자체들은 학교, 도로, 노인요양 등에 지출하는 지역예산을 받는다. 지자체는 지역예산으로 학생 수가 적은 학교를 계속 운영할지, 대중교통망을 확대할지 결정한다.
 
   
인프라가 부족했던 프라이웅그라페나우는 값싼 임대료와 인터넷망 확충으로 중소기업들이 사업하기 좋은 도시로 성공 이야기를 써가고 있다. 무료 와이파이에 연결된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남성. REUTERS
 
미래
독일에 다가올 미래가 농촌에선 현재진행형이다
- 실험의 장으로서 농촌 보고서
 
“농촌은 집단우울증과 무기력증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에르크너의 라이프니츠공간사회연구소 가브리엘라 크리스트만 연구부문 이사의 지적이다. 수십 년간 모든 연구 보고서의 결과가 ‘농촌이 고사하고 있다’는 것임을 고려하면 가히 놀랍지 않다. “항상 부정적인 내용 일색이었다. 우리는 부정적 담론의 물결을 끊어야 하고 농촌의 기회를 강조해야 한다.”
 
농촌을 기회로 활용하려면 지식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고 농촌 주민들의 성원을 이끌어내야 한다. 학계와 정치권은 “농촌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관심과 지원이 대도시에 집중됐다면 이제는 오펜바흐, 할레, 카이저슬라우테른, 브레머하펜, 비스마르, 이체호 등의 농촌 마을과 지자체, 소도시가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농촌이 미래에 유망한 지역이자 휴양공간이며 도시의 대안으로 조명받고 있다.
 
농촌이 현재 겪는 일은 독일의 미래이기도 하다. 대도시가 앞으로 겪을 변화는 이미 오래전 농촌에서 일어났다. 그중 하나가 고령화다. 유엔이 몇 년 전 추정한 바에 따르면, 독일이 현재 인구를 유지하려면 연간 이민자 35만 명, 노년층 대비 경제활동인구 비율을 유지하려면 연간 360만 명이 필요하다. 이는 비현실적인 수치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농촌은 의도치 않게 대대적인 구조 변화의 선도자가 될 것이다. 현재 농촌은 미래 독일의 삶의 방식을 경험하고 있다. 시대에 뒤처진 사람이 아니라 선구자로서 말이다.
 
“농촌에는 새로운 시도를 할 여력이 있다”고 독일 지자체협회의 마르쿠스 멤펠은 강조한다. “대형 컴퓨터 클러스터에서 시작해 예술가들을 위한 공간, 다세대주택을 지을 대규모 농지 등이 새로운 시도에 적용될 수 있다.”
 
독일의 미래는 여러 측면에서 도시가 아닌 농촌에 있을지 모른다. 이는 문제점과 해결책 모두에 해당되는 말이다.
 
ⓒ Der Spiegel 2017년 43호
Gelobtes Hinterland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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