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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의 성공도 디지털에 달렸다
[Cover Story] ‘약속의 땅’ 농촌- ③ 디지털 농장 전략
[92호] 2017년 12월 01일 (금) 닐스 클라비터 economyinsight@hani.co.kr
농화학 업체들, 디지털 농업도 장악하려 시도… 유기농 접목한 대안 실험까지 등장
 
거대 농화학 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의 냄새를 맡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 농업 시장이다. 몬샌토, 존디어, 바이엘 같은 대기업은 전세계 농지 정보를 파악해 농부들이 언제 어떤 농약과 비료를 뿌리는지에 대한 정보망을 구축할 야심을 키우고 있다. 잡초 인식 앱과 토양 성분 측정 센서 등은 이미 나왔다. 거대 기업이 제공하는 정보에 따라 로봇이나 드론을 작동시켜 농약과 비료를 ‘스마트하게’ 뿌리는 디지털 농장이 그들의 미래상이다. 하지만 디지털 농장을 자연스럽고 적절한 유기농업 관점에서 접근하려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유기농업이든 관행농업이든, 농업의 미래는 극적으로 바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가 갈려 농촌의 구조도 급격하게 변화할 것이다.
 
닐스 클라비터 Nils Klawitter <슈피겔> 기자
 
   
독일 데겐도르프에 있는 농장 관리자가 ‘말하는 농장’의 바이오매스 지도를 모니터로 보여주며 작동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REUTERS
 
경운기에 올라타 밖으로 나오면 깊은 평온이 루트비히 브레스만을 감싼다. 얼마 전 겨울 보리를 파종했을 때도 그랬다. 안개가 낀 아침 위성항법장치(GPS)로 조종하는 기계가 한 치도 틀림없이 경작지에 보리를 파종하는 동안 브레스만은 느긋하게 기대앉아 에드바르 그리그의 <아침의 기분>을 들었다. “더 바랄 게 없다.”
 
손이 부드럽고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르고 안경을 쓴 브레스만은 체르노빌 어린이들을 돕는 자선활동에 참여하고, 클래식 콘서트를 기획한다. 그는 전형적인 농부라고 하기 힘들다. 하지만 니더작센주 프리스오이테 지역에 대대로 뿌리박고 살아온 브레스만 집안 사람들은 언제나 관례에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90년 전에 이미 그의 할아버지는 당시 기준으로 어마어마한 규모인 가로·세로 6·10m 크기의 닭장을 세웠고, 1963년 아버지는 계류식 외양간을 소들이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방사식으로 교체했다. 그리고 루트비히 브레스만은 1982년 농장 사무실에 처음 컴퓨터를 들여놨다. “나는 일종의 직업 컴퓨터광이었다.”
 
예전에 코모도어(Commodore) 컴퓨터에서 사용하던 플로피 디스크가 아직도 그의 책장에 놓여 있다. 당시 그는 파종한 종자와 비료·농약 처리를 연필로 기입하던 경작지 지도를 이 플로피디스크로 대체했다. 수기 기록물이 더 이상 필요 없었고, 그는 곧 프로그램으로 수확 뒤 경작지 면적당 수익률까지 계산하게 되었다.
 
오늘날 브레스만은 휴대전화 애플리케이션(앱)으로 농장을 관리한다. 앱은 각 구역의 농작물 경작 상태를 낱낱이 보여준다. 지리 정보를 바탕으로 농약이나 비료 살포 시기를 조언해주는 작물 보호 서비스도 있다. 그가 설정한 값보다 가격이 오르면 자동으로 곡물을 판매하는 기능도 있다.
 
디지털 농업 스타트업만 수백 곳
브레스만이 하는 일이 바로 ‘스마트 파밍’, 즉 디지털화된 농축산업이다. 스마트 농장은 농업의 미래를 결정할 큰 발전이자 125년 전에 발명된 경운기보다 농업을 더욱 크게 변화시킬 혁명으로 여겨진다. 이번 혁명의 핵심은 인공지능, 정밀성 그리고 데이터다. 센서가 설치된 목걸이가 젖소의 상태를 축산업자에게 알려주고, 경작 알고리즘은 살충제를 필요한 곳에 필요한 만큼만 정확하게 살포할 수 있게 도와준다. 예전에는 경작지 전체에 동일하게 농약과 비료를 살포했다. 연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살포된 비료의 50%, 농약의 최고 90%가 그냥 떠내려간다. 이런 부작용을 줄이려면 직접적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농업이 이뤄져야 한다. 섬세한 광센서와 잡초 인식 앱은 농부들의 고생을 덜어준다.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새로운 거대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다. 수백 개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2012년부터 약 120억달러(약 13조2천억원)가 디지털 농업업체에 투자됐다.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이 시장이 2400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파사우의 팜팩츠(Farmfacts) 같은 농업 스타트업 회사들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다. 이 독일 회사는 드론(무인비행기)으로 유럽조명나방 방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드론에 말벌 알을 담아 특정 위치에 투하한다. 말벌이 성장하면 조명나방의 알집에 알을 낳아 조명나방 알을 파괴한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아쿠아스파이(Aquaspy)는 땅속 정보를 제공한다. 이 회사는 농부에게 경작지의 습도와 토양 성분을 알려주는 토지 센서를 사용한다. “농부들이 농작물의 목소리를 듣게 된다”고 아쿠아스파이 쪽은 설명했다.
 
농업기술 스타트업들은 직원이 몇십 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규모지만 이들이 개발한 시스템이 대기업을 끌어들인다. 다국적 농업생물공학 기업 몬샌토(Monsanto)는 2013년 이미 이 분야에 손을 뻗었다. 약 10억달러에 스마트 농업 분야의 선도 기업 클라이밋코퍼레이션(Climate Corporation)을 인수한 것이다. 전 구글 직원 두 사람이 모여, 자전거 대여자에게 일기예보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으로 시작한 이 업체는 점차 수백만 에이커에 달하는 미국의 경작지 지도를 작성하고, 날씨 시뮬레이션 데이터를 저장했다. 이 회사의 필드뷰(Fieldview) 프로그램은 토질을 분석하고, 프로그램이 제시하는 농약 살포 조언을 모두 따르면 높은 수확량을 약속한다. 이 회사의 미끼 상품은 무료 기본 버전이다. 정확한 비료 사용 정보를 원하면 연간 750달러(약 82만원)의 사용료를 내야 한다. 유럽에도 출시 예정인 이 프로그램은 주로 농부들이 정확하고 편리하게 기록을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고 클라이밋의 마이크 스턴 사장은 선전했다.
 
   
농업장비 제조업체 존디어의 농기계들이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매장에 진열돼 있다. 전통적인 존디어조차 빅데이터에 기반한 스마트 농장 관리 장비의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REUTERS
 
존디어(John Deere)나 바이엘(Bayer) 같은 업체도 농기계나 화학약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농장 관리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하려 한다. 이 플랫폼은 데이터 수집 장소가 되어, 앞으로 큰 가치를 지니게 될 것이다. 토양, 기후, 각 지역에 자생하는 잡초에 대한 정보가 쌓일수록 더 정교한 맞춤형 제품을 농부들에게 판매할 수 있다.
 
‘농업 4.0’은 농업 모델 자체를 변화시킬 것이다. 다만 염려되는 점은 다른 디지털 분야와 마찬가지로 이 모든 정보의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가, 그리고 정보가 얼마나 안전하게 보호되는가이다. 몬샌토는 데이터가 농부들의 소유로 남을 것이라고 약속하지만 누가 이를 통제할 것인가?
 
브레스만은 그의 작업에서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생성된다”고 말했다. 그는 농기계 제조업체 클라스(Claas)에서 개발한 ‘365팜넷’(365Farmnet)을 이용한다. 개발사는 ‘타협 없는’ 보안을 약속한다. 팜넷 상담자는 브레스만이 쓰는 서버를 독일 업체가 관리하기 때문에 독일 개인정보보호법이 적용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담자는 이 회사를 ‘허브’라고도 칭했다. 지금은 데이터만 수집하지만 나중에 어디에 쓰일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상담자의 말은 팜넷 플랫폼에서 클라스사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제공되는 앱을 구입할 수 있다는 말인지도 모른다. 이런 앱을 사용하려면 개인정보 일부를 공개해야 한다. 언제 어느 경작지에 어떤 작물을 심어야 적합한지 알려주는 앱을 활성화하면, 그의 정보는 이미 인터넷 바다를 떠돌게 된다.
 
농부들의 지갑을 여는 일은 쉽지 않다. 많은 농부가 농지에 살포하는 거름과 제초제 정보를 여전히 서류에 적어둔다. 그래서 농업의 디지털 변환이 빠르게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
 
다국적 회계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 대상 농부의 76%가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높은 비용을 꺼리고, 54%는 디지털 기술에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들뜬 분위기와 달리 소프트웨어 제작업체들 사이에는 일말의 불안감이 감돈다. 현재는 디지털 농장 관리로 많은 수익을 내지 못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누가 유럽에서 자리를 선점하느냐다.
 
베를린의 스타트업 트레커닷컴(Trecker.com)은 ‘아그리테크니카 농업기술 박람회’에서 자사 제품을 ‘가장 쉽고 간편한 농업 소프트웨어’라고 광고하다 클라스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박람회가 진행되는 중에 부스의 인테리어도 바꿔야 했다.
 
몬샌토의 자회사 클라이밋코퍼레이션이 유럽에 진출하면서, 미국 거대 기업의 유럽 시장 진출이 시작됐다. 몬샌토는 ‘농업의 애플’이 되려는 야심을 품고 있다. 이는 바이엘이 천문학적 금액인 660억달러(약 72조6천억원)를 들여 몬샌토를 인수하려는 이유 중 하나다. 바이엘은 인수에 성공하면 새로운 다국적기업의 디지털 부문을 실리콘밸리로 옮길 예정이다.
 
몬샌토·바이엘의 야심
하지만 바이엘디지털파밍(Bayer Digital Farming GmbH)은 아직 뮌스터의 회색 공장 지대에 머물고 있다. 최고경영자(CEO) 안드레게오르크 기르크와 직원 90여 명은 이곳에서 ‘스마트 스프레잉’ 같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공구업체 보슈와 협력해 진행하는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카메라 센서가 작물과 잡초를 구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인공지능 앱 기술을 이용해 최고 40m 폭의 분사대에 설치한 노즐로 제초제를 정확하게 분사한다.
 
존디어는 개별 식물의 다양한 병충해를 인식하고 적절한 양의 제초제를 분사하는 데 쓸 카메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아직은 처리 속도가 너무 느리다. 이 기술이 실용성을 가질 정도로 사진을 빠르게 처리하기까지는 앞으로 몇 년 더 걸릴 것이다.
 
기르크는 바이엘의 ‘헬시필드’(Healthy Fields)와 ‘위드스카웃’(Weedscout)이라는 잡초 인식 앱에 대해 말했다. 사용자가 이 앱을 이용해 잡초 사진을 전송하면 그 분석 결과를 제공받는다. 이를 통해 바이엘이 얻는 것은 무엇인가? 잡초의 세계지도를 사실상 공짜로 얻는 것이다. “생성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본사의 ‘필드 매니저’를 최적화할 수 있다.” 물론 그 정보에 적합한 맞춤형 광고를 할 수 있게 된다. 2017년 10월 앱이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전세계 65개국에서 전송된 수십만 장의 사진이 서버에 저장됐다.
 
기르크가 침묵하는 부분은 세계의 잡초 문제를 그가 속한 업계가 키웠다는 사실이다. 다제내성 식물인 쥐꼬리뚝새풀 같은 이른바 ‘슈퍼 잡초’는 농약을 잔뜩 뿌리면 잡초를 없앨 수 있다는 기존 농업의 헛된 꿈이 빚어낸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농약만으로 해결될 만큼 간단하지 않았다.
 
   
최근 유럽으로 눈을 돌린 미국 농화학업체 몬샌토는 인공지능을 활용한 정밀농법 등에 투자하며 농업계의 애플을 꿈꾸고 있다. 몬샌토의 연구 농장 앞에 놓인 몬샌토 표지판. REUTERS
 
유럽 녹색당의 농업 전문가 마르틴 호이슬링은 “바이엘 같은 기업은 계몽적이고 환경친화적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자사의 기존 사고방식을 스마트 농업에 이식했다”고 말했다. 호이슬링은 유럽 녹색당의 창립 세대에 속하며 자연히 관행농업계의 적수다. 그는 농업의 디지털화가 진짜 중요한 문제인 종의 멸종 같은 주제에 쏠려야 할 관심을 다른 데로 돌린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고 적절하게 농업을 했으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다.”
 
호이슬링이 말하는 ‘적절한’ 농업이란 약간의 병충해는 충분히 이겨낼 수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화학약품에 의존하지 않는 강한 종자를 경작하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는 윤작도 포함된다. 독일 전체 경작지 중 3분의 2에서 옥수수, 밀, 보리의 단일경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검은 귀리, 클로버, 루핀 같은 소득은 적지만 토양을 보호하는 녹비 식물은 거의 재배되지 않는다.
 
호이슬링은 자신이 기술 반대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농기계 업체 펜트(Fendt)에서 개발한 소형 파종 로봇 같은 발명품은 유기농업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밀한 정지 기계는 2017년 안에 농가에 도입될 것이다. 예전에는 잡초를 없애기 위해 누군가 뒤쪽 트레일러에 타야 했지만 이제는 지능형 카메라 기술이 탑재된 자동 괭이가 그 일을 한다. 모든 것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이 아직 옥수수와 잡초를 구분하지 못한다. 경운기는 계속 경로를 벗어난다.
 
농촌 구조도 변화 불가피
유기농업이건 관행농업이건 명확한 것은 농업이 극적으로 변하고, 미래 농업에서 일부 농부는 자신의 농장을 태블릿PC로 조정하는 경영자가 될 거라는 사실이다. 이들은 손에 굳은살이 박힌 블루칼라가 아니다.
 
물론 승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농업의 디지털화는 시골의 구조 변화를 촉진할 것이다. 성장하거나 뒤처지는 것이다. 디지털화를 추진할 여력이 있는 대농은 규모가 더욱 커질 것이고 소농은 사라진다.
 
어쩌면 오버바이에른 지역의 렝그리스 마을 가장자리에 위치한 야코프 라우헨베르거의 농장도 그에 속할 수 있다. 라우헨베르거는 이미 몇 년 전 수익이 나지 않는 젖소 사육을 포기했다. 그에게 남은 것은 젖소 13마리뿐이다. 이젠 우유를 짜지 않는다. 지프차로도 올라가기 힘든 가파른 산비탈에 세운 방목장에서 젖소들을 송아지와 함께 방목 사육한다.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떨어진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누가 알겠는가? 몇 주 전 라우헨베르거는 쥐트티롤의 박람회에서 자신이 개조한 수확기를 선보였다. 그는 3m 길이의 풀 깎는 기계를 무선 조종해 목장 위로 굴러가게 할 수 있다. 기계가 언덕 뒤로 사라지면 그가 설치한 카메라 제어장치의 도움을 받는다. 녹색 펠트 모자와 해마 수염을 기른 라우헨베르거는 목장 가장자리에 앉아 기계를 지켜보면서 칠러탈러 에델바이스 트리오의 노래를 듣는 걸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손으로 하면 좀더 빠르게 끝낼 수 있겠지만 그건 이렇게 편하지 않다.”
 
그는 젖소에 달아둔 방울을 떼어냈다. 렝그리스 마을의 주민 다수는 이를 전통을 깨는 행위로 여기지만, 라우헨베르거는 전통이 아니라 악습이라고 말한다. “나도 내 목에 방울을 매달고 싶지 않다.” 굽이치는 목장에서 소를 즉시 찾지 못하면 그는 드론을 띄운다.
 
이것이 스마트 농업인가? “나는 그 부류에 속하지 않는다”고 이 느긋한 농부는 말했다. 하지만 정확히 말하자면 그는 모두를 뛰어넘었다. 산업계가 몇 년 전부터 무인 농기계를 개발하려 하지만 아직 시제품을 내놓는 데 그쳤다. 하지만 렝그리스의 촌구석 목장에선 이미 오래전부터 무인 농기계가 굴러가고 있다.
 
ⓒ Der Spiegel 2017년 42호
Apps für den Acker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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