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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가 경제 살린다는 잘못된 믿음
[Issue] 프랑스 마크롱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이 틀린 이유
[92호] 2017년 12월 01일 (금) 기욤 뒤발 economyinsight@hani.co.kr
마크롱 ‘가진 자 봐주기’ 감세, 공공지출 감소와 유럽 국가들 ‘조세덤핑’ 경쟁 재촉 우려
 
부자들은 ‘군중의 리더’로 부의 창출을 이끌기 때문에 세금 감면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경제적 진실이기보다 신념에 가깝다. 성공한 사람들을 시기해서는 안 된다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이런 신념은 여러 측면에서 잘못됐다. 부자들은 혁신과 경제발전을 이끄는 리더가 아니다. 안전하게 맨 뒷줄에 서서 이익을 챙기는 사람들이다.
 
기욤 뒤발 Guillaume Duval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시장 친화적 개혁에 반대하는 노동자들의 시위 현장에 “마크롱은 노동자들의 첫 번째 공적”이라고 쓰인 포스터가 붙어 있다. REUTERS
 
“정부가 성공한 사람들에게 세금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프랑스식 시기심의 존재를 믿지 않는다. 우리가 성공한 사람을 시기하기보다 축하하기를 바란다. 만약 우리가 맨 앞줄에서 무리를 이끌고 가는 리더에게 돌을 던지기 시작한다면 결국 무리 전체가 무너질 것이다.” 2017년 10월15일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자신의 경제·사회 정책을 관통하는 신념을 이렇게 표현했다. 이는 여러 측면에서 잘못된 신념이다.
 
우선 부자 과세 논란은 부자들과 기업들의 투자 유치를 위한 치열한 경쟁의 맥락에서 기회의 측면을 포함한다. 이는 물론 중요한 문제다. 프랑스가 유럽연합(EU) 회원국인 동시에 유로 지역에 속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과 유로 지역은 사람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보장돼 있다. 하지만 높은 이동성을 보이는 요소에 대한, 역내 전체를 아우르는 통일된 조세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프랑스는 자본 및 자본소득 세율이 높은 유럽 국가 중 하나다. 마크롱 대통령의 법인세와 자본소득세 감세 정책은 오히려 역효과만 낳을 가능성이 높다. 이 정책은 정부의 조세수입을 줄여 결국 공공지출 감소로 이어질 것이다. 프랑스 정부가 기업과 부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그토록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서 공공지출 감소는 프랑스의 매력을 크게 떨어뜨릴 위험이 많다. 게다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경쟁’보다 모두의 더 나은 삶을 위해 더 잘 규율된 유럽을 건설하겠다는 대통령의 의지와, 대통령이 추진하려는 조세정책은 모순된다. 사실 대통령의 부자 감세 정책은 프랑스도 각국의 ‘조세덤핑’ 경쟁에 뛰어들겠다는 선포나 다름없다. 조세덤핑은 지난 수년 동안 유럽연합 국가들의 공공재정을 잠식하고 유럽 건설 프로젝트의 신인도를 떨어뜨린 주범이다.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은 단순한 기회 문제 차원을 뛰어넘는다. 부자들이 정말 맨 앞줄에서 경제 전체를 이끄는 리더란 말인가? 부자에게 과세하려면 좀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이유는 많다.
 
부자들의 기여와 해악
첫째, 부자들의 소비는 사실 경제를 발전시키지 않는다. 사치품 산업은 본질적으로 생산성과 거리가 멀다. 부자들은 자신이 일반 대중과 다르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매우 비싼 가격에 상품을 사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사치품 생산 기업에는 애써 생산비용을 감축하려고 노력할 유인 요소가 없다. 혁신을 추동하는 것은 대중의 소비다. 대중을 겨냥해 대량소비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은 가격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더욱 효율적으로 생산하려 한다. 게다가 대중이 그전까지는 부자들의 전유물이던 상품을 소비할 수 있는 순간이 바로 우리 경제가 본격적인 성장을 시작하는 때다.
 
둘째, 부자들은 과시적 소비로 화석에너지와 원자재를 낭비하는 계층이다. 빈민구호단체 옥스팸(Oxfam)이 2015년 제21차 파리 기후변화당사국회의 때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0%를 소득 상위 10%의 책임으로 돌릴 수 있다. 이들의 생활방식 때문이다. 반면 소득 하위 50%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0% 정도에만 책임이 있다.
 
프랑스만 놓고 보면, 토마 피케티와 뤼카 샹슬은 2013년 소득 상위 10% 가구가 평균 연간 31t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반면, 하위 10% 가구는 3.8t을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경제학자들이 ‘베블런 효과’(Veblen Effect)라고 하는 것을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베블런 효과란 과시적 소비를 처음 주창한 미국의 사회·경제학자 소스타인 베블런의 이름을 따서 지은 용어다. 쉽게 말해, 비쌀수록 잘 팔리는 현상을 뜻한다. 부자들의 과시적 소비는 사회 전체 소비의 방향을 결정한다. 모두가 부자처럼 보이고 싶은 열망에 이들의 소비 행태를 따라하기 때문이다. 부유층이 낭비를 계속하는 한, 서민층이 부유층처럼 낭비하는 꿈을 꾸는 걸 그만두리라 기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부자들이 경제를 이끄는 게 맞다면, 현재로선 이들이 이끄는 방향이 정상이 아니라 오히려 심연 쪽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혁신적인 기업과 경영주가 처음부터 지나친 세금 때문에 손발이 묶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렇다고 부유층의 소득과 자산이 거의 과세되지 않는 사회가 가장 혁신적인 사회는 아니다. 특히 이러한 부의 축적은 사회적 지위가 개인의 능력보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으로 결정되는, 계층 이동성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사회의 출현으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금수저 중의 금수저’ 아르노 라가르데르의 예만 봐도 상속자본주의가 경제성장을 위한 최적의 사회 형태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아르노는 2003년 아버지 장뤼크 라가르데르로부터 출판·미디어 그룹 라가르데르를 물려받았는데, 업계에서 좋은 평가를 듣지 못한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개인이 해당 기업의 성공에 정확히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런 맥락에서 지난 40여 년 동안 경영자의 이해관계를 주주의 이해관계에 맞게 조정하는 스톡옵션이나 여타 보수 책정 방식의 발전으로 점점 심화된 일반 노동자와 경영자의 보수 격차는 평범한 직장인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게 했다. 이들은 자신의 결과물을 일부 상류층이 독식한다고 믿는다. 그다지 틀린 믿음도 아니다. 경영자들의 높은 소득은 그들이 기업의 성공에 기여한 몫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고 보기 어렵다. 도리어 시스템 안에서 이들이 ‘갑’의 위치에 있기에 얻은 일종의 지대에 가깝다. 자본주의와 기업은, 기업 회장과 노동자의 소득 격차가 300 대 1인 오늘날보다 30 대 1이던 ‘영광의 30년’(제2차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 중반 오일쇼크 전까지 세계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구가한 시기 -편집자) 동안 더 잘 작동했다.
 
   
프랑스 노동자들이 마크롱 대통령의 시장 친화적 개혁 조처에 항의하는 거리시위를 벌이고 있다. REUTERS
 
매우 고전적인 시각
마지막으로 부자들이 무리를 이끄는 리더라는 마크롱 대통령의 생각은 부의 창출 메커니즘에 대한 고전적이지만 잘못된 시각에 기초한다. 이 시각에 따르면, 태초에 기업가들이 존재하고 이들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 부를 창출한다. 이렇게 창출된 부는 세금과 사회보장분담금으로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에게 분배된다. 실제 삶에서는 전혀 이런 식으로 일이 돌아가지 않는다. 어떤 기업가도 미리 구축된 다양한 유·무형의 인프라 없이 부를 창출할 수 없다. 기업가가 기업활동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인프라의 구축은 공권력이 담당한다.
 
세수가 부족하고 정부는 비효율적인 나라라면, 이 나라에선 혁신 기업이 탄생할 수 없다. 실제 세수 부족과 혁신 기업의 탄생은 뚜렷한 반비례 관계를 보인다. 부자들의 세금을 줄이면 필수 불가결한 공공재의 생산이 제한될 수 있다. 이는 사회 전체가 경제 발전을 저해하는 악순환에 빠지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경제활동의 자금조달 측면을 봐도 마찬가지의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독일의 헬무트 슈미트 전 총리가 남긴 명언이 있다. “오늘의 이윤은 내일의 투자와 모레의 일자리 창출이다.” 이 말이 암시하는 바는 자명하다. 이윤에 너무 지나친 세금을 매겨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오늘의 투자는 무엇보다 경제 주체들이 예상하는 내일의 수요에 달려 있다. 내일의 수요가 충분할 것으로 예상한다면 이는 대중이 자신의 소득이 오를 것을 예상하는 상황을 전제로 하고, 기업은 투자를 하게 될 것이다. 이 투자금은 대부분 과거에 축적된 이윤이 아니라 차입으로 조달된다.
 
사실 슈미트의 주장은 주객이 전도됐다. 오늘의 이윤이 내일의 투자가 아니라, 거꾸로 오늘의 투자가 내일의 이윤이다. 그러므로 현실에선 생산적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구두쇠의 재산을 세금도 매기지 않고 온전히 지켜줄 필요가 없다. 요컨대, 부자들을 ‘맨 앞줄에서 무리를 이끄는 리더’라고 비유하는 것은 완전히 잘못된 말이다. 현실에서 맨 앞줄에는 부자들이 고용한 전문 가이드가 서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부자들은 안전하게 맨 뒷줄에 서 있을 뿐이다.
 

왜 정부는 잘못된 길을 가나
부유세(ISF)가 부동산세(IFI)로 대체될 예정이다. 부동산세는 말 그대로 과세 대상을 오직 부동산에 한정한다. 기타 금융자산에는 부유세가 면제된다. 자산 투자 방식에 따라 과도한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 더욱이 부유세 폐지는 자본의 흐름을 가속화하기는커녕 오히려 둔화할 위험이 크다. 부유세 부과는, 노년기에 들어선 부자들이 사후 상속보다 살아 있을 때 후손에게 자산을 증여하는 걸 선호하게 하는 강력한 유인이었다. 보유 자산을 130만유로(약 17억원) 아래로 낮추면 부유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부유세가 사라지면 이 유인도 사라질 것이다. 부자들이 재산을 틀어쥐고 놓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이는 경제성장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부유세처럼 단순히 자산에서 파생된 소득이 아니라 자산 자체에 세금을 매기는 것은 이 자산을 수익성 있는 곳에 투자하게 하는 강력한 유인 요소가 된다. 자산이 아무 수익을 내지 못해도 과세가 되기 때문에, 자산으로 수익을 내서 부유세를 부담하려는 투자 의지를 자극할 수 있다. 하지만 부유세를 폐지하면 자산을 효율적으로 투자하는 대신 그저 쌓아두기만 하는 부자도 있을 것이다.
 
물론 부유세가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부유세는 과세 범위가 너무 제한적이다. 예술작품 등은 이미 부유세 면제 대상이다. 세율도 너무 높다. 1천만유로(약 130억원)가 넘는 자산의 세율이 1.5%다. 금리가 제로에 가까운 현 상황을 고려할 때 명백히 높은 세율이다. 부유세를 실제 자본수익에 맞게 조정하려면 세율을 과세 연도의 실제 금리에 연동해 결정해야 할 것이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11월호(제373호)
Les riches tirent-ils l’économi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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