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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득권 청산’ 내건 보수적 출세주의자
[Focus] 오스트리아 우파 돌풍의 주역 제바스티안 쿠르츠
[92호] 2017년 12월 01일 (금) 멜라니 아만 등 economyinsight@hani.co.kr
쿠르츠 국민당 대표,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극우와 손잡고 승리… 31살 유럽 최연소 지도자
 
오스트리아 총선 승리로 정권을 거머쥔 제바스티안 쿠르츠 외무부 장관 겸 국민당 대표는 ‘선거의 귀재’로 불린다. 잘생긴 외모와 겸손한 자세, 기득권 타파를 외친 쿠르츠는 매력적인 정치인으로 주목을 끌고 있다. 그런데 쿠르츠의 진정한 모습은 무엇일까? 그는 오스트리아는 물론 유럽을 이끌어갈 차세대 정치인일까, 우파가 득세하는 시대정신을 제대로 간파한 기회주의자에 불과할까? 그의 총선 승리가 이웃나라 독일과 유럽연합에 무엇을 의미할까?
 
멜라니 아만 Melanie Amann
마르쿠스 펠덴키르헨 Markus Feldenkirchen
발터 마이어 Walter Mayr 페터 뮐러 Peter Müller
크리스토프 쇼이어만 Christoph Scheuermann
크리스토프 슐트 Christoph Schult <슈피겔> 기자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외무부 장관 겸 국민당 대표가 2017년 10월15일 빈에서 열린 총선 승리 축하 행사에서 지지자들의 환호에 손을 들어 답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국정을 이끌 그는 31살 청년이다. REUTERS
 
과거 하와이 해변을 주름잡던 윈드서퍼 로비 내시처럼 제바스티안 쿠르츠 오스트리아 외무부 장관 겸 국민당 대표는 지금 시대정신의 파도에 우아하게 올라타고 있다. 쿠르츠 장관은 기득권 청산을 어떻게 하는지 시범 삼아 보여주려고 한다. 쿠르츠 장관은 오스트리아 빈 미노리텐광장의 고풍스러운 외무부 집무실에서 이전에는 오래된 가구와 그림이 있던 벽을 가리킨다. 그는 오래된 가구와 그림을 모두 직접 치웠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집무실은 상당히 비어 있고 무미건조하지만 현대적으로 보인다. 벽에 걸린 목재 십자가조차 현대예술 느낌을 준다.
 
쿠르츠 장관은 높낮이가 조절되는 산업디자인풍의 책상 뒤로 가서는 자신이 걸라고 지시했던 그림을 가리킨다. 핀란드가 남부에 있고 스페인, 이탈리아, 그리스가 북부에 있는 가상의 유럽지도가 펼쳐져 있다. 이 그림에서 유럽은 거꾸로 세워져 있다. 그는 이를 재차 언급한다. 그의 눈빛과 미소는 많은 내용을 담고 있다.
 
2017년 10월15일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승리한 쿠르츠 장관은 <슈피겔>을 만난 10월25일 유난히 환한 미소를 지었다. 단정하게 메이크업된 두 뺨은 킨더초콜릿 포장지 소년처럼 연분홍으로 빛났다. 집무실을 대청소했듯이 그는 불과 수개월 만에 자신이 이끄는 국민당(ÖVP)을 대대적으로 갈아엎음으로써 전통의 국민당을 강력한 지도자가 이끄는 현대적 정당으로 탈바꿈했다. 그는 확고한 반난민주의를 기치로 총선을 진두지휘했다. 그 결과 중도에서 한참 더 오른쪽에 위치한 극우 자유당(FPÖ)과, 이제는 오로지 ‘제바스티안 쿠르츠 리스트’로만 지칭되는 중도 우파 국민당이 합해 전체 60%에 육박하는 득표율을 기록할 정도로 총선판을 휘저었다.
 
쿠르츠 장관의 계획이 맞아떨어진다면 그는 31살에 유럽 최연소 총리로 등극하게 된다. 이미 27살에 유럽 최연소 장관이 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 자체가 이미 비현실적으로 들린다. 쿠르츠 장관은 최연소 기록도 성에 차지 않는 모양이다. 그는 자신이 이끄는 국민당을 통해 오스트리아에서 한발 더 나아가 유럽의 정치판도 아예 뒤엎을 기세다. 헝가리와 폴란드의 국수주의자들은 유럽의 친난민 성향에 반대하는 연합전선이 형성된 것에 벌써 기뻐하고 있다.
 
독일은 쿠르츠 장관과 그의 국민당에 환호하고 그를 동경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고개를 내젓는다. 끊임없이 정치적 구세주를 기다리는 타블로이드 신문 <빌트>(Bild)는 ‘우리는 도대체 왜 이런 지도자가 없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쓰기도 했다. 젊음의 패기와, 전통과 관습을 타파하려는 신세대 정치 스타일의 바탕 위에서 반난민주의, 반이슬람주의, 반유럽연합이라는 명확한 실리주의 노선을 선택한 쿠르츠 장관은 정치적 반대파 대다수를 구시대 퇴물로 낙인찍는 데 성공했다.
 
그의 반난민 정책이 미치는 영향은 오스트리아를 훨씬 벗어난다. 독일 집권여당 기독민주연합(CDU)·기독사회연합(CSU) 소속의 다수 의원들은 극우 성향의 ‘독일을 위한 대안당’(AfD)이 2017년 9월 독일 총선에서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자 우향우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웃국가 오스트리아의 쿠르츠 장관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훌륭한 대안으로 자리매김했다.
 
쿠르츠 장관은 독일 집권여당 의원들이 메르켈 총리에 대해 아쉽게 생각하는 성향과 견해를 모두 갖추고 있다. 정치적 수사에 통달한 독일 집권여당의 옌스 슈판 의원은 선거 승리 확인 뒤 환하게 웃는 쿠르츠 장관과 찍은 셀카를 오스트리아 총선 당일 저녁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렸다. 슈판 의원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당내에서 메르켈 총리의 후계자로 간주되는 자신이 앞장선다면 독일에서도 다른 모습의 한층 강화된 보수 정치가 가능하다는 메시지 말이다.
 
‘슬림핏 세대’ 정치인
쿠르츠 장관은 정말 빛나는 모범사례가 맞을까? 그는 정말 보수의 ‘원더키드’일까?
 
쿠르츠 장관의 삶은 수도 빈의 노동자 밀집 지역 출신의 천부적이며 입지전적 인물의 성공 스토리이기도 하다. 그는 엔지니어 아버지와 교사 어머니의 외동아들로 태어나 빈 서부의 마이들링에서 성장했다. 그는 부모와 다가구주택에서 살았다. 쿠르츠 장관은 자신의 유년 시절이 평화롭고 행복했다고 회상한다. 그는 정계 입문을 운과 우연이 여러 차례 겹친 결과라고 말하지만, 아무리 겸손하게 말해도 그의 동력인 불타는 야망까지 숨기지는 못한다.
 
좌파와 풍자작가, 미국 <뉴욕타임스>가 아무리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도 쿠르츠는 나치주의자도, 인종차별주의자도 아니다. 쿠르츠는 총선에서 반난민주의를 핵심 선거 이슈로 삼았고, 오스트리아 극우 자유당의 모든 요구사항을 고스란히 받아들였다. 하인츠크리스티안 슈트라헤 자유당 당수는 “쿠르츠가 우리의 선거공약을 모두 훔쳐갔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쿠르츠는 극우 정당의 선거공약을 일반 국민이 받아들이도록 하는 데 일조했고, 결국 자유당 지지 성향 유권자 16만8천 명이 국민당에 한 표를 던지기에 이르렀다.
 
쿠르츠 장관은 극단주의자가 아니라 단순히 권력과 성공을 추구하는 보수적 출세주의자라는 것이 그를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수식어일 것이다. 그는 자신의 정치적 경력에 도움이 됐다면 서슴지 않고 좌파의 편에 섰을 것이다. 굳이 성향을 분류하면 그는 기회주의자다.
 
슈트라헤 자유당 대표는 “쿠르츠 장관은 단지 반장을 원했던 것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그만 일이 커지고만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쿠르츠는 지금 자유당의 연정 파트너 또는 부반장이 되려고 한다.
 
언론이 쿠르츠 장관을 설명할 때 항상 등장하는 것이 바로 잘생기고 상냥하며 호리호리한 체형에 쿨하다는 의미의 ‘멋진’(Fesch)이라는 형용사다. 그의 지지자들은 9년 전 교통사고로 사망한 외르크 하이더 자유당 전 대표를 가리켜 이 수식어를 쓰기도 했다. 쿠르츠가 정치적 지형에 탁월한 감각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두 정치인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헝클어진 실타래처럼 복잡한 문제에 명쾌한 답변을 원하는 갈망과 외국인 혐오는 독일보다 오스트리아에서 훨씬 강하다.
 
다만 문제가 되는 대목은 쿠르츠 장관이 나치와 정치적 지향점이 크게 다르지 않거나 나치와 다를 바 없는 정치인들과도 스스럼없이 연정을 맺으려 할 만큼 사려가 깊지 못하다는 점이다. 오스트리아에서는 이 부분이 그렇게 놀랍지 않을 수도 있다. 자유당은 오스트리아에서 오래전부터 기성정당으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반면 유럽은 오스트리아 자유당을 극우정당으로 받아들인다.
 
슈트라헤 자유당 대표는 과거 반유대주의를 표방하는 인종주의적 청년단체 ‘친민족 청년’ 조직의 야영에 참가한 적이 있다. 슈트라헤는 네오나치주의자들과 거리시위를 벌였고, 준군사적인 군인스포츠 훈련에 참가하기도 했다. 쿠르츠는 연정 파트너인 슈트라헤 대표의 정치적 지향에 대해 물으면 매력적인 미소를 지으며 대수롭지 않다는 식으로 답한다. 쿠르츠 장관은 2017년 10월25일 저녁 슈트라헤 자유당 대표의 자택을 찾았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쿠르츠 국민당 대표와 친분을 쌓았다”고 슈트라헤 대표는 전했다.
 
쿠르츠 장관은 전세계적으로 승전보를 올리는 새로운 정치인 유형이며, 이 가운데 가장 보수적인 정치인으로 꼽힌다. 새로운 정치인 유형에는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속하며, 독일에서는 크리스티안 린트너 자유민주당 대표가 속할 것이다.
 
이들은 완벽한 정장 차림 이면에 부실한 정치적 콘텐츠를 보이는 탓에 ‘슬림핏 세대’로 불리는데, 스스로 좌우 진영을 넘어선 정치를 한다고 천명한다. 슬림핏 세대 정치인들은 포스트 이데올로기 정치를 대변하고, 대부분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하며, 정치적 수사와 광고, 마케팅에 능수능란하다. 이런 정치인 유형의 공통점은 고전적 정당 구조를 거부한다는 것이다. 이들 모두는 오래전부터 자신 역시 일부가 된 기득권층의 대안으로 스스로를 바라본다는 아이러니한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들 중 쿠르츠 장관만큼 극단적인 길을 걸어온 정치인은 찾기 힘들다. 쿠르츠가 2017년 5월 국민당 대표로 선출됐을 때 국민당에는 지난 오랜 역사의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았다. 쿠르츠 장관이 당대표로 선출된 후 국민당 인터넷 홈페이지는 업데이트를 위해 폐쇄됐다. 국민당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쿠르츠 장관의 개인 홈페이지 ‘쿠르츠팀’으로 자동 연결됐다. 국민당 로고와 지도부 체계가 바뀌었고, 쿠르츠 신임 당대표는 역대 어느 당대표보다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이제는 제바스티안 쿠르츠의 말이 법”이라고 국민당 전 대표이자 쿠르츠의 멘토인 미하엘 슈핀델레거가 말했다.
 
   
2017년 2월 빈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지그마어 가브리엘 독일 외무부 장관(왼쪽)이 쿠르츠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쿠르츠 장관은 독일 정치인들과 친분이 깊다. REUTERS
 
정치적 실용주의자
쿠르츠 장관은 현대 정치는 상당 수준의 연출 없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일찍 인지했다. 그는 22살에 청년국민당 대표가 된 이후 ‘자동차는 야해’라는 문구가 붙은 스포츠실용차(SUV) 라디에이터 그릴 위에서 섹시한 포즈를 취한 적이 있다. 이는 그가 저지른 보기 드문 일탈의 순간이었다. 이후 그는 당시의 일탈을 철저히 반성했고, 지금은 아주 예의 바르면서도 조심스럽게 행동한다. 그는 야망에 겸손의 외피를 두르는 법을 배웠다.
 
오스트리아 외무부 관리들은 쿠르츠 장관을 겸손하고 열심히 일하며 국가정신이 투철하고 글로벌한 젊은이로 홍보하는 데 열을 올렸다. 쿠르츠는 종종 지하철로 출근하고, 가까운 길은 걸어간다. 전임자들이 개인 비행기를 이용했다면 그는 일반 여객기 이코노미석을 이용한다.
 
그는 총선 승리 직후인 2017년 10월19일에도 예외 없이 이코노미석을 타고 브뤼셀로 향하며 인증사진을 SNS에 올렸다. 브뤼셀에서는 유럽 보수정당들의 회의와 함께 국가정상 회담도 열렸다. 쿠르츠 장관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고 메르켈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옆자리를 차지했다.
 
쿠르츠 장관은 오스트리아 외무부 장관으로 있는 동안에도 브뤼셀에서 관심을 끄는 곳을 끊임없이 찾아다녔다. 오스트리아 국민들은 자국 대표가 국제 무대에 당당하게 나서는 모습을 좋아했다. 쿠르츠 장관은 작은 나라인 오스트리아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국민의 열망을 완벽하게 채워주고 있다.
 
유럽은 쿠르츠 장관이 메르켈 총리와 같은 눈높이에 서는 무대다. 난민 이슈를 통해 젊은 쿠르츠는 자신이 정치 9단 메르켈 총리의 하위 파트너로 과소평가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메르켈 총리가 물밀듯 들어오는 대규모 난민을 터키와 거래해 봉쇄하려고 한 반면, 쿠르츠 장관은 메르켈 총리의 뒤에서 그리스와 마케도니아 국경 폐쇄를 관철해냈다. 그는 이를 위해 거의 매주 발칸반도 국가들을 방문했고, 난민 이동경로 폐쇄가 어떻게 이뤄질지 철저히 사전 조사했다.
 
쿠르츠 장관은 2015년 11월 독일 정계에서 메르켈 총리 공격용으로 쓰는 ‘수용 난민의 상한선을 정하자’는 문구를 사용해 독일 보수파의 칭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그는 2017년 3월 말타에서 열린 유럽 보수정당들의 모임에 참가했고, 호텔 지하에서 열린 이민정책 토론회에도 참석했다. 독일 집권여당 기사련의 한스페터 프리드리히 같은 보수 정치인들은 메르켈 총리와 달리 반난민주의 정책의 성공적 실행을 주제로 한 쿠르츠 장관의 강연에 열화와 같은 반응을 보였다.
 
쿠르츠 장관은 다른 정치 영역에서도 메르켈 총리와 보수 집권여당에 끊임없이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일례로 그는 유럽연합 가입을 둘러싼 터키와의 협상을 잠정 중단할 것을 진작 요구했다. 오스트리아 국내 정치에서는 이웃나라 대국 독일에 반기를 드는 정치인은 항상 좋은 반응을 얻는다.
 
난민 위기 이후 쿠르츠 장관은 폴란드 레흐 카친스키 전 대통령과 헝가리 빅토르 오르반 총리를 비롯해 다른 우익 성향 유럽연합 정부 대표들의 친구로 부상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유럽연합 강화를 주창하는 마크롱 대통령과 메르켈 총리의 반대편 선두에 오스트리아가 급부상하고 있다.
 
그렇다고 쿠르츠 장관을 오르반 헝가리 총리와 동급의 유럽 회의론자로 낙인 찍는 것은 옳지 않다. 쿠르츠 장관과 오르반 총리는 확고한 반난민주의 노선에 공감하지만, 오르반 총리와 카친스키 전 대통령과 달리 쿠르츠 장관은 유럽연합의 필요성을 확신한다. 작은 나라 오스트리아에 필요한 외교와 안보정책 등에서는 유럽연합의 협력 강화를 옹호한다. 반면 자신의 롤모델인 마크롱 대통령이 주장하는 유럽의 연대감 강화라는 비전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유럽연합은 오스트리아의 정치 동향을 우려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2000년 국민당 볼프강 쉬셀이 외르크 하이더 당시 자유당 대표와 연정을 구성했을 때 유럽연합 회원국은 오스트리아와의 관계를 최소한으로 축소했다. 하지만 현재 유럽은 극우 성향 정부가 득세해 이번에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장클로드 융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쿠르츠에게 보낸 총선 승리 축전에서 새 정부의 유럽친화적 정책을 촉구했다.
 
오스트리아는 2018년 후반기 유럽연합 의장국이 된다. 하필 이 시점에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협상 등 중요한 결정이 내려진다. 유럽에 이 순간 가장 달갑지 않은 존재는 유럽연합 회의론자들이 정책을 결정하는 오스트리아 정부일 것이다.
 
“오스트리아는 유럽친화적 국가로 남을 것”이라고 쿠르츠 장관은 브뤼셀 회의 참석자들에게 거듭 강조했다. 그는 외국 언론이 오스트리아의 ‘우클릭’ 관련 기사를 쏟아내는 것이 영 못마땅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이 총선에서 승리함으로써 극우 자유당의 압승을 막아냈기 때문이다.
 
오스트리아 총선에서 난민이 선거 화두로 조명되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를 낳았을지 예측하기 어렵다. 다만 자유당의 선거 초반 지지율이 중도우파 국민당보다 훨씬 낮았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과거 국민당과 자유당 연정은 극우당이 정권을 잡는 순간 대중적 매력을 잃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민당과 자유당 연정이 정권을 잡은 지 3년도 되지 않아 자유당은 선거에서 참패를 당했다.
 
   
2017년 10월9일 빈에서 정치활동가가 쿠르츠 외무부 장관의 사진에 돈을 붙인 포스터를 얼굴에 부착한 채 시위를 하고 있다. 쿠르츠 장관은 성공을 위해서라면 누구와도 손잡을 사람이다. REUTERS
 
메르켈과의 불편한 관계
최근 독일 집권여당의 다수 의원들이 메르켈 총리를 압박하려고 과거 오스트리아 사례를 심심치 않게 들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유럽연합 차원뿐 아니라 정당 노선 투쟁에서도 쿠르츠 장관이 경쟁자로 부상한 사실을 인지하고 있다. 불만이 가득한 수많은 집권여당 의원들이 정당의 실용주의 노선을 비판할 때면 으레 쿠르츠 장관을 언급한다는 점도 메르켈 총리는 익히 안다.
 
메르켈 총리는 2017년 10월23일 기민련 최고위원 회의에서 쿠르츠의 총선 승리를 언급할 때, 난민 위기 이슈에 관한 반대파의 승리를 칭찬하면서도 그 의미는 애써 축소했다. 메르켈은 “불과 31% 득표에 그친 국민당에 축포를 터뜨려주는 것은 이상하다. 쿠르츠가 역사적 총선 승리를 한 것은 아니다”라고 솔직히 말했다.
 
쿠르츠 장관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부 장관 등 독일 쪽 인맥이 두텁다는 것을 메르켈 총리는 잘 안다. 또한 쿠르츠가 2016년 독일 방송국 대담 프로그램과 인터뷰에서 독일 정부를 비난할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음을 잊지 않았을 것이다. 쿠르츠 장관은 메르켈 총리를 겨냥해 “진실을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책임자 색출은 도움되지 않는다” 등의 말을 꼬박꼬박 덧붙였다.
 
이후 쿠르츠 장관 이름이 언급될 때면 메르켈 총리는 종종 거부반응을 보였다. 메르켈은 2016년 10월 “발칸반도 유입 경로 폐쇄가 난민 문제를 해결했는지 내게 묻는다면 나는 확실하게 ‘아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기민련 결의문에 ‘쿠르츠 장관이 도입한 발칸반도 폐쇄가 성공을 거뒀다’는 문구가 들어가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독일 집권여당 의원 다수는 때로는 몰래, 때로는 공개적으로 쿠르츠 장관 칭찬 릴레이를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 국민의 안보 우려 등 여러 오스트리아 문제는 독일과도 관련 있다”고 파울 치미아크 청년유니온 대표는 말했다. 치미아크 대표는 나이가 비슷한 쿠르츠 장관을 가리켜 “친서민적 선거전을 펼쳤다”고 높이 평가한다. “쿠르츠 장관은 명확한 메시지, 유권자와의 직접 소통을 중시한다.”
 
독일 집권여당 내에서 쿠르츠 장관의 보수 노선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쉽게 찾기 힘들다. “쿠르츠는 극우 자유당에 타격을 가하지 못했다. 자유당은 전보다 더 강해지지 않았는가”라고 독일 집권여당 엘마 브로크 최고위원은 지적한다. 그는 “난민정책에서 쿠르츠의 역할이 항상 도움이 됐던 것은 아니다. 독일 방송에 출연해 보여준 태도는 오만불손했다”고 비판한다. 노르베르트 뢰트겐 외교전문 의원 역시 “오스트리아 선거전이나 선거 결과에서 우리 집권여당이 따라가야 할 부분은 찾아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기독민주연합의 이름으로 남고 싶지, 어느 총리 후보의 계파가 되고 싶지 않다.”
 
쿠르츠 장관이 브뤼셀 아카데미궁에서 메르켈 총리가 우연히 근처를 지나가는 것을 보았다. 그런데 메르켈 총리는 그를 보지 못했다. 쿠르츠 장관이 황급히 메르켈 총리 뒤를 쫓아갔고, 문턱에서 겨우 따라잡아 메르켈 총리를 불렀다. 쿠르츠는 메르켈에게 “악수하고 싶다”고 공손히 말했다. 이들은 10여 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서로 친해지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다. 두 정치인이 친해지는 것이 가능하다는 전제에서 말이다.
 
ⓒ Der Spiegel 2017년 43호
Der Entrümpler
번역 김태영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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