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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마케팅’ 열차에 올라타라
[Culture & Biz] 4차 산업혁명과 마케팅의 진화
[92호] 2017년 12월 01일 (금) 문동열 redbros@redbros.co.kr
미디어 환경의 격변은 필연적으로 마케팅 이론과 방식의 변화를 몰고 온다. 노골적 광고가 아닌 정보성 콘텐츠에 메시지를 입힌 콘텐츠 마케팅이 한국에서도 붐을 일으키고 있다. 동영상을 주축으로 한 콘텐츠 마케팅의 현주소와 디지털 기술 발전에 맞춰 진화하는 마케팅의 미래를 짚어본다.
 
문동열 레드브로스 대표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레드불 에어레이스에서 경주용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있다. 레드불은 콘텐츠 마케팅의 귀재다. REUTERS
 
비즈니스를 하는 모든 기업에 마케팅은 고객과 접점을 만드는 핵심 활동이다. 기업은 마케팅 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며,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자사 제품이나 서비스가 돋보일 방법을 다양하게 고안해 실행한다. 우리가 흔히 광고나 PR(Public Relations) 활동이라 하는 일련의 기업 활동은 마케팅의 주요 도구다. 치열한 자본주의사회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최전선이기도 하다.
 
시대가 변화하고 그에 따른 기술과 패러다임이 바뀌는 동안에도 이런 기업들의 모습은 몇백 년 전과 비교해볼 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마케팅학에서 이야기하는 주요 이론들은 100년도 더 됐다. 기업들은 여전히 이 이론들에 기초한 마케팅 전략을 세우고 있다. 전통적 대중매체에 의존하는 기업들의 마케팅 활동 역시 이렇게 오래된 이론에 기초한 전략을 충실히 따른다.
 
인터넷과 모바일로 대표되는 미디어 환경의 대격변으로, 몇백 년간 잠잠했던 마케팅 환경에도 조금씩 변화가 찾아왔다. 달라진 미디어 환경은 소비자의 소비 행태를 비롯한 라이프스타일을 크게 바꿔놓았다. 이에 따라 전통적 마케팅의 효용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시대 변화에 맞춰 몇몇 선견지명 있는 기업이 나타났다. 이들은 그동안 신봉해온 전통적 마케팅 이론과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나섰다.
 
하지만 새로운 대안이 그렇게 쉽게 찾아지지는 않았다. 기존 이론의 권위가 약해진 마케팅 업계는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했다. 전문가들이 내놓은 새 이론과 방식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기업들은 새 패러다임에 대응할 마케팅 이론을 구축하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그렇게 20여 년이 지난 지금, 범람하던 마케팅 이론들이 하나의 종착점으로 귀결되고 있다. 최근 많은 기업이 ‘새로운 마케팅의 바이블’로 삼는 ‘콘텐츠 마케팅’ 이론이다. 남들보다 빠르게 변화에 적응한 몇몇 기업이 이 이론으로 성공을 거두었고, 이를 본 다른 기업들도 이론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콘텐츠 마케팅이라는 새 이론은 현재 빠른 속도로 확산돼가고 있다.
 
메시지를 입힌 콘텐츠의 등장
콘텐츠 마케팅이 요즘 회자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 마케팅 이론으로 주목받는 것은 콘텐츠가 우리 생활에 끼치는 영향 때문이다. 콘텐츠가 현대 사회에서 필수불가결한 것이 되고 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20세기 초반만 하더라도 콘텐츠는 일부 여유로운 계층만 즐길 수 있는 문화였다. 각종 기술의 발달로 대중문화가 다양해짐에 따라, 콘텐츠는 이제 여가가 아니라 생활의 필수재로 정착했다. 콘텐츠가 우리 생활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면서 콘텐츠의 형태나 양식을 활용한 마케팅이 전통적 마케팅을 대체하는 새 기법으로 제안된 것은 어떻게 보면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할 수 있다.
 
도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개념이기에 콘텐츠 마케팅의 정의에 대해선 전문가들 사이에 여전히 많은 이견이 있다. 가장 통용되는 정의는 ‘사람들에게 정보 제공, 욕구 충족, 감정 순화 등의 가치를 주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마케팅 목적으로 제공해, 그것을 접한 고객이 스스로 니즈(욕구)를 만들어 구매하게 하는 일련의 활동’이다. 콘텐츠 마케팅의 최종 목표는 흥미 유발이나 관심 환기에 그치지 않고, 고객을 열렬한 팬으로 만드는 데까지 이어진다. 여기에서 핵심적인 부분은 ‘소비자가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콘텐츠에 마케팅 메시지를 담는다’와 ‘고객을 열렬한 팬으로 만든다’다. 과거 마케팅 이론의 주된 흐름이 ‘욕구를 자극해 구매 의욕을 불러 일으킨다’라는 거라면, 콘텐츠 마케팅은 직접적인 광고보다 소비자에게 필요한 콘텐츠의 모습으로 다가가 간접적으로 자연스럽게 브랜드 이미지를 각인한다는 점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최근에야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콘텐츠 마케팅의 원류를 찾아보면 꽤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역사적으로 가장 처음 콘텐츠 마케팅을 한 사람은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으로 알려져 있다. 프랭클린은 ‘건국의 아버지’ 가운데 한 명이고 토머스 제퍼슨과 함께 미국 독립선언서를 기초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인쇄소를 운영하며 출판사업을 하던 프랭클린은 1732년부터 20여 년간 리처드 손더스라는 이름으로 ‘가난한 리처드의 달력’을 발행했다. 이 달력은 날짜만을 알려주던 기존 달력에서 벗어나 달력의 여백에 교훈적인 일화나 유익한 정보 등을 담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아이템이었다. 가격이 비싸 책을 자주 접하지 못하던 당시 사람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가난한 리처드의 달력’은 프랭클린이 비교적 싼 달력이라는 상품에 출판 콘텐츠를 결합해 자신의 출판사업을 알리려 한 사례라고 할 수있다. 달력에 실린 글은 따로 편집돼 많은 사람이 읽는 고전으로 자리잡았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미슐랭 가이드도 콘텐츠 마케팅의 좋은 예다. 1900년대 프랑스의 미슐랭 타이어에서 타이어 구매 고객에게 무료로 배포하던 자동차 여행 안내 책자가 출발점이다. 전세계의 유명한 식당을 망라한 이 가이드가 명실상부한 ‘미식가들의 바이블’로 자리잡아 미슐랭이라는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큰 기여를 했다.
 
이렇게 소비자에게 정보 가치를 제공하는 콘텐츠 마케팅은 현재 기업들의 블로그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기업들의 블로그에선 ‘뉴스’ 형태의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은행에서 운영하는 블로그를 보면, 본인의 신용등급을 관리하는 방법, 환전 수수료를 아끼는 방법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내용이 정보성 기사 형태로 나온다. 은행의 딱딱한 상품 안내나 기업의 보도자료가 아니다. 정보 형태로 고객의 관심을 유도한 다음 자연스럽게 자사 상품의 구매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 밖에 흔히 접할 수 있는 콘텐츠 마케팅으로 방송의 제품 간접광고(PPL)를 들 수 있다. 유명 콘텐츠에 자사의 상품이나 브랜드를 노출시키는 것이다. 인기 예능 프로그램의 테이블 위 음료나 드라마의 배경으로 나오는 실제 기업 등이 PPL이다.
 
콘텐츠 마케팅이 마케팅의 주류로 자리를 잡아가지만 그 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는 반응도 나온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너나없이 정보 제공이나 단순 노출 형태의 마케팅을 하기 때문이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대형 포털 사이트의 구독자나 방문자 수가 많은 블로그, 일명 ‘파워블로거’에게 자사 상품을 제공하고 리뷰를 쓰게 하는 ‘블로그 마케팅’과 마찬가지다. 블로그 마케팅은 몇 년 전부터 많은 기업에 필수적 마케팅이 되었지만 과열되다보니 효과가 떨어졌다. 소비자는 이런 콘텐츠를 광고로 인지해 기업들의 마케팅 콘텐츠를 거르기 시작했다.
 
   
동영상 마케팅의 대표 플랫폼으로 떠오른 유튜브의 수전 워치츠키 최고경영자가 연례 구글 개발자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REUTERS
 
동영상을 넘어 AI·VR·AR로
콘텐츠 마케팅이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최적의 상태는 광고로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같은 형태의 메시지가 너무 많아 소비자는 더 이상 정보로 받아들이지 않게 됐다. 도입된 지 얼마 안 된 콘텐츠 마케팅에도 슬슬 다음 세대로의 진화가 필요한 시기가 온 것이다.
 
해외 기업들은 발 빠르게 차세대 콘텐츠 마케팅의 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음료 회사 레드불의 유튜브 채널에는 레드불의 상품이 좋다는 메시지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레드불을 마시는 주요 고객층이 각종 익스트림 스포츠에 열광하는 고객층과 많이 겹친다는 데 착안한 레드불은 익스트림 스포츠에 관련된 각종 영상을 제공한다. 고객만 즐거우면 된다는 마인드로 많은 마케팅 비용을 콘텐츠 제작에 쏟아붓고 있다.
 
레드불의 사례에서 보듯, 최근에는 동영상을 활용한 콘텐츠 마케팅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2015년 미국 조사에 따르면, 콘텐츠 마케팅을 하는 기업의 70% 이상이 ‘동영상 콘텐츠를 활용한다’고 답했다. 스마트폰의 보급과 그에 따른 텔레비전 이탈 현상이 심화하는 미디어 환경의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한 결과다. 동영상 마케팅은 기존 텍스트나 이미지 기반의 마케팅보다 더 높은 몰입도를 제공한다. 이는 곧바로 제품의 구매 욕구와 높은 매출로 이어진다. 마케팅 조사 자료를 보면 매출이 늘어나고 반품이 적은 등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효과가 검증된 동영상을 활용한 콘텐츠 마케팅이 해외에선 차세대 마케팅으로 자리잡아가는 반면, 한국에선 이제야 바람이 일고 있다. 그 성장 추세에 비춰, 2018년에는 유튜브 같은 디지털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빠른 속도로 마케팅의 주류로 성장할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내다본다. 동영상 제작에는 기존 광고대행사나 영상 독립제작사, 다중채널네트워크(MCN) 같은 새로운 디지털 콘텐츠 제작사가 합세한다.
 
물론 동영상 콘텐츠 마케팅 시대도 몇 년을 갈지 예측하기 어렵다. 느리게 변화하던 과거와 달리 요즘은 진화 속도가 빠르다. 인공지능(AI)이나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같은 최신 기술이 본격적으로 마케팅에 결합하는 때가 오면 지금과 전혀 다른 마케팅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책에서 블로그로, 동영상에서 인공지능·증강현실 등으로 구현되는 마케팅의 모습은 시대와 기술 발달에 맞춰 바뀌더라도, 콘텐츠 마케팅의 본질은 꽤 오랫동안 마케팅의 흐름을 지배할 것으로 보인다. 고객이 얻는 가치를 최우선으로 두고 이를 위해 기업이 노력한다면, 고객은 자연스럽게 충성도를 높여 제품을 구매해 줄 것이라는 단순한 본질 말이다. 제품 공급이 소비 수요를 압도하는, 이른바 소비가 생산을 지배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제품 알리기에만 얽매인 전통적 마케팅 방식은 더 이상 소비자에게 통용되지 않을 것이다. 발 빠른 기업들은 효과적인 콘텐츠 마케팅의 방식을 발견하기 위해 지금도 많은 투자와 시행착오를 하고 있다. 전통적 마케팅 이론을 여전히 신봉하는 사람들은 이런 기업들을 어리석다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변화의 시기에 기업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시대의 흐름을 빨리 읽어 빠르게 변화하고 대응하는 자만이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해가는 마케팅 전선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 문동열은 영상콘텐츠 스타트업 레드브로스 대표로 저비용·고효율의 한국형 영상 콘텐츠 제작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미디어마케팅을 전공했고 SBS 콘텐츠 허브에서 방송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했다. 또한 IBK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에서 콘텐츠 금융과 콘텐츠 기업 컨설팅을 맡았다. 방송 제작과 금융에 모두 정통한 문화콘텐츠 산업의 전문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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