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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농촌
[Editor’s Letter]
[92호] 2017년 12월 01일 (금) 신기섭 marishin@hani.co.kr
신기섭 편집장
 
저는 한동안 ‘데이터 저널리즘’이라는 영역에 관심을 기울였습니다. 쉽게 말하면 ‘자료를 분석해 뉴스를 발굴하는 활동’입니다. 가장 흔한 언론 활동은 현장 취재입니다. 현장을 취재하는 건 사람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의 생각과 활동이 언론의 주 관심사입니다. 데이터 저널리즘은 이보다는 자료에 집중합니다. 자료를 모으고 가공하고 분석해서 새로운 사실을 알아내려 합니다.
 
데이터 저널리즘이 가능해진 것은 컴퓨터와 인터넷 등 정보기술의 발달 덕분입니다. 데이터 저널리즘이 매개체로 삼는 것도 종이보다는 온라인입니다. 이래저래 정보기술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습니다. 이런 특성 때문에 종종 ‘최신’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데이터 저널리즘에 주목하는 언론인 가운데 새로운 흐름이나 정보기술에 밝은 이가 많은 것도 데이터 저널리즘의 이런 특성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저도 새로운 영역을 찾다가 데이터 저널리즘을 접했지만, 제 관심은 정보기술을 활용한 최신 보도 기법이 아닙니다. 제가 데이터 저널리즘에 주목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드러내 보여줄 가능성 때문입니다. 특정 장소에 고정되지 않거나 너무 넓거나 엷게 퍼져 있는 것을 찾아 보여주는 데는 데이터 저널리즘 기법이 제격이라고 생각한 겁니다.
 
‘보이지 않는 것들’ 가운데서 특히 제가 주목한 것은 농촌과 농촌 사람입니다. 전체 인구의 92%가 도시에 사는 한국에서 농촌은 보이지 않는 땅입니다. 아니, 대다수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사라진 땅입니다. 2016년 기준으로 그 땅에 485만 명이 살지만 그들의 삶은 틀에 박힌 ‘고향 소식’ 속에나 등장합니다.
 
사람들 시야에서 사라진 농촌의 오늘 현실을 드러내 알리고 싶었지만, 돌이켜보면 성과가 변변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더욱 미련이 남습니다.
 
농촌이 외면되는 사정은 한국만의 일이 아닌가봅니다. 중앙집중화가 심하지 않은 독일에서도 농촌은 얼마 전까지 관심 밖의 땅이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최근 갑자기 정치인들이 농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답니다. 극우정당을 지지하는 ‘뒤처진 사람들’이라는 용어가 나오면서 농촌이 관심사로 등장했고, 농촌 살리기 논의도 활발해졌습니다.
 
이번호 표지 기사는 이런 독일의 상황 변화를 계기로 한 현장 보고서입니다. 농촌이 살길을 보여주는 소도시와 농촌 마을 4곳의 성공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연구자들에 따르면 성공한 농촌에는 주민 조직이 살아 있다고 합니다. 독일 농촌의 성공 이야기를 한국에 곧바로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여건이나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차이보다는 공통점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노령화나 인구 감소는 산업화가 완료된 나라들의 공통 현상입니다.
 
농촌에 주목해야 하는 건 단지 소외된 땅이거나 도시민이 돌아갈 고향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농촌은 도시가 앞으로 직면할 고민과 문제를 먼저 겪고 있습니다. 농촌이 도시민들의 눈에 다시 들어올 때, 도시의 새 희망이 보일지 모릅니다. 마음이 바빠지는 연말이지만 농촌에서 도시의 미래를 차분히 찾아보시면 좋겠습니다.
 
ⓒ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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