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제 > 비즈니스
     
캘리포니아의 악몽이 드리우다
[Business] ‘독일 자동차 vs 테슬라’ 신·구세대 치킨게임- ① 디젤자동차 집착
[91호] 2017년 11월 01일 (수) 지몬 하게 economyinsight@hani.co.kr
독일 자동차업계, 말로만 ‘전기차시대’ 공염불… 현재 수익 내주는 디젤차에 미련 못 버려
 
테슬라가 전기자동차로 자동차 업계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지만 독일에서는 디젤자동차 시대가 여전히 굳건한 듯하다. 적어도 독일 자동차 업계는 그렇게 믿고 싶어 한다. 환경 기준은 날로 높아가지만 기술력이 이를 못 따라가자 온갖 부정한 방법을 써서라도 디젤차의 냄새를 맡고 싶어 한다. 여전히 베엠베(BMW)와 벤츠, 폴크스바겐이 안겨주는 매출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지몬 하게 Simon Hage <슈피겔> 기자
 
   
폴크스바겐 등 독일 자동차 업계는 디젤자동차의 성공에 도취돼 있다. 여전히 디젤차의 위기가 언젠가 사라질 것으로 믿고 있다. 도로에 주차된 클래식 폴크스바겐 비틀 모델. REUTERS
 
2017년 초 카를토마스 노이만은 작은 혁명을 계획했다. 아스트라(Astra), 코르사(Corsa) 같은 조금 고루한 느낌의 모델로 유명한 자동차 회사 오펠(Opel)을 순수한 전기자동차 브랜드로 개조하려 했다. 독일 헤센주 뤼셀하임에 위치한 오펠 개발센터에서 세계시장에 내놓을 전기자동차를 개발할 생각이었다.
 
노이만은 대다수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내연기관의 종말이 다가올 것이라고 확신해서 필요한 미래 기술을 독일로 들여오고 싶었다. 그의 아이디어는 궁여지책이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작은 회사인 오펠은 자사의 내연기관 모델을 점점 더 엄격해지는 배기가스 배출 기준에 맞추기 힘겨웠다. 오펠의 자동차 역시 과도한 배출량을 지적받고 있다. 그럼에도 최소한 노이만은 디젤자동차의 위기를 새로운 시작의 기회로 삼으려 했다.
 
그의 야심찬 오펠 전기차 생산 계획은 결국 실패로 돌아갔다. 오랫동안 오펠을 소유한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가 갑자기 유럽 판매시장에 관심을 잃어, 2017년 여름 오펠을 프랑스 업체 푸조시트로앵그룹(PSA)에 매각했기 때문이다.
 
그 뒤 노이만은 실업자가 됐지만 지금도 자신이 생각한 방향이 옳다고 믿는다. 오펠의 전 최고경영자(CEO)는 독일 자동차 업계, 특히 베엠베(BMW)·벤츠·폴크스바겐이 변화의 파괴력을 과소평가하고 새로운 콘셉트의 자동차를 개발하는 대신 과거의 성공에 얽매인 것은 아닌지 걱정한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명확한 선을 그어야 한다. 디젤자동차가 서서히 멸종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물론 자동차 업계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내연기관으로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이제 복잡성을 줄이고 예전보다 더 적은 수의 엔진을 개발해야 한다”고 노이만은 말한다. 연구·개발 비용의 여력이 있다면 전기차 개발에 대규모로 투자해야 한다.
 
자동차 업계 전체에 대한 노이만의 경고가 이어진다. “만일 독일 자동차산업이 지속적으로 개혁을 추진하지 않으면 중국과 미국의 경쟁 기업에 뒤처질 위험이 있다.”
 
아직은 고객들이 전기차를 완전히 신뢰하지 않고 그들 중 일부는 전기차 회사에 회의적 시선을 보낸다. 전기차를 비판하는 이들이 내세우는 주장은, 현재 나온 전기차의 주행거리가 너무 짧고 가격도 비싸며, 전기차의 탄소 발자국이 유의미한 수치를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를 뒤집으면 자동차 회사들이 지금까지 해 온 일을 계속하면 된다는 것인가?
 
속임수와 담합
수십 년간 자동차 업계는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출력이 강한 휘발유자동차와 경유자동차를 생산했다. 마지막 순간까지 이 방식은 성공적인 것으로 보였다. 2016년 BMW, 벤츠, 폴크스바겐은 4560억유로(약 607조원)의 매출액과 300억유로(약 40조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들 기업이 성장을 위해 치른 대가는 너무도 크다.
 
적어도 10년 전부터 개발 부서의 속임수가 시작됐다. 점점 더 엄격해지는 배출 기준을 정당한 수단으로 충족할 수 없었기 때문에 엔지니어들은 조작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았다. 테스트 벤치에서 테스트를 받을 때는 이 소프트웨어가 우수한 결과를 보장해줬지만, 그 자동차들이 도로에서 달릴 때는 유해한 산화질소를 배출했다.
 
미국에서 폴크스바겐은 배기가스 배출 결과를 조작하고 사법부의 조사를 방해한 것을 시인했다. 독일 검찰은 폴크스바겐과 벤츠를 상대로 수사하고 있다. 오직 BMW만 사법부의 표적에서 벗어났다.
 
2017년 6월 말 <슈피겔>이 이 거대 자동차 회사 3곳이 수십 년간 기술, 납품업체, 배기가스 정화 시스템에서 담합했음을 밝혀낸 뒤 자동차 업체들은 추가 처벌을 받을 위기에 몰렸다. 현재 이들은 검찰 수사와 압수수색에 집중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BMW그룹은 모든 불법행위를 부인하고, 변호사 18명이 거의 30년 동안의 데이터와 문서를 분석하고 있다.
 
담합 혐의는 앞으로 모빌리티(이동수단) 서비스, 자율주행 같은 미래의 주제와 관련해서도 긴밀히 협력할 예정이던 BMW, 벤츠, 폴크스바겐의 계획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세 자동차 회사 중 한 회사의 대표가 현재의 분위기를 전했다. “아무런 나쁜 의도 없이 경쟁업체와 박람회에서 만나 하는 대화도 앞으로 변호사가 참관할 것이다.” 함께하는 혁신의 기운 대신 서로에 대한 불신이 업계를 지배하고 있다.
 
독일 자동차가 이렇게 압박받은 적은 없었다. 각 그룹의 본사에선 완벽한 폭풍이 업계를 휩쓸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기존 사업모델에 법적 압력뿐 아니라 경제적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이다.
 
최근 내연기관 자동차의 퇴출을 계획하는 국가가 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는 2040년부터, 노르웨이는 2025년부터 휘발유 엔진 자동차와 경유 엔진 자동차를 금지하려 한다. 중국은 전기차 의무판매 제도를 시행할 예정이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중국의 자동차 구매자 중 60%가 다음 자동차를 전기차로 구매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앞으로 자동차를 계속 판매하려면, 자동차 회사들은 배기가스 배출량이 적은 대안 엔진을 개발하고, 카셰어링(자동차 공유)이나 운송 서비스 같은 모빌리티 콘셉트를 제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미래 자동차 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은 BMW, 벤츠, 폴크스바겐이 아니라 외국의 경쟁 기업이 될 것이다.
 
   
독일 자동차 업계는 테슬라의 출현에 긴장하며 따라가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가 자동차의 미래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가장 대중적인 테슬라 자동차 ‘모델3’ 차량. REUTERS
 
독일 자동차 회사의 경영자들을 가장 근심스럽게 하는 경쟁 업체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다. 2003년 창립된 테슬라는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몇 년간 실패를 거듭했던 일을 성공시켰다. 많은 고객이 갖고 싶어하는 전기차를 만든 것이다.
 
45만 명 이상이 테슬라의 새로운 ‘모델 3’(Model 3)를 예약했다. 테슬라의 발표에 따르면 매일 1800여 명의 예약자가 늘고 있다. “지금 테슬라는 다른 브랜드는 꿈도 꾸기 힘든 컬트적 위치를 획득했다.” 전 자동차 회사 CEO 노이만이 말했다.
 
최근 독일 자동차 업계의 정체성 위기는 테슬라에 좋은 기회다. 공개 발언은 자제하지만, 테슬라 경영진은 뒤에서 ‘디젤 스캔들’에 얽힌 불법행위를 자주 비판한다고 한다.
 
테슬라는 전기차에 비판적인 BMW, 벤츠, 폴크스바겐의 본진인 독일에 입성할 기회를 엿보고 있다. 독일 내 테슬라의 판매량은 2017년 상반기에 약 2천대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전기차 분야만큼은 아직 개발도상국인 독일에 충분히 의미 있는 숫자다. BMW, 벤츠, 폴크스바겐 경영진은 반격할 방법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BMW그룹 개발담당 이사 클라우스 프뢸리히의 사무실은 자동차 구세계의 유물로 가득 차 있다. 그는 창문 난간에 자동차 모형을 전시해놨다. 수집품은 1968년 ‘올해의 자동차’로 꼽힌 ‘NSU RO 80’(196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데뷔할 당시 진보된 엔진 기술을 대표하는 자동차로 주목받았다 -편집자)부터 포르셰 카레라를 거쳐 오프로드차인 랜드로버 디펜더까지 망라한다.
 
테슬라 따라하기
원래 프뢸리히는 경쟁기업 얘기가 아니라 BMW와 그가 계획 중인 전기차의 전략을 설명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시종일관 캘리포니아의 라이벌을 언급했다. BMW 이사는 ‘테슬라’라는 단어를 1시간 동안 16차례 사용했다. “BMW는 지금도 테슬라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는 상황이다.” 프뢸리히는 늦어도 3년 내에 미국 라이벌을 완전히 추월할 계획이다. 테슬라와 마찬가지로 BMW도 자사에서 생산하는 전기차에 감성화 전략을 강화할 생각이다.
 
전기차 판매가 얼마나 증가할지 명확하게 보여주기 위해 프뢸리히는 네모칸 종이에 곡선을 3개 그렸다. 첫 번째 곡선은 중국 판매량 증가 예측 곡선이다. 이 곡선은 2020년 거의 수직으로 상승한다.
 
BMW는 폭발하는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라인을 지금보다 더 효율화하려 한다. 앞으로 모든 자동차에 내연기관뿐 아니라 전기 엔진도 설치할 수 있도록 공장 설비와 차량 설계를 변경할 예정이다. 필요한 경우 말 그대로 버튼 하나만 누르면 생산 컨베이어벨트에 수십만 대의 전기차가 올라가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중국 구매자들이 오직 전기차만 구입하길 원하는 경우에 대비해 BMW는 이렇게 준비하고 있다”고 프뢸리히는 말했다.
 
프뢸리히가 그린 두 번째 곡선은, 미국 동부와 서부 지역의 판매량이다. 그의 예상에 따르면 이곳에서 전기차 붐은 2025년 이후에 시작된다. 그 뒤 5년이 지나서야, 그의 말을 빌리면 ‘전기차 논의는 많지만 상대적으로 하는 일은 없는’ 독일이 뒤따를 것이다. 프뢸리히는 정치권에 그 책임을 돌렸다. 예를 들면 뮌헨에는 전기차 충전소가 겨우 50개밖에 없다.
 
독일의 다른 자동차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BMW는 병행 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BMW그룹은 계속 휘발유와 경유 자동차를 판매하며 동시에 전기차 시대에 대비하려 한다. 2025년까지 25종의 전기차 모델을 내놓을 예정이다. 초기 비용은 어마어마하다. BMW는 이미 막대한 자금을 친환경 엔진 개발에 투자했다. 미래를 위한 투자다. 지금은 전기차 한 대를 팔 때마다 손해를 본다.
 
ⓒ Der Spiegel 2017년 37호
Der kalifornische Albtraum
번역 황수경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지몬 하게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