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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담배회사·애연가 ‘동상이몽’
[국내이슈] ‘과세 논란’ 궐련형 전자담배 갑론을박
[91호] 2017년 11월 01일 (수) 노현웅 goloke@hani.co.kr
국회 기재위, 일반담배의 90%로 개별소비세율 인상 의결… 본회의 통과시 가격 인상 가능성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이 일반담배 수준으로 오르는 방안이 유력해졌다. 국회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은 우여곡절 끝에 이를 의결했다. 유해성 논란과 가격 인상 등 아직 몇 가지 쟁점은 남아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세 여부를 둘러싸고 정부와 담배회사, 전자담배 이용자의 셈법이 복잡하다.
 
노현웅 <한겨레> 기자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가 상점에 진열돼 있다. 애연가들은 기호와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 전자담배를 찾지만 유해성 논란은 가시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가 ‘아이코스’와 ‘글로’ 등 궐련(종이로 감싼 담배)형 전자담배에 매기는 세금을 일반담배의 90% 수준으로 올리기로 하면서 2016년부터 계속된 전자담배 세금 논란이 일단락될지 관심이 모인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017년 10월20일 전체회의를 열어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율을 일반담배의 90% 수준으로 올리는 안을 의결했다. 조경태(자유한국당) 기재위 위원장 등 전자담배 과세 인상에 반대하는 야당 쪽 반발이 누그러진 게 법안 처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 파이프담배 등의 중간 형태다. 연초를 종이에 말아 만든 담배(히츠)를 증기로 쪄서 흡입하는 방식이다. 연초를 직접 불로 태워 흡입하는 일반담배와는 다르지만, 인공적인 니코틴 농축액을 흡입하면서 ‘시각적 만족감’을 위해 일반 수증기를 내뿜는 액상형 전자담배보다 일반 담배 흡입 방식에 가까운 셈이다. 글로벌 담배 제조사인 필립모리스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시초인 아이코스를 출시한 뒤 각국 정부는 숙제를 안게 됐다. 술과 담배 등 인체에 유해한 기호품에 건강부담금 등의 명목으로 ‘죄악세’를 물리는데,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율을 어떻게 정할지 일관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필립모리스 허위 자료 제출
당장 한국도 입법 공백이 발생했다. 각종 세법이 담배 형태에 따라 다른 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현행법의 담배 분류 방식에 궐련형 전자담배 형태가 규정돼 있지 않은 점이다. 담배에 적용되는 개별소비세를 기준으로 보면, 궐련으로 불리는 일반담배는 20개비 한 갑에 594원이 부과된다. 한 갑씩 판매되지 않는 파이프담배·전자담배·물담배 등은 무게에 따라 세금이 부과된다. 1g당 21~422원 수준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한 갑 단위로 판매하지만 일반 궐련이 아닌 전자담배로 분류된다. 결과적으로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는 126원, 일반담배의 20% 수준에 불과하다.
 
필립모리스가 법의 공백을 이용해 폭리를 취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실제 일반담배의 제조원가를 분석해보면 세금과 부담금의 비중이 70%가 넘는다. 4500원에 판매되는 일반담배 한 갑에 담배소비세 1007원, 국민건강증진기금 841원, 개별소비세 594원, 지방교육세 443원, 부가가치세 409원 등 3323.4원(판매가의 73.8%)의 세금이 부과된다. 현재 4300원에 판매되는 궐련형 전자담배 한 갑에는 담배소비세 528원, 국민건강증진기금 438원, 개별소비세 126원, 지방교육세 232.2원 등 1739.6원(판매가의 40.4%)의 세금이 포함돼 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제조원가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담배회사가 폭리를 취한다는 해석이 나올 수밖에 없는 조세 구조다.
 
이에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에 출석해 궐련형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를 일반담배만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부총리는 “담배와 술에 붙는 세금은 일종의 죄악세로 각국 모두 중과세하고 있다”며 “궐련형 전자담배에만 예외를 두는 건 근거가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도 입법 공백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움직임이 이어졌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 박인숙 바른정당 의원,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개별소비세를 올리는 개정안을 앞다퉈 발의한 것이다. 이 가운데 기재위 조세소위원회(위원장 추경호)를 통과한 개정안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일반담배와 동일한 개별소비세를 물리는 김광림 의원안이었다. 법안 통과에 키를 쥔 제1야당 의원들이 법 개정 논의를 주도한 셈이다.
 
그런데 조경태 위원장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해 법안 처리를 보류하겠다”며 갑자기 제동을 걸었다. 같은 당 정책위의장이 발의한 법안을 같은 당 소속 조세소위 위원장이 통과시켰는데, 같은 당 상임위원장이 법안 통과를 틀어막는 묘한 상황이 연출된 것이다. 조 위원장은 “자유한국당이 당시 여당이긴 했지만 박근혜 정부의 담뱃세 인상은 조세 부담을 서민에게 떠넘긴 잘못된 조세정책이었다”며 “마찬가지로 서민 증세인 궐련형 전자담배 개별소비세 인상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조 위원장이 개별소비세법 통과를 미룬 데는 세계 각국의 세율 자료도 영향을 미쳤다. 필립모리스 쪽은 2017년 8월28일 기재위에 각국의 궐련형 전자담배 과세 현황 자료를 제출했다. 각국의 세율 현황을 확인하고 싶다는 자유한국당 최교일 의원의 요구에 따른 자료 제출이었다. 당시 자료에는 주요국이 궐련형 전자담배에 일반담배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하는 것으로 정리돼 있었다. 러시아에선 일반 담배의 57%, 포르투갈은 46%, 그리스는 35%, 일본은 30% 등이다.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담배보다 파이프담배 또는 액상형 전자담배와 비슷한 세율을 적용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이 자료는 곧 허위로 밝혀졌다. 기재부가 각국 정부에 일일이 확인해 마련한 해외 과세 동향 자료를 보면 궐련형 전자담배에 매기는 세율은 러시아가 일반담배의 64%, 포르투갈 83.1%, 그리스 91.5%, 일본 81.6% 등으로 나타났다. 일반담배보다 낮은 세율이 적용되지만, 필립모리스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보다 많게는 3배 가까이 높은 세율이었다.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김성식 국민의당 의원 등이 조경태 위원장의 사과를 요구하며 고성이 오가는 가운데 기재위 논의는 파행을 이어갔다.
 
정부는 잇따라 절충안을 제시하며 개별소비세법 개정을 위한 중간자 역할을 하고 있다. 기재부는 2017년 8월 궐련형 전자담배에 일반담배의 80% 세율을 적용하는 절충안을 제시한 데 이어, 9월엔 90% 세율을 적용하는 새 정부안을 내고 법안 심사를 요청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과세 논란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쟁점이 있어 좀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애초 궐련형 전자담배 세금 인상을 반대하는 쪽에서 내세운 쟁점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이 일반담배보다 약하다는 것이었다. 필립모리스 등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은 상대적으로 약하고 이를 객관적으로 입증하는 작업이 완료된 뒤 세금을 올려도 늦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을 검사하는데, 결과 보고서가 나오기까지 앞으로 1년 가까이 걸릴 것으로 알려졌다.
 
   
조경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이 2017년 8월28일 전자담배의 개별소비세 인상 문제와 관련해 소속 위원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 여야 위원들은 일반담배 개별소비세의 90% 수준으로 잠정 합의를 했다. 연합뉴스
 
가격 인상 우려
물론 이 주장에 그리 힘이 실리지 않는 분위기다. 담배에 적용되는 세율이 유해성과 직접 비례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유해성 경중에 따라 세율을 매길 논리적 상관성이 없다는 것이다. 예컨대 니코틴 함량이 1mg인 담배와 10mg인 담배에 적용되는 세율이 다르지 않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외국 분석 자료도 소개된다. 아이코스의 연기에서 일산화탄소,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 등 암 관련 화학물질이 검출됐다는 스위스 베른대학의 보고서가 대표적이다.
 
이처럼 궐련형 전자담배의 과세 정상화가 ‘9부 능선’을 넘은 가운데 세율 인상이 담뱃값 인상으로 이어질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전자담배 개별소비세율이 일반담배의 90%로 오르면 당장 400원 남짓 원가 부담이 추가되기 때문이다. 필립모리스 쪽은 ‘정확한 소비자가격은 본사가 결정하지만 세율을 인상하면 가격이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세정당국 관계자는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는 유사성이 높아 대체재 성격이 강해서 현 가격을 유지해 가격경쟁력을 지킬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앞서 필립모리스는 소비자 콘퍼런스에서 아이코스의 서울 담배시장 점유율이 5% 이상이라고 발표했다. 2017년 6월 시중에 나온 뒤 4개월 여만에 상당한 인기를 끈 셈이다. 필립모리스 외에 글로벌 담배 제조사인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가 2017년 8월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를 내놨다. 국내 업체인 케이티앤지(KT&G) 역시 2017년 11월 궐련형 전자담배 ‘릴’을 시판할 예정이다. 주요 업체들이 궐련형 전자담배 시장에서 각축을 벌일 만큼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는 뜻이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의 점유율을 잠식할수록, 소비자의 지갑에서 나온 돈이 국가 세수 대신 담배 제조사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세율 체계를 유지한 채 궐련형 전자담배 점유율이 6%를 넘어설 경우 연간 세수 감소분이 3445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과 외국의 세율 체계 등 쟁점이 많지만, 무엇보다 소비자에게 직접 영향을 미치는 세율 조정이라는 점에서 국회 기재위가 그동안 많이 고민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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