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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한 ‘소비 타격’ 크지 않았다
[국내이슈] 청탁금지법 1년, 경제지표는 어떻게 움직였나
[91호] 2017년 11월 01일 (수) 정현수 gustn99@mt.co.kr
화훼·한우 농가 등 일부 타격받았지만 전체 거시 지표에는 큰 영향 없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흘렀다. 청렴 문화 확산이라는 법 취지에도 불구하고 시행 초기 소비 위축 등 경제에 미치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거시경제 지표에는 뚜렷한 여파가 나타나지 않았다. 음식·주점업 판매액은 청탁금지법 시행 직후 줄다가 최근 들어 감소세가 주춤하다. 전체 민간 소비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화훼·한우 농가 등 일부 업종은 매출에 큰 영향을 입었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정부는 경제적 효과를 중심으로 긍정적 면과 부정적 면을 검토한 뒤 개선 방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정현수 <머니투데이> 기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이 시행 1년을 맞았다. 우려와 달리 소비 위축 등의 악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 서대문구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종합민원사무소에 마련된 부패·공익침해 신고센터. 연합뉴스
 
“이 법은 공직자 등에 대한 부정청탁 및 공직자 등의 금품 등의 수수를 금지함으로써 공직자 등의 공정한 직무 수행을 보장하고 공공기관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법) 제1조의 내용이다. ‘김영란법’이라고도 하는 청탁금지법의 취지가 담겨 있다. 이 법은 공직자들의 부정한 금품 수수를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2011년 발생한 이른바 ‘벤츠 검사 사건’이 도화선이었다. 따라서 입법 취지를 깎아내리는 사람은 없었다. 공직자에 대한 불신도 청탁금지법을 도입하는 데 한몫했다.
 
하지만 입법 과정은 험난했다. 청탁금지법 대상에 공직자뿐 아니라 언론인, 사립학교 교직원까지 포함되면서 해당 직종의 반발이 있었다. 경제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도 있었다. 청탁금지법이 내수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논리였다. 2016년 9월28일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뒤 변화된 경제지표부터 살펴보자.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6년 4분기 ‘음식 및 숙박’ 분야의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1.4% 줄었다. 2017년 1분기에도 1.6% 감소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았다. 일각에선 식사비를 제한한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해석했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되기 전인 2016년 3분기 ‘음식 및 숙박’ GDP가 전분기보다 0.4% 늘었다는 점에서 이런 해석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추가적으로 고려할 변수가 있다. 2016년 4분기부터 시작된 탄핵 정국으로 소비심리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경제주체들의 소비 심리를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는 2016년 10월 102에서 11월 95.7로 크게 하락했다. 이 지수가 100 미만이면 현재 상황을 비관적으로 본다는 걸 의미한다. 2016년 8월과 9월 소비자심리지수는 각각 101.9, 101.8을 유지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17년 3월까지 100을 밑돌았다. 결과적으로 전체 민간소비는 2016년 4분기에 전분기보다 0.2% 늘어나는 데 그쳤다. 2016년 2분기와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은 각각 0.8%, 0.6%였다. 일반 국민들의 소비 심리가 청탁금지법의 직접적 영향을 받았다기보다 청탁금지법과 별개로 당시 전체 내수 상황이 워낙 좋지 않았다. 손은락 통계청 서비스동향과장은 “음식점과 주점업은 경기 흐름을 많이 타기 때문에 2016년 4분기 소비가 부진했던 점도 같이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꽃집, 한우 농가 등 일부 업종은 ‘울상’
2017년 중순부터 시작된 변화도 경제적 측면에서 청탁금지법의 부정적 효과가 그리 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2017년 2분기 ‘음식 및 숙박’이 전분기보다 0.3% 늘어나며 반전했다. 전체 민간소비는 전분기 대비 1% 늘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17년 6월 111.1까지 치솟았다. 내수가 어느 정도 회복됐다는 증거다. 청탁금지법의 부정적 영향이 가시화됐다면, 전체 민간소비와 음식점 등의 지표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어야 한다.
 
통계청의 ‘음식점 및 주점업’ 생산지수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이 지수는 2016년 4분기에 전분기보다 3.8% 줄었다. 2017년 1분기 감소율 역시 3.8%였다. 하지만 2분기에 감소율이 2.9%로 줄어드는 등 변화를 보였다. 2016년 4분기 2.5%를 기록한 전체 서비스업의 생산지수 증가율은 2017년 2분기 2.7%로 오히려 더 높았다. 특히 청탁금지법이 정착된 2017년 1분기 실질 GDP는 1.1% 성장했다. 분기 성장률이 1%대를 기록한 건 2015년 3분기 이후 처음이다. 우려한 것만큼 청탁 금지법이 한국 경제에 악영향을 줬다고 보기 힘든 이유다.
 
물론 청탁금지법을 거시 지표로만 해석하는 건 한계가 있다. 화훼산업 등 일부 업종이 큰 타격을 받은 건 부인하기 힘들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화원협회 소속 1200개 꽃판매점의 거래 금액은 2017년 1~5월 전년 대비 33.7% 줄었다. 화환 등의 수요가 급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매주 금요일을 ‘꽃 사는 날’로 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설 정도였다.
 
한우 농가도 어려움을 호소했다. 전국 한우협회가 작성한 자료를 보면, 2016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한우 도매가격은 9.5% 하락했다. 같은 기간 한우 도축 마릿수(공급)는 5.2% 감소했다. 일반적으로 공급이 줄면 가격은 오른다. 한우 농가들은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경제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외국 소고기 수입이 같은 기간 21.4% 늘어난 것도 근거 가운데 하나다.
 
소상공인들이 체감하는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중소벤처기업부가 2017년 5월24일부터 6월9일까지 실시한 경영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1020명의 소상공인 월매출액은 전년 대비 25.4% 감소했다.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만 볼 수 없지만, 소상공인들은 청탁금지법이 주요 변수라고 생각한다. 거시 지표에는 잘 잡히지 않는 현실이다.
 
그렇다고 기업들이 접대비를 줄인 건 아니다. 2016년 법인세를 신고한 법인들의 접대비는 10조8952억원으로, 2015년 9조9685억원보다 오히려 늘었다. ‘은밀하고 거창한’ 접대는 줄었지만 접대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이를 반영하듯 유흥업소와 룸살롱 등의 법인카드 사용액만 감소했다. 2017년 상반기 유흥업소의 법인카드 사용액은 전년 대비 448억원(9.6%) 줄어든 4672억원을 기록했다. 룸살롱의 법인카드 사용액은 같은 기간 16.4% 줄었다. 청탁금지법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 이어지자, 정부는 법 개정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청탁금지법 주무 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는 2017년 11월에 관련 대국민 보고대회를 연다. 청탁금지법의 경제효과를 분석하는 한국행정연구원은 대국민 보고대회에 맞춰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앞서 9월19일 국무회의에서 “청탁금지법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보완해야 할 사항은 없는지 등 종합적으로 조사하고 검토할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정부, 청탁금지법 보완책 마련 추진
 
  2017년 9월26일 서울에서 열린 청탁금지법 시행 1년 토론회에서 화훼 농민이 기습시위를 벌이고 있다. 화훼·한우 등 일부 업종은 청탁금지법 시행 뒤 매출이 크게 줄었다. 연합뉴스
농림축산식품부는 좀더 적극적이다. 김영록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인사청문회 때부터 청탁금지법의 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선물 한도액을 현행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올리겠다고도 했다. 화훼와 축산 등 농림축산 분야의 피해가 크다는 인식에서다. 농림축산식품부 역시 11월 대국민 보고대회에 맞춰 청탁금지법 개정 의견을 적극 제시할 예정이다.
 
이처럼 청탁금지법은 가액 조정을 중심으로 개정 논의가 한창이다. 현행 식사(3만원), 선물(5만원), 경조사비(10만원) 기준액을 조정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식사와 선물가액을 각각 5만원, 10만원으로 올리자고 주장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식사와 선물가액을 각각 5만원, 7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 밖에 청탁금지법의 수수 금지 금품에서 농·축·수산물을 제외하는 방안, 청탁금지법 대상을 조정하는 방안 등이 줄곧 나오고 있다.
 
정부의 움직임과 일반 국민들의 여론은 엇갈린다. 한국행정연구원이 8월 일반 국민과 공직자, 언론인, 영향 업종 종사자 등 총 3010명에게 전화면접조사를 했는데 “법 시행이 공직의 부조리 관행이나 부패 문제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월등히 높았다. 일반 국민의 경우 긍정적 인식이 78.9%였다. 공무원과 공직 유관단체의 긍정적 인식은 각각 91.8%, 91.3%로 더 높았다. 공무원과 공직유관 단체의 직업 특성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언론인들의 긍정적 인식은 58.4%로 다소 낮았다.
 
청탁금지법의 취지에 공감하는 이가 여전히 많다는 점에서 경제적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상대적으로 작았다. 일반 국민 중에서 “청탁금지법이 우리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줬다”고 응답한 비율은 24.3%에 그쳤다. 공무원 역시 경제적 부작용을 우려한 비율이 32.2% 수준이었다. 언론인은 이 부분에서도 다른 시각을 드러냈는데, 경제적 부작용이 있다는 인식이 65.2%였다.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인 언론인들의 인식이 일반 국민과 다르다는 점은 눈여겨볼 내용이다. 청탁금지법 영향 업종 종사자 중 경제적 부작용을 우려한 비율도 51.7%로 비교적 높았다. 직종별로 시각차는 보이지만, 일반 국민들이 여전히 현행 청탁금지법을 압도적으로 지지해 개정 논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화훼·요식업 등 일부 업종의 타격은 불가피했지만 소비·생산 등 거시 지표를 봤을 땐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줬다고 보긴 어렵다”며 “피해 업종 당사자에겐 생존의 문제가 걸린 만큼 금액 기준을 올리는 등 보완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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