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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 판정 더 늘까’ 떠는 재계
[국내이슈]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시정명령 파장
[91호] 2017년 11월 01일 (수) 이현호 hhlee@sedaily.com
고용부 시정명령에 제조·서비스 업계도 긴장… 노동계 “왜곡된 고용구조 개선” 강조
 
‘불법파견’ 논란에 휩싸인 파리바게뜨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노동계는 고용노동부가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하자 즉각 환영했지만, 재계에선 프랜차이즈는 물론 이전부터 시비가 끊이지 않은 제조·서비스업에서도 불법파견 문제가 다시 불거지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이번 근로감독을 시작으로 고용부가 프랜차이즈 업계에 노동관계법을 엄격하게 적용하려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현호 <서울경제> 기자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운데)가 2017년 9월27일 파리바게뜨 제빵기사 직접고용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파리바게뜨에 대한 시정명령을 계기로 프랜차이즈 업계에 노동관계법이 엄격하게 적용될지 기업들이 주목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가 파리바게뜨 본사는 물론 자동차 부품업체 만도헬라까지 파견근로자보호법(파견법) 위반으로 시정명령을 하기로 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한쪽에선 “파견법을 엄격히 적용하면 상당수 업체가 불법파견 시비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고, 300명 이상 사업장 가운데 약 61%가 사내 하도급을 활용해 전체 하도급 노동자는 38만여 명에 이른다”고 주장한다. “합법적인 도급을 이용하는 것은 아무런 문제가 없고, 이번 근로감독 결과가 프랜차이즈 산업 전체의 붕괴에 이어 제조업 등 다른 업계에까지 영향을 미칠 거란 우려는 지나친 비약”이라는 주장이 이에 맞선다.
 
고용노동부는 제조업 등 다른 업종으로 지도·감독을 확대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논란의 불씨가 남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았다. 특히 파리바게뜨와 유사한 형태로 인력을 운용하는 업체인 CJ푸드빌의 뚜레쥬르, 미용실 프랜차이즈 블루클럽 등이 꾸준히 거론되며 제2의 파리바게뜨가 나오지 않을까 재계는 노심초사하고 있다. 일부 프랜차이즈들은 본사 협력업체에서 아르바이트 인력을 제공하는 것으로 알려져, 파리바게뜨발(發) ‘불법파견’ 논란은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정부가 작심하면 걸릴 업체 많을 것”
불법파견 논란의 확산을 우려하는 쪽은 “우리나라는 고용 경직성이 심해 기업들이 이를 피해가기 위한 ‘기법’ 또는 ‘여유 공간’을 찾은 경우가 많았다”며 “정부가 어느 정도 눈을 감아주었는데 시정하겠다고 덤비면 걸릴 업체가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견법상 불법파견 영역이 아닌 고용에 대한 민사 문제에 고용부가 관여해 공권력 남용 논란이 일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계는 파견법에서 허용하는 업종을 확대해줄 것을 요구해왔다. 2007년 32개로 확대한 뒤 10년째 그대로다. 박근혜 정부가 용접·금형·열처리 등 일부 업종을 파견 허용 업종에 추가하는 파견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야당이 반발해 무산됐다. 일부 노동 전문가는 “경직된 파견법을 유지한 채 불법파견을 더 엄격하게 따지면 산업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재계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시민단체와 노조 쪽은 불법파견에 대한 엄중한 처벌과 근로감독 확대 요구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조계종사회노동위원회를 비롯한 시민사회·종교 단체는 최근 성명을 내고 파리바게뜨에 제빵 및 카페 기사 불법파견 시정을 촉구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리바게뜨의 불법파견은 노동자의 노동으로 이윤을 추구하면서도 고용 책임을 회피하려 한 전형적인 간접고용 문제로 우리 사회의 왜곡된 고용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파리바게뜨 불법파견 논란은 2017년 6월 정의당이 처음 제기하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정의당은 불법파견과 임금꺾기 등 파리바게뜨의 노동관계법 위반 건수가 여럿이라는 정황이 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7월16일 파리바게뜨 본사·협력업체와 직영·위탁·가맹점 등 68개 업소를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고용부는 근로감독 뒤 파리바게뜨의 전국 가맹점에서 일하는 협력업체 소속 제빵기사 4362명과 카페기사 1016명을 사실상 직접 지휘·감독해 파견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하고, 파리바게뜨 본사가 총 5378명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파리바게뜨가 불법파견 논란에 휩싸인 이유는 이렇다. 원청업체에서 업무 지시를 하면 ‘파견’에 해당하고, 하청업체가 직접 지시하면 ‘도급’이 된다. 도급은 법적 규제가 없는 반면, 파견은 고용노동부 장관의 허가가 있어야 한다. 또 파견 대상 업무, 기간, 사유 등이 노동법상 규제 울타리 안에 있다. 파리바게뜨의 고용구조를 살펴보면 제빵기사와 카페기사는 협력업체에 고용돼 있다. 해당 협력업체가 파리바게뜨 가맹점주와 도급계약을 통해 제빵기사와 카페기사를 가맹점에 보내 일을 시키는 구조다. 파리바게뜨 본사는 도급계약 주체가 아니지만 고용노동부의 조사 결과 본사에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출근 보고, 지각 사유 보고, 생산 품목 지시, 연장근로 승인 등의 업무 지시와 감독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번 사건에서 핵심적 쟁점은 누가 제빵기사를 실제로 사용(지휘·감독)했는가이며, 제빵기사의 노동을 실질적으로 사용한 것이 협력업체인지 가맹점주인지 혹은 파리바게뜨 본사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정부는 파리바게뜨 본사가 전반적인 지휘·감독을 한 것으로 판단했는데, 정부의 조처가 잘못됐다고 하려면 파리바게뜨가 제빵기사를 지휘·감독한 바가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파리바게뜨는 합자회사를 설립해 제빵기사를 고용하는 방안을 추진해 또 다른 논란을 부르고 있다. 파리바게뜨 매장에서 일하는 제빵기사들. 연합뉴스
 
외국선 프랜차이즈 노동법 적용 흔해
재계에선 고용노동부의 판단에 곤혹스러워하면서도 산업계 전반으로 사태가 퍼지지 않기를 바라는 눈치다. 불법파견 근로감독에서 5천 명 넘는 노동자의 직접 고용을 명한 것은 파견법 시행 20년 만에 처음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재계가 더 우려하는 건 프랜차이즈 관계에 노동법을 적용한 최초의 사례라는 점이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보면 프랜차이즈 관계에 대한 노동법 적용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프랑스에선 ‘영업점 관리인’에 해당하는 가맹점주(가맹점 사업자)는 그와 관계된 노동법의 보호를 받는다. 또 법원은 가맹점주의 가맹본부에 대한 독립성·자율성이 없다면 가맹점 노동자는 물론이고 가맹점주도 가맹본부의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다. 프랜차이즈의 ‘원조’인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도 종전엔 프랜차이즈 관계에 노동법을 거의 적용하지 않았지만, 버락 오바마 정부부터 법적 개입을 강화했다. 하청·프랜차이즈·공급체인 등이 주도하는 간접고용의 확대가 소득 양극화의 원인이 됐다고 봤기 때문이다.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법원과 연방노동위원회(NLRB)는 가맹점주와 가맹점 노동자의 노동권 보호를 위해 가맹본부의 노동법상 책임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있다”며 “2010년 커버롤(Coverall·프랜차이즈 청소업체) 사건에서 법원은 가맹점의 운영을 광범위하게 지배한 커버롤 본사를 가맹점주의 노동법상 사용자로 판단했고, 2012년부터 연방노동위원회는 맥도널드 본사에 가맹점 노조와 단체교섭을 하라고 명령한 사례가 있다”고 했다.
 
계속되는 논란에 파리바게뜨도 해결책 모색에 나섰다. 파리바게뜨는 새로운 합자회사를 설립해 제빵기사를 고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파리바게뜨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파견 협력업체가 출자해 합자회사를 만들고 제빵기사를 고용·파견하겠다는 것이다. 합자회사를 세우면, 합자회사 소속 제빵기사는 본사가 아닌 합자사에서만 업무 지시를 받는다. 파리바게뜨 가맹본부는 합자사와 ‘품질위원회’ 형태의 대화 채널을 만들어 여기에서 품질·위생 관리, 직원 교육 등을 한다.
 
그렇지만 이를 현실화하기까지 장애물이 만만치 않다. 시정명령을 받은 업체는 직접고용이 아닌 다른 법인을 통해 파견 노동자를 사용할 수 없다. 다만 당사자가 동의하면 가능하다. 제빵기사가 본사의 직접고용을 거부하고 신설 합자회사의 채용을 희망한다면 문제가 없다. 이것에 정치권과 노동계는 반발하고 있다.
 
임종린 전국화학섬유산업노조 파리바게뜨 지회장은 “직접고용을 원치 않는다는 동의는 본사·협력업체·가맹점주에 의해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고용노동부 쪽은 “해당 노동자가 합자회사에 가겠다고 의사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면서 “제빵기사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하거나 부당행위가 없는지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파리바게뜨 본사와 가맹점주, 제빵기사 3자가 대화로 상생의 길을 찾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지적한다. 제빵업계가 특수성을 앞세워 현행법 허용 범위를 넘어서려는 논리는 터무니없으니, 차라리 3자가 머리를 맞대고 현실을 반영한 합의점을 도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도재형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빵기사들이 프랜차이즈 산업 종사자라는 이유만으로 노동관계법의 사각지대에 방치돼선 안 된다”며 “논쟁을 계속하기보다 모든 당사자들이 상생할 방안을 함께 의논해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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