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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기관은 숨은 권력기구”
[Interview] 내부고발과 반역의 경계인, 에드워드 스노든 ②
[91호] 2017년 11월 01일 (수) 마르틴 크노베 등 economyinsight@hani.co.kr
의회, 언론, 할리우드에 막강한 영향력… 공포 조장 세력에 굴하지 않는 대중의 성숙함 촉구
 
미국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전보장국(NSA) 컴퓨터 기술자이던 에드워드 스노든은 미국 대통령도 마음대로 하지 못할 만큼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정보기관에 대한 경각심을 강조했다. 인터넷을 통해 많은 정보를 수집하는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민간업체들도 경계했다. 정치적으로 해석되고 주목받는 인물이 아니라 기술자의 삶으로 돌아가고 싶은 희망도 털어놓았다.
 
마르틴 크노베 Martin Knobbe
외르크 신들러 Jörg Schindler <슈피겔> 기자
 
   
에드워드 스노든이 2016년 9월16일 그리스 아테네 국립도서관에서 <뉴욕타임스> 주최로 열린 아테네 민주주의 포럼에서 화상 연설을 하고 있다. 그는 강의 등으로 소일거리를 한다. REUTERS
 
당신이 공개한 문서와 정보기관의 감시 방식이 역사적 사료 이상의 가치가 있나.
시스템은 항상 동일하다. 죄 없는 사람을 사찰하는 방식의 근본적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사람만이 시스템의 변화를 시도할 수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다음에 닥칠 일이 무엇이고, 우리가 그것에 어떻게 대응하냐다.
 
다음에 닥칠 일이 무엇인가.
각국 정부는 대규모 감시가 큰 의미 없다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새로운 만병통치약을 찾고 있다. 바로 해킹이다. 내가 말하는 것은, 정보기관이 주장하는 특정 대상의 해킹이 아니라 대규모 해킹이다. 이미 다크넷(인터넷 암시장의 폐쇄형 네트워크 -편집자)의 각종 판매 시장이 폐쇄된 것에서 이를 목격했다.
 
정보기관이 암호화 해킹에 집중한다는 말인가.
해킹이 아니다. 정보기관이 시도하는 방법은 암호화를 우회하는 것이다. 그들은 메시지가 암호화되기 전 내용을 알아 내기 위해 기기의 약점을 찾아낸다. 웹사이트를 인수해 해당 웹사이트를 악성 프로그램으로 감염시킨다. 만일 이 사이트로 연결되는 링크를 전달받고 해당 사이트를 방문하면 당신은 해킹당한다. 그러면 컴퓨터나 전화는 더 이상 당신의 것이 아니다. 이 기기에 돈을 내는 사람은 당신이지만, 이용하는 이는 다른 사람들이다. 하지만 나는 이 방법이 대규모 감시보다 훨씬 낫다고 생각한다.
 
왜 그런가.
대규모 감시에 드는 비용은 믿기 힘들 정도로 적다. 거의 공짜나 마찬가지다. 이 프로그램은 보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보를 공급한다. 그에 대항하는 방법은 암호화뿐이다. 그에 비해 브라우저를 공격하거나 컴퓨터, 스마트폰을 해킹하는 방법은 정보기관에 상당히 부담이 크다.
 
사람들은 오용될 수 있는 엄청난 양의 개인정보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스스로 공개한다.
맞다. 이 문제에 대해 사회적 토론도 없이, 우리는 거대 기업들로 이뤄진 우주가 사생활의 정확한 연대기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동시에 재계 인사들이 세계 무대에서 경제와 일자리 프로그램, 교육에 대한 연설을 할 때마다 우리는 새로운 유형의 정경유착을 목격한다. 정치인들이 이 문제를 심도 있게 토론해야 한다.
 
테러, 범죄, 증오와 맞서기 위한 기업과 정부의 협력은 수용할 만하다고 생각하나.
정부가 할 일을 민간기업이 대신하게 하면 절대 안 된다. 기업과 정부는 목표가 완전히 다르다. 기업이 테러 방지 활동에서 정부를 도울 수는 있지만, 이는 사법적 결정이 내려진 경우로 한정돼야 한다. ‘헤이, 구글! 네가 인터넷 보안관이다. 이제부터 너희가 어떤 것이 범죄고 어떤 것이 범죄가 아닌지 결정해’라고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
 
현실과 그리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더 심해질 수 있다.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다음 미국 대선 출마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서 세계 최대의 입지를 확보했고 이제 정치적 야심을 분명히 보여주는 회사가, 허용되는 정치적 발언과 그렇지 않은 발언을 결정할 수 있도록 놔두고 싶은가.
 
정치적 야심은 다른 이들도 갖고 있다. 정보기관과 각종 민간조직이 민주주의 선거에 영향력을 끼치려는 시도가 거세지는 걸 어떻게 설명할 수 있나.
그런 시도는 항상 있었다. 사후 공개된 문서를 통해 지난 세기 동안 미국 선거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받아왔다는 것을 안다. 정보기관을 보유한 모든 국가가 이런 일을 한다. 독일이 하지 않았다면 그게 더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우리가 지금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문제를 빙 둘러 말하는 것인가.
 
핵심을 찔러 말해달라.
러시아는 지금 모두로부터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고 보나.
나도 모른다. 러시아가 힐러리 클린턴의 민주당 컴퓨터를 해킹한 증거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하지만 NSA는 증거를 내놓지 않았다. 문제는 그 이유가 뭔지다.
 
답을 알고 있나.
NSA는 누가 해킹했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NSA가 다른 공격자도 발견했을 것이다. 여기에는 6~7개 그룹이 참가했을 수 있다. 미국 민주당은 주요 해킹 공격 대상이지만 그들의 보안 시스템은 우수하지 않다. 이상한 것은 민주당이 FBI에 그들의 전자우편 서버 공개를 거부했다는 것이다. 그 이유가 러시아를 범인으로 특정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신은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독일의 고위 인사 중 그렇게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렇다. 특히 그 한스 어쩌고 하는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
 
독일 연방헌법수호청장 한스게오르크 마센이다. 그는 당신이 러시아의 스파이일 수도 있다고 암시했다. 그런가.
아니다. 그는 대놓고 나를 스파이라고 주장할 용기조차 없다. 대신 그는 “스노든이 러시아 요원이라는 것을 입증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소리는 정말 누구한테라도 할 수 있다. 화도 나지 않았다. 단지 실망했다.
 
많은 사람이 당신이 러시아에서 도피처를 얻으려고 어떤 협상을 했는지 의문을 갖고 있다. 독일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말은 논리적으로 들리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모순이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나는 지금 문서도 없고, 문서 접근 권한도 없다. 언론에 문서를 넘겨줬다. 그래서 중국과 러시아는 내가 그 국가의 국경을 넘을 때 나에게 위협을 가할 수 없었다. 그들이 손톱을 뽑으며 고문한다 해도 나는 그들에게 줄 것이 없다.
 
   
영국 첼트넘에 있는 ‘정부통신본부’(GCHQ) 인근 공중 전화 부스 뒤 벽면에 그려진, 정부요원이 통화 내용을 도청하는 그라피티를 여자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다. REUTERS
 
사람들은 러시아가 당신을 그렇게 쉽게 받아들인 사실을 믿기 힘들어 한다.
나도 안다. 그들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나는 남아메리카로 가고 싶어 했다. 미국 정부가 내 여권을 차단했고, 러시아 공항에 남겨졌다. 미국 대통령은 매일 나를 인도하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이제 러시아의 상황과 푸틴의 자아상, 그리고 러시아 국민 사이에서 푸틴의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봐라. 그가 만일 ‘오, 그래요. 여기 그놈이 있소’라고 말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더 쉬운 설명이 있을지 모른다. 어쩌면 크렘린은 미국의 요구를 거절할 희귀한 기회를 이용한 것인지 모른다.
 
진짜 비극은 내가 독일과 프랑스를 포함해 21개국에 망명을 신청했는데 이 국가들은 모두 거절하고 러시아가 나를 받아줬다는 것이다. 러시아가 원해 날 받아줬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물론 내가 원한 것도 아니었다.
 
CIA 신임 국장 마이클 폼페이오는 위키리크스가 러시아의 도구라고 비난했다. 위키리크스에서 고용한 변호사들이 당신을 돕고 있다. 이것이 당신의 이미지를 손상시키나.
공정하게 보자면 일단 혐의가 어디에 있는지 봐야 한다. 미국 정부도, 정보기관도 위키리크스나 위키리크스의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직접 러시아를 위해 일한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위키리크스가 러시아가 훔친 문서의 출처를 세탁하는 도구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그게 왜 나에게도 적용돼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위키리크스가 아니고, 내가 공개한 문서의 출처는 명확하다.
 
지금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혐의를 사고 있는 다른 미국인이 있다. 미국 대통령이다.
나는 미국 유권자 중 절반이 도널드 트럼프를 자기들 중 최고라고 여긴다는 생각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우리 모두가 앞으로 수십 년간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을 돕고, 의도치 않게 미국 정보기관에 해를 끼칠 수도 있다.
대통령 혼자 정보기관을 망가뜨릴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정보기관은 의회와 언론매체, 문화계, 할리우드에 너무도 광범위하게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어떤 이는 그들을 ‘딥스테이트’(Deep State·숨은 권력기관)라고 부르기도 한다. 트럼프는 딥스테이트가 무엇인지도 모른다. 그들은 누가 대통령이 돼도 살아남는 정부 공무원 계급이다.
 
음모론처럼 들린다.
음모론이었으면 좋겠다. 버락 오바마를 봐라. 사람들은 그를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고, 정보기관의 광범위한 감시를 끝내고, 부시 시대의 범죄를 밝혀내고, 다른 많은 일을 하려 한 정직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뒤 불과 100일도 지나지 않아 그는 “과거가 아닌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며 이 약속을 취소했다. 딥스테이트는 대통령을 선출하지 못하지만, 일반 국민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때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수단으로 대통령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어떤 수단을 말하나.
공포다. 왜 반테러법이 매번 합리적 토론 없이 무사통과된다고 생각하나. 왜 프랑스 같은 자유주의국가조차 비상 상황이 계속되는가. 독일 국민은 역사적 이유 탓에 정보기관에 다른 국가의 국민들보다 훨씬 강한 거부감을 갖는다. 그런데도 독일 연방의회 NSA 조사위원회는 대규모 감시 문제를 깊이 파고 들지 않았다. 증거가 명백함에도 독일 정부·여당은, 비판이 근거 없는 것인 양 행동한다. 이런 현상은 정보기관이 자신의 이익을 실현하기 위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움직이는지 보여준다. 그들은 새로운 공포정치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악하지 않지만 자신에게 맞서는 이가 나타나면 언론과 대중에게 사회를 위협하는 수많은 위험에 대해 떠든다.
 
테러리즘의 위협은 실재한다.
물론이다. 하지만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같은 전쟁 지역 외에서 발생한 희생자 수는 교통사고나 심장마비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훨씬 적다. 9·11 테러가 미국에서 매년 되풀이된다 하더라도 테러리즘으로 죽는 사람이 다른 이유로 죽는 사람보다 훨씬 적다.
 
그것은 비교할 수 없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테러리즘이 공포문화의 이상적 사례라는 것이다. 정보기관은 이를 대규모 감시 활동을 다시 시작할 기회로 삼았다. 슬픈 점은 테러에 대한 공포가 그사이 스스로 증식했다는 것이다. 이 공포가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으로 이끌었다. 이성의 시스템이 실패한 게 아니라면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나. 독재자가 정권을 잡은 헝가리나 폴란드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세계 각지에 공포 분위기가 자리잡고 있다. 대중이 의도적 공포 조장을 깨닫지 못하는 한 이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공포를 씹어 먹어, 더 나은 사회를 만들고 테러를 당하지 않고 약해지지 않는 에너지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오바마조차 이를 해내지 못했다.
 
그래도 오바마는 대사관 전보 같은 미국의 공문서를 위키리크스에 넘긴 내부고발자 첼시아 매닝을 사면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박수를 보낸다.
 
당신도 비슷하게 사면받기를 희망했는가.
그건 거의 가능성이 없었다. 책임이 오바마에게 돌려졌기 때문에 오바마는 내 폭로를 개인적 모욕으로 받아들였다. 그는 내가 한 일을 자신의 사후 명성에 대한 공격이라고 생각한다. 슬픈 일이다.
 
언젠가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믿나.
물론 그렇다. 가능성이 얼마나 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 제기되는 혐의에 대한 관심이 매년 적어지고 있다. 이는 나도 희망을 가질 수 있다는 뜻이다.
 
현재 러시아에서 당신의 신분은 정확하게 무엇인가.
미국의 그린카드와 비슷한 일종의 영주권을 갖고 있지만, 망명은 아니고 3년마다 심사를 받는다. 매번 심사에 통과한다는 보장이 없다. 나는 트위터와 다른 매체를 통해 러시아 정부에 비판적인 발언을 했다. 이 행위가 나에게 친구만 만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때문에 괴롭힘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럴지는 모르겠다.
 
평소 시간을 어떻게 보내나.
여행을 많이 한다. 얼마 전엔 상트페테르부르크에 갔다. 가족이 때때로 방문한다.
 
경제적 상황은 어떤가.
강의를 한다. 대부분 미국 대학에 영상으로 하는 강의다. 거기에 무보수로 미국 ‘언론의 자유’(Freedom of the press) 재단을 위해 일한다.
 
‘감시’라는 주제는 평생 당신을 따라다닐 것 같다.
내 인생은 기술이다. 정치인이 아니라 기술자다. 강의나 인터뷰는 나에게 매우 힘든 일이다. 내가 편안히 있을 자리는 다른 곳이다.
 
ⓒ Der Spiegel 2017년 37호
“Ich bin kein russischer Spion”
번역 황수경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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