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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지에서 숙박도 했습니까?
[Culture & Biz]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을 위한 조건
[91호] 2017년 11월 01일 (수) 김윤지 yzkim@koreaexim.go.kr
관광이 주요한 서비스산업 가운데 하나로 부각되면서 관광객을 붙잡는 전략 수립이 중요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관광산업을 효율성 측면에서 분석한 연구가 늘고 있다. 특히 관광객의 숙박일수를 ‘관광지 효율성’ 기준으로 삼은 연구가 눈길을 끈다. 여기서는 관광객이 숙박하면서 적절한 관광비를 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한다. 당일치기보다 숙박 의사가 있는 관광객을 늘려야 관광산업을 더 지속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관광지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게 역량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김윤지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위원
 
   
2017년 추석 연휴 기간에 해외여행객이 폭증하면서 200만 명 이상이 인천공항을 이용했다. 인천공항 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으로 붐비고 있다. 연합뉴스
 
2017년 10월 황금연휴가 지나갔다. 10일간의 연휴 동안 인천공항에는 200만 명 넘는 사람이 거쳐갔다는 신기록이 세워졌다. 하지만 내수 증진을 위해 임시공휴일까지 지정했는데 해외여행객만 늘고 정작 국내 관광산업엔 큰 효과가 없었다는 비판도 있다.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을 국내 관광지에 붙잡기 위해 국내 관광산업도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런 논의가 의미 있는 결실을 얻으려면 몇 가지 선행 조건이 만족돼야 한다. 특정 산업을 더 효율적으로 바꾸려 한다면, 무엇으로 효율성을 측정할지 기준을 세워야 한다. 예컨대 특정 경작지의 효율을 측정한다면 소출량으로 판단할 수 있다. 특정 공장의 효율성이라면 생산량이라든가 원가 대비 마진율, 혹은 불량률 등을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다. 효율성 기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다음으로, 효율성을 높일 방향을 무엇으로 잡을지가 필요하다. 동일한 조건에서 어떤 부분을 변화시킬 때 효율성이 높거나 낮아지는지, 유의한 변수를 찾아내는 것이다. 이런 변수를 찾아 통계적으로 검증하는 것이 일반적인 경제학적 접근법을 가진 연구다. 여러 선행 연구가 쌓아놓은 방식을 조금씩 개선하면서 기존에 검증되지 않았던, 혹은 더 중요한 변수를 찾아가는 과정인 셈이다.
 
세계적으로 관광산업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관광산업에 대해서도 이런 시각에서 접근하는 연구가 늘고 있다. 관광이 주요한 서비스산업으로 자리잡아가면서 ‘효율성 높은 관광지’로 변모시키는 것도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최근에 접한 한 연구는 관광지의 효율성을 공장의 생산성 측정과 유사한 방식으로 비교해 눈길을 끌었다.
 
어떤 관광지가 ‘좋은 관광지’인지 기준은 다양할 수 있다. 연간 관광객이 많거나, 관광 수익이 높은 곳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떤 관광지가 더 ‘효율적’인가라는 문제로 넘어가면 답은 조금 달라진다. 효율적이라는 것은 동일 조건에서 높은 효과를 나타내는 것을 뜻한다. 관광객이나 관광수익이 높지만 이를 위해 투입되는 자원, 예컨대 관광업 종사자수나 관광 시설 등이 지나치게 많이 투자된 상태라면 효율적인 관광지라 하기 어렵다. 영화에 빗댄다면 ‘천만 관객’을 유치했다 하더라도 제작비가 수백억원이 들어 수익률이 그리 높지 않다면 효율적인 영화라 하기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의 열쇠 ‘숙박’
이런 점을 반영해 관광산업 연구에서는 지역 방문 관광객수와 숙박업소의 수용 능력 대비 관광객 숙박일수로 효율성을 측정하는 방식을 많이 쓴다. 투입 요소를 관광객 수와 숙박업소의 수용력, 산출물을 숙박일수로 보는 식이다. 많은 관광객이 방문하고 많은 숙박시설이 구비돼 있지만, 그 지역에서 관광객이 숙박을 덜했다면 관광지로서 ‘효율적’이지 않다는 접근인 것이다. 동일한 원료와 생산시설을 쓰는 공장들의 생산량 차이를 비교하는 ‘생산성’ 연구와 매우 흡사한 구조다.
 
특히 관광객의 숙박일수를 관광지 효율성의 척도로 삼은 것에 눈길이 간다. 많은 관광산업 연구에 의하면 지역 관광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관광객이 그 지역에서 숙박까지 하면서 적절한 돈을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분석한다. 네덜란드 에라스뮈스대학의 실비아 카세르타 교수 연구팀은 이런 현상을 경제모형을 통해 증명하기도 했다.
 
예를 들어 한 지역을 관광할 때 숙박비가 다소 비싼 관광 중심지에서 숙박까지 하며 관광하는 것과 그보다는 조금 싼 주변부 도시에서 숙박하며 관광지를 오가는 형태를 선택해야 할 때가 있다. 이 경우 ‘관광 자체’에 더 관심이 높은 관광객은 비용을 더 치르더라도 전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가격’을 더 중시하는 관광객은 관광 시간을 조금 줄이더라도 후자를 선택할 수 있다. 양쪽을 선택하는 관광객들의 관광상품에 대한 지급 의사가 다르다는 이야기다.
 
지속가능한 지역 관광업의 성장 측면에서 보면 후자 형태의 관광객이 많이 늘어나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게 이들의 분석이다. 이유는 이렇다. 관광지에는 고품질·고가의 관광상품과 저품질·저가의 관광상품이 혼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고품질·고가의 상품을 사는 관광객이 줄고 저가를 선호하는 관광객만 늘면 지역 관광업소들은 생존을 위해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택하게 된다. 고품질을 유지하기 위해 기존에 받던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을 받거나, 아예 저품질·저가 상품으로 바꿔버리는 것이다. 숙박업소라면 고급 호텔들의 가격이 이전보다 더 높아지거나 아예 싸구려 호텔로 전환하는 경우가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이렇게 되면 그 지역 관광 중심지에서 숙박할 의사가 있는 고비용 관광객이라 하더라도 품질보다 더 비싼 상품만 있는 관광지는 외면하게 된다. 고비용 관광객이 더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주변에서 숙박하고 당일치기로 관광하려던 저가 관광객은 더 늘어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애초에 관광상품에 대한 지급 의사가 높지 않아, 지역 관광상품 구매에도 소극적이고 구석구석 관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고가 관광상품은 점점 더 살 길을 잃고, 그 지역에는 질 낮은 싸구려 관광상품만 남게 된다. 결국 그 지역의 관광산업이 붕괴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지역의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을 위해서는 그 지역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숙박까지 하는지가 중요한 관건이 된다. 숙박까지 한다는 것은 그 지역에서 기꺼이 비용을 치르며 관광을 즐길 준비가 되어 있다는 신호라는 의미에서다.
 
이탈리아 카타니아대학의 칼로제로 구초 교수와 네덜란드 에라스뮈스대학의 안나 미뇨사 교수 연구팀은 이 기준에 따라 이탈리아의 관광지 21개를 대상으로 각 지역의 ‘관광 효율성’을 측정, 비교하는 연구를 했다. 단순히 관광객 수와 숙박업소를 변수로 활용해 효율성만 추정한 것이 아니라 그 지역의 문화적 참여도에 따른 관계도 살펴보았다.
 
   
지속가능한 관광산업을 위해선 방문객에게 다양한 문화 활동을 제공할 역량이 중요하다. 이탈리아 로마의 콜로세움을 둘러보는 관광객들. EPA 연합뉴스
 
지역 ‘문화적 역량’ 높아야 효율성 증대
이들은 특정 관광지의 효율성이 높다면 그 차이는 지역의 문화적 참여도에서 기인했을 것이란 가설을 세웠다. 여러 형태의 관광지에서 일반적으로 유적지가 많으면 좋은 관광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이탈리아의 경우 유적지가 많아도 관광 효율성이 낮은 지역이 있었고, 유적지가 적어도 효율성이 높은 지역이 있었다. 이들은 그 차이가 지역의 문화적 참여 정도 때문에 발생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문화적 참여도는 지역인들이 얼마나 많이 문화행사에 참여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오페라나 연극 같은 문화행사를 관람하는 횟수, 가계가 문화 활동에 지출하는 비용, 박물관 방문 횟수 등으로 측정한다. 어떤 지역의 문화적 참여도가 높다는 것은 다양한 문화행사가 열리고 지역민의 관심도 매우 높아 지역의 ‘문화적 역량’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관광객 역시 여러 종류가 있다. 평소 박물관이나 음악회 등에 가지 않지만 관광지에 갔을 때 지나치기 서운해 박물관을 맛보기 정도로 이용하는 관광객도 있다. 이들은 시간이 부족하다면 기꺼이 박물관 정도는 건너뛸 수 있다. 반면 특정 지역에 있는 박물관이나 오페라, 영화제 등에 가기 위해 그 지역을 찾는 관광객도 있다. 지역에서 시간과 비용을 더 많이 치를 용의가 있는 관광객은 단연 후자다. 그래서 지역의 문화적 역량에 따라 유치하는 관광객도 다를 것이라고 보았다.
 
분석 결과, 이탈리아의 경우 주민의 문화적 참여도가 높은 지역일수록 관광객 수, 숙박시설 대비 숙박일수가 높았다. 한국 사람이 많이 가는 유적지 중심의 이탈리아 중부나 자연 경관 중심의 남부보다 북부에 관광 효율성이 높은 지역이 많았다. 비교적 소득이 높은 이 지역들이 소득 대비 문화적 참여도가 높았고, 관광객을 더 오랫동안 붙잡아두고 있다는 이야기다. 유럽 사람들은 한 지역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휴가를 보내는 일이 많은데, 당일치기 관광객이 붐비는 중남부보다 북부 지역에서 그런 경우가 많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최근 지방자치단체마다 지역의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연구들의 시사점이라면 당일치기 관광객보다 그 지역에서 며칠 숙박할 용의가 있는 관광객을 늘려야 지역 관광산업을 더 지속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관광지에서 다양한 문화 활동을 즐길 수 있도록 지역의 문화적 역량을 높여야 한다. 한 번 가봐서 더 갈 이유가 없는 곳이 아니라, 계속 가도 또 가고 싶은 곳이 돼야 지역의 관광산업이 꾸준히 성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 김윤지 연구위원은 한겨레신문사에서 발행한 경제주간지 <Dot21> <Economy21>에서 산업부·경제부 기자를 했고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대기업 종속성과 관련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서 정보기술(IT) 산업, 문화콘텐츠 산업, 중소기업 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연재를 통해 문화산업을 경제학의 관점에서 새롭게 분석하고 접근해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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