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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cm 이내 도로 장애물도 잡아낸다
[프로스트앤드설리번의 세계시장 동향] 자율주행차 시대의 필수 기술 ‘정밀지도’
[91호] 2017년 11월 01일 (수) 배순한 soonhan.bae@frost.com
정밀지도는 자율주행자동차 구현의 핵심이다. 몇cm 이내 도로 상황까지 감지해 자율주행차의 안전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밀지도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쟁도 치열하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밀지도는 구글·애플 등 정보기술(IT) 업계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제는 완성차 업체도 관련 기술 개발에 힘을 쏟는다. BMW·벤츠·아우디로 구성된 독일의 자동차 기업 컨소시엄이 세계적 정밀지도 업체 ‘히어’를 인수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자동차 기업들과 현대자동차그룹도 정밀지도를 차세대 주요 사업으로 인식해 관련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배순한 프로스트앤드설리번 연구원
 
   
정밀지도 서비스는 구글·애플 등 정보기술(IT) 업계가 선도했지만 이젠 자동차 업체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 애플리케이션의 ‘길안내’ 서비스. REUTERS
 
‘너는 내 손바닥 안이야, 내 손 안에 있어’라는 말은 누군가를 속박한다는 뜻이다. 누군가의 자유와 운신의 폭을 ‘손바닥’이라는 작은 공간에 한정해버린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사람들은 손바닥 안에서 무한한 자유와 편익을 누릴 수 있다. 사람들이 손에 쥔 스마트폰을 비롯해 다양한 모바일 기기가 제공하는 공간 정보와 이를 활용한 서비스 때문이다.
 
국내외 유수의 정보기술(IT) 업체들은 공간 정보, 즉 지도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길안내, 교통정보, 친구찾기, 위치 기반 광고, 온·오프라인 연계(O2O) 등 위치 기반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차량공유 서비스 우버와 숙박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 등도 지도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서비스 모델이다. 자율주행자동차에서도 지도 데이터가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다. 이런 서비스를 구현하려면 3차원(3D) 또는 정밀지도 데이터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지도 데이터를 둘러싼 글로벌 업체들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구글은 디지털 3D 지도인 ‘구글 어스’(Google Earth)를 12년 전에 선보였다. 이후 2007년 항공사진 촬영 기업인 ‘이미지 아메리카’를 인수해 실제 거리 사진을 제공하는 ‘거리뷰’(Street view)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3년에는 이스라엘의 위성항법장치(GPS) 기반 소셜내비게이션 업체 웨이즈를 인수해 버스, 지하철 및 자전거도로 등 대중 교통 관련 서비스를 강화했다. 애플도 지도 관련 서비스 개발 업체를 인수하거나 지분을 투자하고 있다. 2013년 대중교통 정보 서비스 업체 홉스톱과 대중교통 애플리케이션(앱) 엠바크, 지도 제작 업체 브로드맵을 잇따라 인수했다. 2016년에는 중국 내 차량공유 서비스인 디디추싱에 10억달러(약 1조1300억원)를 투자했고, GPS 기업 코히어런트를 사들였다.
 
최근 구글지도 기반으로 가장 큰 성공을 한 우버도 자체 지도 제작에 5억달러를 투자했으며, 구글 어스를 개발한 브라이언 매클렌던을 영입했다. 우버는 현재 미국과 멕시코에서 지도정보 수집 차량도 운영하고 있다. 사실상 구글로부터 독립을 선언하고 경쟁 의지를 다지는 것이다.
 
완성차 업체들의 지도 데이터 구축
지도 역량 확보는 인터넷, 정보통신 기업들만의 이슈가 아니다. 기존 완성차 업체들도 지도 데이터 기반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더 나아가 정밀지도 기술력 확보를 위해 관련 업체 인수·합병에 열을 올리고 있다. BMW·벤츠(다임러)·아우디 등 독일 자동차 업체 컨소시엄이 지도 전문 제작사 ‘히어’(HERE)를 인수했고, 앞으로 구글이나 애플의 지도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고 독자적인 지도를 개발할 계획이다. 일본도 6개 내비게이션 업체와 9개 완성차 업체가 공동 지분 참여로 지도 서비스 업체 DMP(Dynamic Map Planning)를 설립해 정밀지도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SK텔레콤, KT, 네이버, 카카오 등 정보통신·인터넷 분야의 주요 사업자들이 지도 데이터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지도 데이터가 단순히 위치 확인이나 차량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넘어 부동산, 음식 배달, 퀵서비스, 게임, 차량 임대, 숙박 등 다양한 인터넷·모바일 서비스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부가 구글의 국내 축척 5천분의 1 지도 반출 요구를 불허하면서 국내 기업들은 지도 데이터를 더 정밀하게 업그레이드할 시간을 벌었다. 다른 한편으로, 자사 지도 데이터를 무료 공개해 세 확산과 국내 지도시장 장악 경쟁에 나섰다.
 
국내 완성차 업계도 지도 데이터를 활용한 서비스에 관심이 높다. 현대자동차는 2017년 7월부터 경기도 화성 남양연구소 내에서 자율주행차를 운행 중이며, 여기엔 현대차가 개발한 초정밀 지도 데이터가 활용됐다. 현대자동차그룹에서 지도 서비스를 맡는 현대엠엔소프트는 2011년 국내 최초로 초정밀 지도 시스템을 구축했다. 현대엠엔소프트는 레이저, 레이더, 카메라 센서 등을 탑재한 MMS(Mobile Mapping System) 차량으로 왕복 2차선 국도 이상 대부분의 전국 도로 데이터를 구축했다. 현재 7~10m 수준인 내비게이션 오차 범위를 10~20cm 이내로 줄였다.
 
지도 확보 및 지도 데이터의 주도권 경쟁은 곧 닥쳐올 미래를 준비하려는 기업들의 숨은 의도를 담고 있다. 과거에 지도 데이터는 이렇다 할 소득이 없는 비용 요소로 치부됐다. 지도 데이터를 확보하려면 국토지리정보원에서 기본 지도를 가져와 도로·건물·맛집 등 서비스에 맞는 정보를 추가하는 작업을 해야 했고, 초기 구축에만 100억~150억원이 필요한데다 해마다 업그레이드에 최소 20억~30억원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도는 단순히 일방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아니라 데이터를 담아내는 핵심 인프라로 변모했다. 오프라인 대상을 온라인으로 이어주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모바일 환경에서 위치값을 보유한 빅데이터는 기업의 새로운 사업모델이자 수익 창출 요인이다. 앞에서 언급한 각종 모바일 기반 플랫폼 서비스는 정밀지도가 없으면 경쟁력을 갖출 수 없다. 자율주행차 구현에서도 ‘차량이 읽을 수 있는’ 정밀지도가 필수다.
 
따라서 인터넷, 정보통신, 완성차 업체들의 지도 서비스에 대한 투자는 결국 정밀지도 구축이 핵심이다. 구글과 애플이 지도 관련 기술 역량 확보에 열심인 것도 자율주행차 등 미래형 자동차 시대에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독일 자동차 업체들의 히어 인수는 공동 지도 플랫폼 확보로 구글과 애플에 대항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자율주행에 필요한 막대한 정밀지도 개발 비용을 공동 부담해 이른 시일 내 상용화하겠다는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 부회장이 2017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글로벌 기자회견에서 자율주행차 중심의 현대차 미래 비전을 밝히고 있다. 현대차는 자율주행차 구현의 핵심 기술인 정밀지도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연합뉴스
 
세계적 정밀지도 선도 기업 ‘히어’
정밀지도는 자율주행차의 통제권 확보와 안정적 운행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차량의 카메라, 통신, 센서가 오작동을 일으켰을 때 유일한 대안이다. 이 때 정밀지도는 제3의 센서 구실을 한다. 구체적으로 자율주행차에 장착되는 지도는 크게 세 가지다. GPS와 카메라로 제작한 내비게이션 항법지도, MMS 기반 첨단 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지도, 고해상도(HD) 맵으로 불리는 정밀도로지도가 있다.
 
내비게이션 지도는 수십m 반경 내에서 정확도를 제공하며, ADAS 지도는 여기에 도로 경사와 곡률 정보를 제공해 운전자에게 감속과 가속 구간 정보를 알려줄 수 있다. 정밀도로지도는 25cm 반경을 인지해 차량이 1차선에 있는지, 2차선에 있는지 구분해준다.
 
정밀지도 제작은 MMS를 이용한 측량, 3차원 데이터 수집, 데이터 보정, 정위치 편집 및 구조화 순으로 만들어진다. MMS 차량은 GPS와 라이다(Lidar·빛을 활용해 거리를 측정하거나 물체를 감지하는 기술 -편집자), 관성항법시스템(INS·Inertial Navigation System), 카메라를 갖췄다. 차량에 부착된 GPS는 1~30초 간격으로 신호를 받고 GPS가 잡히지 않을 때는 INS로 위치 정보를 식별한다. 이렇게 구성된 데이터는 지도로 가공된다.
 
그러나 MMS를 통해 얻는 것은 자료(Data)이지 정보(Information)가 아니다. 따라서 수집 뒤 도로경계선, 정지선, 터널, 교량, 지하도로, 안전 표시, 노면 표시, 신호 등을 위성사진 등을 통해 가공하는 후처리 작업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이 때문에 정밀지도 구축은 기술력과 자본력이 모두 필요한 작업이다.
 
현재까지 정밀지도 제작 분야는 세계적으로 히어가 선도하고 있다. 히어는 북미와 유럽에서 생산되는 차량의 80%에 정밀지도를 공급한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3차원 지도를 제작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가장 앞선다고 평가받는 구글 역시 정밀지도 제작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에선 국토지리정보원에서 2015년부터 지도를 제작해 공개해왔고, 2017년 4월까지 총 9개 구간 471km의 정밀지도를 구축했다. 민간기업 중에선 MMS를 갖추고 정밀지도를 구축한 현대엠엔소프트가 유일하다. 국내의 경우 당장 수익이 나지 않는 정밀지도 구축 사업에 거액을 투자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통신 3사를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만 해도 현재 지도 데이터를 활용한 O2O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정밀지도 국제 표준화와 기술 동향 연구 분야에서 뒤처져 있다.
 
모든 기기가 연결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선 이전에 생각지도 못한 것이 지도에 표시될 것이다. 그리고 지도에 기반을 둔 혁신 서비스가 끊임없이 쏟아져나올 것이다. 자율주행차는 현재까지 가장 가시화된 서비스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이후 다가올 혁신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정밀지도 확보 노력은 지속돼야 한다.
 

* 프로스트앤드설리번(Frost & Sullivan)은 고객 성장의 가속화를 위해 협력하는 ‘성장 파트너’로서 팀 리서치(TEAM Research), 그로스 컨설팅(Growth Consulting), 그로스 팀 멤버십(Growth Team Membership) 프로그램을 통해 고객이 효과적인 성장 전략을 수립·평가·실행할 수 있는 성장 위주의 문화를 창조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또한 50년 이상의 경험을 바탕으로 6대륙 40개 이상 사무소에서 1천여 개 글로벌 기업, 새로운 비즈니스 분야 및 투자계와 협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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