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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 “국민을 잘 먹이면 돼!”
[윤희웅의 선거와 경제] 민주주의와 경제의 상관관계
[91호] 2017년 11월 01일 (수) 윤희웅 waymaker@opinionlive.co.kr
오늘날 민주주의는 전세계의 지배적 정치 시스템이다. 고소득자는 민주주의를 선호하는 경향이 도드라진다. 경제적으로 안정된 사회일수록 깊이 뿌리 내린 민주적 시스템의 변화를 원치 않기 때문이다.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한 사람들의 선호도도 관심이다. 대체로 대의민주제에 긍정적이지만 전문가가 주요 결정을 내리는 테크노크라시를 이상적 시스템으로 보는 구성원도 많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
 
민주주의 시스템은 전세계적으로 확장되지만 다양한 정치 시스템의 나라별 선호도는 차이가 크다. 각국이 처한 정치·경제 상황, 역사와 문화에 따라 편차를 보인다. 민주주의 시스템에서 대의민주제와 직접민주제에 대한 태도도 다르다. 비민주적 정치 시스템이라 할 수 있는 전문가들에 의한 지배를 의미하는 테크노크라시와 강력한 지도자의 출현, 군부 통치에 대한 견해도 다양하게 나타난다.
 
나라별로, 대륙별로 정치 시스템에 대한 국민의 평가가 어떻게 다른지, 그 배경은 무엇인지 점검해보는 일은 민주주의 확산과 민주주의 위기론이 불거지는 상황에서 의미가 있다. 미국 여론연구기관 퓨리서치센터는 2017년 상반기 전세계 38개국을 대상으로 관련 조사를 했다. 조사 대상에는 북미와 유럽, 아시아·태평양, 중동, 아프리카, 남미의 주요 국가가 포함됐다.
 
조사 결과를 보면, 시민이 선출한 대표가 법안을 만드는 대의민주제에 대한 긍정적 평가는 78%로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을 보였다. 선출 대표가 아니라 시민이 직접 주요 국가의 이슈를 투표로 결정하는 직접민주제에 대해서는 66%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부정적 평가는 30%였다. 전문가가 주요 결정을 내리는 테크노크라시에 대해서는 긍정 49%, 부정 46%로 양쪽이 팽팽했다. 의회나 사법부의 관여 없이 강력한 지도자가 주요 결정을 내리는 시스템과 군부 통치에는 각각 부정적 평가가 71%, 73%로 높았다.
 
전반적으로 대의민주제와 직접민주제 등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우호적 평가가 널리 확산됐음을 알 수 있다. 반면 강력한 지도자와 군부 등의 통치에 대해서는 부정적 시선이 대체로 확립돼 있다. 선출 대표가 아니라 전문가에 의한 비민주적 통치에 대해서도 긍정적 시선이 만만치 않음이 눈에 띈다. 정치인 불신과 함께 복잡한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면 능력 있는 전문가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상당히 퍼져 있음을 보여준다.
 
부유한 나라일수록 민주주의 시스템에 우호적인 태도가 강해지는 경향도 발견된다. 스웨덴·독일·네덜란드·캐나다·오스트레일리아·영국 등 국민총소득(GNI)이 높은 나라들은 민주주의 시스템에 긍정하는 흐름이 강한 반면, 나이지리아·탄자니아·세네갈 등 아프리카 국가, 레바논·튀니지 등 중동 국가, 페루·베네수엘라·콜롬비아 같은 남미 국가, 즉 소득이 높지 않은 국가에선 민주주의 시스템의 우호적 평가가 약한 특성이 나타났다. 국민의 소득수준과 민주주의에 대한 태도가 깊은 상관관계에 있고 경제적 성장이 민주주의 확대에 기여한다는 정치·경제 이론이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강력한 리더십 갈망
   
선진국 국민들은 민주주의를 선호하는 한편 강력한 리더십을 가진 지도자를 원한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가 2017년 8월29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 국회의사당 앞에서 요르단 왕을 맞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REUTERS
특이한 흐름도 발견된다. 잘사는 나라에서 민주주의 선호도가 높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고소득 국가에서도 비민주적 정치체제에 대한 관심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프랑스에선 44%가 전문가 통치를 긍정 평가했고, 독일(44%), 영국(42%), 캐나다(41%), 미국(40%), 스웨덴(40%) 등에서도 긍정 평가가 높았다. 한국도 52%가 전문가 지배에 긍정 평가를 내렸다.
 
강력한 지도자의 통치를 긍정 평가하는 고소득 국가도 제법 있었다. 일본은 31%로 상당히 높은 편이 었다. 이탈리아(29%), 영국(26%)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한국도 23%가 강력한 지도자의 통치를 우호적으로 바라봤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나라들에서 4분의 1 가량의 국민이 의회나 사법부의 관여 없이 강력한 지도자가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데 지지를 보낸 것이다.
 
군부 통치의 평가는 어떨까. 프랑스, 미국, 이탈리아에서 모두 17%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한국은 8%에 그쳐 독일(4%)과 함께 가장 낮은 그룹에 속했는데, 오랜 군사정권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절대 수치는 낮지만 강력한 지도자에 의한 통치와 군부 통치 등 비민주적 제도에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응답이 20%가량 나온 것은 주목할 현상이다. ‘주목할 만한 소수’라 할 수 있다.
 
각 나라의 경제 상황을 낙관하는 사람일수록 민주주의 만족도도 큰 경향이 있다. 경제 상황 인식이 정치 인식에도 영향을 주는 것이다. 이런 특성은 선진국과 후진국 모두 동일하게 나타난다. 영국의 경제 낙관층에선 69%가 민주주의에 만족한다고 답했고 비관층에선 31%에 그쳤다. 프랑스에서도 각각 67%와 26%로 격차가 컸다. 독일의 경제 낙관층에선 79%, 비관층에선 48%였다. 캐나다와 베네수엘라, 스웨덴, 요르단 등에서도 격차가 매우 컸다.
 
정부 신뢰도 조사도 했는데, 이 역시 경제 상황 인식과 상관관계를 갖는 것으로 확인됐다. 북미에선 캐나다가 67%였고 유럽에선 네덜란드 71%, 독일 69%, 스웨덴 67% 등으로 신뢰가 높았다. 아시아에선 인도 85%, 인도네시아 83%, 베트남 82%, 필리핀 80%로 조사됐다. 아프리카에선 탄자니아 89%, 가나 70%, 케냐 68% 였다. 남미 국가들에선 정부 신뢰도가 30%를 넘지 못할 정도로 낮았다.
 
전체로 보면 경제성장률이 높은 나라일수록 정부 신뢰도가 높았다. 정부 신뢰도가 높은 편인 탄자니아, 인도,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가나, 케냐, 세네갈 등은 세계은행이 2017년 8월 밝힌 경제성장률이 5~7%로 최고 수준이다. 반면 남미 국가들과 그리스·이탈리아·스페인·프랑스 등 경제성장률이 1%가 되지 않을 정도로 낮은 나라들은 정부 신뢰도가 20% 내외로 매우 낮았다.
 
각국의 경제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사람일수록 정부 신뢰도가 높은 경향도 나타났다. 네덜란드에서 정부 신뢰도는 낙관층에서 78%, 비관층에서 22%로 무려 56%포인트 격차가 났다. 스웨덴에선 각각 75%·22%, 독일 76%·30%, 일본 81%·41%, 캐나다 82%·44%로 현저하게 갈렸다. 경제 상황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정부와 정치에 대한 생각이 영향 받는다는 것이 실증된 셈이다.
 

* 윤희웅은 오피니언라이브(OPINIONLIVE)에서 여론분석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에서 정책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과 민(MIN) 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을 거쳤다. 대중심리의 형성과 표출 과정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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