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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장 풀린 아프리카 거점 시장
[세계는 지금] ‘20년 경제제재 해제’ 수단에 부는 자본의 물결
[91호] 2017년 11월 01일 (수) 임성주 sungju@kotra.or.kr
수단은 중동과 아프리카를 잇는 전략적 요충지다. 아프리카 대륙에 있지만 사회·문화적으로 이슬람권에 속한다. 수단이 최근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 조처로 새로운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수단은 일찌감치 현지 시장에 진출한 옛 대우그룹의 기억 덕분에 한국에 우호적이다. 수단 시장이 안정세에 접어드는 데 다소 시간이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아프리카 진출 거점 시장으로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임성주 KOTRA 수단 카르툼무역관장
 
   
수단은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로 수개월 내에 기업 간 달러화 결제와 해외 금융기관 이용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2017년 10월7일 수단 하르툼의 외환거래소에서 미국 달러를 환전하는 남성. REUTERS
 
미국이 2017년 10월12일로 20년간 이어온 수단에 대한 경제제재를 풀었다. 이란에 이어 중동·아프리카 거점 시장의 문이 하나 더 열린 것이다. 미국은 1997년 테러 지원, 인권유린 등의 이유로 수단에 제재를 취했다. 그 뒤 20년째 무역투자 및 금융거래 금지, 자산동결 같은 경제제재를 해왔는데 2017년 1월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6개월의 관찰 기간을 거쳐 해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임 오바마 대통령과 달리 관찰 기간을 3개월 더 연장했고, 경제제재 해제에 찬반 의견이 팽팽한 상황에서 예정 시점보다 일주일 앞당겨 전격 해제를 발표했다. 경제제재 해제의 배경으로 수단이 분쟁 지역에서 적대 행위를 중단하고 인권 상황을 개선한 것을 꼽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북한 고립과 이란 견제를 겨낭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요청 등 복잡한 요소가 미국의 셈법에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접근이 어려웠던 수단 시장의 빗장이 풀리면서 외국 기업의 관심이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산하 경제분석기관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 자료를 보면, 인구 4천만 명의 수단은 2017년 6월 기준 국내총생산(GDP) 1448억달러로, 아프리카 국가 중에선 경제 대국에 속한다. 수단은 187만km²로 세계 15위의 넓은 국토를 가졌다. 금과 텅스텐, 석유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다. 나일강 유역의 수자원도 넉넉하다.
 
북쪽으로 이집트, 남쪽으로 중앙아프리카 등 7개국과 국경을 맞대고 홍해와도 닿아 있어 중동과 아프리카를 연결하는 전략적 요충지다. 지리적으로 아프리카 대륙에 있지만 종교는 이슬람, 언어는 아랍어인데다 아랍에미리트·두바이·사우디아라비아 등과의 교역에 의존해 전반적으로 중동 국가의 특징이 강하다. 실제 수단은 아프리카연합(AU·53개 아프리카 국가들이 2002년 7월9일 결성한 범아프리카 정부 간 기구 -편집자)과 아랍연맹(AL·아랍권의 평화와 아랍제국의 독립 수호를 목적으로 정치·경제 협력과 분쟁 조정 기능을 하며 회원국은 이집트 등 22개국 -편집자)에 동시 가입된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금융 서비스 재개의 효과
수단과 한국은 서로 낯설지 않은 존재다. 일찍이 대우그룹은 김우중 회장 시절 수단을 중동과 아프리카를 잇는 거점으로 인식해 2억달러(약 2260억원)를 투자하며 대거 진출했다. 사업 분야는 제약·타이어·섬유·피혁 등 제조업부터 호텔·은행 같은 서비스업까지 광범위했다. 수단 사람들은 아직도 한국 기업을 산업화를 앞당겨준 고마운 존재로 인식한다. 지금은 포스코대우·신풍제약이 현지 기업과 설립한 제약 법인과 LG전자, 삼성전자, 현대·기아자동차가 각각 제약, 가전, 휴대전화, 자동차 부문에서 시장점유율 1~2위를 기록하고 있다. 현지에서 케이팝의 인기도 뜨겁다.
 
한국의 경쟁력 있는 주요 수출 품목도 수단 시장 진출에 높은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화장품·축전지·금고·금전출납계 같은 국산 소비재는 저가 중국산 제품과 차별성을 갖고 있어, 적정한 가격에 높은 품질을 요구하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특히 정보기술(IT) 시스템에선 정부 전산의 투명화에 따라 한국산을 선호해 지속적으로 정부 부처와 정부 조달 중개인의 접근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각종 의료용 소모품, 자기공명영상(MRI), 심전계 등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품도 한국 브랜드를 찾는 성향이 크다. 신규 설립할 계획인 병원에 대한 전체 시스템 설비도 수단 현지에서 논의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난 수십 년간의 경제제재로 수단과의 교역은 부진을 면치 못했다. 무엇보다 미국계 은행을 통한 달러화 결제가 불가능했다. 그로 인해 금융 비용과 시간이 과도하게 소요됐다. 외화송금을 재개하려면 양국 관련 부처가 별도의 조처를 취하고 은행 간 결제 시스템을 연결해야 하는데, 짧게는 수주에서 길게는 수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을 통한 외화송금이 단계적으로 재개되면 더 많은 기업이 수출입 비즈니스에 나설 것이 분명하다.
 
현지화 가치 하락세가 진정되는 효과도 크다. 그동안 코트라 카르툼무역관이 지원해온 주요 바이어들이 현지화의 급격한 하락세 지속으로 수입 시기를 미루거나 계약을 체결하고도 대금 결제를 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한국 기업이 곤란해지는 일이 빈번했다.
 
현지 투자 파트너인 거래 당사자가 약속을 불이행해, 투자 초기 행동과 투자 뒤 행동이 크게 다른 것도 한국 기업의 진출 과정에 큰 피해를 끼친 요소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회피해 피해를 주는가 하면, 사업이 안정화했을 때 전체 지분을 독식하려 사소한 트집을 잡기도 한다. 또 많은 지역이 열악한 환경이어서 내수 시장이 하르툼 지역 위주로 작고, 행정절차가 복잡하고 느리다는 부정적 이미지도 교역 부진의 원인이다.
 
달러 대비 수단파운드의 암시장 환율은 1달러당 2015년 10파운드, 2016년 15파운드에서 2017년 9월 22파운드까지 치솟았다. 경제제재가 해제될 무렵 환율이 반등해 10월8일 18파운드까지 떨어졌다가 10월10일 곧바로 다시 20파운드를 회복했다. 수입 물량이 늘고 수입 가격이 하락하면 소비자물가가 내려 구매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중·장기적으로는 외국인 투자 유치, 인프라 프로젝트 확대로 수단 경기 전체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가 크다.
 
경제제재 해제 직후 코트라 카르툼무역관이 진행한 인터뷰에서 주요 바이어들도 은행의 직접 송금 재개와 금융비용 절감을 최대 이점으로 꼽고 수출입이 늘 거라는 기대를 표했다. 그러면서 내부 대응 전략 수립에 나섰고 과거 거래처에 다시 접촉하는 한편, 할인 프로모션 등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경제제재로 시장에 들어오지 못한 특수의약품, 기계장치 등 일부 제품의 기술 도입에 나서겠다는 바이어들도 있다.
 
   
수단 북쪽 다르푸르주 알파셔에 있는 아보슈크 캠프에서 라마단 기간 중 판매할 고기를 숯불에 굽는 노점상. 수단은 수자원과 광물이 풍부하다. REUTERS
 
낙관론과 신중론 교차
수단 시장을 아는 기업인들 사이에선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수출 확대나 외국인 투자 유치는 경제제재 여부보다 국가 전체의 산업화나 인프라 발달 정도, 시장 체질에 좌우되는 측면이 크다. 수단은 산업화, 인프라, 시장 여건이 취약한 상태여서 무역투자에 미치는 효과가 더디고 제한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수단의 외환보유액이 2016년 기준 2억달러에 불과해, 수입에 필요한 달러 수요가 몰리면 중·장기적으로 현지화 가치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실제 경제제재 해제 발표 직후 달러 대비 수단파운드의 시장 환율이 떨어졌다가 다시 오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직 테러지원국에서 해제되지 못한 탓에 국제부흥개발은행(IBRD)의 자금 공여와 부채 탕감 제약이 유지되는 점, 수단의 복잡한 세무 구조와 높은 관세, 금융비용에 대한 우려도 수단 시장 진출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하는 근거다. 게다가 수단은 2011년 남수단이 독립하면서 유전지대의 75%를 잃었다. 수출의 95%를 차지하던 석유산업은 저유가로 침체에 빠졌다. 이 밖에 외환 부족, 자국 화폐가치 급락, 물가 급등 등 총체적 어려움을 겪었다.
 
제재 해제의 효과가 곧바로 나타나지 않는 것은 이란 사례에서도 확인된다. 이란은 2016년 1월 국제사회의 제재가 풀린 뒤 원유 생산은 늘었으나, 외국인 투자 유치나 수출입 확대 등이 경제 전반에 끼친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6년 한국의 이란 수출은 전년 대비 오히려 0.4% 줄어들었다가, 2017년 9월 누계 기준으로 22% 증가를 기록했다. 물론 이란과 수단은 경제 규모, 경제 제재·해제의 주체와 범위, 미국과의 관계에서 차이가 있기 때문에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이처럼 경제제재 해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낙관론자는 외화송금 재개, 수출입 확대, 외국인 투자 유치, 인프라 프로젝트 활성화,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환율·물가 안정을 기대한다. 반면 신중론자는 미흡한 산업화, 인프라 부족 등에 따른 무역투자 확대 효과 미비, 외화 수요 증가에 따른 현지화 가치의 추가 하락 가능성, 복잡하고 불투명한 사업 환경, 미국의 테러지원국 지정 유지 등에 초점을 둔다.
 
하지만 수단 국민의 20년간 숙원이던 미국의 경제제재 해제는 경제·사회 전반에 변화를 가져올 계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한국 기업은 바이어와 경쟁사의 움직임을 주시하고 환율·물가 동향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일부 바이어들이 언급한 것처럼 경제제재 해제로 외국 경쟁사들의 수단 시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다. 향후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신중하되 발 빠른 시장 선점 전략 구사가 필요하다.
 
*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와 함께 세계 각국의 최신 경제 흐름과 산업 동향을 소개한다. KOTRA는 전세계 83개국에 121개의 해외 무역관을 보유한 ‘대한민국 무역투자 정보의 메카’로 생생한 해외 정보를 수집·전달하는 것은 물론 국내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돕는 안내자 역할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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