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커버스토리 > 2017년
     
벼랑 끝 방치된 고단한 인생
[Cover Story] 중산층 대 부유층: 중산층 가계부 리포트- ① 한부모 가정
[90호] 2017년 10월 01일 (일) 마이크 그로세카퇴퍼 economyinsight@hani.co.kr
우리가 흔히 중산층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중산층의 정의는 무엇일까? 중산층은 비슷한 삶의 방정식을 풀며 살아가고 있을까? 중산층은 어떤 고민을 안고 살아갈까? 사실 중산층의 개념은 모호하다. 전세계적으로 통일된 기준은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중위소득 50~150%를 중산층으로 분류하지만 같은 중산층이라 하더라도 나이와 가족 구성, 직종, 근무형태 등에 따라 삶은 각양각색이다. <슈피겔>이 한부모 가정과 부모-자녀 5인 가정, 독신 가정의 가계부를 입수해 그들의 삶을 들여다봤다. _편집자
 
새벽 6시부터 밤 10시까지 일하고도 한 달 잔고는 0원… 노후 재테크는 꿈도 못 꿔
 
2012년 남편과 이혼한 레네크 르에리트는 5년째 세 자녀를 키우며 한부모 가정을 꾸려가고 있다. 르에리트는 매일 아침 사고가 없길 바란다. 예기치 않은 지출이 발생하면 그녀의 삶은 파탄날 수 있다. 그녀의 하루는 ‘연명한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삶은 팍팍하고 노후는 불안하다.
 
마이크 그로세카퇴퍼 Maik Großekathöfer <슈피겔> 기자
 
   
한부모 가정의 생계 책임자는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는 기분이다. 자칫 예산 범위에 없는 지출이 발생하면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유모차를 끌고 제방을 지나가는 여성. REUTERS
 
그들은 완전히 위도, 완전히 아래도 아니지만 강하다. 그들은 다수의 힘을 가졌다. 독일인 약 4천만 명이 이 그룹에 속한다. 그들은 교사, 집배원, 의사, 가구제작자, 재무 공무원, 미장이다. 그들 모두 중산층이다.
 
중산층, 이들은 당신과 나 같은 사람이다. 매일 출근하고, 세금을 내며, 스스로 알아서 잘 사는 사람들. 선거철이 아니면 그리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갑자기 총리 도전자 마르틴 슐츠가 나타나 “열심히 일하는 중산층의 지지를 얻기 위해 싸우고 싶다”고 했다. 그다음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이른바 ‘중간 다수층’에게 총 150억유로(약 20조3800억원)의 세금 감면을 약속했다.
 
독일 중산층은 어디에서 시작하고 어디에서 끝나는가? 경제학자들은 다양한 답변을 내놓았다. 중산층은 경제력을 기준으로 정의된다. 독일 연방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최소 미성년 자녀 1명이 있는 독일 가정의 월평균 소득은 세후 4713유로(약 640만원), 독신 가정은 1953유로(약 265만원), 한부모 가정은 2235유로(약 303만원)다.
 
소수의 고소득자가 평균값을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에 다수 경제학자들은 중위소득을 더 의미 있는 척도로 여긴다. 이는 전체 가구를 소득 기준으로 줄 세웠을 때 중간에 위치한 가구의 소득을 말한다. 가장 최근에 측정한 독신 가정의 중위소득은 1760유로(약 239만원), 4인 가족은 3690유로(약 501만원)였다. 쾰른독일경제연구소는 월소득이 이 합계의 80~150%에 해당하는 모든 가정을 좁은 의미의 중산층으로 간주한다. 즉, 독신자는 매달 세후 1410~2640유로(약 191만~359만원), 4인 가족은 2950~5540유로(약 401만~753만원)의 소득이 있으면 전통적인 중산층에 속한다.
 
최근 몇 년간 전체 인구 중 중산층 비율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1991년에는 2가구 중 1가구가 중산층에 속했고, 2002년에는 52%, 2014년에는 약 48%의 독일인이 연금, 실업보험 및 의료보험, 그리고 세금 부담을 지는 주요 계층이었다.
 
중산층의 삶은 어떠한가? 바덴뷔르템베르크에서 세 자녀를 혼자 키우는 엄마는 자신을 위해 돈을 얼마나 쓸 수 있는가? 바이에른에서 가족은 어떤 꿈을 실현할 수 있는가? 함부르크에서 평균소득을 올리는 독신자는 어떻게 사는가? 돈을 모으는 것이 가능하다면 이들은 어떻게 저축하는가? 그리고 어떤 걱정과 소망이 있는가?
 
<슈피겔>은 세 가구의 가계부를 들여다봤다. 대변(貸邊)에는 어떤 수입이, 차변(借邊)에는 어떤 지출이 기입됐고, 한 달 뒤 얼마가 남았는가?
 
- 한부모 가정 -
레네크 르에리트(52)는 자녀 빌랄, 마디나, 알리야가 학교에 가져갈 샌드위치를 만들기 위해 매일 아침 6시30분에 일어난다. 그녀는 눈을 뜨자마자 기도한다. ‘주님, 제발 오늘도 잘 지내게 해주세요. 자동차가 고장 나지 않고, 딸아이들의 신발이 망가지지 않게 해주세요. 그리고 내가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그녀는 “만일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레네크 르에리트는 자녀들과 함께 라우펜암네카의 한 연립주택에 세들어 산다. 프랑스 출신으로 현재 싱글맘이다. 2012년 결혼 12년 만에 남편과 헤어진 뒤 그녀의 삶은 포기로 점철돼 있다.
 
거실 소파, 책장, 의자 등 모든 가구는 이베이나 벼룩시장에서 중고로 구입했다. 입고 있는 블라우스는 다른 옷과 마찬가지로 중고품 가게에서 샀다. 스카프는 친구의 선물이다. 이례적으로 H&M에서 바지 두 벌을 50유로(약 6만8천원)에 샀는데, 큰딸이 “엄마는 자신만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3년 동안 단 한 번 떠난 휴가 여행은 프랑스 마르세유에 사는 친구 집에서 머문 일주일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공연을 보러 가지 않고, 기껏해야 1년에 세 번꼴로 영화관에 간다. 입장권 값이 너무 비싸고 그 돈을 더 시급한 일에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집전화도 없고 인터넷도 연결되지 않았으며, 책임보험도 들지 않았다.
 
8살, 12살, 14살 자녀에게 용돈을 줄 수도 없다. 아이들은 온라인 동영상 넷플릭스를 시청하지도, 온라인 음악 스포티파이를 듣지도 못한다. 탁자 위에는 마이클 잭슨의 히트곡이 실린 오래된 CD가 놓여 있다. 아이들이 원하는 브랜드 운동화는 크리스마스에나, 그것도 친척이 돈을 찔러주는 경우에만 선물로 사줄 수 있다.
 
르에리트는 대학에서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영어를 전공했다. 다른 많은 싱글맘과 마찬가지로 고학력자이지만 생활비를 벌기 위해 여러 곳에서 일한다. 그녀는 필기구 제조업체 바이어&슈나이더에서 시간제로 일한다. 일주일에 21시간 번역을 하고, 제품 데이터베이스를 관리한다. 이외에 하일브론대학에서 프랑스어 시간강사로 일한다.
 
독일에서 한부모 가정 중 중산층 비율은 3분의 1 정도다. 비슷한 수의 가구가 하르츠IV(실업수당)에 의존해 생계를 유지한다. 르에리트는 비교적 사정이 좋은 편이다. 그녀는 한 달에 세금을 제하고 총 1843유로(약 250만원)를 번다. 여기에 아동수당과 양육비를 더하면 2725유로(약 370만원)가 된다. 한 달 결산을 하면, 200유로(약27만원) 정도 남을 때도 있고 한 푼도 남지 않을 때도 있다. 어떤 달은 적자다. 자산 형성은 불가능하다.
 
그녀는 재미로 쇼핑하는 것이 어떤 건지 모른다. 유일한 사치는 두 딸의 무용과 음악 강습이다. 알리야는 플루트, 마디나는 트럼펫을 연주한다. “아이들한테 ‘한번 해봐, 가르친 보람을 느끼게 엄마 앞에서 연주해봐’라고 말해요.”
 
아들 빌랄은 월요일 방과 후 탁아소에 간다. 그녀는 일주일에 단 하루 오후 5시까지 사무실에 머물 수 있다. 나흘은 추가로 대학에서 강의를 한다. 6년 전부터는 비정규직으로 경제학과 학생들에게 프랑스어 강습을 한다. 계약은 매 학기 갱신된다. “갑자기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어요. 그게 제일 걱정이에요. 나는 오십이 넘었어요. 일자리를 잃으면 누가 다시 나를 고용할지 모르겠어요.”
 
르에리트는 투자한 돈도, 이자 수익도 없다. 그녀에게 있는 것은 대출뿐이다. 5년 전 계좌와 신용카드 한도가 차는 바람에 6천유로(약 816만원)를 대출했다. 당시 새 노트북컴퓨터와 자동차가 시급하게 필요했다. 중고 도요타 카롤라를 구입했다. “내가 가진 유일한 자산이 자동차”라고 말하지만 자동차를 온전히 소유한 것도 아니다. 남은 할부금이 1500유로(약 204만원)다.
 
   
▲ 그림을 누르면 새창에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전남편이 매월 지급하는 양육비는 565유로(약 76만원)지만 전부 받은 적은 드물다. 500유로(약 68만원), 300유로(약 40만원)를 받은 적도 많고, 400유로(약 54만원)를 받은 때도 있다. 양육비 때문에 전남편의 재산 압류 신청을 해야 하는 경우엔 소송 및 절차 비용 보조금을 받는다. “양육비가 완전히 끊기면 매우 어려워질 거예요.”
 
식사 재료는 매번 스파게티, 쌀, 감자다. 저렴하고 배부르게 해주는 식재료다. 그녀는 저가 할인마트 레베에서 식료품을 사고, 빵집에서는 전날 팔고 남은 빵을 싸게 구입할 수 있는지 물어본다. 외식은 하지 않는다.
 
집세 보조금은 받지 못하고, 자동차보험료는 사고 뒤 거의 두배 올랐고, 매달 90유로(약 12만원)의 세금을 선납해야 한다. “부부는 분할과세 혜택을 받지만 한부모는 혜택이 없어요.” 그녀는 국가가 자신을 방치한다고 느낀다.
 
르에리트는 자녀를 키우는 엄마로서 사회적 기여를 더 높이 평가받기 원한다. 한부모 가정에 일반 가정보다 더 많은 아동수당을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출근하기 전 그녀는 아이들을 정시에 등교시키고, 퇴근 뒤 숙제 검사, 생필품 구입, 세탁, 가계부 정리를 한다. 저녁시간에는 대학 수업 준비를 하고 시험 채점을 한다. 자신을 위한 시간은 밤 10시나 돼야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나중에 연금으로 700유로(약 95만원)밖에 받지 못해요.”
 
노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것이 르에리트의 가장 큰 걱정거리다. 그녀는 노후 빈곤을 두려워한다. “최악의 상황을 각오하고 있어요.”
 
ⓒ Der Spiegel 2017년 31호
Was am Ende übrig bleibt
번역 황수경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마이크 그로세카퇴퍼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