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커버스토리 > 2017년
     
‘무자식 상팔자’ 브라보, 싱글 라이프!
[Cover Story] 중산층 대 부유층: 중산층 가계부 리포트- ② 부부-자녀 가정과 독신 가정
[90호] 2017년 10월 01일 (일) 마이크 그로세카퇴퍼 economyinsight@hani.co.kr
자녀 양육 비용에 허리 휘는 중산층... 독신자는 작은 사치 누리며 ‘한 번뿐인’(YOLO) 삶 만끽
 
같은 삶의 범주로 묶이지만 중산층의 삶은 천차만별이다. 질케 벤트와 한스페터 피에츠 부부의 한 달 총소득은 700만원이 넘지만 세 자녀 양육비에 주택담보대출 상환, 각종 세금 납부 등을 정리하면 생활이 빠듯하다. 노후 생활까지 생각하면 벌써 머리가 아프다. 반면 일찌감치 독신 생활을 선택한 슈테판 슐체는 소득 대부분을 자신에게 투자하며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 어떤 상황이 닥쳐도 혼자라서 부담할 수 있을 정도다.
 
마이크 그로세카퇴퍼 Maik Großekathöfer <슈피겔> 기자
 
   
자녀를 둔 부부가 요즘 가장 부담스럽게 느끼는 것은 무엇보다 자녀 교육이다.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스페인의 한 가정. REUTERS
 
- 부부-자녀 가정 -
독일 아우크스부르크에서 남쪽으로 20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오베로트마르스하우젠 마을의 쾨니히스브루너 거리에 문화재로 지정된 집이 한 채 있다. 1715년 건축된 이 주택은 돌출창과 녹색 덧창이 설치됐고, 2층 천장에는 서까래가 그대로 노출돼 있다. 3년 전부터 이 집에 질케 벤트(42)와 한스페터 피에츠(54) 부부가 세 자녀와 함께 산다. 독일에서 미성년 자녀를 둔 810만 가구 중 하나다. 그중 절반이 중산층으로 간주된다.
 
아우크스부르크대학에서 공공서비스 직원으로 근무하는 피에츠는 임금등급 E1~15 중 E14다. 벤트는 일주일에 30시간을 산업로봇 제조업체 ‘쿠카’에서 마케팅 책임자로 일한다. 이 가구의 한 달 총수입은 세후 5484유로(약 746만원)로, 좁은 의미의 중간층에서 상위권에 속한다.
 
퇴근 뒤 두 사람은 바로 지금처럼 정원에 앉아 ‘우리 잘살고 있네’라고 생각하는 일이 많다. 바비큐 그릴에서 숯이 달궈지는 동안 피에츠가 말했다. “현재 우리가 고소득자는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볼 때 특권층에 속할 것이다.”
 
시골로 이주하기 전 이 가족은 아우크스부르크의 98m2 아파트에서 살았다. 직장과 가까웠지만 자녀들이 성장하자 집이 좁아졌다. 도시에서는 넓은 주택을 구입할 수 없었다. “자가든 월세든 주택 가격이 미친 듯 올랐다”고 피에츠가 말했다.
 
두 사람은 20만유로(약 2억7천만원)를 대출받았다. 원금상환과 대출이자로 매달 850유로(약 115만원)를 지출한다. 집은 노후 보장 수단이자 투자다. 피에츠는 “만일 우리 중 한 명이라도 직장을 잃으면 엄청나게 절약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골로 이사하는 바람에 자동차를 한 대 더 구입했다. 피에츠의 직장까지 15분, 벤트는 10분 더 소요된다. 두 사람이 사용하는 포드패밀리밴과 소형차에 매달 주유비로 648유로(약 88만원)가 든다.
 
가장 돈이 많이 드는 건 자녀 양육이다. 통계로 보면 식사, 옷, 어린이집, 교과서, 스마트폰까지 6~12살 아이 한 명에게 드는 비용은 월 600유로(약 81만원) 이상이다. 루시는 체조와 피아노 교습을 받고, 라세는 테니스를 한다. 4학년과 6학년인 두 아이는 일주일에 각각 4유로(약 5500원), 6유로(약 8100원)를 용돈으로 받는다. 학교의 전일돌봄 비용을 제하면 아동수당에서 남는 돈이 거의 없다.
 
부모는 매달 별도로 만든 교육예비금 계좌에 280유로(약 38만원)를 이체한다. 운전면허, 직업교육, 대학 학비를 준비하기 위해서다. 루시는 휴대전화가 있고, 라세는 새 낚싯바늘이 필요하다.
 
두 아이를 키우는 부모는 아이들이 성년이 될 때까지 무자녀 가정보다 소득이 적다. 노동시간이 더 적기 때문이다. 바이에른소비자센터의 발표에 따르면 그 차이가 약 17만5천유로(약 2억3800만원)라고 한다.
 
이 가정의 경우, 다른 주요 지출 항목은 주거 부대비용이다. 가족의 한 달 가스·전기 사용료가 347유로(약 47만원)다.
 
   
▲ 그림을 누르면 새창에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부부 분할과세는 독일 조세정책의 특수한 제도다. 부부 두 사람의 임금 수준이 크게 차이 나는 경우 혜택을 받는다. 독일인 약 1300만 명이 혜택을 받지만 벤트와 피에츠는 아니다. 두 사람은 결혼하지 않았다. 그것은 의도적인 결정이었다. 그 이유 중에는 역설적이지만 경제적 요인도 있다. 피에츠는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했다. 결혼해 자녀가 있으면 이들도 민영의료보험에 가입해야 한다. 많은 비용이 든다.
 
피에츠는 세금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그의 세전 임금은 벤트의 거의 두 배지만 세후 임금은 불과 100유로(약 13만원) 많다. “나는 가장 높은 세율이 매겨지는 부류에 속한다.” 피에츠는 자신이 제2의 교육과정을 통해 대학입학자격시험을 보고 대학을 졸업했기 때문에 벌금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업학교 졸업 뒤 피에츠는 전기기술자 직업교육을 받았다. 그 뒤 세금 징수관 양성 과정을 수료하고, 24살에 중급직 공무원이 됐다. 하지만 헤센의 학력인증학교에서 대학입학자격시험 과정에 다니기 위해 사직했다. “세금 징수관으로 계속 일했으면 지금 가진 돈이 훨씬 많았을 거예요.”
 
피에츠는 “직업 경력이 이대로 계속되면 소득에 구멍이 생긴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이 커서 출가하면 이 구멍을 메우기 위해 집을 팔 수도 있다. 벤트는 “매달 100유로를 개인연금에 넣지만 큰 도움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가족은 자신들이 궁색하게 살지 않는다고 여긴다. 휴가 때 폴란드 코워브제크로 여행 가는 일이 많다. 벤트의 어머니가 그곳에 집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여름에는 이탈리아 사르데냐 해변에 갔다. 여행비는 3500유로(약 476만원)가 들었다. 2017년 6월 성령강림절 휴가에는 일주일간 영국 런던에 머물렀다. 가족은 한밤중 런던에 도착하는 저가항공편을 이용했다. 숙소는 에어비앤비를 통해 예약했다. 도시 외곽에 위치한 숙소의 비용은 4인 가족이 하룻밤 묵는 데 40파운드(약 5만9천원)였다.
 
기본 식료품은 할인매장에서 구입하고, 다른 생필품들은 레베 또는 카우프란트 같은 대형마트에서 구입한다. 저녁 식사는 직접 요리하는 경우가 많다. 집에서 만든 슈페츨레(수제비와 국수의 중간쯤 되는 면요리 -편집자)와 통조림 비엔나소시지를 넣은 완두콩스튜가 식탁에 자주 오른다. 한 달에 두 번 정도 외식을 한다. 한 달 결산을 하면 140유로(약 18만원)가 남는다. “700유로(약 95만원)를 남기는 것도 어렵지 않다”고 피에츠는 말했다.
 
가족이 절약해야 할 저축 목표는 없지만, 자기 소유 하천의 어업권, 캠핑카, 반려견 2마리, 가사도우미 등 언젠가 이루고 싶은 희망사항은 있다. 피에츠가 말했다. “지금이 만족스럽습니다. 현재 삶의 수준을 유지하려면 두 사람 모두 일해야 해요. 지금 가진 정도가 딱 알맞습니다.”
 
- 독신 가정 -
슈테판 슐체(31)의 원룸 아파트 서랍장 옆에 그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가져온 디저리두(오스트레일리아 원주민이 연주하는 긴 민속 목관악기 -편집자)가 세워져 있다. 대체복무를 끝낸 뒤 그는 8주간 오스트레일리아를 여행했다. 냉장고에는 미국 그랜드캐니언 그림 자석이 붙어 있다. 그는 중국도 여행했고, 페루 마추픽추도 갈 생각이다. 슐체는 세계를 보고 싶어 한다.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경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해요.”
 
독신인 슐체는 전체 가구 중 절반 이상이 독신 가구인 함부르크에 산다. 짧은 수염을 기르고, 체크무늬 셔츠를 입은 그는 친절해 보인다. 실업학교를 졸업한 슐체는 요리사나 물리치료사가 되려 했지만, 3년간 보육교사 교육을 받고 전문대학 입학 자격을 취득했다.
 
2012년부터 둘스베르크 지구 페디아 비영리교육 유한책임회사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 원장으로 일한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동 중 이민자 가정의 아동 비율이 약 70%다. 근무는 아침 7시에 시작해 오후 4시30분에 끝난다. 주당 정규 노동시간은 39시간이지만, 사무실에 남아 일하는 경우가 많아 잔업 시간이 100시간가량 쌓였다. 슐체의 월소득은 세후 1994유로(약 271만원)다. 임금은 공공서비스 임금협약에 따라 책정됐다. 휴가 수당은 없고, 2016년 크리스마스 수당은 월급의 60%였다. 2015년에는 100유로(약 13만원)밖에 받지 못했다.
 
그는 생활에 필요한 것을 돈이 부족해 포기한 적은 없지만 자신의 임금이 적절하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부모들은 우리에게 자신의 가장 소중한 존재인 아이를 맡깁니다. 그 노고에 비하면 현재 임금은 웃기는 수준이지요.”
 
슐체는 자신의 직업이 사회적으로 인정받지만 합당한 보수는 지급되지 않는 것에 분노한다. “간호사, 노인요양사, 응급구조요원 등 사회복지 분야의 전체 임금이 개선돼야 합니다.” 자신의 임금이 한 달에 1천유로(약 130만원) 정도 상승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여긴다. “1500유로(약 200만원)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비현실적이겠죠?”
 
   
▲ 그림을 누르면 새창에서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슐체는 작은 소도시 묄른에서 자랐다. 고향 도시는 너무 좁고 지루했다. 그는 뤼베크로 이주했다가 함부르크로 왔다. 집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그는 매일 퇴근 뒤 홈즈플레이스 헬스클럽에서 1시간30분간 운동을 한다. 그는 체육관에서 샤워한다.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개인 수도요금으로 한 달에 7유로(약 9400원)밖에 내지 않는다.
 
슐체는 여가 시간에 사진을 찍는다. 가장 즐겨 찍는 것은 풍경이다. 2016년 1300유로(약 175만원)를 들여 새 캐논 카메라를 구입했다. “사치란 절약을 하더라도 갖고 싶은 물건을 모두 사는 거예요.” 현재 삼각대를 사려고 돈을 모으고 있다.
 
그는 지출 내역을 정확히 기록하고 영수증을 투명파일에 모은다. 애버크롬비앤드피치 바지 75.98유로(약 10만원), 에스프리 의류 6개 총 47유로(약 6만3천원), 나이키 스포츠 언더웨어 33.14유로(약 4만4천원). 2017년 4월 체코 프라하로 여행 갔을 때 담배를 8보루 사왔다. 한두 달 피울 수 있는 분량이다.
 
점심은 어린이집에서 원아들과 같이 먹는다. 저녁은 직접 요리한다. 와인소스를 뿌린 생파스타에 주키니호박과 가지를 곁들인다.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하고 싶어 완제품은 기피한다.
 
그는 일주일에 두 차례 유기농 육류를 구입한다. 어떤 때는 에데카에서 일주일분 식료품을 사고, 때로는 레베시티나 알디에서 구입할 때도 있다(에데카>레베시티>알디 순으로 평균 가격이 비싼 마트 -편집자). 슐체는 토요일마다 여러 마트의 전단지를 훑어보며 이번주에 가장 저렴한 상품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최근 그는 리들에서 고구마 1kg을 2.67유로(약 3700원)에 구입했다. 펩시라이트 30병은 17.70유로(약 2만4천원)에 샀다. 페이백 포인트를 모아 청소용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했다.
 
슐체는 프랑스식 발코니가 있는 30m2 원룸에 거주한다. 방은 깨끗이 청소됐고, 테이블 위에는 흰색 튤립 꽃병, 협탁 위에는 대형 도시바 텔레비전이 놓여 있다. 슐체는 대출이 없고 손해보험과 치과보험에 가입했다. 리스한 폴크스바겐 자동차가 있다. 계약이 만료되면 자동차를 교체한다.
 
밤에 외출할 때 클럽이나 술집에 가지 않고 지인들을 만난다. 초대한 사람에게는 선물로 꽃다발이나 품질 좋은 와인을 선사한다. “당연한 일이죠. 이 정도는 내가 부담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슐체는 잘 살고 있다. 그는 삶의 만족도를 1에서 10으로 분류하면 7정도라고 말했다. 한 달 결산 뒤 600유로(약81만원)가 남은 적도 있다. 2017년 5월처럼 휴가를 가거나 자동차 검사를 받으면 잔액이 적어진다.
 
슐체는 아직 젊지만 노후 보장을 진지하게 생각한다. 연금보험 부담금을 앞으로 계속 지금과 마찬가지로 내면 한 달 1230유로(약 166만원)의 연금을 받는다. 여기에 별도로 직장연금을 받지만 그는 이 돈이면 충분할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래서 개인연금에도 가입했다. 대출이자가 저렴할 때는 아파트를 구입할 생각이다. 방 2개짜리 55m2 아파트를 생각하고 있다. 이를 위해 약 20만유로(약 2억7천만원)를 부담할 용의가 있다. 그는 이 금액 중 약 10%를 자기자본으로 갖고 있다. 저축액이 1만9870유로(약 2600만원)다. 특별대출상환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20년 뒤 주택은 그의 소유가 된다. 이 때 그는 51살이 될 것이다. “그리 나쁘지 않은 미래 모습이에요.”
 
ⓒ Der Spiegel 2017년 31호
Was am Ende übrig bleibt
번역 황수경 위원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마이크 그로세카퇴퍼의 다른기사 보기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