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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등에 업고 ‘셀프 계산대’ 속속
[집중기획] 성큼 다가온 무인판매 시대- ③ 국내 도입 상황
[90호] 2017년 10월 01일 (일) 김연기 부편집장 ykkim@hani.co.kr

편의점 이어 대형마트·백화점 등도 점차 도입… “10년 뒤 대세로 굳어질 것”

아직 걸음마 수준이지만 한국에서도 무인판매점 도입이 시도되고 있다. 다만 국내에선 100% 무인점포라기보다 계산원이 없는 무인계산대에 가깝다. 제품의 바코드를 단말기에 일일이 인식시키지 않고 계산대를 통과만 하면 계산이 끝나는 무인계산대가 속속 등장했다. 무인판매점의 성장 가능성은 편의점이나 슈퍼마켓 같은 매장을 넘어 대형마트와 백화점까지 소매유통 전반에서 확인되고 있다.
 
김연기 부편집장
 
   
세븐일레븐 관계자가 무인편의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에서 정맥의 굵기와 모양을 레이저로 인식하는 ‘핸드페이’ 시스템을 통한 결제를 시연하고 있다. 연합뉴스
 
고객 “서울에서 부산까지 택배 요금은 얼마입니까?”
인공지능(AI) 스피커 ‘누구’ “무게별로 다릅니다. 최소 기준인 350g 이하가 5800원입니다.”
고객 “오늘 보내면 언제 도착하나요?”
누구 “오전 12시 이전에 당일 배송을 선택하시면 오늘 도착하고 일반 배송을 선택하시면 내일 도착합니다.”
고객 “제휴카드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까?”
누구 “편의점 택배 서비스는 제휴카드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르면 2018년부터 편의점에서 볼 수 있는 풍경이다. SK텔레콤은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과 최근 AI 유통 서비스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CU는 SK텔레콤의 AI 음성제공 스피커 ‘누구’를 이용한 편의점 정보 제공 서비스를 2018년 상반기부터 시범 운영한다. 현재는 매장 직원이 복잡한 할인 행사 등을 확인하기 위해 본사에 문의하거나 매뉴얼을 찾아보는 사례가 많지만 앞으로는 ‘누구’에게 묻고 바로 답을 얻는다. 당분간은 매장 직원의 업무 보조용으로 활용될 예정이지만, 장기적으로 ‘누구’는 무인판매점에서 직원을 대신하게 된다.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처럼 보이던 무인판매점 시대가 우리 생활 주변으로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이 2017년 5월 선보인 무인판매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가 대표 사례다.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31층에 자리한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세븐일레븐과 롯데카드, 롯데정보통신 등 롯데그룹 계열사들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스마트 편의점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016년 말 사장단 회의에서 그룹의 미래 핵심 전략으로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AI 등 정보통신 기술을 접목한 유통 혁신을 성장동력으로 제시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는 생체인식 결제 기술을 기반으로 한 무인편의점 1호다. 카드와 현금, 스마트폰 없이도 손바닥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고객은 장바구니에서 물건을 꺼내 자동으로 움직이는 컨베이어벨트 계산대에 올려놓기만 하면 된다. 360도 모든 방향을 읽을 수 있는 자동 스캐너가 상품을 인식해 가격과 상품 내역을 모니터에 보여준다. 상품이 맞는지 확인한 뒤 모니터에 있는 ‘결제하기’ 버튼을 누르고 손바닥을 갖다 대면 본인 인증과 함께 결제가 마무리된다. 물론 계산대에 점원은 없다.
 
무인판매점의 핵심 기술 ‘핸드페이’
세븐일레븐 시그니처가 무인판매점을 구현하기 위해 내세운 핵심 기술은 ‘핸드페이’(Hand-Pay)다. 롯데정보통신이 개발한 핸드페이는 혈관의 모양, 굵기, 선명도 등을 이용해 신원을 파악하는 정맥인증 결제 서비스다. 매장 앞에 설치된 단말기에 보유한 롯데카드 정보와 정맥인증을 입력하면 이후에는 별도의 결제 수단 없이 정맥인증만으로 물건을 살 수 있다. 세븐일레븐 시그니처의 또 다른 특징은 사실상 자동판매기 수준에 불과한 기존 무인판매점과 달리 일반 편의점과 거의 다르지 않은 규모라는 점이다.
 
다만 핸드페이 시스템이 롯데카드의 결제 시스템이다보니 이용 대상이 한정된다. 세븐일레븐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결제 수단 다양화에 힘쓰고 있다. 김수년 세븐일레븐 미래전략팀장은 “시그니처의 미래 상용화 가능성을 높이려면 무엇보다 결제 가능한 카드 종류의 확대가 필수”라며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고 교통카드를 통해서도 결제가 가능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점포 출입 절차도 완화했다. 초기엔 롯데월드타워 입주사 직원들 가운데 핸드페이 사전 등록자만 이용이 가능했다. 하지만 7월부터 입주사 직원들은 누구든 자유롭게 시그니처를 이용할 수 있다. 김수현 팀장은 “시스템 효율 증대, 보안 등 대중적 상용화를 위해선 아직 개선할 점이 많지만 결제 서비스 확대 등을 통해 상용화 시기를 앞당길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100% 무인판매점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매장 정리, 상품의 발주 및 진열, 주류·담배 판매, 기타 고객 문의 등에 대처하기 위해 점원이 ‘백룸’(back room)이라고 불리는 공간에 대기한다. 다만 편의점 업무의 70% 이상인 결제 업무가 생략됨에 따라 점원이 매장 관리에만 집중할 수 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무인판매점이라고 해도 매장 관리 인력은 필요하다”며 “점원이 완전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직원들이 계산 업무에 들이는 에너지를 고객 응대나 매장 관리에 집중한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초기 창업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점도 극복해야 할 과제다. 컨베이어벨트 방식의 무인계산대는 가격이 대당 4천만원을 넘는다. 보통 33m2(약 10평) 규모의 소형 편의점 한 곳을 차릴 경우 5천만원 안팎의 자금이 드는 것을 고려하면 적은 금액이 아니다. 여기에 자동 개폐 방식의 냉장고, 담배 자판기, 핸드페이 인증 단말기 등 각종 기기 구입 비용까지 더하면 아직까지 사업성은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장비나 시스템 구축 비용이 높아 아직까지는 수익성을 갖췄다고 보기 힘들다”며 “추가로 출점할 경우 대형 오피스빌딩의 구내 편의점 형태로 점포를 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로손, 패밀리마트 등 일본의 5대 편의점 업체는 2025년까지 전국 5만 개 점포에 무인판매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도쿄의 로손 매장. REUTERS
 
마트·백화점 등 유통 전반으로 확대
무인판매점은 점차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소매유통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변화의 중심에는 결제 시스템의 혁신이 자리한다. 롯데백화점이 2017년 7월 경기 분당점과 서울 노원점에 선보인 ‘스마트 쇼퍼’는 카트나 장바구니를 없앤 최초의 매장이다. 스마트 쇼퍼란 고객이 매장 안을 돌아다니며 카트나 바구니에 물건을 담는 대신 ‘바코드 스캐너’로 필요한 물품의 바코드를 찍은 뒤 결제하는 서비스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찍은 바코드 스캐너를 들고 계산대에서 결제를 하면 백화점은 구매 품목을 고객의 집으로 당일 배송해준다. 분당점의 경우 최근 근거리 배송 서비스 이용객의 절반가량이 스마트 쇼퍼를 이용할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처음 스마트 쇼퍼를 도입한 분당점은 매일 60건 이상 배송 주문이 스마트 쇼퍼로 이뤄진다”며 “소비자가 이용 방식에 익숙해지면 비중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단말기 비용이 들더라도 더 많은 고객을 백화점에 오게 하려는 전략”이라며 “혁신적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재미있고 편리한 쇼핑 경험을 제공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세계그룹은 2017년 3월 편의점 이마트24 코엑스점에 고객이 계산대에서 바코드를 찍어 결제하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스마트폰으로 상품 바코드를 찍고 신세계의 간편결제 시스템인 ‘SSG페이’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이처럼 롯데와 신세계 등 유통 대기업이 간편결제에 주목하는 이유는 옴니채널(소비자가 온라인·오프라인·모바일 등을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비스 -편집자) 구축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고객의 소비 패턴 등 빅데이터를 수집해 소비자의 요구를 파악하고 이를 마케팅에 접목할 수 있다.
 
무인판매점은 소매유통의 미래라고 평가받지만, 다른 한편으로 일자리 감소를 촉진할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편의점 한 곳당 고용 인원은 아르바이트생을 포함해 평균 7명이다. 전국 3만3천여 개 편의점이 모두 무인으로 운영되면 23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다. 미국의 유통업체 월마트는 무인매장을 도입하면서 직원 7천 명을 줄이기로 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무인편의점이라 해서 직원이 모두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무인판매점 기술 도입을 위해 정보기술 인력을 대거 충원하는 등 고급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거꾸로 일본에선 고령화 및 저출산으로 인한 구인난을 극복하기 위해 무인판매점 도입을 가속화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재팬, 패밀리마트, 로손 등 일본의 5대 편의점 업체는 정부와 함께 2025년까지 전국 5만 개 점포에 무인 시스템을 설치할 계획이다. 로손은 이미 100명 이상이 근무하는 기업을 대상으로 50∼60종류의 상품을 갖춘 무인편의점 사업을 시작했다. 2018년 2월까지 무인편의점을 약 1천 개로 확대할 방침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선 2025년 무인편의점이 기존 편의점을 완전히 대체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일본과의 트렌드 격차를 고려하면 한국에선 10년 뒤쯤 무인편의점이 대세로 굳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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