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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평등·사회 통합 ‘두 토끼’ 잡기
[Trend] 프랑스 공립중학교의 ‘계층 통합’ 실험
[90호] 2017년 10월 01일 (일) 에바 미뇨 economyinsight@hani.co.kr

특정 계층 쏠림 막기 위해 학군 통합… 학부모 반발, 새 정부 미온적 태도로 위기

프랑스 정부가 추진 중인 공립중학교의 ‘계층 통합’ 사업이 기로에 섰다. 이 사업은 특정 계층이 한 학교에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다른 학군에 속한 공립중학교 학생들을 한 학교에서 수업받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학교 내 계층 통합으로 교육 불평등을 해소하고 궁극적으로 사회 통합을 이루는 게 목적이다. 그러나 저항도 만만치 않다. 통합을 반대하는 이들은 학군 통합에 따른 우수 교사 이탈과 학업 성적 저하를 걱정한다. 이를 피해 사립학교에 진학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새 정부가 계층 통합 문제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면서 이 사업이 장기적으로 지속될지 미지수다.
 
에바 미뇨 Eva Mignot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프랑스는 교육 불평등 해소와 사회 통합을 위해 공립중학교의 ‘계층 통합’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 인근 퐁트네수부아의 초등학교에 등교하는 학생들. REUTERS
 
“전 항상 아이들이 공립학교에 다니기를 바랐어요.” 딸을 프랑스 파리 18구 담레몽가 초등학교 앞에 내려준 후 마리아(가명)가 기자에게 털어놓은 말이다. 마리아의 딸은 2017년 초등학교 졸업반으로 곧 중학교에 들어가지만, 지금 다니는 학교의 친구들을 중학교에서도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다. “남편이 딸을 사립학교에 등록시켰어요.” 마리아가 씁쓸한 어조로 말했다.
 
원래 마리아의 딸은 공립학교인 앙투안코이스복스 중학교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이 학교는 부유층 학생이 많이 다니기로 유명하다. 그런데 2017년 새 학기부터 시작된 ‘통합중학교 학군’ 시범사업 때문에 이 중학교 학생들이 파리 18구에서도 좀더 북쪽에 있는 다른 중학교의 서민층 학생들과 공동으로 수업을 받게 되자, 딸이 입학할 중학교를 사립으로 바꾼 것이다.
 
‘통합중학교 학군’ 시범사업은 2015년 11월 나자트 발로벨카셈 전 교육부 장관이 주도한 ‘중학교 계층·학교 통합 프로젝트’ 가운데 하나로, 시범사업 신청을 한 여러 도시의 82개 학교에서 시행 중이거나 시행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20여 개 학교가 2016년 9월 새 학기 때부터 시범 사업을 시작했고, 나머지 60여 개 학교는 2017년부터 실시했다.
 
계층별 학업성취도 차이
통합중학교 학군 사업은 서민층 학생이 몇몇 특정 중학교에 집중적으로 몰린다는 현실 인식에서 탄생했다. 교육부 발표에 따르면, 서민층 학생의 82% 이상이 프랑스 7075개 중학교 중 70개 학교에 몰려 있는 상황이다. 반대로 프랑스 전체 중학교의 10%는 서민층 학생의 비율이 15%에도 못 미친다.
 
계층 차이는 학업성취도의 차이를 더욱 벌렸다. 2012년 서민층 비율이 높은 중학교 학생들의 프랑스어 성취도는 프랑스에서 평균적인 학교 수업을 받은 중학교 졸업반 학생에게 기대할 수준의 35%에 불과했다. 반면 부유층 학생이 많이 다니는 중학교 졸업반의 평균 프랑스어 성취도는 같은 기준을 적용했을 때 80%에 도달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서민층 학생이라도 계층 통합이 잘된 학교에 다니면 학업 성적이 더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고 부유층 학생의 성적이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프랑스 교육평가위원회(CNESCO) 위원장 나탈리 몽은 “학교 내 계층 통합이 사회 통합을 창출한다”고 단언한다.
 
사실 학교 내 계층 불균형이 가장 심각한 지역은 도시화가 가장 진전된 지역이다. 일드프랑스(수도권) 지방의 파리, 오드센, 이블린, 발드마른, 북쪽 노르, 남쪽 론, 부슈뒤론 같은 지역을 예로 들 수 있다. 반면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의 중학교에는 다양한 계층의 학생이 다니고 학생들이 사는 곳도 10km 이상 서로 떨어져 있다. 도시의 중학교에선 거주지의 차이가 좀더 직접적으로 나타나는데, 거주지의 차이는 학교 내 계층 불균형을 만드는 주요 원인이다.
 
파리 18구의 상황이 그러하다. 앙투안코이스복스 중학교는 2016년 9월 새 학기 기준, 전교생 중 서민층은 12%에 불과했다. 이 학교와 600m 정도 떨어진 엑토르베를리오즈 중학교는 전교생의 47%가 서민층이다. 파리 18구와 저소득층이 몰려 있는 19구는 2016년 말 안 이달고 파리시장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 교육청의 승인을 받아 통합중학교 시범사업에 자원했다.
 
시범사업 방식은 사업을 신청한 지자체의 학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각 학교는 사업 운영 방식을 교사와 학부모로 구성된 학교 운영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몽펠리에를 비롯한 몇몇 도시의 중학교는 교과목 구성 변경을 선택했다. 좀더 다양한 계층의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예술·공연반을 만들거나, 정보기술(IT) 관련 과목을 추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것이다. 반면 파리 18구는 통합중학교 학군 도입을 선택했다. 통합중학교 방식은 2개 공립중학교의 학생들을 한 학교에서 수업받게 한다. 이를 위해 600m 거리의 앙투안코이스복스와 엑토르베를리오즈는 이른바 ‘교대수업’ 방식을 선택했다. 따라서 2017년 9월부터 두 학교의 신입생들은 앙투안코이스복스에서, 졸업반 학생들은 엑토르베를리오즈에서 수업을 받고 있다. 2018년에는 장소를 바꿔 신입생들이 엑토르베를리오즈에서 수업을 받고, 졸업반이 앙투안코이스복스에서 수업을 받을 것이다. 이렇게 교대로 수업을 진행하면 결국 한 학교에서 두 학교의 졸업반과 2학년 학생들이, 다른 학교에선 두 학교의 신입생과 3학년 학생들이 한데 모여 수업을 받게 된다(프랑스 중학교는 4년제로, 원래 6학년(신입생), 5학년, 4학년, 3학년(졸업반)으로 불리지만 신입생, 2학년, 3학년, 졸업반으로 번역함 -번역자).
 
   
프랑스의 일부 학부모들은 학업 성적 저하를 우려해 학군 통합에 반대한다. 스트라스부르에서 학생들이 대학입학 자격시험인 바칼로레아를 치르고 있다. REUTERS
 
일부에선 학군 통합 격렬 반대
18구의 마리퀴리 중학교와 제라르필립 중학교, 19구의 앙리베르그송 중학교와 에두아르파이에롱 중학교는 프랑스 국립과학연구소(CNRS)와 파리경제대학원의 경제학자 쥘리앵 그르네가 개발한 알고리즘을 이용해 학생들을 분산시키는 방법을 선택했다. 그르네의 알고리즘에는 학생의 출신 계층, 가족의 희망사항, 형제자매의 진학 상황, 통학 거리, 장애 여부 등이 결정 요소로 포함된다. 그르네에 따르면, 통합중학교 사업은 해당 지역이 사회적으로 다양한 계층으로 구성돼 있을 때 효과가 있는데, 파리의 다수 지역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르네는 18구에서 계층 불균형이 유독 도드라지지만 부촌인 13구·14구·15구에서도 통합중학교 사업을 적용해볼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르네는 파리 학교의 계층 간 불균형을 연구해왔으며, 앞으로도 다른 연구자들과 이번 시범사업의 추이를 연구할 계획이다.
 
그러나 계층 통합의 목표와 방식에 모두가 찬성하는 것은 아니다. 앙투안코이스복스 중학교의 교사들과 이 학교가 속한 학군의 학부모들은 통합중학교 학군 도입에 격렬하게 반대했다. 이들은 학교를 봉쇄하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담레몽 초등학교의 한 학부모는 “계층 통합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학군 통합으로 아이들의 성적이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통합중학교 학군 도입에 반대하는 이유를 밝혔다. 사실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니다. 실제 앙투안코이스복스 학생들의 중학교졸업시험 합격률은 80%에 달하는 반면, 엑토르베를리오즈 졸업반 학생의 절반 이상은 중학교 졸업장을 따지 못한다. 특히 학부모들은 우수한 교사들을 유명 사립학교에 뺏길까봐 걱정한다. 한 학부모는 “앙투안코이스복스는 몇 년 동안 적자로 고생했다”며 “이제 막 어느 정도 재정 상황이 나아지려고 하니 학군 통합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따라서 많은 학부모가 자녀를 사립학교에 보내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실제 18구의 사립학교인 생루이 중학교는 입학 지원자가 크게 늘었다. 매년 평균 50명 정도가 입학원서를 냈으나 2017년에는 140명이 원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학교의 수용 인원이 제한돼, 사립으로 빠져 나가는 학생 수가 예상보다 많지 않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쥘리앵 그르네는 “사립학교도 통합중학교 학군 시범사업에 참여하면 좋겠지만 현재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 천천히 단계별로 사업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파리와 대도시의 모든 공립중학교로 사업을 확대하는 것이 먼저다.”
 
새 정부 출범으로 과연 이 시범사업이 얼마나 오래 시행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장미셸 블랑케 신임 교육부 장관은 ‘평등주의는 공공서비스의 적’이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가 블랑케 장관에게 학교 내 계층 통합과 관련해 어떤 목표를 갖고 있는지 물었지만 장관은 아무 답도 주지 않았다. 혹시 이 침묵이야말로 교육 및 사회 불평등 해소가 교육부의 우선순위 정책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징표가 아닐까.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7년 9월4일 새 학기 첫날을 맞아 프랑스 북동부 포르바크의 한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마크롱 정부는 계층 통합에 미온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REUTERS
 

시몬베유 중학교의 학생 유치 성공 사례
프랑스 남부 몽펠리에의 라카즈 중학교는 최근 시몬베유로 학교 이름을 바꿨다. 이 학교는 평판이 그리 좋지 않은 탓에 몇 년 동안 학생들이 입학을 기피해 학생 수가 줄었다. 1999년 이 학교의 학생 수는 정원 850명을 가득 채웠으나 2011년 335명까지 떨어졌다. 프랑스 통계청(INSEE)에 따르면, 몽펠리에에서도 시몬베유가 있는 프티바르페르골라 지역은 서민층 중학생이 전체의 80%를 넘는다.
 
프티바르페르골라는 도시민감지역(ZUS·상대적으로 개발이 덜 돼 정부가 도시정책 우선지역으로 설정한 곳 -편집자)으로, 2015년 지역의 한 학부모 단체가 관내 학교의 계층 불균형 해소를 요구하는 운동에 나선 뒤 상황이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이 단체의 회원인 사나는 “상황에 떠밀려 어쩔 수 없이 우리끼리만 어울리는 걸 원치 않았다”고 말했다. 학부모들의 청원과 학생 수 감소라는 문제에 부딪힌 시몬베유 학교는 2016년 새 학기부터 ‘중학교 계층·학교 통합 프로젝트’ 시범사업 참여를 신청했고, 다른 학군의 학생들을 유치하기 위해 교과목 구성 변경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몽펠리에 에로 럭비클럽’과 협력관계를 맺고 럭비부를 창설해 학생들을 받아들였다. 시몬베유 중학교는 이미 2011년 유도부와 농구부를 창설했는데, 럭비부 창설로 스포츠 교육 부문이 한층 확대됐다. 또한 국제부와 예술·공연부도 신설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IT 교육 강화를 위한 IT반도 도입했다.
 
이처럼 학교 쪽이 다각도로 노력을 기울인 결과, 2017년 새 학기부터 조금씩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신입생 반이 하나 더 생겼고, 학생 수가 2015년보다 100명 늘어 470명이 됐다. 이 가운데 65명은 타학군에서 온 학생들이다. 시몬베유 중학교의 로베르 레네 교장은 “전반적으로 볼 때 학부모들이 자녀의 입학을 거부하거나 전학시키는 경우가 점점 준다”며 “2017년 들어 사립학교로 자녀를 전학시킨 경우도 한 건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교육청도 이 학교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 단체의 사나는 “굳이 중학교에만 계층 통합 정책을 적용할 이유가 있느냐”며 “중학교의 계층 불균형이 해소되기를 원한다면, 유치원과 초등학교의 계층 불균형이 먼저 해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이 자유·평등·박애라는 가치를 단지 학교 건물에 새겨진 글자가 아니라 진정으로 체화하고 배우려면 3살 때부터 다양한 계층의 아이들과 함께 생활해야 한다.”
이지 페르크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9월호(제371호)
La bataille de la mixité sociale au collèg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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