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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 금을 아시나요?
[Business] 페루 광부들의 ‘공정무역 금’을 위한 노력
[90호] 2017년 10월 01일 (일) 세바스티앙 데사르에드 economyinsight@hani.co.kr
공정채굴 도입해 광부들 안전과 경제적 혜택 보장… 수은 사용 안 해 환경보호에도 기여
 
상품 생산 노동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지급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공정무역이 커피나 초콜릿에 이어 금까지 영역을 넓혔다. 페루를 비롯해 콜롬비아·볼리비아 등 남미의 금광에선 광부 수십만 명이 금을 캐고 있지만 작업 환경이 열악하고 위험하며 임금 역시 낮은 수준이다. 이곳에서 소규모 재래식 광산을 운영하는 광부들이 열악한 채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협동조합을 만들면서 공정무역 금의 탄생을 이끌었다. 이들은 공정채굴 시스템을 도입해 광부들의 안전과 경제적 혜택을 보장하는 채굴 환경 조성에 힘쓰고 있다. 공정무역 금은 채굴 과정에서 수은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도 기여한다.
 
세바스티앙 데사르에드 Sébastien Daycard-Heid <알테르나티브 에코노미크> 기자
 
   
페루, 콜롬비아 등 남미에서 소규모 광산을 운영하는 광부들은 협동조합을 만들고 공정채굴 시스템을 도입했다. 페루 남부 아야쿠초의 광산에서 광부들이 금을 채취하고 있다. REUTERS
 
페루의 해발 2천m 높이 콰트로오라스 계곡은 화성을 닮았다. 안데스산맥 남쪽 알티플라노 고원의 이 붉고 거친 대지엔 물도 없고 동물도 살지 않으며,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나지 않는다. 주민 2500명의 이 작은 마을에 사람들이 오는 이유는 단 하나, 바로 불모의 땅 오라스 계곡 곳곳에 잠든 ‘금’ 때문이다.
 
주민 마리 이사벨은 금광에서 흘러나온 돌멩이 무더기를 뒤지며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금 부스러기를 골라내는 일을 하며 가게도 운영한다. 남편이 여자는 들어갈 수 없는 광산에서 일하는 동안, 마리는 오전에 사금을 채취하고 오후엔 가게를 연다. “제 아들이 3살인데 커서 고등학교도 가고 대학도 가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저는 그럴 기회가 없었거든요.” 27살 마리가 작은 소망을 털어놓았다. 또 다른 주민 산티아고 라미레스 카스트로는 페루의 수도 리마에서 태어났지만 도망치듯 고향을 떠나야 했다. “리마 변두리 시장에서 노점을 했는데, 어느 날 큰 화재가 나서 시장이랑 주변 동네를 다 태웠어요. 전 모든 걸 잃었고 밀림으로 떠났어요. 거기서 금도 채굴하고 가게도 열었는데 정말 힘들었어요. 하루하루 투쟁의 연속이었죠.”
 
여기서 밀림(selva)은 아마존강 유역을 따라 형성된 열대우림 지역을 말한다. 오늘날 페루 마드레데디오스에서 푸에르토말도나도에 이르는 아마존강 저지대는 유례없는 ‘골드러시’를 맞고 있다. 인생의 막장에 몰린 광부들은 한 방에 인생을 바꿔줄 일확천금을 노리고, 금광 채굴에 필요한 기계를 소유한 이들은 그들대로 ‘대박’을 꿈꾸며 이 지역으로 모여든다. 마구잡이식 채굴과 벌목으로 몸살을 앓는 대지가 더 이상 아무것도 주지 않을 때까지 사람들은 모이고 또 모일 것이다. 그렇게 땅이 쓸모없게 되면 또 다른 광맥을 찾아 떠나야 한다. 그리고 새롭게 찾아간 땅이 수명을 다하면 또 다른 곳을 찾는 것이다. 이렇게 끝없는 과정이 반복된다.
 
일확천금을 향한 이 덧없고 치열한 싸움에서 단 하나의 규칙만 존재한다. 최대한 출세해 지역 원주민 부족 촌장이나 유지의 힘을 빌려 땅의 주인이 되거나, 죽지 않기 위해 저축한 돈을 갖고 떠나는 것이다. “밀림을 전전하다 콰트로오라스에 정착했어요. 4시간을 걸어야 갈 수 있는 곳이라고 해서 ‘콰트로 오라스’(Cuatro Horas·4시간)라는 이름이 붙은 마을이죠. 전 이곳에서 100명의 사람들과 금광 채굴을 시작했어요. 광산이 있던 땅은 유력 가문 소유였는데, 그 가문은 땅을 놀리고 있었어요. 남의 땅에서 신고도 하지 않고 금을 채굴한 셈이니 불법이죠.” 산티아고 라미레스 카스트로는 현재 콰트로오라스에서 작은 금제련소를 운영하고 있다. 사실 그의 여정은 땅도 돈도 없이 콰트로오라스로 흘러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슷하게 밟았다. 대부분 변두리 도시를 떠나온 빈민층이거나, 겨우 입에 풀칠할 정도의 소득밖에 올릴 수 없던 영세 자영농이거나, 그도 아니라면 불법 광산 도시의 부패와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빈민굴을 탈출한 도망자다. 이들에게 콰트로오라스는 그야말로 최후의 안식처다.
 
영세 광산업자들의 협동조합
 
여러 시민단체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는 한편, 상황이 이렇다면 정부에서 불법 금광을 합법화하고 법적 틀로 규제하는 것이 나라를 안정시키면서도 빈민층의 삶을 개선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시민단체들은 재래식 영세 광산업을 법 체계 안에 포함시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80~90년대 알티플라노 고원을 필두로 전국을 휩쓸던 페루 최대 게릴라 단체 ‘빛나는 길’(Sendero Luminoso)의 폐해를 기억하는 페루 정부도 1999년 영세 광산업자들이 협동조합을 조직하는 것을 허가했다. 물론 시민단체의 압력도 있었지만, 광부들이 몇 년 동안 연좌농성과 시위로 얻은 승리다. 그리고 2004년 광부 400명이 콰트로오라스에 막데사(Macdesa) 협동조합을 창립했다.
 
막데사 협동조합은 적정임금 보장과 아동노동 금지를 원칙으로 영업수익은 광산 개발, 광부들의 건강 유지, 자녀 교육, 식수 확보에 재투자했고 그 결과 조금씩 성과가 나타났다. 실제로 콰트로오라스의 광부들은 월평균 400유로(약 54만원) 정도의 임금을 받는데 이는 페루의 평균임금 수준이다. 임금 외 수당은 공동 목적의 재투자에 사용된다. “콰트로오라스는 페루의 불법 광산노동자 25만 명이 주의 깊게 관찰하는 일종의 사회적 실험실이다. 광부들이 처음 콰트로오라스에 왔을 때만 해도 여긴 아무것도 없었다. 지금은 어떤지 보라. 광산에서 벌어들인 돈 덕분에 모두가 전기와 식수를 사용하고 아이들은 교육받을 수 있게 됐다. 콰트로오라스가 개발을 선도하고 있다. 심지어 여긴 다른 광산 도시에 만연한 매춘이나 알코올중독도 없다.” 막데사 협동조합을 탄생 때부터 지켜본 시민단체 레드소셜(Red Social) 올린다 오로스코의 설명이다.
 
 
남미에서 금 밀수는 마약조직의 주요 자금세탁 수단이다. 남미의 양대 코카인 생산국인 페루와 콜롬비아의 금 밀수 규모는 심지어 코카인 밀수 규모를 뛰어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측이다.
 
실제 불법 금광의 금 생산은 콜롬비아 금 수출의 80%와 페루 금 수출의 28%를 차지하며 금·마약·무기로 이어지는 삼각 거래의 상당 부분을 지탱한다. 더구나 금 원산지를 추적하는 것이 과학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불법 금 거래가 더욱 쉽게 이뤄질 수 있다. 아프리카도 상황은 비슷하다. 분쟁 지역의 금, 특히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금은 하늘의 선물이 아닌 재앙의 씨앗이다.
 
환경보호 측면에서도 금 채굴은 심각한 문제를 낳고 있다. 아말감법(금광석에 섞인 미량의 금을 따로 분리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금이 수은과 접촉하면 아말감을 형성하는 원리를 이용해 금을 채취하는 방법 -편집자)으로 금을 채취하는 과정에서 수은이 대량 사용되기 때문이다. 수은은 생물체에 치명적인 독성 물질이고, 금 채굴이 대기와 하천을 오염시키는 수은의 주요 오염원이다. 따라서 재래식 금광의 법제화가 무엇보다 시급하다.
 
이는 ‘공정채굴’(Fairmined) 라벨이 탄생한 배경이기도 하다. 공정채굴 라벨은 금이 사회·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채굴됐다는 사실을 인증한다. 커피, 초콜릿에 이어 금도 공정무역 대상이 될 수 있을까?
 
파트리크 슈앵은 보석중개상이다. 슈앵은 파리 한복판에서 금을 제련해 보석상이 요구하는 수준의 순도 높은 24K(순도 99.99% 이상) 금을 만들어낸다. 사실 보석가공업은 세계 금 수요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금의 주요 소비 부문이다. 슈앵은 ‘사회적 광업 연합’(ARM)의 일원으로, 재래식 영세 광산에 사회적 역할과 경제발전의 첨병 역할을 부여하자는 입장을 지지한다. 슈앵은 업계가 대형 광산과 계약할 때 이런 사항을 잊고 있다고 지적한다. ARM은 이런 목적으로 공정채굴 라벨을 관리한다. 이미 페루·콜롬비아·볼리비아 광산이 공정채굴 라벨을 획득했고, 지금은 몽골·세네갈·부르키나파소 광산에도 공정채굴 라벨을 알리고 있다.
 
ARM은 막데사 협동조합의 광부와 노동자를 교육한 뒤 이들이 금 제련 공장을 세울 수 있도록 기술지원과 자금을 제공했다. “우리는 수은 대신 시안화물(청산가리)을 사용해 금을 제련하고 있다. 덕분에 광산으로 인한 환경오염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곳은 태양열이 너무 강해 물이 바로 증발하기 때문에 땅 자체가 완전한 사막이나 다름없다. 따라서 금 제련에 시안화물을 사용해도 수질 오염이 발생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2016년 12월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그가 받은 메달은 공정무역 금으로 제작됐다. REUTERS
 
생산지관리 인증을 받은 보석
보석 세공사 중에는 자신이 상품화하는 보석이나 귀금속의 ‘순도’를 원산지의 투명성과 동일시하는 이도 있다. 에르앙 르루에도 그러한데, 르루에의 회사 JEM은 파트리크 슈앵이 제련한 금을 사용해 이른바 ‘원산지 명칭 통제’(AOC) 보석을 제작한다. 르루에는 보석 도매회사인 오리간(Aurigane)과 손잡고 프랑스 북동부 생디에데보주에서 AOC 보석 라인을 생산한다. 사실 이는 업계 관행과 동떨어진 것이다. 대부분의 보석회사가 아시아 지역에 세공 공장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르루에의 시도는 큰 성공을 거뒀다. 르루에는 파리의 ‘르봉마르셰’ 같은 고급 백화점에 컬렉션을 선보이는데, 컬렉션 규모를 확대할 계획이다. “명품과 금광을 연결한 마케팅 전략을 짜고 있다.”
 
이처럼 AOC 보석이 성공을 거두자, 쇼파드(Chopard) 같은 유명 보석 브랜드들도 공정 금으로 제작한 보석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특히 보석 브랜드들은 이미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트로피, 올림픽 금메달, 노벨상 메달 등을 공정 금으로 제작했다. 2016년 콜롬비아의 무장혁명군(FARC)과 평화협정을 맺고 무려 반세기에 걸친 내전을 종식시킨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은 콜롬비아 대통령 후안 마누엘 산토스가 받은 메달도 바로 공정 금으로 만든 것이었다.
 
콰트로오라스는 수많은 금광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금과 관련된 도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다. 전세계적으로 재래식 영세 광산업은 80개국에서 성행하며 세계 금 생산량의 20%, 즉 연간 약 380t에서 450t을 공급한다. 또한 약 1억 명이 재래식 영세 광산업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재래식 광산업에 협동조합 모델을 도입하려면 여전히 넘어야 할 장애물이 존재한다. 특히 아프리카가 문제다. ARM은 아프리카에 공정채굴 라벨을 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대부분의 아프리카 국가와 대형 금광 회사들은 금을 자신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한다.
 
저명한 영국의 경제학자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묘사한 것처럼 금은 아직도 야만적인 유물이다. 그러나 적어도 콰트로오라스에서 금은 깨끗한 물을 먹을 수 있고 교육받고 치료받을 수 있게 해주는 소중한 자원이다. 콰트로오라스처럼 척박한 대지에도 개발의 씨앗이 가끔은 싹을 틔울 수 있다.
 

실효성 없는 금 밀수 및 수은 사용 규제
21세기 초 국제적 차원에서 금 밀수와 수은 사용 규제가 등장했다. 2013년 일본 미나마타시에서 체결된 ‘미나마타 조약’(1950년대 수은에 오염된 어패류를 먹은 미나마타시 주민들이 집단 발병하면서 미나마타병이 세상에 알려졌다 -편집자)은 2017년 8월 발효한 조약(세계 50개국 이상이 체결하면 발효하는데 2017년 7월 말까지 일본·미국·네덜란드 등 총 51개국이 체결해 8월부터 발효됐다 -편집자)으로, 체결국의 광산은 조약 발효 15년 뒤부터 수은을 사용할 수 없다. 그러나 이는 불법 금광 채굴의 폭증을 고려할 때 있으나 마나 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뒤 2010년 미국이 제정한 도드-프랭크(Dodd-Frank)법 제1502조는 기업은 자사가 사용하는 광물이 콩고민주공화국 분쟁 지역에서 나온 것이 아님을 증명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이 지역은 주로 금광과 코발트·구리·콜탄 같은 산업 광산에서 200만 명이나 되는 사람이 맨손으로 광물을 캐는 곳이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것처럼 도드-프랭크법의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2017년 3월 유사한 법을 도입하려는 시도가 유럽에서도 있었지만 광산업계와 보석업계의 로비가 법의 효력을 크게 감소시켰다. 분쟁 지역에서 생산되는 다이아몬드의 유통을 막자는 취지에서 도입된 ‘킴벌리 프로세스’(다이아몬드 공정거래를 위해 유엔이 구축한 다이아몬드 원산지 추적 감시 체제 -편집자)가 그렇듯이 모든 규제는 약한 고리가 너무 많아 여전히 자금세탁이 가능하다. 우간다와 르완다, 부룬디에서는 여전히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에서 흘러나온 금이 밀거래되며, 금 밀수의 이익은 이투리주와 북키부 및 남키부 지역 군대의 자금으로 사용된다.
 
ⓒ Alternatives Economiques 2017년 9월호(제371호)
La longue marche de l’or équitable
번역 박현준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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