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 > 국내 > 이슈
     
“재정투명성 강화” vs “세무조사 우려”
[국내이슈] ‘50년째 공방’ 종교인 과세 논란
[90호] 2017년 10월 01일 (일) 노현웅 goloke@hani.co.kr
종교단체, 2018년 1월 시행 앞두고 여전히 반발… 정부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
 
종교인 세금 부과는 50년째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정부는 조세정책의 원칙에 예외는 없다며 과세가 당연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종교단체는 납세 의무는 인정하지만 세무조사로 종교 영역에 정치가 개입할 우려가 있다고 맞선다. 하지만 종교인 과세가 이뤄지더라도 과세 범위가 상당히 제한되는 탓에 세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노현웅 <한겨레> 기자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2017년 8월30일 서울 조계종 총무원을 방문해 자승 총무원장에게 합장하며 인사하고 있다. 김 부총리는 각 종교단체를 돌며 종교인 과세 설득에 나섰다. 연합뉴스
 
바리새인들이 예수에게 물었다. “카이사르에게 세금을 내는 것이 옳습니까, 내지 않는 쪽이 옳습니까?” 로마 식민지배를 인정할 것이냐 실정법을 무시할 것이냐. 어느 쪽 답을 내놓더라도 궁지에 몰릴 수밖에 없는 함정이었다. 예수는 당시의 화폐 데나리온을 보이며 “누구의 형상과 글이 보이느냐”고 되물었다. “카이사르의 것입니다”라는 대답에 예수는 말했다. “카이사르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나님의 것은 하나님께 바치라.” 성경 ‘마태복음’ 22장에 담긴 일화는 과세권으로 상징되는 세속적 국가 체계와 영성의 세계인 종교인의 갈등 양상을 보여준다.
 
성경에도 기록된 ‘종교인 과세’ 논란은 한국에서도 50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다. 이낙선 초대 국세청장은 1968년 처음으로 종교인에게 갑종 근로소득세 부과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가 철회했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조세정책의 원칙에 따른 것이었지만, 성직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종교인에게 제공되는 사례금과 생활비 등을 근로소득으로 볼 것이냐는 논란이 종교계 안팎에서 거세게 일었다.
 
종교인 과세 문제는 1980년대 들어 민주화운동의 바람을 타고 다시 불붙었다. 1987년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이 출범하는 등 기독교계 내부에서 재정의 투명화와 종교인 과세 실시를 주장하는 움직임이 나타났다. 앞서 1983년에는 가톨릭 쪽에서도 자율 납세를 실시하자는 의견이 제시됐다. 가톨릭은 1994년부터 자율적으로 신부·수녀 등의 사례금에 대해 근로소득세를 납부하기 시작했다. 이어 개신교 가운데 대한성공회도 2012년부터 교단 차원에서 납세 행렬에 동참한다.
 
이후 간헐적 논란이 이어졌지만, 정치권과 정부 어느 쪽도 ‘종교인 과세’라는 뜨거운 감자를 처리하지 못했다. 이에 2006년 시민단체 ‘종교비판자유실현시민연대’는 당시 국세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검찰은 종교인 비과세가 건국 이후 지속된 관행이라는 이유로 고발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계속된 문제제기 속에 2012년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특별한 예외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종교인 과세 시행을 공식화했고, 2013년 소득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의 국회 통과를 두고도 진통이 이어졌다. 국회는 결국 소득세법이 정하는 기타소득 안에 ‘종교소득’ 항목을 신설하고 원천징수 대신 소득신고에 따라 징수하도록 법안을 수정해, 2015년 12월 소득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법 시행에는 2년의 유예 기간을 뒀다. 마침내 2018년 1월1일 종교인 과세 시행을 앞두게 된 것이다.
 
세수 감소의 역설
종교인 과세의 부과 대상이 되는 소득은 원칙적으로 종교인이 종교단체(교회 등)로부터 받은 사례금 등이다. 종교단체에 대한 과세는 포함돼 있지 않다. 종교소득에는 기본적으로 근로소득세와 동일한 세율(2015년 개정안 기준 6~38%)이 적용되는데, 기타소득에는 필요경비가 인정된다. 소득세법 시행령을 보면, 종교인 소득의 경우 연소득 2천만원 이하는 소득의 80%를, 2천만원 초과 4천만원 이하 구간에는 1600만원에 더해 2천만원 초과분의 50%(최대 2600만원)를 자동으로 필요경비로 인정한다. 연말정산에선 별도로 교육비·의료비 등 세액공제도 신청할 수 있다. 과세 범위가 상당히 제한되는 셈이다.
 
이에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종교인 과세를 시행하더라도 기대되는 추가 세수가 100억원 남짓에 그칠 것으로 추정한다. 전체 국세 수입의 0.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과세 대상 범위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기재부는 면세자 범위가 상당할 것으로 보는데, 전체 종교인의 20% 미만인 4만~5만 명만 세금을 낼 것이란 예상이다. 종교인 과세 시행에 따라 세수는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이 발생할 수도 있다. 저소득층 종교인에 대한 근로장려세제(EITC) 지원도 과세와 함께 시행되기 때문이다.
 
실제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이 2015년 조사한 결과를 보면, 목사의 평균소득은 연 2855만원에 그쳤다. 승려는 연 2051만원, 신부는 1702만원이었다. 필요경비 인정에 따라 과세표준이 몇백만원에 불과한데, 기본공제와 각종 인적 공제가 적용될 경우 대부분 면세점에 도달하는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톨릭, 성공회 등이 교단 차원에서 납세하고 있는데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일부 침례교회 등 대형 교회들도 이미 자율적으로 납세하고 있기 때문에 종교인 과세 시행에 따른 세수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며 “다만 ‘소득 있는 곳에 과세 있다’는 조세 원칙에 따라 차질 없이 과세 시행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일부 기독교계에선 종교인 과세 시행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엄기호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은 “종교인 과세 관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뒤 1년여가 지났지만 과세 당국은 과세 시행을 위한 아무런 준비를 하지 않았다”며 “종교에 법적 잣대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이단적 종교단체들이 기존 교회를 흔들기 위해 악의적인 제보로 세무조사를 유도하는 등 우려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종교계에선 과세 방안 등을 구체화하지 않으면 일선에서 큰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음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독교의 경우 심방사례비·전도금·해외선교비 등 각종 명목으로 실비 지원 차원의 사례금이 지급되는데, 어떤 게 과세 대상인지 파악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교회 등 종교단체가 종교인에게 지급하는 사례금 말고도 신도나 타 종교기관에서 지원금을 받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일률적 기준을 마련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기재부는 종교별로 ‘세부 과세 기준 시안’을 마련해 종교인 소득 해당 여부, 비과세 요건 등을 구분해 각 종단에 발송한 상태다. 과세 기준안에 포함되지 않은 소득 항목이 있거나, 과도한 과세 항목 등이 있는지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과정이다. 기재부와 국세청은 의견 수렴을 바탕으로 2017년 10월 중 ‘종교인 과세 가이드북’도 마련할 예정이다. 가이드북에는 종교인 과세 대상 소득의 기준과 소득신고 방법, 납세 및 징수 절차, 이의신청 방법 등 종교인 과세의 실무적 조언을 망라해 수록할 방침이다. 연말까지 지역별 설명회를 여는 한편, 새해 전국 일선 세무서에 종교인 과세 전담 직원을 배치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한국납세자연맹과 종교자유정책연구원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2017년 8월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종교인 과세 유예법안 발의 국회의원 사퇴 요구 기자회견’을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종교인 과세에 대한 여론 지지는 높다. 연합뉴스
 
종교단체의 반발 속내
종교인 과세를 꺼리는 종교계가 세무조사를 크게 우려하는 것도 사실이다. 납세 의무 자체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교단과 교회에 대한 세무조사가 이뤄질 경우 헌법이 정한 정교분리 원칙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한국교회연합, 한국기독교총연합회, 한국장로교총연합회의 종교인 과세 대응 태스크포스(TF) 소속 목사들은 이런 입장을 세정 당국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종교단체가 우려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견해다. 소득세법 개정안은 종교인 과세와 관련한 세무조사의 범위를 ‘종교단체의 장부·서류 또는 그 밖의 물건 중 종교인 소득과 관련한 부분’에 제한하고 있다. 특정 직종에 한정해 세무조사의 범위를 좁혀놓은 전례는 없다. 50년 동안 진행된 논란을 마무리하기 위해 사전에 논란의 소지를 줄여놓은 셈이다.
 
세정 당국 안에서도 다소 온도차는 존재한다. 세정을 총괄하는 기재부는 해묵은 논쟁거리인 종교인 과세 시행을 논란 없이 연착륙시키기 위해 종교계 세무조사를 향후 몇 년간 유예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징세 기관인 국세청은 원칙적으로 특정 직역을 세무조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법적 근거는 없다고 본다. 국세청 관계자는 “국세기본법과 소득세법 규정에 따라 종교인 소득 과세에 구체적인 탈세 제보가 있을 때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 법집행기관으로 국세청의 의무”라며 “다만 종교인 과세 대상이 종교인 소득에 국한되기 때문에 의도적으로 종교단체 전체 재정을 들여다보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종교인 과세 시행을 불과 100여 일 앞둔 가운데 기재부는 종교계의 마음을 달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기재부는 또다시 종교인 과세를 유예할 수 없다는 원론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더구나 전체 국민의 80% 가까이가 종교인 과세를 지지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앞장서 종교인 과세를 유예할 경우 엄청난 국민의 반발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에 기재부와 국세청은 종교계와의 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2017년 6월 7대 종단(가톨릭·개신교·민족종교·불교·원불교·유교·천도교) 대표들과 만났고, 8월부터는 교단별 간담회도 하고 있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준비 과정의 절차와 양식 등을 백지상태에서 겸허히 경청하고 상의하겠다”며 “종교인 과세 시행으로 인해 종교 활동과 종교인의 사회봉사 활동을 제약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는 교단 세무조사 등의 우려에 대해서도 “표현을 이렇게 해서 죄송하지만, 제한적인 종교인 소득 과세 이외에 교회 재정에 관심 자체가 없다. 관심을 가져서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최대한 세무 사찰 우려가 없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50년간 지속된 종교인 과세 논란이 해넘이와 함께 마무리될지 주목된다. 

 

정기구독자는 과거 기사 전체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온라인 회원은 과거 기사 일부와 2016년 6월 이후 온라인 기사 전체를 보실 수 있습니다.

  

ⓒ Economy Insight(http://www.economyinsigh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 기사의견(0)  
 
   * 3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600byte)
   * 욕설이나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운영원칙]
매체소개 구독신청 구독문의기사문의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 이메일무단수집거부찾아오시는 길
한겨레신문(주) | 제호 : 이코노미 인사이트 | 등록번호 : 서울 아 01706 | 등록일자 : 2011년 07월 19일 | 발행인 : 양상우 | 편집인 : 고경태
발행주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효창목길 6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 한겨레 고객센터 1566-9595 | 청소년보호 책임자 : 윤종훈
Copyright 2010 Hankyoreh. All rights reserved.